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9년 이규보(李奎報)가 좌보궐(左補闕.諫官)에서 탄핵(彈劾)을 당해 계양(桂陽.지금의 경기 부평)원으로 임명되어 부임하는 길에 조강(祖江.한강과 임진강이 합쳐진 강)을 건너려 할제, 강물이 본디 빠르고 거센데다 마침 폭풍을 만나 무척 고생한 뒤에 건넜기에 부(賦)를 지어 이를 슬퍼하고 마음을 스스로 누그러뜨렸다.
부(賦)가 시나 산문이 아닌 운문(韻文)인 점에서는 사(辭)와 비슷하나 서술을 위주로 한다는 점에서 사와 구별된다.
넓디 넓은 강물이 / 活活江流
경수처럼 흐린데 / 濁如涇水
시커먼 빛 굼실굼실 / 漆色而泓
굽어보기도 무서워라 / 難俯視
여울져 솟구치는 모양 / 湍又激而迅兮
구당(협곡)에다 비할쏜가 / 豈瞿塘之足譬
달리는 뭇 내를 모았으니 / 控百川之奔會兮
솥의 물이 들끓는 듯 / 若鼎湯之驚沸
이무기와 악어가 입을 벌리고 / 蛟鰐呀呀以流涎
독룡이 숨어 엿보는 듯 / 又安測毒龍之潛伏以伺
물살을 거슬러 나아가려 하나 / 泝灘欲徑進兮
배가 가는 양 그대로 멎는구나 / 船如行而尙止
저녁이 아닌데 어두워지고 / 不夕而暝
바람도 없는데 물결친다 / 不風而波
눈같은 물결이 쾅쾅 돌에 부딪는 모양 / 雪浪礧石以崩騰兮
진(秦)과 진(晉)이 팽아(격전지)에서 싸우는 듯 / 若秦晉戰于彭衙
저 사공은 집채 같은 물결에 익숙해도 / 篙工狎翫靈胥兮
빙빙 도는 소용돌이를 무서워하네 / 猶畏夫洄洑與盤渦
잠깐 온 길을 돌아보니 / 顧區區一瞥之所如
쾅쾅 출렁이는 서슬에 멀리 나온 듯 / 豈以其澎濞鬱怒兮成此邈遐
이 몸은 지금 귀양가는 길 / 予旣被謫
이 험한 강물을 만났구나 / 遭此嶮流
외로운 배 오뚝히 들쑥날쑥 / 孤舟兀以出沒兮
어디로 가리, 갈 길은 먼데 / 其將安適兮去悠悠
벌판엔 우거진 풀 / 望平皐兮草暗
먼 갯벌에 자욱한 연기 / 遡極浦兮煙愁
새 소리 찍찍짹짹 / 鳥鳴軋軋
잔나비 울음 구슬픈데 / 猿哭啾啾
지는 해는 뉘엿뉘엿 / 落日兮掩掩
뜬구름은 뭉게뭉게 / 黃雲兮浮浮
오마(태수)가 좋다 하나 / 雖五馬之足榮兮
내 바란 것 아니로세 / 亮非吾之攸期
아아, 이 머나먼 길 / 嗟此遐征
옛날엔들 없었던가 / 古豈無之
맹자는 세 밤 자고 주를 떠났고 / 孟三宿而出晝兮
공구도 노를 더디더디 떠났으며 / 丘去魯兮遲遲
가의는 낙양의 재자로되 / 賈誼洛陽之才子兮
비습한 장사 땅에 귀양갔네 / 謫長沙之濕卑
성현도 그랬거니 / 聖賢尙爾
내 다시 무엇을 슬퍼하리 / 予復何悲
불우했던 옛 사람들보다 / 較昔人之未遇兮
나는 또 한 고을 수령으로 인을 찼구나 / 吾又專城兮斗印纍纍
곡산(鵠山.개성 송악산)이 가려져서 차츰 멀어지니 / 鵠山隱翳兮漸遠
장안을 바라보매 눈만 피로하다 / 望長安兮徒自疲
이미 그곳을 떠나온 몸 / 業已離於上都兮
계양이 가까우니 반가워라 / 欣桂陽之伊邇
어기어차, 배를 대어라 / 于以泊舟
저기 저 비탈 언덕에 누가 와서 맞는고 / 于彼碕涘誰其來迎
시골뜨기 늙은 아전들 / 貿貿殘吏
채색 장막이 너울너울 / 紛綵幕兮葳蕤
붉은 기가 펄렁펄렁 / 爛紅斾兮旖旎
산기슭에 행차를 쉬니 / 弭節兮山之椒
횃불이 숲을 비춰 새가 놀라 날아간다 / 炬火照林兮鳥驚以飛
잠깐 거닐며 머리카락을 흩으니 / 聊逍遙以散髮兮
바람이 옷깃을 펄펄 날리는구나 / 風攪攪兮吹衣
강물이 아무리 빨라도 / 江水駛而疾兮
나는 분명 건너왔네 / 予旣濟其何疑
가자, 여기 즐길 만하거니 / 行矣尙足樂兮
어찌 고향만을 그리워하리 / 何必眷眷兮懷歸
출처는 맘대로 안 되는 것 / 出處不自謀兮
낙천지명하여 옛 사람들을 따르리라 / 樂天知命兮先哲是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