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원역에서 무궁화 첫차를 타고 영등포역에서 하차한 다음 3km 떨어진 행사장까지 워밍업주로 달려갔다. 실제로 지하철을 이용하여 대기하거나 환승하면서 시간 허비하느니 아까운 시간, 조깅으로 몸을 풀 수 있어 여의도 대회가 좋다. 안개비가 계속 내리지만 달리기에 방해가 되는 정도는 아니었다. 온도도 적당하다.
5분 25~30초 페이스로 출발을 했다. 달리다보면 페이스가 맞는 그룹을 만나게 된다. 오늘은 젊은 선수로 구성된 스마일러닝크루팀과 자연스럽게 동행하게 되었다. 팀의 특징은 케이던스가 무척 높다는 것이다. 몸에 굳어진 습관을 바꾸기 쉽지 않지만 나도 그들의 케이던스에 보폭을 맞췄다. 보통 한 호흡에 한 발짝을 움직이지만, 호흡이 갑자기 높여진 케이던스를 따라가지 못하여 몇 번이나 엉켰다. 그만큼 습관을 바꾸기 쉽지가 않다.
계속 흐릴 것 같은 날씨는 햇볕이 나며 온화한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노면은 여전히 물이 고여있는 곳이 많아 주행 중 물웅덩이를 우회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 1차 반환점을 돌아 안양천으로 진입하자 햇볕을 안고 가야했다. 어느새 스마일러닝크루팀 주자들은 흩어지고 혼자 달리고 있을 때, 주자 한분이 나를 지나치며 발을 끌고 있다는 지적을 했다. 힘이 들면 으레 나타나는 발 끌림 증상을 정확하게 지적해 준 것이다. 마라톤 시작했을 때 들었던 지적인데 20년이 넘었어도 발 끌림 증상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았다. 의식하면서 달리지 않으면 곧잘 나타난다.
안양천 2차 반환점에서는 인천사랑마라톤클럽 5~6명과 함께 5분20초 페이스로 함께 움직였다. 끝까지 그들과 함께 움직였으면 3시간 50분 완주는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31km 지점 보급터에서 바나나를 챙기면서 그들을 놓치게 되자 도무지 따라갈 수가 없다. 5분 40초대로 페이스가 내려앉더니 36km 지점에서는 6분주로 또 내려앉았다. 최선을 다하는 것 같지만 속도는 더 이상 올라가질 않는다. 보폭을 짧게 해도 케이던스를 높일 수가 없다. 발 끌림은 소리가 날 정도로 더욱 악화된다. 인터벌 훈련이나 언덕훈련 없이 조깅만으로 대회에 임해서는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하다. 늦어도 53분 안에는 완주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6km를 남기고 떨어진 스피드 때문에 3시간 55분 1초로 골인한다.
울트라팀과 함께 독산동에서 오랫만에 비싼 소고기 안주로 막걸리 파티를 했다. 다음 주 송암친구의 부산비치 울트라마라톤 출정을 격려한다는 핑계다. 그들과 함께 하는 자리는 언제나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