서울고법 2013. 1. 3.자 2012토1 결정 〔인도심사청구〕: 확정
[1] 대한민국이 일본에 범죄인을 인도할 의무가 있는지 판단할 때 적용할 법규
[2] 범죄인 인도절차에서 논의되는 ‘정치적 범죄’의 개념과 유형 및 어떠한 범죄가 정치적 범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3]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범죄인 인도조약’ 제3조에서 정한 ‘정치적 범죄’의 의미 및 이른바 ‘상대적 정치범죄’가 여기에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4] 일본 정부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식에 항의하고 그와 관련된 대내외 정책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일본 소재 야스쿠니 신사(靖國神社) 신문(神門)에 방화하여 일부를 소훼함으로써 공공의 위험을 발생하게 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국내에 구금 중인 중국 국적의 범죄인 甲에 대하여, 일본이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인도를 청구한 사안에서, 인도 대상 범죄는 이른바 상대적 정치범죄로서 위 조약 제3조 (다)목 본문에서 정한 ‘정치적 범죄’에 해당하고, 달리 범죄인을 인도하여야 할 예외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인도거절 결정을 한 사례
[1] 대한민국과 일본 사이에 2002. 4. 8. 체결하여 2002. 6. 21. 발효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범죄인 인도조약’(이하 ‘인도조약’이라 한다)은 국회의 비준을 거친 조약으로서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므로, 대한민국이 일본에 대하여 범죄인을 인도할 의무가 있는지 판단할 때에는 신법 우선의 원칙, 특별법 우선의 원칙 등 법률해석의 일반원칙과 ‘범죄인 인도법’ 제3조의2의 규정 취지에 따라 인도조약이 ‘범죄인 인도법’에 우선하여 적용되고, ‘범죄인 인도법’은 인도조약의 취지에 반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인도조약을 보충하여 적용된다.
[2] 오늘날 국제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경향에 따르면, 범죄인 인도절차에 있어 ‘정치적 범죄’는 사인, 사적인 재산 또는 이익을 침해함이 없이 오로지 해당 국가의 정치질서에 반대하거나 해당 국가의 권력관계나 기구를 침해하는 행위인 ‘절대적 정치범죄’ 내지 ‘순수한 정치범죄’와 그와 같은 목적을 위하여 저지른 일반범죄인 ‘상대적 정치범죄’로 나눌 수 있고, 여기에서 절대적 정치범죄가 정치적 범죄에 해당한다는 점에는 의견이 대부분 일치하고 있으나, 상대적 정치범죄가 정치적 범죄로서 간주되기 위한 기준은 국제적으로 아직 확립되지 못하여 국가마다 서로 다른 관행을 발전시켜 왔다. 이러한 정치적 범죄의 개념 및 유형, 정치범 불인도 원칙의 발전 과정 및 최근 경향 등을 고려해 볼 때 어떠한 범죄, 특히 상대적 정치범죄가 정치적 범죄인지 판단할 때에는, ① 범행 동기가 개인적인 이익 취득이 아니라 정치적 조직이나 기구가 추구하는 목적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것인지, ② 범행 목적이 한 국가의 정치체제를 전복 또는 파괴하려는 것이거나 그 국가의 대내외 주요 정책을 변화시키도록 압력이나 영향을 가하려는 것인지, ③ 범행 대상의 성격은 어떠하며, 나아가 이는 무엇을 상징하는 것인지, ④ 범죄인이 추구하는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는 데 범행이 상당히 기여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유기적 관련성이 있는지, ⑤ 범행의 법적⋅사실적 성격은 어떠한지, ⑥ 범행의 잔학성, 즉 사람의 생명⋅신체⋅자유에 반하는 중대한 폭력행위를 수반하는지 및 결과의 중대성에 비춰 범행으로 말미암은 법익침해와 정치적 목적 사이의 균형이 유지되고 있는지 등 범죄인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주관적⋅객관적 사정을 정치범 불인도 원칙의 취지에 비추어 합목적적⋅합리적으로 고찰하여 종합적으로 형량하고, 여기에다 범행 목적과 배경에 따라서는 범죄인 인도 청구국과 피청구국 간의 역사적 배경,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식 차이 및 입장 대립과 같은 정치적 상황 등도 고려하여, 상대적 정치범죄 내에 존재하는 일반범죄로서 성격과 정치적 성격 중 어느 것이 더 주된 것인지를 판단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3]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범죄인 인도조약’(이하 ‘인도조약’이라 한다) 및 ‘범죄인 인도법’의 규정 형식의 유사성에다 정치적 범죄의 개념 및 유형, 정치범 불인도 원칙의 발전 과정 및 최근 경향, 정치적 범죄의 판단 기준에 비추어 보면, 인도조약 제3조 (다)목 본문에서 말하는 ‘정치적 범죄’는 ‘범죄인 인도법’ 제8조 제1항에서 정한 ‘정치적 성격을 지닌 범죄이거나 그와 관련된 범죄’와 같은 의미로서, 절대적 정치범죄뿐 아니라 상대적 정치범죄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4] 일본 정부의 일본군위안부 등 과거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식에 항의하고 그와 관련된 대내외 정책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일본 소재 야스쿠니 신사(靖國神社) 신문(神門)에 방화하여 일부를 소훼함으로써 공공의 위험을 발생하게 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국내에 구금 중인 중국 국적의 범죄인 甲에 대하여, 일본이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범죄인 인도조약’(이하 ‘인도조약’이라 한다)에 따라 인도를 청구한 사안에서, ① 범행 동기가 일본 정부의 과거의 역사적 사실에 관한 인식 및 그와 관련된 정책에 대한 분노에서 기인한 것으로, 범죄인에게 개인적인 이익을 취득하려는 동기를 찾아볼 수 없는 점, ② 범행 목적이 범죄인 자신의 정치적 신념 및 견해와 반대 입장에 있는 일본 정부의 정책을 변화시키거나 이에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 압력을 가하고자 하는 것인 점, ③ 범행 대상인 야스쿠니 신사가 법률상 종교단체의 재산이기는 하나 국가시설에 상응하는 정치적 상징성이 있다고 평가되는 점, ④ 범행이 정치적인 대의를 위하여 행해진 것으로서 범행과 정치적 목적 사이에 유기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점, ⑤ 범행의 법적 성격은 일반물건 방화이나 실제로는 오히려 손괴에 가깝고 방화로 말미암은 공공의 위험성 정도가 크지 않은 점, ⑥ 범행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전혀 없고 물적 피해도 크다고 할 수 없어 범행으로 야기된 위험이 목적과 균형을 상실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 제반 사정과 범죄인 불인도 원칙의 취지, 청구국인 일본과 피청구국인 대한민국, 나아가 범죄인의 국적국인 중국 간의 역사적 배경, 과거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식 차이 및 의견 대립과 같은 정치적 상황,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대다수 문명국가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 등을 종합해 볼 때, 인도 대상 범죄는 일반물건 방화라는 일반범죄 성격보다 정치적 성격이 더 큰 상대적 정치범죄로서 인도조약 제3조 (다)목 본문에서 정한 ‘정치적 범죄’에 해당하고, 달리 범죄인을 인도하여야 할 예외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인도거절 결정을 한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