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 銜 (이름 명 / 직함 함)
- 대나무를 깎아 이름을 적은 것에서 비롯된 것 -
名銜의 사용, 개인 홈페이지의 운용, 남성들의 성형수술 증가. 이는 요즘의 젊은층이 주로 사용하는 자기 홍보 수단들이다. 名銜의 경우,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에 따라 이와 관련된 프로그램이 성행하고 있을 뿐 아니라, 디자인과 칼라도 눈에 띄게 다양하고 다채로워지고 있다.
名銜은 옛날 중국에서 대나무를 깎아 이름을 적은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나무에 이름을 적어 가지고 다녔다는 점에서는 號牌(호패)와 같으나, 號牌가 오늘날의 주민등록증에 해당되는 신분증명서와 같아 제시용인데 반해 名銜은 상대방에게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號牌는 가짜 내지 복제품이 있으면 문제가 되고 名銜은 같은 모양이 다수 존재하는 것이 정상이다. 號牌는 발급받는 것이고, 名銜은 스스로 제작한다는 점에서도 다르다.
일본에서는 名銜을 名刺(명자, 메이시)라고 하는데, 刺에도 ‘명함’이란 뜻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名銜을 내놓는 것을 일러 投刺(투자)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名銜을 名片(명편, 밍피엔)이라 하며, 이는 名銜이 나무조각 등에 이름을 새긴 것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일 듯하다.
서양에서는 1560년 베네치아에 있던 독일 유학생이 귀국할 무렵에 신세진 교수들을 방문할 때 부재중인 상대에게 자기의 이름을 쓴 종이쪽지를 두고 온 것이 名銜의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동양에서 唐代(당대) 이전에 이미 名銜이 광범위하게 사용된 것과 비교해볼 때, 그 출발이 상당히 늦게 이루어진 셈이다.
조선후기의 風俗誌(풍속지)인 [경도잡지]와 [동국세시기]를 보면, 名銜의 일종인 歲銜(세함)에 관한 설명이 나온다. 정초에만 사용하는 名銜인 때문으로 歲銜이라 하는데, 주로 벼슬을 하는 사람의 집안에서 쓰였다고 한다. 이 경우, 방문객이 歲銜을 놓고갈 뿐 이들을 맞이하거나 배웅하는 일은 없었다고 하며 청탁 방지의 효과도 있었다고 한다.
銜은 名銜에서처럼 직함이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대개는 ‘재갈’이라는 뜻으로 쓰이며 재갈 물리는 것 또한 銜이라 한다. 말이 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나무를 물리는 것을 銜枚라 하는 것이 그 예이다. 그리고 적에게 항복하는 것을 일러 銜璧輿櫬(함벽여츤)이라 하는데, 이는 옥을 입에 물고 관을 등에 진다는 뜻이다. 銜은 이밖에 銜怨(함원)에서처럼 ‘마음속에 품다’는 뜻으로도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