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어른이고 새 옷 한벌 얻어 입으면
불갑사에서 만난 굴뚝 얼굴의 사자후
불교 상회를 내려 간 길에
토요일 천혼재를 지내면서 사용할
종이옷을 살펴 보았습니다
그저 한두벌이 아니라
칠백여벌이 되는 양인지라
사서 쓸까 하고 알아 보고는
불자들의 정성을 담아 접어서 쓰려고
몇몇 보살님들의 도움을 청하였습니다
서로 손을 보태고 시간을 내시면
여러 사람들이 하는만큼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테니
나는 지의를 만들 종이를 준비해
내일 오후에 같이 나누어 드리렵니다
어려서 종이옷을 접어 보고
비행기나 학을 접어 보던 기억을 더듬어
예쁜 종이 옷을 만들어 영가들을 위해
부처님의 가지력을 힘입어
한벌씩 입혀 드릴것입니다
천도재를 지낼때 하는 의식중에
목욕을 마친 영가들을 위해
새 옷을 만들어 입으시게 하는
예문이 이러합니다
제불자 관욕기주 신심구정
금이여래 무상비밀지언 가지명의
원차일의 위다의 이다의 위무진지의
령칭신형 부장부단 불착불관
승전소복지의 변성해탈지복
고오불여래 유화의재다라니 근당선념
諸佛子 灌浴旣周 身心俱淨
今以如來 無上秘密之言 加持冥衣
願此一衣 爲多衣 以多衣 爲無盡之衣
令稱身形 不長不短 不窄不寬
勝前所服之衣 變成解脫之服
故吾佛如來 有化衣財多羅尼 謹當宣念
모든 불자시여
부처님의 법식을 따라 목욕을 마치니
몸과 마음이 맑아졌습니다
이제 부처님의 무상 비밀지언으로
저승옷을 가지하여 드리리니
원컨대 한벌 옷은 여러벌이 되어지고
여러벌은 또한 다시 무량한 옷이 되어
영가님들 몸의 체형에 알맞게
길지 않고 짧지 않으며
너무 끼지도 않고 크지도 않고
앞서 입던 옷보다도 훨씬 좋아
변하여 해탈의 옷이 되었습니다
이제 부처님의 화의재 다라니를
지극한 마음으로 들으소서
라는 내용입니다
아이고 어른이고 할것 없이
새 옷 한벌 얻어 입으면
마음이 날아갈듯 가벼운것처럼
영가들을 위하여 마련해 드린 옷이
필경에는 모든 고뇌를 해탈하게 하는
해탈복이 되었으니 몸칫수에 맞게
각자 골라서 입으소서 하고 염송하니
영가님들 마음이 얼마나 좋으시겠습니까
이와같은 법회에는
누구 누구를 가리지 않고
오고 싶은 분은 모두 오셔서
차별없이 드시라고 축원을 하니
칠백여분의 아픈 마음 외에도
일체 유주무주 애혼고혼등이
다 같이 손잡고 오셔서
새옷 모양나게 갈아 입고
각종 공양 과일등을 원없이 드시고
몸의 목마름은 조주 스님 차로 쉬고
마음속에 끊지 못한 원망과 갈애는
부처님의 법문으로 맑히고 텅 지워서
천도재가 마쳐 지는 시간이면
한날 한시에 모두 함께
극락 세계 연화대로 향할 것입니다
불교와 사찰을 말하는 이들이
혹 절을 귀신들의 종합청사라
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나는 그말이
참으로 고맙고 감사하며
정말로 맞는 말이다 싶습니다
만약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 영가들이
절에서 차려 드리는 공양이라도
얻어 자실 기회가 없고
위 아래 차별없는
무위 진인의 자리에
올라 앉지 못하신다면
구천을 떠도는 영혼이 되어
한량없는 고통을 받으실 것이기에
이렇게 절에서
조촐하게나마 종합청사를 설단하여
이고득락의 기회를 마련하니
그보다 더 아름다운 일은 없을것입니다
이런 마음을 내고 난 이후부터
나는 마음이 그렇게 좋을수가 없습니다
욕계 색계 무색계의
삼계 대도사인 부처님께서
사생 구류 중생들을 위하여
고해의 바다에 자비의 법선을 띄우시니
우리는 그저 부처님 인도하심을 따라
영겁의 고뇌로운 모습을 벗고
부처님 나라에서 다시 만날 것입니다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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