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고비사막
그 유명한 낙안 왕소군이 양국 兩國의 우호 友好를 위하여, 눈물을 흘리며 험지인 흉노로 떠나갔던 그 고비사막이다.
‘고비’ Gebi란 몽골어로 ‘풀이 잘 자라지 않는 거친 땅’ 즉, 사막이란 뜻이다.
그러니, 몽골에서 ‘고비사막’이라고 호칭하면 현지인들은 웃는다.
“고비사막”이라고 하면 “고비, 고비”란 의미가 된다.
즉, “사막, 사막”이란 뜻이 되기 때문이다.
사막의 이름 즉, 호칭이 고유명사 固有名詞처럼 쓰이는 ‘고비’가 아니란 뜻이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역전 앞(驛前 앞 - 역앞의 앞)’ ‘모래 사장’(모래 沙場 - 모래, 모래판)처럼,
우리말과 한자가 중첩 重疊되는 낱말과 같은 표현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지인들은 ‘남쪽 고비’ 혹은 ‘넓은 사막’이라 부르는 것이 올바른 호칭이라고 여긴다.
묘하게도 북아프리카의 세계 최대 면적의 사하라사막의 사하라(Sahara)라는 뜻 역시, 사막이란 의미이다.
고비사막은 남서쪽에서 북동쪽까지의 사선 모양의 거리가 1,600Km이며,
북에서 남으로는 800Km에 이르는 광활한 넓이를 자랑한다.
중부 일행은 고비사막 북쪽의 반목초지를 따라 서쪽으로 이동하였다.
중부를 비롯한 사로국 일행들은 자신들의 처지가 왕소군과 흡사함을 느낀다.
자신들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어찌어찌하다 보니 이곳 사막까지 와 버린 것이다.
금수강산 錦繡江山으로 알려진 고향, 사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낯설고 물선,
너무나 멀고 먼 험지 險地인 이곳까지 와 버렸다.
이제는 가족들도 보고 싶고, 물 맑고 산 좋은, 고향 산천이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두 사람은 예외다.
가마우지와 민들레는 하루하루가 즐겁다.
그들은 둘만 같이 있을 수 있다면 사막이 아니라, 얼음 구렁텅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더구나,
금성부에서는 두 사람에게 특별히 지원해주는 혜택이 있었다.
작은 게르를 별도로 지어준 것이다.
신혼 주택을 무상으로 제공해 주는 것이다.
돌식이가 게르 자재를 가져온 책임자에게 묻는다.
“우리도 결혼하면 게르 자재 資材를 무상 無償으로 지원해줍니까?”
“네, 그렇답니다"
“그래요, 틀림 없죠?”
"그리고, 자재를 옮길 수 있는 마차도 드린다고 합니다.”
주위에 있던 일행 모두가 이구동성 異口同聲으로 합창한다.
“보름 후에 게르 열 채 가져오세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사전에 담합 談合한 것도 아닌데, 입 놀임이 일사불란 一絲不亂하다.
자신들의 희망 사항이다.
둘이 그렇게 정답게 지내자 다른 일행들은 질투가 생기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위로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사로국 출신 모두가 자신들은 몰랐지만, 이 모든 것이 금성부가 바라던 계획 중의 하나였다.
기후가 더운 여름철이다 싶더니 어느새 아침저녁으로 찬 기운이 돈다.
고원의 여름은 짧다.
그때 즈음 제법 큰 개울이 나타났다.
그곳에서 앞서갔던 이주민 무리와 만날 수 있었다.
드넓은 초원 지역 이곳저곳 곳곳에 게르와 양, 말, 낙타 등이 흩어져 있었다.
낙타를 처음 본 사로국 일행들은 신기하기만 하였다.
덩치가 소나 말보다 훨씬 더 큰 쌍봉낙타를 가까이에서 보니, 자신도 모르게 위압감 威壓感을 느끼게 된다.
* 쌍봉낙타
북동아시아의 사막과 초원에 서식하는 낙타의 한 종류이다. 이름과 같이 쌍봉낙타는
단봉낙타와 달리 두 개의 혹이 있다. 따라서 사람이 타기에 안정감이 있다.
낙타의 목뒤 쪽으로 불거진 혹이 앞뒤에서 지지해주니 별다른 도구나 안장 없이도 탈 수 있다.
무게가 500Kg ~ 1 t이다.
단봉낙타보다 튼튼하며 사지는 굵고 짧다. 육봉의 혹이 두 개이며 털은 길고 뻑뻑하다.
발바닥은 넓적하고 단단하여 모래나 바위, 자갈이 많은 구릉지에 적합하다.
포유류 중에서 가장 사막에 특화된 동물로서 자연재해에 강하고 힘이 좋아 ‘사막의 배’라고도 불린다.
한 달가량 장시간 물을 먹지 않아도 견디며, 한꺼번에 물을 50리터(L.두 말 반) 이상을 마시기도 한다.
등의 혹은 지방질이 가득 차 체내 영양 공급원이 되며, 이 혹이 시들거나 넘어져 있을 때는 영양상태가
좋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 이 혹을 육봉(肉峰)이라고 한다. 영양 공급을 다시 해주면 육봉도 원상태로 복원된다.
사로국 출신과 청하 문도들은 반 사막화 지역을 닷새 동안 이동하였다.
대부분이 젊은이들이라 사막지대는 생소한 지역이였다.
처음 이틀 동안은 끝없이 펼쳐진 모래밭이 젊은 호기심을 유발 誘發시켜 신기하기도 하였으나, 사흘이 지나자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하였다.
먼저, 눈앞의 정경이 늘 상 똑같았다.
모래 등성이가 저 멀리 보였으며, 가시로 무장한 키 낮은 관목 灌木과 뾰족하면서도 강인해 보이는 가느다란
잎을 지상으로 내밀고 있는 풀들이 여기저기 무더기로 나 있는데 마치, 오래 묵은 나지막한 무덤처럼 모래를
껴안고 있는 모습들이다.
모래 위의 풀들은 특이하게도 서로 작은 무리를 지어, 바람에 날아오는 모래와 그 먼지들을 품어,
자신의 뿌리를 덮고 보호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었다.
스스로 모래톱을 만들고, 주위를 성처럼 쌓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작은 풀 무더기는 한 뼘 정도 지표면보다 높게 모래톱을 쌓고 있으며,
큰 집단을 형성하고 있는 풀 무더기는 감 싸안고 있는 모래톱의 높이가
주위 지형에 비하여 성인의 무릎과 비슷할 정도로 높았다.
그러니,
여기저기
풀들이 모여
강인하게 자라나는
그 모양새가 마치,
관리하지 아니하고 버려진
오래된 묘지와 비슷하게 보였다.
모래뿐인 지형과 환경에 맞추어
미량의 수분이나마 보존하려고,
생명의 근원인 뿌리를 보호
하려는 본능으로 길고 긴
세월 동안 메마른 모래땅에
적응 진화 進化 시켜온
즉, 사막에 특화
特化된 초목
草木들이다.
눈에 보이는 주변 경치는 그것뿐이었다.
어제 본 것과 오늘 보는 주위 경관이 똑같다.
따라서 아마도,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그럴 것이라고 짐작된다.
그런 단순 삭막한 주변 경관에 식상 食傷함을 느끼며, 동료들과 이동하고 있던 이슬비는 언젠가부터
뒷머리가 한 번씩 간지러운 느낌을 받는다.
누군가가 자신을 계속해서 주시 注視하는 느낌이다.
아마 반사막 지역에 들어설 때부터 시작된 기분이다.
감시당하는 듯한 기분에 한 번씩 뒤돌아보거나, 주위를 둘러보아도 부담스러운 눈길이나
이상스러운 것은 보이질 않았다.
주변인들 모두 친한 동료들이고 오라버니인 중부의 친구들 뿐이다.
그런데도 계속 신경이 쓰였다.
분명히, 자신이 잘 아는 눈길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낯선 시선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악감정을 지닌 눈길은 아닌 것 같다.
젊은 처녀의 직감이다.
그러나, 신경이 쓰이고 기분은 별로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가까운 곳이 아니라, 제법 거리감이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삼사일 고민하다가 오라버니 중부에게 이러한 느낌을 얘기하였다.
중부는 동생의 말을 듣고는 긴장한다.
어머니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사라지고, 박지형의 제자도 실종되어 종적이 묘연한 시점인 지금,
슬비가 어떤 시선을 계속 느끼고 있다니 불안해진다.
사라진 어머니의 행적도 현재까지 오리무중인데 지금 또, 여동생이 이상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와 걸걸 천 부장 자녀들의 실종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할 수도 없다.
그렇게 불편한 심기를 삭이고 억누르고자, 눈길을 돌려 먼 산을 바라 보았다.
그 찰나,
무리의 뒤편, 오른쪽 구릉 위 바위 뒤쪽으로 조그마한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을 얼핏 보았다.
중부는 곁에 있던 담비를 보며, 손을 들어 따라오라는 시늉을 하고는 말을 몰아, 그림자가 사라진 방향으로 달려갔다.
이중부와 담비가 급히 말을 몰아가는 것을 곁에서 바라본 우문청아도 영문 모른 체,
사부와 담비의 뒤를 쫓아 말을 몰아 달려간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이슬비와 박지형도 무심결에 차례로 우문청아의 뒤를 따라 말을 몰았다.
우문 청아가 구릉 뒤쪽으로 돌아가니, 담비가 말에서 내려 장정 두 명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중부는 마상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었고, 주위에는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중년의 장정이 왼손에는 짧은 채찍을 들고, 10살 초반으로 보이는 어린 목동 牧童 대여섯 명에게 옆에 있는 양을 가리키며 무엇인가 설명하고 있었으며, 주변에는 300여 마리의 양과 염소가 여기저기 흩어져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얼른 보기에는 부모 없는 고아들을 모아 양치기 요령을 가르치는 모습이다.
중년의 장정이 그 무리의 책임자 같아 보였다.
움직이는 무리수가 많다 보니 이동 중에 부모를 잃어버렸거나, 친척들과 헤어진 고아들이 발생하자,
이들을 모아 초원 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지식을 가르쳐주는 탁아소 託兒所 비슷하게 운용하는 제도가 있었다.
그렇게 몇 달 동안 지내면, 부모가 나타날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을 경우는 양부모가 입양 入養하는 제도이다.
- 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