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통신 44/191203]‘인간극장’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KBS1 5부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하면 누구라도 ‘인간극장’이라고 정답을 맞출 것이다. 몇 회나 됐을까? 이번주 방영중인 <내 남편은 무하마드 박>이 4382회란다. 대체 언제부터 해온 프로그램일까? 모르긴 몰라도 최장수 프로그램일 듯. <한국인의 밥상> 만큼이나 좋아한다. 매주 수요일 저녁인가 하더니, 언제부터인가 아침에 하는 바람에 즐겨보던 프로를 보지 못한 속상함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백수, 아니 완전한 자유인으므로 어지간하면 빠트리지 않고 보는 프로 중의 하나다. 어느 것 하나 재미있지 않은 게 없다. 아니, ‘재미’라고만 하면 안될 말이다. 시간만 있다면 누군들 이 프로를 좋아하지 않겠는가.
오늘 아침 본 <내 남편은 무하마드 박>이 그렇고, 지난주 방영된 <내 사랑, 성사보>도 그렇다. 한마디로 중년과 노년부부의 사랑 이야기라고 보면 된다. 그걸 보면서 왜 이렇게 가슴이 먹먹하고 뭉클하면서도 내 자신에 대해 반성이 되는 걸까. 아마도 프로를 처음 만들었을 때의 제작진 의도대로 ‘타인들의 삶에 대한 공감의 폭을 넓히고, 자신의 삶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장삼이사, 그들의 삶의 모습이 나에게 ‘거울’이 되기 때문이다. 어느새 6학년 3반. 결혼생활 35년이 되고, 요즘 격주말 또는 월말부부로 떨어져 살다보니, 이들 주인공 부부의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이 더욱 살갑게 느껴진다. 아내의 소중함에 목까지 메인다. 자식을 잃고 우울증에 걸린 70대초 아내를 위한 남편의 배려, 외국인 연하 남편을 믿고 귀촌하여 바지런하게 살아가는 낯꽃 좋은 50대초 한국아줌마. 매일 일상에서 소박한 행복을 가꾸는 그런 부부들의 삶이 부럽기까지 한다. ‘아내에게 잘해야겠다’ 등등등등, 그들에게서 배울 것이 너무 많다. 역시 “사랑”이라는 두 글자는 우리 삶의 영원한 화두인 듯하다. 그래서 나는 ‘인간극장’ 프로를 좋아한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인공들이 대부분 할머니와 할아버지였다. 최근에 출연진이 연령대·직업별로 많이 다양해진 것같다. 운좋게도 나의 부모님도 ‘인간극장’ 주인공이 되었다(‘총생들아 잘 살거라’ 2016년 11월 7∼11일). 당시 카메라감독에게 물었다. “맨날 노인들만 나오면 시청자들이 식상하지 않겠느냐”고. 감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불패老人不敗’이다”고 말했던 게 생각이 난다. 자기네 프로덕션은 줄기차게 ‘노인’들을 고집한다고 했다. 왜 그럴까? 그것은 곧 우리도 노인이 되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분들의 모습이 곧 우리의 미래상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 프로는 연출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라 한다. 3주 동안의 밀착취재. 실제로 겪어보니, 워낙 가까이서 취재를 하므로 주인공들이 취재진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너무 자연스럽게 행동한다는 거다. 찍거나 말거나. 우리 부모님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토방에서 무슨 일을 하시다 이구동성으로 "70년을 꼬박 살았는데, 이제 한날 한시에 가는 것이 최고의 소원" "저승에서도 만나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입 발린 거짓말이라고 말하는 자, 죄받을진저!) 고 말하는 장면에서, 어머니가 “저그 아버지(엄마가 아버지를 지칭하는 칭호)가 애썼다”며 갑자기 아버지의 뒷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으시는 거다. 감독에게 “그렇게 하라고 시켰느냐”고 물었다. 전혀 아니었고, 자기도 그 장면에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아버지는 가만히 계시다 어머니가 여러 번 쓰다듬자 눈시울이 뜨거워지신 듯한 모습을 보였다. 자식된 자, 어찌 뭉클하지 않았으리오. 그런 장면, 장면들이 아주 오래도록 기억될 한 편의 추억이 되었다. 어머니 장례식장에서 이 5부작을 이틀 동안 연속으로 틀게 된 것도 결코 흔치 않은 일이었으리라.
아무튼, <인간극장> 프로는 수신료로 언제까지 제작. 방영되어도 조금도 아깝지 않은, 우리에게 교훈까지 주는 좋은 프로그램에 틀림없다. I love 인간극장.
첫댓글 눈을 감아도 생생히 떠오르는 부모님 얼굴
친구의 글을 읽으며
돌아가신 후에도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불효하는 기분이 앞서네
눈이 많이 오면 무덤이 무거울텐데ㆍㆍㆍ
추우실텐데ㆍㆍ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