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영양 두들마을에는 직장인, 학생, 오피리언 리더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찾아와 장계향 선생의 삶의 자취를 느끼고 체험하고 돌아갔다. 장계향 선생은 조선시대 신사임당과 더불어 대표적인 현모양처로 꼽히는 인물로, 선조 31년(1598) 안동 금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퇴계 선생의 후학으로 일가를 이룬 경당 장흥효 선생이며, 영양의 석보 두들마을로 출가해 남편인 석계 이시명 선생과의 사이에 7남 3녀를 뒀다.
1680년 83세로 타계하기까지 한시 12수, 맹호도, 인두화와 말년에 쓴 한글요리서인 ‘음식디미방’이 전해져 오고 있다. 그 외에도 시인, 서예가, 화가, 교육자로서 다양한 역량을 보였다.
특히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나라가 어지러웠던 시절, 도토리죽을 쑤어 이웃을 구휼하는 나눔의 정신을 몸소 실천한 사회사업가로 우리나라 여성인물 가운데 모범적이고 대표적인 분이라 할 수 있다.
여중군자 장계향 선생이 정부인 장씨로 불리게 된 것은 3남인 갈암 이현일이 이조판서에 오르면서 숙종 임금으로부터 정부인 품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1999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신사임당에 이어 여성으로서는 둘째로 문화인물로 선정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경북도는 종가, 유림, 지역 여성단체와 함께 2008년 ‘경북여성인물 선양사업 1호’로 장계향 선생을 선정하고, 2011년 장계향선양회를 설립했다. 석계 이시명과 장계향 부부가 살았던 영양 두들마을에는 장계향 추모관을 건립하고 음식디미방체험지구를 조성, 장계향 선생의 얼을 높이 기리고 후손들에게 널리 알리는 현창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영양군에서는 음식디미방체험지구를 중심으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장계향예절아카데미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음식디미방체험아카데미를 통한 관광화 사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음식디미방 체험아카데미는 340년 전 장계향 선생이 열 명의 자식을 키우고 나이 일흔에 자자손손 가문의 전통을 이어가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을 오롯이 담아 한글로 집필한 음식디미방의 조리법에 대한 교육과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프로그램이 입소문을 타고 참가자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장계향 선생의 음식디미방은 146가지의 음식조리법과 보관법을 상세하게 서술한 한글 최초의 조리서다. 2014년부터 고등학교 기술·가정 통합교과서에 등재돼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조상의 삶과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교육자료로도 활용되고 있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들 한다.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문화예술 진흥에 나서고 있다. 사실 사회나 국가를 나무에 비유한다면, 문화는 그 나무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 여성으로서 뛰어난 문인이자 교육자이고, 유교식 문화를 후세에 널리 알린 여중군자 장계향을 한국의 여성상으로 우뚝 세우고 그 옛날 삶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것, 그 뿌리를 찾아 널리 알리는 것이야말로 경북의 뿌리를 통해 경북형 문화융성을 활짝 꽃피울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