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거 예술철학과 시의 본질
## 요약
이 글은 20세기 서양 철학의 대표적인 사상가인 마르틴 하이데거의 예술 철학과 시의 본질에 대한 심층적인 탐구를 담고 있다. 하이데거는 현대 과학 기술 문명을 '궁핍한 시대'로 비판하며, 예술이 존재자들의 진리를 드러내는 중요한 매개임을 강조한다. 특히 고흐의 그림을 통해 예술 작품이 사물의 본질과 세계, 대지를 함께 드러내는 방식을 설명하고, 예술의 본질을 '작품 속으로의 진리의 정립'으로 규정한다. 또한 시의 본질을 '존재의 집'으로서의 언어를 통한 존재의 수립으로 보고, 시인의 역할을 존재의 진리를 밝히고 인간이 '시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는 중요한 존재로 제시한다.
## 핵심 요점
### 하이데거의 현대 비판과 예술의 중요성
* 하이데거는 현대를 신들이 떠나버린 '궁핍한 시대'로 규정하며, 세계는 황폐해지고 신들은 떠나버렸으며, 대지는 파괴되고 인간들은 정체성을 상실한 시대라고 비판한다. [[7]] [[8]] * 이러한 '고향 상실의 시대'는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울지 모르지만, 모든 존재자에게서 존재의 무게와 충만함이 사라진 궁핍한 시대이다. [[9]] * 하이데거는 존재자들의 근원적인 존재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과학 기술 문명이 규정하는 모든 존재자에 대한 지배 의지를 포기하고, 존재자를 그 자체로서 존재하게 하는 태도('seinlassen')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11]] [[12]] [[13]] * 이러한 태도는 노자의 무위(無爲) 및 무위자연(無爲自然)과 상통하며, 서양 철학과 동양 철학 간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준다. [[14]] [[15]] [[16]] * 현대의 과학과 기술은 모든 존재자를 수리적으로 계산 가능한 에너지 저장원으로 보며 존재자들의 진리를 은폐하지만, 존재자들의 진리는 무엇보다도 예술에서 드러난다. [[16]] [[17]]
### 예술 작품의 근원과 진리의 개시
* 하이데거는 「예술 작품의 근원」에서 예술 작품에서 어떻게 존재자들의 진리가 개시되는지를 설명한다. [[19]] * 예를 들어, 반 고흐의 농촌 아낙네의 구두 그림에서 하이데거는 단순한 모방을 넘어 그 구두에 깃든 농부 아낙네의 삶의 고단함, 대지의 풍요로움과 거절, 그리고 삶의 애환 등 그 존재자의 진리가 열려 밝혀진다고 본다. [[20]] [[21]] [[22]] [[23]] [[24]] [[25]] * 고흐의 그림은 구두를 단순히 모사한 것이 아니라, 농부 아낙네가 살고 있는 세계와 이러한 세계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대지를 함께 드러냄으로써 구두의 진리를 드러낸다. [[27]] [[30]] * '대지의 해명할 수 없는 거절'은 대지가 인간이 자신을 남용하는 것을 거절하며 자신을 은닉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31]] * 우리가 사물을 단순한 도구로 보지 않고, 그것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계와 대지를 경험하면서 신뢰감(안정감, 정)을 느끼게 되면, 그것은 자체적인 존재와 무게를 갖는 것으로 나타난다. [[34]] * 하이데거는 이러한 사태를 "도구 자체의 '자기 안에 머무름'이 생기(生起, Ereignis)한다"고 표현하며, 이는 존재-진리가 인간과의 상호 관계 속에서 고유한 모습을 드러내는 사건을 의미한다. [[35]] [[36]] * 예술 작품은 사물들의 진정한 본질을 현출시켜 새로운 빛 안에서 드러나게 하며, 진정한 예술 작품에서는 진리가 작품 가운데서 자신을 드러내 보인다. [[39]] [[40]] * 예술의 본질은 존재자의 진리가 '작품-속으로-스스로를-정립하고-있음'이며, 이는 사방세계(대지-하늘-죽을 자-신들)와도 긴밀히 연결된다. [[45]] [[46]] * 작품은 자기 안에 정립되는 어떤 것이 스스로를 드러내 보일 때, 즉 사방세계를 펼쳐 보이면서 사물화하는 참다운 존재를 구현할 때 비로소 현실적인 예술 작품이 된다. [[48]] * 예술 작품 안에서 "스스로를 나타내 보임"(sichzeigen)이 곧 존재자의 존재의 빛남(Scheinen)이며, 이 빛남이 예술미의 본질이다. [[50]] [[52]] * 예술은 존재자의 존재의 빛남이 일어나는 비은폐성(alētheia, 진리)의 영역이다. [[53]]
### 시작(詩作)의 본질과 진리의 수립
* 모든 예술은 존재자로서의 존재자의 진리의 도래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그 본질에 있어 시작(詩作)이다. [[57]] * 여기서 시 짓기(시작)는 예술가가 상상력을 동원해 구성하는 활동이 아니라, 존재가 환히 밝혀져 존재하게 되는 열린 장을 "환히 밝히는 기투(企投, Entwurf)"이다. [[60]] [[61]] * 예술의 본질은 시 짓기이며, 시 짓기의 본질은 진리의 수립(Stiftung)이다. [[68]] [[69]] * 진리의 수립은 선사함(Schenken), 터닦음(Gründen), 시작함(시원始原, Anfangen)의 삼중적 의미를 갖는다. [[70]] * 진리의 수립은 존재의 새로운 차원을 열어주는 '넘쳐흐름'을 허용하는 선사함이다. [[72]] [[73]] [[74]] * 진리의 수립으로서의 터닦음은 역사적 민족이 내던져져 있는 삶의 터전, 즉 대지를 열어놓는 행위이며, 은닉된 공동체적 삶의 시원적 밑바탕을 밝히는 것이다. [[75]] [[76]] [[79]] [[80]] * 시원(始原)은 존재자로서의 존재자의 진리가 솟아나 펼쳐지는 존재의 심연이며, 앞으로 도래할 모든 것을 앞서 보내는 "앞선-도약(Vorsprung)"이다. [[82]] [[83]] * 예술은 진리를 솟아오르게 하여 그 진리를 수립하고 창작하며 보존하는 시 짓기이며, 예술 작품의 근원은 시 짓는 예술가이자 한 민족의 역사적인 터-있음의 근원이 된다. [[91]] [[94]]
### 언어, 시인, 그리고 '시적으로 거주함'
* 하이데거는 시를 모든 예술 중 특별한 위치에 두었으며, 예술의 본질을 시작(Dichtung)으로 규정할 만큼 시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96]] * 시작의 요체로서의 언어는 일반적인 표현 수단이 아니라, 근원적으로 존재-진리를 모아들이고 짓는 것이다. [[97]] [[99]] * 언어는 존재자를 비로소 열려진 터 가운데 가져오고, 존재자를 그것의 존재로부터 불러내어 다시 그것의 존재에로 불러들인다. [[100]] [[102]] [[103]] * 하이데거는 언어를 "존재의 집"이라 부르며, 인간이 역사적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가장 위험한 재보'로 본다. [[110]] [[111]] [[112]] [[113]] [[121]] [[122]] * 언어의 위험성은 존재의 자기 밝힘과 자기 숨김이라는 양면성에 기인한다. [[124]] [[125]] * 하이데거는 언어를 "대화"(Gespraech)로 규정하며, 인간의 존재는 언어에 근거하고 이 언어는 대화 속에서 생긴다고 말한다. [[128]] [[129]] [[130]] * 진정한 말함은 듣는 것이며, 듣는 것은 다시 말하는 것과 같다. 이는 존재의 고요한 소리를 듣고 그에 따라 말하는 것을 의미한다. [[137]] [[138]] [[139]] * 시작은 언어를 통한 존재의 수립이며, 이 존재는 신과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자에 앞서며 모든 것을 자기 안에 간직하고 머무르는 '상주하는 것'이다. [[142]] [[145]] * 상주하는 것은 덧없이 사라지는 것이기에 언어라는 '텃밭'을 통해 수립되어야 한다. [[148]] [[151]] [[154]] [[155]] [[156]] * 시인은 존재를 언어에로 데려오는 자이며, 모든 사물들을 그 본질에서 명명하여 존재자가 자신을 드러내도록 한다. [[159]] [[160]] [[164]] * 하이데거는 "인간은 이 땅 위에 시적으로 거주한다"고 말하며, 인간 존재의 본질이 존재와 대화하고 존재를 수립해 나가는 것임을 강조한다. [[168]] [[169]] * 시인은 성스러운 존재와 가사적 인간 사이에 놓인 "반신"으로, 존재의 소리와 모습을 들을 수 있는 깨어있는 자이며, 근원 가까이 머무는 자이다. [[171]] [[172]] [[173]] [[175]] [[189]] * 시인은 인간이 고향에 거주하도록 거주함의 터를 닦아주고 정초하며, 인간들을 근원으로 실어 나르는 "사공"이다. [[187]] [[188]] * 하이데거는 '죽은 시인의 사회'로 불리는 현대 과학 문명 시대를 '궁핍한 시대'로 규정하며, 이러한 시대에 시인에게 존재의 진리를 성취하는 엄숙한 사명을 부여한다. [[190]] [[191]] [[192]] [[194]] * 시인의 고독은 존재와 인간 사이에 홀로 내던져져 도래할 존재의 침묵의 소리를 듣고, 인간이 시적으로 살 수 있도록 터전을 일구어야 하는 운명 때문이다. [[195]] [[196]]
### 하이데거 예술 철학의 의의
* 하이데거는 서양의 전통적 형이상학적 과제를 해명하기 위해 새로운 존재 사유를 제시하며, 플라톤이나 헤겔과 달리 '존재'를 새롭게 해석했다. [[198]] [[199]] * 그의 존재 사유는 노자의 '도덕경'과 상당한 공통점을 보여주며, 서양 철학의 한계를 동양 철학에서 출구를 모색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201]] [[202]] * 하이데거의 사상은 현대 과학 문명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