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삼척 가곡면. 경북 울진 북면의 응봉산(998.5m)은 동해와 연접한 대표적 명산으로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절승의 계곡을 품고 있다. 울진에서 바라본 응봉산은 그 모습이 동해를 향해 비상하려는 매의 형상을 닮았다해서 매봉 또는 매봉산이라고도 불린다.전설에 따르면 울진조씨가 매사냥을 하다가 잃어버린 매를 이 산에서 찾고나서 산 이름을 응봉이라 한 뒤 근처에 부모의 묘자리를 쓰자 집안이 번성하였다고 한다 해발고도에 비해 산세가 험난한 편이다. 정상은 잡목으로 덮여 시야가 탁 트이지는 않았지만 정상 부근까지 그 유명한 아름드리 ‘울진소나무’가 우거져 있어 솔향기와 함께 삼림욕을 즐길 수 있고 일출은 어느 명산 못지 않게 일품이며 밤에도 오징어가 많이 잡히는 8월 하순부터 10월말까지는 오징어배 조명되고 저 멀리 백암산, 통고산, 일월산, 삿갓봉, 백병산, 함백산, 태백산 등이 조망된다해발 500m 암반 사이로 뜨거운 자연 용출수가 솟아 나오는 원탕이 바로 응봉산 온정골에 위치해 있으며 아래는 덕구온천이 자리잡고 있다
날씨정보
산행은 호텔덕구온천-화기물 보관소-제1헬기장-제2헬기장-정상-덕구계곡-덕구온천 원탕-효자샘-용소폭포(마당소)-선녀탕-벽산덕구온천콘도 순. 4시간30분에서 5시간 정도 걸린다. 길은 잘 정비돼 있어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등산안내도 옆에 ‘정상까지 5.67㎞’ 팻말이 보인다. 침목을 받쳐 놓은 계단을 오르면서 산행은 시작된다. 그 이후부터는 거의 산책로 수준이다. 폭도 그렇고 경사가 아주 완만하다.길 좌우 붉은 빛을 띠는 홍송은 곧고 푸르다. 유달리 볼 것 없는 겨울산행에 큰 볼거리다. 마치 아름다운 미인을 보는 듯하다.흔히 앙상한 나뭇가지로 대표되는 겨울산은 잿빛이지만 응봉산은 홍송 덕에 겨울답지 않게 푸름을 간직하고 있다.25분쯤 뒤 첫 갈림길. 왼쪽은 온천원탕 가는 길, 오른쪽 길을 택한다. 온천원탕은 하산길에 보기 위해서다.여흥 민씨묘를 지나면 곧 두번째 갈림길. 왼쪽은 정상 가는 길, 오른쪽은 강원도 가는 길이다. 응봉산이 울진과 삼척에 걸쳐있다는 사실이 실감나는 순간이다.너무나 인상적인 아름드리 홍송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첫 헬기장.점차 오르막이 심해진다. 햇빛을 받은 홍송이 더욱 붉은 빛을 발한다. 25분쯤 뒤, 1.8㎞가 남았다는 이정표가 보일 때쯤 뒤돌아보면 들머리인 덕구온천타운과 동해바다가 동시에 눈에 들어온다.소나무가 터널을 이룬 내리막길을 지나 10분 정도 걸으면 두번째 헬기장. 장쾌한 조망에 가슴이 확 트인다. 오른쪽엔 보다 넓은 동해바다가 펼쳐지고 왼쪽에 비로소 응봉산 정상이 눈앞에 다가온다.이제 정상까지는 0.8㎞. 해발고도가 높아지면서 지금까지와 달리 바람이 세지고 제법 매섭다. 30분이면 정상에 닿는다. 나무에 가려 전망이 좋지 않지만 10m 정도 떨어진 정상석 옆에 서면 동해바다가 장쾌하게 펼쳐진다. 오른쪽 아래로 우리가 하산할 온정골이 내려다 보인다. 정상석 뒤 산길로 가면 용소골. 용소골 너머 저멀리 면산과 백병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이 일렁이는 파도처럼 시야에 들어온다.하산은 ‘원탕가는 길’ 팻말이 가리키는 온정골로 내려선다. 온정골 길은 온천원탕을 거쳐 벽산덕구온천콘도까지 2시간10분 정도 걸린다. 절반은 급경사 능선길이며 계곡에 도달한 뒤에는 평탄한 계곡길이 이어진다.1시간쯤 지나면 계곡에 닿는다. 겨울계곡이 이렇게 맑고 깨끗할 줄이야. 계곡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온천원탕.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천수가 솟아 오른다. 위장병 당뇨 피부병에도 좋다기에 마셔보고 손도 씻어본다. 41.8도라고 적혀 있지만 그리 뜨겁지는 않다. 원탕 뒤 날머리까지 4㎞가 남았다는 팻말이 보인다. 건너편엔 산신각이 있다. 매월 음력 16일이면 산신제를 지낸다고 적혀 있다.지금부터는 온천수를 대중탕까지 운반하는 대형 파이프 라인을 따라 비교적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경치 좋은 계곡에 대형 파이프 라인이 좀 어색하지만 희소성 측면에선 신기하기도 하다.하산 도중 현재 울진군청이 산행로 정비를 위해 철제 다리공사를 하고 있어 약간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두번째 다리를 지나면 오른쪽에 효자샘. 효자 청년이 병상에 누운 어머니께 이 물을 봉양했더니 나았다는 전설이 전해온다.이어 온정골의 비경이랄 수 있는 용소폭포와 마당소, 그리고 선녀탕에 이르면 발걸음을 옮길 수 없을 정도로 탄성이 절로 나온다. 신선이 노닐 수 있는 선경에 다름아니다.선녀탕에서 날머리 벽산덕구온천콘도까지는 10여분 걸리며 콘도에서 호텔덕구온천까지도 10분 정도 걸린다.
도로정보(삼척 덕풍계곡) 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 동해IC⇒7번 국도⇒삼척⇒근덕⇒원덕 삼거리(우회전)416번 지방도⇒풍곡리⇒삼거리(좌회전)⇒매표소⇒덕풍계곡(6km)⇒덕풍마을⇒용소골 부산방향. 울진 방향⇒7번 국도⇒원덕 호산 삼거리⇒가곡 방면⇒좌회전 416번 지방도로⇒원덕 산양리⇒가곡면사무소⇒풍곡⇒덕풍
대중교통(울진) 서울 동서울 터미널⇒ 울진 시외버스 터미널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 울진시외버스터미널(054-782-2971) 울진시외버스터미널⇒ 덕구온천행 버스
덕풍계곡 숙박지 통나무펜션 꽃밭거랑(033-572-7622, 011-706-9348) 덕풍산장(033-572-7378) 풍곡통나무집(033-573-0777) 마을 김대용 이장(011-9219-7144) 마을운영협의회(033-572-9735), 가곡면사무소(033-572-7011)
망양정 울진군 근남면의 맑고 깨끗한 왕피천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지점에 위치한 망양 해수욕장을 뒤로 산으로 오르는 계단을 따라 가면 망양정이 바다를보며 서있다. 예로부터 관동팔경의 하나로 손꼽힐 정도로 이곳에서 바라보는 바다는색다르고 감동적이다. 고려시대에는 지금의 위치보다 15㎞ 떨어진 기성면 망양리에 있었는데 1858년울진현령 이희호가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조선 시대 숙종은 강원도 관찰사에게 관동팔경을 그림으로 그려오게 한 뒤 그 중에서 망양정이 가장 낫다고 해 친필 편액을 내리기도 했다. 현재의 건물은 1958년에 새로 짓고 1979년에 보수한 것이다.
성류굴 울진읍에서 6㎞ 떨어진 곳에 있는 성류굴은 지금으로부터 약 2억5천만년 전에 통고산에서 흘러나오는 왕피천의 물이 석회암 지형에 침식작용을 일으켜형성된 것이다. 천연기념물 제155호로 지정된 성류굴은 472m 길이의 동굴 속에 솟아오른 석순과 늘어진 종유석의 모습이 기묘해 지하의 금강산이라 불린다.
삼척해수욕장 삼척 제일의 해수욕장으로 널리 알려진 삼척해수욕장은 시내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지리적 요건과 편의시설 등을 잘 갖추고 있어 찾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백사장 끝에 기이한 형상으로 솟은 바위들과 주변의 소나무들이 운치를 자아내 찾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무릉계곡 두타산과 청옥산 사이에 형성된 계곡을 무릉계곡이라 한다.1977년 국민관광지 1호로 지정되었을 만큼 주변 경치가 빼어나고 곳곳에 찾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 명소들이 산적해 있다.
덕구온천 국내 유일의 자연 용출 온천수인 덕구온천은 응봉산 온정골에 있다. 지난 1993년 10월에야 호텔 등의 부대시설을 갖춘, 아직도 처녀지 같은 온천이다.온천수가 나오는 지역은 협곡이어서 시설물 설치 등 개발이 불가능하다. 이곳에서 덕구온천지역까지 4㎞ 구간을 송수관으로 연결시켜 41.8도의 온천수를 24시간 공급하고 있다.덕구온천은 신경통 류머티즘 근육통 피부질환 등에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현대식 기포욕탕, 유아풀장, 가족탕과 폭포탕 등 각종 야외욕탕을 갖춘 스파월드를 개장해 겨울철 휴양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054)782-0677
백암온천 백암산(1004m) 동쪽 기슭에 위치해 응봉산-덕구온천처럼 산행과 온천을 동시에 할 수 있다.백암온천은 신라때부터 알려진 유서깊은 온천. 온천수원지는 3개소이고 수온은 32~53도로 라듐이 함유된 국내 유일의 방사능 알칼리성 온천이다. 유난히 매끄럽고 투명한 백암온천의 수질은 신경통 만성관절염 동맥경화증 등 여러 질병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만성질환자들이 찾아와 요양을 하고 있어 숙박시설마다 장기 투숙객이 특히 많다.백암온천은 하루 용출량이 많아 대단위 온천단지의 업소뿐만 아니라 일반 음식점이나 가정에서도 모두 온천수를 사용하고 있다.지난 1979년 12월 국민관광지로 지정돼 호텔 콘도 여관 등 다양한 숙박시설과 각종 편의시설 등을 갖췄으나 연간 150만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백암산 백암온천을 기점으로 온정면과 수비면에 걸쳐 있다. 아직 때가 묻지 않은 선시골 계곡이 특히 유명하다. 백암온천에서 출발, 선시골 계곡~백암산 정상~백암폭포를 다녀오는 코스는 대략 5시간 정도 걸린다.
용소골 18km는 한마디로 우리나라에서 지리산 칠선골, 내설악 백담-수렴-구곡담 계곡과 더불어 가장 아름다운 계곡이다. 소의 규모와 깊이, 소의 숫자로 따지자면 응봉산 용소골을 빼고 첫손가락을 꼽을 곳은 없다. 용소골을 통과하고 나서 지나왔던 소가 도대체 몇 개나 되었는지 기억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응봉산 용소골을 다 빠져나오고 난 뒤 느꼈던 첫 번째 느낌은 용이 굼틀거리며 지나갔던 곳을 잘도 통과했다는 안도감 이었다. 바위협곡에 들어선 뒤 비라도 오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용소골에 들어선 사람들은 무서운 속도로 계곡을 통과하게 마련이어서 사실 사진찍을 시간도 만만치 않았다. 용소골-덕구온천 코스는 총길이 32킬로미터에 가까운 장거리 산행코스이다. 웬만한 건각이라도 하루에 주파하기에는 짧지않은 거리이다. 전날 태백을 거쳐 풍곡리로 들어와 모르쇠 농원에서 1박하고 새벽 5시에 길을 떠났다. 용소로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속으로 산행이 순조롭기만을 빌었다.
사진:1용소
4시에 일어났을 때 이미 희뿌옇게 날이 밝아오고 있어서 놀랐다. 서울이라면 5시무렵이 되어야 날이 새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민박집 주인이 아직 산을 넘어보지 못했다며 따라나서는 바람에 일행이 되어 덕풍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덕풍까지 길옆으로 전개되는 계곡도 범상하지가 않았고 그 중에서도 직소라고 한다는 폭포와 소도 용소골의 전주곡 같이 빼어난 경관을 보여 주었다. 폭포와 소는 그 자체로도 훌륭한 경관이지만 이것은 응봉산 용소골의 서주에 불과하다. 풍덕에서 덕풍까지는 바람같이 걸어도 1시간 10분쯤 걸린다. 그래서 용소골을 횡단하려면 덕풍에서 1박해야 한다. 실제로 이날도 덕풍에서 자고 출발하는 사람들과 합류하여 계곡을 통과했다. 걷는그럴 경우 걷는 거리는 6킬로미터 정도 줄어든다. 응봉산 용소골을 횡단하려면 최소한 30킬로 이상의 장거리 산행을 해본 사람으로 건각에다 약간은 바위를 탈 줄 아는 경험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자연의 오묘함과 물과 계곡, 소와 암반에 대한 나름대로의 식견과 애정도 필요하다. 남이 간다니까 따라가본다는 식이면 낭패를 볼 것이 분명할 정도로 코스로서는 악전고투라고 할만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계곡변 슬링을 제대로 잡지 못해 팬츠바람으로 뻐속까지 저려오는 1미터가량의 계류를 건느는 경우도 있다.
사진:위험지역 - 슬링을 잡고 내려서야 한다.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는 수위이상으로 물이 차오르면 지나가기 어렵다.
볼만한 곳은 부지기수이지만 용소골인 만치 용소(특히 1용소의 규모와 생김새며, 먹물을 풀어놓은 듯이 시커먼 심연의 색깔은 금방 용이 솟아 나올 것만 같다)가 인상적이다. 1용소의 안쪽 암벽은 오랜 세월 용소골의 폭류에 씻기고 닦이어 매끄러운 느낌을 주는데 위협을 주는 것은 매끄러운 느낌이 아니라 매끄러운 바위가 직벽을 이룬다는 점과 그것이 병풍을 둥글게 오므린 듯 소를 감싸고 있다는 점이었다. 두번째 용소는 한쪽으로 바위틈을 깎아 사람하나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만큼 길을 낸 곳인데 용소를 보면서 그 길을 올라가자면 신경깨나 써야 한다. 가다가 보면 개울속 반반하던 암반에 느닷없이 검은 타원형 구멍이 뚫려 있는 듯한 소도 있는데 그 소는 지축을 향해 뚫어진 구멍같다. 용소도 볼만하지만 계곡 중간 쯤에 있는 바위의 대협곡에 들어서면 간담이 서늘해진다. 이곳까지는 화강암류의 소와 협곡과 암반과 바위를 잡고 딛고 지나 왔지만 여기서는 뜻밖에도 화강암이 아닌 바위(각진 돌이 잘게 부서지는 분홍빛이 도는 바위였다) 가 사방을 에워싸고 있다. 오직 물길만이 암반위를 홈을 판 듯이 나 있고 한쪽 바위는 높직한 곳에 오버행을 이루고 있어 갑자기 협심증이라도 걸릴 것 같은 느낌이 온다. 길지는 않으나 독특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응봉산 용소골의 계류는 맑지만 노리께하 고 차가우며 버들치가 많아 물반 고기반이라 할만하다. 어항을 넣어 버들치를 잡아 산채로 고추장에 찍어먹는 사람들을 보았는데 보기 좋은 풍경은 아니었다. 그들은 나에게도 권하며 "달다 달아."했다.
사진:온정골(덕구온천쪽)의 소
용소골이 칠선계곡이나 내설악계곡과 다른 것은 올라가는 길이 거의 없는 평탄한 코스라는 점에 있다. 하지만 바위를 타고 오르락 내리락 해야하는 수고가 만만치 않다. 어떠한 경우에도 날씨가 나쁠 때에는 산행자체를 포기해야 한다. 미끄러운 곳이 많고 폭우가 오면 피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기라고 할 수 있는 보리가 익는 6월초순이 적당하다고 생각되어 이때를 택해 응봉산 용소골 횡단을 결행했다. 초입에서 작은 당귀골의 응봉산으로 올라가는 육산능선이 나오기까지 5시간동안은 오직 바위, 암반, 소와, 폭포만을 보며 울퉁불퉁한 바윗길을 걸어가야 한다. 전체적으로는 5시간 계곡산행동안 급격하게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곳은 없다.
숙박기타: 태백에서 호산으로 가는 가곡천을 따라 내려오면 중간에 풍곡리가 있다. 이곳엔 마을이 있고 모르쇠농원 등 민박집이 있다. 덕풍에는 이희철씨댁에서 민박이 가능하다.(0397-72-7378)가곡자연휴양림: 0397-73-4657(풍곡리에서 1킬로정도 떨어져있다
피서의 계절이 돌아왔다. 어디로 갈 것인지 고민이다. 매년 돌아오지만 고민은 매년 반복된다. 계곡, 산, 해수욕장 등 어디를 우선 지역으로 꼽을까 계획을 이리저리 세워본다. 마음에 쏙 들어오는 게 없다. 어디 좋은 장소가 없을까?
▲ 덕풍 마을에서 1.7km 지점에 있는 제1용소.
계곡을 중심으로 산행과 해수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떠나보자.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경계에 있는 응봉산(998.5m)의 계곡, 덕풍계곡이다. 덕풍계곡은 삼척 방면에 있다.
이곳에서 승용차로 30분이 채 안 걸리는 곳에 동해안 해수욕장들이 펼쳐져 있다. 계곡은 여름 피서지로 최근 들어 더욱 각광받고 있는 곳이다. 해수욕장으로 가는 피서객은 점점 줄어들고, 산과 계곡을 찾는 피서객은 늘고 있는 추세다. 가만히 앉아서 여가를 즐기는 것보다 산행이나 체험을 통해 적극적으로 여가를 즐기려는 세태의 반영이다.
▲ (좌)계곡 들어서기 전 등산로를 걷고 있는 일행들.(우)물을 피해 걷는 일행.
덕풍계곡 마을도 벌써 피서객 맞을 준비를 끝냈다. 당일 체험 프로그램에서 1박2일, 2박3일, 3박4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계곡에 야영하거나 주변에서 민박이나 펜션에 머물며 응봉산 산행과 동해안 해수욕을 즐기려면 최소 3박4일의 일정을 짜야한다.
덕풍계곡의 원천이며 산행 중심지인 응봉산은 동해를 굽어보는 산의 모습이 매를 닮았다 해서 이전에는 매봉이라고 불렀다. 산세가 매우 험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전설에 의하면 울진에 사는 어느 조씨가 사냥 중 놓친 매를 이곳에서 찾았다 해서 응봉이라 이름 붙여졌다고 정상 표지석에 적혀있다. 산세가 험해 등산로는 아직 정비돼 있지 않은 상태다. 삼척시에서 등산로 정비를 위해 올해 용역작업을 끝내고 내년부터 본격 등산로 정비작업을 할 계획이다.
덕풍계곡의 길이는 총 13km가 넘는다. 지리산의 칠선골, 내설악 백담~수렴~구곡담 계곡과 더불어 남한에서 가장 긴 계곡에 해당한다. 계곡이 길면 그만큼 아름답고 험하다. 삼척10경 중 1경이 바로 덕풍계곡이다. 가장 아름답다는 의미다. 소(沼)의 규모와 깊이, 숫자로 따진다면 단연 으뜸이다.
계곡의 유래는 신라 진덕여왕 때 의상조사가 나무 비둘기 3마리를 만들어 날려 보내자, 울진 불영계곡과 안동 홍제암, 그리고 덕풍계곡에 떨어져 깊은 계곡이 생겼다고 전한다. 용소골에 나무 비둘기가 떨어지자 이 일대는 용이 하늘로 승천하고 홍수가 범람하는 등 천지개벽이 일어나 아름다운 산수의 조화를 이루게 됐다고 한다. 물도 풍부하다. 계곡의 물은 마를 날이 없고, 반대편 울진쪽으로는 유명한 덕구온천이 자리 잡고 있다.
▲ 계곡의 짙은 물속에 비친 나무들이 등산객과 물과 아름다운 조화를 연출하고 있다.
덕풍계곡 야영 연 5만여 명 이용 덕풍계곡 마을 초입에서 철다리 4개를 건너서까지 4km가 조금 넘는다. 덕풍계곡 마을에서 네 번째 철다리 바로 아래까지 관리하고 있다. 성수기가 되면 피서객들의 야영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매워진다. 연간 5만여 명이 다녀간다.
덕풍 양지 마을이나 바로 앞 굉이 마을에서 1박하고 마을 끝에서 계곡산행을 즐긴 뒤 응봉산 정상을 밟고, 능선을 타고 덕풍 마을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로 사전 답사했다. 이 마을 터줏대감이자 새마을 지도자이며, 응봉산 산악구조대원인 이경일(46)씨가 안내를 했다. 또 사진작가 손재식씨와 그 팀들이 점심때까지 산행에 동행했다.
▲ (좌)울진군에서 세운 응봉산 정상표지석.(우)소 옆으로 난 철제 등산로를 따라 오르고 있는 아마추어 사진팀들.
아침 식사를 마치고 8시30분 일제히 출발이다. 출발지에서 제1용소까지 약 1.7km다. 초입에서 잠시만 산행길이었을 뿐 바로 계곡으로 들어섰다. 정비되지 않은 길이다. 몇 년 전 태풍 매미와 루사의 피해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응봉산에서 호산 해수욕장까지 임목 수탈용으로 사용했던 철로레일의 잔재도 곳곳에 눈에 띈다.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앙상한 철구조물만 그 아픈 역사를 대변하고 있다. 응봉산은 경북 울진과 봉화, 강원 삼척의 경계에 있다. 봉화는 전국에서 수탈했던 나무들의 집결지였다. 봉화에서 응봉산을 거쳐 계곡이 바다로 접하는 덕풍계곡을 이용해 임목을 일본으로 가져갔던 것으로 짐작됐다.
이경일씨는 산악구조대원답게 계곡길도 날다람쥐 같이 사뿐사뿐 날아갔다. 손재식씨 일행은 계곡의 아름다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사진 애호가들이니 깊은 덕풍계곡의 풍광에 반할만도 했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연신 셔터를 눌렀다. 이경일씨는 한참 가다가 30분 정도 쉬고 있으면 사진팀들이 도착했다. 조금은 지겨울 것 같았다.
▲ 제1용소에서 1.1km 위에 있는 제2용소.
출발한 지 50분만에 제1용소가 보였다. 약 10m에 가까운 폭포가 지상에 거침없이 내려앉고 있었다. 물은 전부 녹색 빛을 띠어 수심을 가늠할 수 없었다. 계곡 상류부터 낙엽이 쌓여서 물에 그대로 녹아 녹색 빛을 띤다고 이경일씨가 귀띔했다. 마치 녹차 같아 보였다. 수심이 깊은 영향도 있을 것이다.
옛날엔 소의 깊이가 수십여 미터에 달했으나 울진쪽 응봉산 자락에 있는 광산으로 토사가 밀려와 계곡 전체가 많이 메워졌다고 했다. 소가 메워지니 자연 깊이도 얕아지고 생태계도 무너지고 있다고 전했다. 버들치, 산천어 등 물고기들이 너무 많아 말 그대로 ‘물 반 고기 반’인 시절이 불과 30여 년 전이었다. 그 많은 토사가 밀려와도 용소의 수심은 육안으로 가늠하기 힘드니, 30년 전에는 어느 정도였단 말인가. 수심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과거 10여m에 달했다는 말에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 그만큼 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