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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산악회 한강기맥 종주팀 10구간 산행 계획에 따라 '진고개 → 동대산 → 두로봉 → 상왕봉 → 비로봉 → 호령봉 → 1,315 → 1,282 → 1,374 → 1,432 → 계방산 → 운두령'의 31km 코스를 12시간 동안 달릴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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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11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면적은 327.904㎢이다. 해발 1,563m의 비로봉을 주봉으로 동대산(1,434m), 두로봉(1,422m), 상왕봉(1,491m), 호령봉(1,561m) 등 다섯 봉우리가 병풍처럼 늘어서 있고 동쪽으로 따로 떨어져 나온 노인봉(1,338m) 아래로는 천하의 절경 소금강산이 자리하고 있다. 또한 서쪽에는 설경이 아름다운 계방산(1,577m)이 자리 잡고 있다. 오대산국립공원은 우리나라 문수신앙의 성지이자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였던 오대산 사고가 있던 역사적 장소이자 백두대간의 중추로 생태적 가치가 높은 장소이다. – 국립공원공단
계방산(桂芳山)
높이: 1,577.4m
위치: 강원특별자치도 홍천군 내면 대한동길 363-8(내면 창촌리 산3)
소개
계방산은 한국의 100대 명산에 선정된 산으로 백두대간 제26구간 두로봉에서 오대산을 거쳐 한강 변까지 뻗어 내린 한강기맥 중에서 제일 높은 산이며 우리나라에서는 한라산(1,950m), 지리산(1,915m), 설악산 (1,708m), 덕유산(1,614m)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은 산이다. 산행 들머리는 자동차로 넘나드는 고개 중 제일 높다는 1,089m의 운두령에서 시작하게 되므로 높은 산이지만 유순한 산세로 산행 부담이 없고 겨울철에는 적설량이 많아 눈길 산행을 즐기는 등산인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해발 1,577m의 고산으로 태백산맥의 한줄기이며, 남한에서 4번째 높은 운두령(해발 1,089m)이 산자락을 휘감고 있다. 각종 약재, 야생화 특히, 산삼이 유명하며, 주목,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눈 덮인 전나무숲이 절경이다. 인근에 있는 이승복 생가 및 방아다리 약수와 연계가 가능하다. – 홍천군
한강기맥(漢江岐脈)은
오대산국립공원의 두로봉(1,422m)에서 시작하여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의 두물머리(북한강과 남한강의 합수점)까지 이어지는 총길이 167km의 산줄기다.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나와 북한강과 남한강을 가르며 서쪽으로 가다가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지점인 두물머리에서 끝이 난다. 주로 800m 이상의 높은 산들로 이루어져 있고 길이가 남한의 다른 기맥보다 길어 정맥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오대산(1,539m), 계방산(1,577m), 발교산(995m), 용문산(1,157m), 청계산(656m) 등을 지나며 도중에 주왕지맥, 춘천지맥, 백덕지맥, 성지지맥 등이 분기한다. - 위키백과
강원 평창 진부의 오대산은 해발 1,400m가 넘는 동대산(1,434m), 두로봉(1,422m), 상왕봉(1,491m), 비로봉(1,563m), 호령봉(1,561m)의 다섯 봉우리가 원을 그리고 있어, 환 종주 산행에 딱 맞다. 하지만, 해발 1,561m로 다섯 봉우리 중 두 번째로 높은 호령봉은 국립공원공단에 의해 출입이 막혀, 다섯 봉우리 종주는 쉽지 않다. 덕분에 다른 네 봉우리를 두 번 이상 오르는 동안[산행기], 호령봉은 오르지 못해 늘 아쉬웠다. 그렇게 공단에 의해 막혀 오르지 못한 봉우리가 한반도 여기저기 꽤 된다. 그러다, 더는 갈 만한 산이 없어, 2023년부터 국립공원 중 오르지 못한 봉우리, 또는 마음만 있었지 달리지 못한 종주를 하기로 하고, 하나씩 실천에 옮기는 중으로, 당연히 오대산 호령봉도 목록에 있다. 해서 시기만 보고 있다가, 2023년 12월 20일 대기업 안내산악회의 오대산 종주 또는 선재길 탐방에 따라나섰으나, 전날 내린 폭설로 예정에 없던 종주도 못하고, 선재길을 걸으며[산행기] 호령봉 들머리와 날머리를 확인하는 것에 만족하고, 오르는 건 2024년을 기약했다.
비록 2023년 12월 폭설로 오대산 호령봉에 오르는 건 실패했으나, 호령봉에 접근할 수 있는 괜찮은 방법을 찾았다는 것에 만족했다. 이후 선재길 도보 코스가 포함된 오대산행이 공지됐는지 자주 이용하는 세 개 안내산악회뿐만 아니라, 거의 이용한 지 3년이 넘은 두 개 안내산악회의 일정 게시판까지 주시했다. 그런데, 선재길 도보는 겨울철 특별 상품인지 봄, 여름에는 없고, 10월로 들어서자, 산악회 일정 게시판에 하나둘 등록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전 가격으로 승부하는 안내산악회에서 백두대간 종주가 끝나자, 정맥과 기맥, 지맥 종주를 시작하더니, 마침내 백두대간 오대산 ‘두로봉’에서 분기해 양평 ‘두물머리’에서 끝나는 한강기맥 종주를 시작했다. 한강기맥은 위의 소개대로 오대산 두로봉에서 시작해 오대산 주요 봉우리를 거쳐, 남한강과 북한강 사이를 달리는 능선으로, 그 위에는 오대산, 계방산, 용문산, 마유산 등 일반 등산객에게도 잘 알려진 산뿐만 아니라. 산꾼들은 한 번쯤 오르고자 하나 안내산악회에서는 잘 찾지 않는 청계산, 운무산, 오음산, 보래봉 등 있다.
처음 한강기맥 종주 계획을 보고, 그동안 마음만 있었지. 기회가 없었던 산에 오르기 위해 오음산이 있는 5구간, 운무산이 있는 7구간, 보래봉이 있는 9구간, 그리고 대망의 호령봉이 있는 10구간 산행을 신청했다. 그리고 2024년 9월 15일 오음산에 오르기 위해 한강기맥 5구간 산행에 따라나서 거의 죽다 살았다[산행기]. 대간꾼들이 거의 달리다시피 한다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으나, 무박으로 진행하거나, 두 구간으로 나눠서 진행하는 산행을 불볕더위 속 당일에 진행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와중에 해가 져 깜깜한 날머리 약수터에서 씻다, 진드기에게 물리기까지 하는 바람에, 7구간과 9구간 산행은 눈물을 머금고 취소했다. 사실 운무산과 보래봉은 굳이 한강기맥 종주팀을 따라나서지 않아도 드물기는 하나, 오를 기회가 있다. 그리고 마침내, 한강기맥 종주 마지막이자, 그토록 원했던 호령봉 산행이 11월 3일 새벽 진고개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안내산악회가 진행하는 백두대간이나, 정맥, 지맥, 기맥 종주라는 게 한번에 달리는 게 아니라, 구간별로 나누어 진행하는 연결 산행이라, 이번 한강기맥 종주 또한 정확히는 연결 산행이다.
한강기맥 종주에 참여하는 맥꾼이라면, 호령봉이 빠진 오대산 종주는 이미 마쳤을 테니, 굳이 두로봉에서 시작하지 않고, 상원사에서 비로봉으로 올라, 운두령까지 달려도 된다. 이게 이번 산행 B 코스다. 물론 A 코스는 진고개에서 시작해 운두령까지 달린다. 굳이 힘들게 진고개에서 시작할 이유가 없어, B 코스로 달릴 생각이었으나, 천고지 호령봉에 오르는 것도 중요하나, 애초 오대산의 다섯 봉우리를 한번에 달리는 종주가 목표였던 만큼 진고개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다만, 기맥 종주는 애초 관심 밖이라, 운두령까지 달리지 않고 오대산 다섯 봉만 오르고, 호령봉에서 하산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으나, 그럼, 귀가 과정이 복잡해 고민 중으로 당일 상황을 보고 결정할 예정이다. 그리고 무박 산행이라, 두 끼를 준비해야 하는데, 아침은 김밥으로 해결한다지만, 점심이 문제다. 발열 도시락은 지리산과 설악산 무박 산행 때 다 썼고, 운두령에 식당도 없어, 버너와 코펠을 들고 가, 라면을 끓이는 걸 생각 중으로 이 또한 닥쳐서 선택할 예정이나, 딱히 다른 대안은 안 보인다. 기상청 중기예보에 의하면 산행에 딱 좋은 날씨라 다른 준비는 평소와 같다.
산행을 닷새 남겨두고 안내산악회 한강기맥 10구간 게시판에 인솔 대장이 올린 글의 내용이 궁금해 읽어봤다. 예상대로 책임소재에 관한 내용이라, 스크롤을 아래로 내리며 대충 읽다, 놀라운 걸 발견했다. 날머리 즉 운두령에 먹거리가 있다는 정보다. 응? 해서 지도 앱으로 운두령을 찾아봤다. 있다. 메뉴라고 해봐야 감자전과 막걸리가 다인 듯하지만, 그거면 충분하다. 그리고 평을 보니, 2022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듯하다. 어쨌든 아침은 김밥으로 점심은 감자전에 막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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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모르겠지만, 다른 안내산악회의 무박 산행 출발이 대게 기점 기준 23시 50분이나, 24시인데, 한강기맥 마지막 구간을 함께 하는 산악회는 23시 30분이다. 해서 다른 안내산악회의 무박 산행과 같이, 가능한 한 늦게 수면제인 빨갱이를 반주로 저녁을 먹었으나, 집에서 나오기는 30분 이른 22시 20분경이다. 그리고 다소 추울 거라는 기상예보와 무박으로 달려야 하는 산행이라, 다른 산행보다 짐이 많아, 슬링백이 아닌 정식 배낭을 준비했다. 배낭에는 평소보다 많은 비상식과 비록 한 짝이나, 등산지팡이, 감과 포도, 귤 등의 과일 그리고 만약에 대비한 여분의 옷가지 등으로 지난 지리산 무박 성중종주나 설악산 무박 황철봉 산행과 비슷하다. 차이는 앞선 두 무박 산행에 김밥과 발열 도시락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불광역표 김밥은 같으나, 발열 도시락 대신 과일로 대체하기로 했다. 31km로 앞선 두 산행에 비해 코스가 짧고 쉬워, 대략 12시간이면 산행을 마감할 수 있고, 날머리에 간단하나마 요기할 수 있는 식당이 영업 중이라는 걸 알아 서다. 즉 산행을 일찍 종료하고 점심을 겸해 하산주를 마실 생각이라, 특별히 점심 준비는 하지 않았다.
무박 산행이면 의례 그렇듯이 마을버스 시간에 맞춰 집에서 나가, 22시 23분 도착한 마을버스를 타고 불광역으로 갔다. 이후 길을 두 번이나, 건너 불광역 부근 유일한 24시간 김밥집에서 야채김밥을 사 배낭에 넣고, 역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22시 40분 오금행 열차로 23시 9분경 신사역에 도착했다. 30분 출발이나, 너무 일찍 왔다. 해서 일단 화장실에 들른 후 평소와 달리 무박 산행 때는 신사역 5번 출구가 기점이라, 버스가 대기 중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5번 출구로 나가, 평소 버스가 정차하는 곳으로 갔다. 예상대로 산악회 전세버스가 대기 중으로 분위기를 보니, 내가 제일 늦은 듯했다. 해서 서둘러 버스에 탄 후, 배낭을 앞에 두고,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은 후, 취해서 바로 잠이 들었다. 와중에 다른 승객을 태우기 위해 잠실에 정차한 사실은 깨닫지 못했고, 다만 어딘지 모를 휴게소에서 20분간 휴식한다는 건 잠결에 인솔 대장의 안내방송으로 들었다. 그리고 버스의 실내등이 들어오고, 차가 진고개를 향해 오른다는 느낌이 들 때 잠에서 깨, 다시 등산화로 갈아 신고, 끈을 조이는 거로 산행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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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 36분 진고개 휴게소 주차장에 도착해, 진고개에서 운두령까지 A 코스를 달리는 10여 명의 맥꾼과 함께 산악회 전세버스에서 내렸다. 그리고 기상하면 늘 치르는 의식을 치르기 위해 화장실로 갔다. 그런데, 당연히 서너 명은 화장실에 들를 거로 생각했는데, 혼자다. 어쨌든 화장실로 들어가 의식을 치르며, 오대산 부근의 날씨를 확인했다. 어제 예보와같이 비 걱정은 안 해도 되나, 생각보다 기온이 낮다. 그리고 초미세먼지는 '보통', 미세먼지는 '좋음'이라, 예보대로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라면 조망은 좋을 듯하다. 그걸 확인 후 2시 44분경 화장실에서 나와 휴게소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다. A 코스를 달리는 맥꾼은 이미 출발했고, B 코스 산꾼을 실은 버스는 B 코스 들머리인 상원사로 떠난 후다. 해서 얼마 전에야 차를 위한 터널이 아니라, 동물을 위한 터널이라는 깨달은 진고개 생태터널과 주변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번 산행을 생각대로 종료한다면, 가까운 시일 안에는 여기 올 일이 없을 듯해 서다. 그리고 두 등산 앱의 지도로 고도를 확인했다. 매번 하는 거지만, 매번 다른 게 같은 지역의 GPS 기준 해발 고도다. 어쨌든 944m~949m, 한국에서 다섯 번째로 높다는 이번 산행 최고봉인 계방산 정상이 1,577m니, 631m의 고도차다.
배낭에서 헤드랜턴을 꺼내 머리에 쓰고, 날씨가 쌀쌀해 바람막이에 달린 모자를 쓴 후, 길을 건너, 동대산 들머리로 갔다. 그리고 역시 들머리 주변을 기록으로 남긴 후인 2시 46분 본격적인 한강기맥 진고개에서 운두령까지 산행을 시작했다. 정확히는 진고개에서 두로봉까지의 8.4km는 백두대간이자, 접속 구간이다. 그 백두대간 위에 있는 첫 번째 오대산 안내도를 기록으로 남기고, 깜깜한 새벽이라, 보이는 게 없으니, 할 수 있으면, 먼저 간 일행을 따라잡겠다는 생각으로 그저 앞만 보고 갔다. 해서 두로봉까지는 주요 이정표나 정상석 등만 기록으로 남겼을 뿐이다. 3시 1분 동대산 1.2km 이정표를 통과하고, 3시 17분 동대산 0.7km 이정표를 통과해, 지난 저녁 수면제 겸 반주로 마신 빨갱이가 과했는지, 숙취로 다른 때보다 힘들어, 일행을 따라잡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최대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가는데, 앞에 랜턴 빛이다. 그리고 조금 지나, 멈춰 있는 산꾼을 추월하려고 하자, ‘안내산악회’인지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같은 일행이라며, 뒤에서 따라오겠다고 한다. 해서 그러라고 하고, 수시로 뒤에서 따라오는 걸 확인하며 동대산으로 향했다.
3시 43분 동피골 갈림길 이정표를 지나, 100m 거리의 동대산으로 향하는데, 3시 44분 램블러가 정상이 멀지 않다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비록 아무것도 보이는 건 없지만, 늘 하던 일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동영상을 촬영하며 오대산 첫 번째 대/봉우리로 향해, '동대산 해발 1,433m'라 음각한 자연석 정상석이 있는 정상에 도착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굳이 여기서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는 것도 번거로워 그것만 기록으로 남기고, 아래에서 랜턴 빛이 올라오는 걸 확인하고, 두 번째 대/봉우리인 두로봉으로 향했다. 3시 59분 '두로봉 6.1km, 동대산 0.6km' 이정표를 지나고, 4시 32분 두로봉 4.5km 이정표를 지났다. 그리고 4시 40분경 램블러가 고지가 가깝다고 음성으로 알려줘, 뭐지 하며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 차돌백이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 동안 서너 개의 기복을 넘었고, 어느 순간 뒤에서 따라오던 랜턴 빛이 사라졌다. 어쨌든 역시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으나,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4시 43분 조각나면 안 되는 차돌 조각이 떨어진 거대한 차돌 덩어리 서너 개가 있는 차돌백이에 도착했다. 두로봉까지 남은 거리는 4.0km!
5시 7분 만월지맥 분기점이자 갈림길에 도착했다. 분명 갈림길을 기록으로 남겼으나, 어두워 길이 확인을 할 수가 없다. 물론 이런 때를 대비해 두 앱의 지도를 갈림길에 서서 캡처했다. 갈림길이라 이정표도 있으나, 만월지맥 방향은 어떠한 정보도 없다. 비탐인가? 두루봉까지 남은 거리는 3.0km. 역시 주요 이정표라,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또 램블러가 고지가 가깝다고 알려줘,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 '신선목이'다! 이번으로 세 번째 지나는 거지만, 매번 신선목이? 이름의 유래가 궁금해 구글링하면, 어떠한 정보도 없어 알 수가 없다. 다만, 한 산꾼이 나름 해석한 게 그럴듯했다. 유래야 뭐든 중요한 이정표라 동영상을 찍으며 가, 5시 25분 '탐방로 안내도'가 서 있는 '신선목이'에 도착했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길을 재촉하다, 숙취로 갈증이 심해, 가던 길을 멈추고, 이왕 물을 마셔야 하는 상황이라, 매일 기상하면 먹는 약을 꺼내 물과 같이 먹었다. 이번 산행에서 처음으로 물을 마신 후, 계속 두로봉으로 향하다, 6시가 넘어서자, 동해에 붉은 노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일출이 멀지 않았다. 그리고 두로봉까지는 300m만 가면 된다.
밝아 오는 여명 덕에 그나마 희미하게 보이는 두로봉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가자, 6시 18분 앱이 고지가 멀지 않다고 알려줬으나, 동영상을 촬영하지는 않고 갔다. 앱의 언급한 정상은 진정한 두로봉 정상이 아니라, 그 직전의 탐방 구간 내 이정표 기둥에 '두로봉' 명패를 가리키는 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6시 19분 그 이정표에 도착했다. 이후 동영상을 촬영하며, 금줄을 넘어 오른쪽 동해의 일출을 알리는 노을을 감상하며 두로봉 정상으로 향해, 6시 20분 도착했다. 역시 정상석만 기록으로 남긴 후 앙상하나 울창한 나뭇가지 사이로 동해의 노을을 감상하고 기록으로 남긴 후 다시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6시 25분 금줄을 넘어 음지에서 양지로 돌아온 후, 백두대간에서 한강기맥으로 분기하는 갈림길을 사진에 담았는데, 역시 어두워 잘 안 보인다. 그런 면에서 역시 카메라는 눈을 따라올 수 없다. 몇천만 원씩 하는 카메라는 눈처럼 보일까? 마지막 사진의 왼쪽 희게 보이는 게 백두대간 '등산로' 이정표고, 오른쪽이 한강기맥 '등산로' 이정표다!
현재 시각 6시 26분, 기상하면 치르는 의식 후라, 여기까지 오는 동안 배가 고팠으나, 이 상태로 가면 목표 시간 내 막걸리와 감자전이 기다리는 운두령에 목표한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을지 예측이 안 돼, 일단 먹을 걸 아껴 먹기로 하고 왔다. 하지만, 더 참았다가는 산행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어, 귤을 하나 꺼내 먹으며, 아래 운두령으로 향했다. 와중에 가던 길을 멈추고 뒤로 돌아 여명이 밝아오며 앙상하나 울창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두로봉 아니, '두로대(頭老臺)'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물론 같은 조건에, 앞에 보이는 상왕봉이라 생각되는 봉우리도 찍었다. 그리고 6시 34분 비로봉 5.1km 이정표를 지나, 6시 49분 앱이 고지가 멀지 않다고 알려줘,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백두대간 두로령'이라는 거대한 표지석이 있는 두로령에 도착했다. 정확히는 두로령은 백두대간의 고개가 아닌데, 왜 '백두대간 두로령'이라 새겼는지 궁금해 구글링했다. 위키 백과에 의하면, 과거 지방도 제446호선이 두로령 통과하게 지정되어, 길을 만든 후 개통 기념으로 비석을 세운 거다. 그럼, 이해된다. 대간을 넘거나, 아래로 지나는 도로에는 '백두대간'을 앞에 붙이고 고개 명을 새긴 기념비가 꽤 된다.
상왕봉 갈림길 이정표를 기록으로 남긴 후 두로령을 떠나, 무명의 봉우리를 향해 오르는데, 동해 방향이 심상치 않아, 기상청 ‘날씨알리미’로 일출 시각을 확인했다. 6시 53분이다. 현재 시각 6시 54분, 해서 서둘러 숲으로 들어가 그나마 나뭇가지의 방해가 덜한 동해가 가까운 곳으로 가 사진을 찍었다. 이후 다시 탐방로로 돌아와, 7시 10분 상왕봉 1.2km 이정표를 지나, 바닥의 서리와 광배처럼 해를 뒤에 두고 있는 두로봉을 기록으로 남기며 가, 7시 18분 ‘북대 미륵암’ 갈림길 이정표에 도착했다. 상왕봉까지 남은 거리는 1.0km! 이제는 날이 밝아 환하게 보이는 상왕봉을 바라보며 다시 전진해, 상왕봉이라 착각한 직전의 봉우리를 넘어, 7시 35분 앱이 고지인 상왕봉이 멀지 않다고 알려주는 지점에 도착했다. 이론상으로는 정상 반경 50m 이내라, 1분 이내에 도착해야 한다. 하지만,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2분이 걸린 7시 37분경 '상왕봉 해발 1,491m' 정상석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런데, 우리 일행은 아닌, 여성 산꾼 둘이 정상석 옆에 등산지팡이를 기대놓고 그 옆의 탑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어, 지팡이를 정상석 뒤로 바꿔 기대놓고 정상석만 기록으로 남겼다.
현재 시각 7시 40분 평소라면 아침을 먹을 시간이라, 배낭에서 김밥을 꺼내 먹으며 다음 봉우리이자, 오대산의 최고봉인 비로봉으로 향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만약을 위해 다 먹으면 안 될 거 같아 반만 먹고, 다시 포장을 잘한 후 배낭에 넣고, 대신 감과 포도가 든 비닐봉지를 꺼내 그걸로 아침을 마저 먹었다. 이후 보호수를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전진해, 7시 56분 비로봉 1.4km 이정표를 지나, 8시 8분 주목 군락지에 도착했다. 그리고 나무를 땅에 박은 계단으로 올라, 8시 18분 비로봉과 완만한 능선을 이루는 또 다른 대(臺)인 헬기장에 도착했다. 정상이 평평한 헬기장이라, 주변을 조망할 수 있는, 이번 산행 첫 번째 전망대이기도 해, 진행 방향으로는 비로봉과 호령봉을, 오른쪽으로는 계방산부터 홍천 내면, 운무에 갇혀 섬처럼 튀어나온 설악산 대청, 중청, 귀청을, 뒤와 왼쪽으로는 상왕봉부터 방장산에 이르는 장관을 사진으로 담았다. 비로봉까지 남은 거리는 0.5km, 찍을 건 다 찍은 후 오른쪽으로 보이는 호령봉과 계방산을 기록하며, 완만한 능선을 따라 앞에 보이는 비로봉으로 갔다.
또 다른 헬기장을 지나, 8시 26분 앱이 고지가 멀지 않다고 음성으로 알려줘,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이른 이 시각이라 아무도 없는 오대산 정상이자 최고봉인 비로봉에 도착했다. 당연히 여기는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남기고 있는데, 상원사 방향에서 부부로 보이는 남녀 한 쌍이 올라와, 인증을 부탁해 둘의 다정한 모습을 찍어줬다. 이후 비로봉 또한 전망대지만, 조금 전 헬기장에서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없어, 대충 주변을 둘러보고 사진도 몇 장 남겼다. 그리고 여기부터 계방산까지는 초행이라,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양지와 음지를 가르는 금줄을 넘어, 미지의 세계이자 음지로 들어갔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최고봉에서 출발했으니, 내려가야 하는데, 반대로 올라간다. 그리고 삼각점이다. 즉 진정한 비로봉은 정상은 음지의 삼각점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사람의 접근이 쉽지 않은 장소라, 오대산국립공원에서 등산객의 접근이 쉬운 넓고 평평한 옛 헬기장에 정상석을 설치하고 비로봉 정상으로 명명한 거다. 감히 음지로 들어가는 금줄을 넘는 모험을 하지 않았다면 평생 정상석이 있는 곳을 오대산 비로봉 정상이라 알고 살았을 거다.
진정한 비로봉 정상은 대가 아니라, 뾰족한 암봉이라, 정상석이 있는 곳보다 전망대로서는 더 탁월한 환경이다. 아래는 잡목이 시야를 방해했으나, 여기는 그런 잡목의 방해가 덜 하다. 해서 진행 방향으로 보이는 호령봉과 기린봉, 계방산, 산행 종료 직전 알게 된 계방산과 능선으로 이어진 작은 계방산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았다. 그런데, 비탐방 구역이라, 이정표가 있을 리 만무하고, 제대로 된 등산로도 없다. 고로 앞에 보이는 호령봉과 계방산까지의 거리를 알 수가 없어, 등산 앱의 지도로 대략적인 거리를 계산해 봤다. 2km 이상 되어 보인다. 어쨌든 앞에 보이는 호령봉을 향해 가는데, 이미 알고 있었지만 길이, 길이 아니고, 앞을 가로막는 잡목을 뚫는 게 쉽지 않다. 와중에 잡목을 뚫다, 지치면 뒤로 돌아, 진정한 비로봉의 뒷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계속 가면서 동피골로 하산하는 갈림길을 찾았다. 애초 기맥 종주에는 관심이 없는 인간이라, 호령봉에 올라, 오대산 종주를 완성하고 동피골로 하산할 생각도 있었다. 그러려면 동피골 갈림길을 찾아야 하는 게 먼저라, 수시로 지도를 확인하며 갈림길을 찾으며 갔다. 그리고 9시 1분 아직 호령봉까지는 많이 남은 지점에서 갈림길로 보이는 곳에 도착해 지도와 비교한 후 기록으로 남겼다.
두 앱의 지도 모두에 표시된 갈림길을 찾기는 했는데, 호령봉에서 꽤 먼 거리고, 그것도 산꾼이라면 싫어하는 왕복해야 한다. 해서 일단 기록만 하고, 다음 갈림길을 찾으며 정상으로 향하는데, 9시 17분 앱이 고지가 멀지 않다고 알려준다. 꿈에도 그리던 호령봉이 멀지 않아,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 9시 20분 '길라잡이'라는 산꾼이 만들어 세운 호령봉 정상 표지가 있는 헬기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만든 지가 오래됐는지 비바람에 시달려, 반쯤 떨어져 나가, 다른 산꾼이 매직으로 떨어져 나간 부분을 보충했으나, 높이는 손을 보지 않아, 정상 표지로는 높이를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금지의 호령봉에 올랐다는 게 중요하다. 그럼 당연히, 인증을 남겨야 해, 삼각대를 이용해 정상 표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번 산행으로 알게 된 사실 중 하나가 오대산의 한자 중 대가 큰 대(大)가 아니라 돈대 대(臺)라는 거다. 말인즉 다섯 개 큰 산이 아니라, 다섯 개 돈대다. 고로 동대산, 두로봉, 상왕봉, 비로봉, 호령봉 모두 정상이 뾰족봉이 아니라, 평평한 평지다. 해서 대부분 헬기장으로도 이용 중이다.
그럼 다른 말로는 전망대란 얘기다. 역시 호령봉 또한 다르지 않아, 거기서 보이는 모든 걸 기록으로 남겼다. 그래봐야 여기까지 오는 길목의 전망대에서 감상한 것과 큰 차이가 없지만! 어쨌든 보이는 걸 기록으로 남긴 후 오대산 종주라는 목적을 달성했으니, 내려가야 하는데, 그렇다고 아까 본 갈림길로 돌아가는 건 싫어, 또 다른 갈림길을 찾아, 계방산 방향으로 전진했다. 물론 수시로 지도의 갈림길 표시를 확인하며 가, 작은 봉우리를 넘었는데, 나중에 안 사살인데, 그게 오대산 기린봉이다. 그런데. 비로봉에서 호령봉까지 길의 상태도 좋지 않아, 고생이 심했는데, 호령봉부터는 아주 지옥이다. 과연 이걸 길이라 부를 수 있을지 의심이 들 정도다. 사실 사람이 다닌 인적이지 길은 아니다. 와중에 산악회 리본이라도 있어 기맥에서 이탈하지 않고 갈 수 있었다. 어쨌든 산경표 지도에 의하면 호령봉과 기린봉 사이에 동피골로 하산하는 두 개의 갈림길이 있어야 하는데, 하나도 못 찾았다. 물론 램블러 지도에는 없다. 고로 동피골로 하산하려면, 걸음을 돌려 호령봉 직전 갈림길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이제는 싫으나 좋으나, 계방산을 지나, 운두령까지 한강기맥을 달려야 한다.
다행히 앞의 남은 구간은 해발 1,100m에서 1,300m 사이의 기복이다. 말인즉 하산이다. 물론 해발 1,577m로 남한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계방산 직전부터는 모든 기복이 1,500m가 넘어 죽음의 깔딱이 될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쉬운 건 아니라, 잡목을 뚫고 셀 수도 없이 늘어선 기복을 넘는 건 죽을 맛이다.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산악회 게시판에 올린 일행의 산행기를 봐도 다 같은 소리다. 와중에 이제 10시가 지났을 뿐인데, 배까지 고프다. 지금 뭘 먹지 않으면 금방 지칠 거 같아, 계속 전진하며 남은 김밥과 과일을 꺼내 배를 채웠다. 그렇게 가, 10시 20분경 삼각점이 있는 무명봉에 도착했는데, 주변에 어떠한 정보도 없다. 기맥의 주요 봉이라면 우리의 '준·희'가 만든 명패가 주변 나무에 매달려 있어야 정상이라, 주변에서 찾아봤으나 없다. 다른 산꾼의 산행기에는 사진이 있는 걸 보면, 내가 못 찾았다. 어쨌든 오른쪽 계곡 건너 계방산을 바라보며 그것과 나란히 가다, 차라리 계곡으로 내려가, 계방산으로 올라가는 게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걸 실천에 옮기려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나마 인적 있는 능선에서도 이 고생인데, 인적도 없는 계곡으로 간다는 건 자살 행위라는 결론에 도달해 포기했다.
11시 7분 무슨 의미인지 모를 'C-10' 명패가 박힌 나무를 지나, 11시 52분 무명봉 정상 갈림길에 도착했다. 여기서 우회전하면 이제부터 계방산을 옆이 아니라 정면에 둔다. 그리고 등산 앱에는 없으나, 좌회전 방향에도 산악회 리본이 달려있다. 굳이 무박으로 기맥을 달리고 싶지 않은 맥꾼이 이용하는 접속로로 보인다. 즉 탈출로이자 접속로다. 그런데, 산악회나, 산행기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갈림길이다. 해서 등산 앱의 지도를 확대, 축소를 반복하며 어디로 향하는 길인지 찾아봤다. 초면의 탑동이다. 당연히 그곳으로 하산할지 고민하다가, 귀가가 복잡해 그냥 우회전했다. 그러고 길을 재촉해 12시 9분 한강기맥의 주요 봉우리 중 하나로 생각되는 뽀지기봉에 도착했다. 거기에는 지금은 알아볼 수 없는 과거 안내도(?), 아니 경고문(?)에 호령봉과 같이 '길라잡이'가 만들어 붙인 '한강기맥 뽀지기봉(1,360.7m)' 정상 표지가 있다. 그런데, 공식 지도에는 1,360.7m 높이의 봉우리는 없다. 길라잡이도 핸드폰의 GPS를 이용해 높이에 오차가 있는 듯하다. 지도로 봐서는 1,374봉일 확률이 높아 보인다.
이제는 계방산이 멀지 않다. 해서 인솔 대장도 진고개 도착 직전 코스 소개 때 했던 얘기지만, 계방산 직전 '주목 삼거리'에서 금줄을 넘어 음지에서 양지로 가야 한다. 문제는 거기에 요원이 대기 중일 때가 많다는 거. 과거 2017년 12월 눈을 맞으며 계방산에 올랐을 때, 두 명의 요원과 우연히 만난 일이 있어 잘 알고 있다. 물론 그때는 양지와 음지의 경계가 어딘지 몰라, 그건 문제가 아니었으나, 우리가 라면을 끓여 먹어야 한다는 게 문제였다[산행기]. 어쨌든 혹시 기척이 보이면, 아래로 내려가, 금줄을 넘은 다음 삼거리 올라오라고 했다. 그리고 계방산을 우습게 아는 경향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으니, 혹시 힘이 들면, 주목 삼거리에서 이승복 생가터로 하산하면 귀경할 때 픽업하겠다고 했다. 해서 여차하면 주목 삼거리에서 지난 산행 때 하산했던 이승복 생가터로 하산할 생각으로 계방산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런 지옥도 없다. 앞에 보이는 봉우리만 넘으면 그 너머로 보이는 계방산이라 생각하고 힘겹게 봉우리를 넘으면 다시 봉우리다. 그렇게 셀 수 없는 봉우리는 넘는 과정에서 혹시 아래 고개에 요원이 기다리는 음지와 양지를 가르는 금줄이 있을지도 몰라, 가던 길을 멈추고 인기척이 있나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배가 고파 남은 과일을 다 꺼내 먹으며 가, 1시 57분 주왕지맥 분기점에 도착해, 역시 주변 나무에서 '준·희'의 주왕지맥 분기점 명패를 찾았으나, 역시 나만 못 찾았다. 지쳐서 자세히 살펴볼 여유가 없었던 듯하다. 어쨌든 계방산이 멀지 않은 건 확실한 게 봉우리를 하나 넘을 때마다 그 높이가 조금씩 높아져, 2시 21분 드디어 해발 1,400m가 넘는 무명봉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다시 길을 재촉하며 보니, 주목 삼거리가 계방산 바로 아래다. 계방산과 거리가 좀 있어야 탈출로로 의미 있지, 바로 아래, 그것도 고도차도 얼마 안 나는 지점에서 탈출해 봐야 얼마나 거리를 단축하겠는가?! 역시 7년 전 눈이 심하게 내리는 날 했던 산행이라, 주변 지세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서 발생한 촌극이다. 그리고 앞을 가로막은 봉우리가 계방산 직전 주요 봉으로 보여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 아무 생각 없이 계방산을 보며 가는데, 나뭇가지에 무언가 매달려 있어 자세히 보니, '중계방산 1,550M' 명패다. 하긴 옆에 '작은계방산'이 있으니, 중계방산이 있는 게 이상한 것도 아니라,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마지막으로 음지에서 보는, 중계방산 아래에서 보이는 계방산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긴 후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2시 55분 금줄을 넘어, 어두운 음지에서 밝은 양지로 넘어갔다. 거기에 커다란 주목이 있고, 좌회전하면 이승복 생가터로 내려간다. 그런데, 금줄이 막고 있는 음지는 길이 아니니, 애당초 주목 삼거리가 아니다. 양지와 음지의 구분이 없는 대간꾼만 삼거리로 부를 뿐이다. 어쨌든 여기서 계방산 정상까지는 400m에 불과하나, 소요 시간은 20분으로 얼마나 깔딱이 심한지 알만하다. 해서 마음을 다잡고 정상을 향해 오르는데, 위에서 인기척이 들려, 가던 길을 멈추고 위를 봤다. 등산객이다. 그리고 나를 보더니, 길의 상태를 묻는다. 해서 어느 길을 얘기하는지 다시 물었다. 음지를 모르는 등산객에게는 길은 오직 하나, 자동차 야영장 방향이다. 내가 실수했다. 그러자 이상하다는 듯 거기서 오는 게 아니냐고 되묻는다. 아니라고 얘기하고, 그 방향도 약간 어렵다고 알려주고 계속 위로 향했다. 와중에 가쁜 숨을 가라앉히기 위해 잠깐 쉴 때는 뒤로 돌아, 중계방산, 작은계방산, 한강기맥, 주왕지맥, 황병지맥 등을 기록으로 남겼다.
3시 4분 쌍봉 중 앞에 있는 낮은 봉우리 정상에 도착해, 역광으로 어둡게 보이는 정상을 기록으로 남긴 후 길을 재촉하자, 3시 8분 앱이 정상이 멀지 않다고 음성으로 알려줘,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 3시 11분 정상석과 돌탑이 나란히 서 있는 계방산 정상에 도착했다. 마감인 5시까지 남은 시간은 1시간 49분! 어쨌든 아무도 없는 정상에 삼각대를 설치하고 인증을 남겼다. 이후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 좌회전해 운두령 방향으로 빠르게 하산을 시작했다. 중간중간 급경사 돌길을 내려가며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이 길이 기억에 없다. 실제, 금줄을 넘는 순간부터, 2017년 12월 산행과는 반대로 달리고 있다. 비록 반대로 올라왔지만, 당시의 기억이 조금이라도 나야 하는데, 백지다! 당시 눈이 많이 오기는 했다. 고로 심설이라, 등산로 상태가 기억이 안 나는 건 당연하나, 지세나 산세도 기억이 안 난다. 그래도 기억하려고 애쓰며 내려가, 3시 31분 운두령 3.1km 이정표를 지났다. 정확히는 이정표가 있는 전망대까지 다시 올라가야 해 죽을 맛이었다. 한국 산행은 끝나야 끝난 거라는 게 진리다.
이정표에서 조금 더 가 정확한 건 아니나 우리 일행으로 보이는 남녀 한 쌍을 추월했다. 운두령 방향으로 하사하는 등산객이 거의 없는 걸 고려하며, 음지에서 금줄을 넘어 양지로 온 산꾼일 확률이 높다. 그럼, 산행 후 처음으로 일행을 추월한 게 된다. 애초 하산이 빠른 인간이고, 지칠 대로 지쳐 막걸리는 아예 생각도 없고, 금줄을 넘기 직전 물이 떨어져, 시원한 물이 그리울 뿐이라, 평소보다 빠르게 내려갔다. 와중에 역시 우리 일행으로 생각되는 남성 산꾼을 추월했다. 나보다 더 지친 모습이라, 이번에는 확신했다. 그렇게 아래로 내려가며 보니, 울창한 숲 사이로 풍력 발전기 한 기가 보인다. 아래가 운두령이니, 저건 어디에 있는 건지 궁금해하며 고개에 도착하니 운두령이 아니다. 와중에 앞을 능선이 가로막고 있다. 죽을 맛이라 한숨을 푹 쉬고, 마지막 힘을 내 능선으로 올랐다. 그런데, 다시 앞을 가로막는 능선으로 점점 고도를 높인다. 정말 한국 산, 아니 능선 산행은 징글징글하다. 그래도 어디나 끝은 있다고, 마침내, 4시 29분 렘블러가 운두령이 멀지 않다고 음성으로 알려줘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4시 30분 운두령으로 내려가는 갑판 계단에 도착해 아래를 내려다보니, 문제의 풍력발전기도 운두령 한편에 서 있다.
3
4시 32분 운두령에 도착해, 먼저, '계방산 탐방로' 명패가 달린 아치문을 기록으로 남긴 후, 그대로 '운두령 임특산물 홍보관'이라는 마트 겸 식당으로 갔다. 그리고 지쳐 다른 건 생각 없고, 시원한 물만 마시고 싶어, 평창이니 '평창수' 한 병 사서 식당 왼쪽의 야외 쉼터로 와, 배낭을 벗어 놓고, 거의 반을 한 번에 마셨다. 그러자, 어느 정도 정신이 들어, 램블러의 트랙 기록을 종료하고, 그 기록을 사진과 함께 램블러 사이트에 올렸다. 이후 등산화의 끈을 느슨하게 하고, 씻을 수 있는 환경인지 주변을 둘러봤으나, 아니라, 그냥 신발을 벗어 양말과 신발 내부만 깨끗이 한 후 다시 신었다. 그리고 주변의 오가는 등산객과 관광객을 관찰하다, 4시 45분경 인솔 대장이 이제 정리하자고 외치는 소리에 배낭을 들고 버스에 탔다. 물론 B 코스를 달린, 과거 다른 안내산악회 인솔 대장이었던 옆 좌석의 산꾼은 벌써 자리에 앉아 있다. 그에게 양해를 구하고 안으로 들어가, 씻지 않은 발을 그대로 내놓을 수는 없어, 등산화를 계속 신고 있기로 해, 필요 없는 슬리퍼를 배낭에 넣고, 배낭은 의자 밑에 넣었다.
4시 50분경 인솔 대장이 인원을 파악하더니, 한 명이 빈 걸 발견했다. 내 예상과 달리, 뒤에서 따라오던 등산객이 상원사로 내려간 게 아니었다. 해서 대장이 승객 중 그 등산객을 아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봤으나, 이번이 처음이라 아는 사람이 없어, 산악회에 연락해 그 등산객과 통화할 수 있었다. 현재, 계방산으로 시간 내 도착이 아니라, 최소 2시간 이상 더 있어야 운두령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러자, 미련 없이 인솔 대장이 우리와 함께 갈 수 없을 거 같다며, 오늘 서울로 가기보다는, 이 동네에서 자겠다는 생각으로 조심해서 내려오고, 도착하면 연락 달라고 한 후 통화를 끝냈다. 물론 통화하는 사이 산악회 전세 버스는 서울로 출발했다. 그런데, 홍천 방향으로 갈 거로 생각했는데, 평창으로 간다. 그리고 익숙지 않은 고속도로로 가더니, 6시 50분경 양평휴게소로 들어갔다. 사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아니 버스에 타서 자리에 앉자마자 양다리 무릎부터 아래가 시큰거리고 아픈 와중에 발이 가렵기도 해, 잠도 못 자고, 그렇다고 등산화를 벗을 수도 없어, 죽을 맛이었다.
한 시간가량 지나자, 그 증상이 말끔히 사라지고, 그 코스를 다시 달릴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았다. 무박 산행 후 늘 발생하는 증상이다. 다만, 이번에는 씻지도 못하고 충분히 다리의 피로를 풀어줄 여유 없이 비좁은 의자에 앉아, 그 증상이 오래간 듯하다. 어쨌든 버스에서 남은 물을 계속 마셨으나, 여전히 목이 마르고 다리도 아파, 버스가 정차하자마자 편의점으로 가 다시 뭘 한 통을 샀다. 그리고 역시 반병 정도를 마시고 남은 물을 들고 버스에 탔다. 다리가 아픈 증상이 사라지자, 피곤함도 사라져, 잠도 안 오고 할 일도 없어, 창밖만 쳐다보고 있는데, 버스가 경부고속도로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동서울 방향인 중부고속도로로 들어간다. 순간 '응? 기사가 정신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다시 위로 올라간 이유가 잠실에 승객을 내려주기 위해서였다. 해서 산행 공지를 확인하니, 경유지가 죽전이 아니라 잠실이다. 설악산은 어느 산악회나 잠실을 경유지로 하나, 영동선으로, 평창으로 가야 하는 오대산은 다 죽전이 경유지인데, 이 산악회만 잠실이라, 경로가 꼬였다.
덕분에 잠실에 승객을 내려주고 신사역에 도착한 시각이 9시 15분경으로 4시 57분경 운두령에서 떠났으니, 3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도로를 4시간 18분이 걸려 도착했다. 상황을 모를 때는 속으로 기사 욕을 했는데, 기사는 공지에 충실히 따랐을 뿐으로 아무 잘못이 없고, 그 상황에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해서 신사역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면서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했다. 그리고 신사역에서 열차를 타고 녹번역으로 가, 거기서 버스로 갈아탄 후 10시 45분경 집에 도착했다. 종일 먹은 거라곤 김밥 한 줄, 감 한 개 반, 포도 20알, 귤 둘, 생수 네 병이 다라,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라, 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반찬 겸 안주로 빨갱이를 반주로 과메기를 먹었다.
안내산악회 한강기맥 종주팀 계획대로 '진고개 → 동대산 → 차돌백이 → 신선목이 → 두로봉 → 두로령 → 상왕봉 → 비로봉/정상석 → 비로봉/삼각점 → 호령봉 → 1,315 → 1,282 → 1,374 → 1,462 → 중계방산 → 계방산 → 운두령'의 한강기맥 시점 37.5km(램블러) 구간을 13시간 46분 동안 달렸다. 이동 13시간 33분, 휴식 13분!
진고개를 들머리로 운두령을 날머리로 하는 37.5km(램블러), 13시간 46분의 무박 한강기맥 산행이, 성삼재를 들머리로 중산리를 날머리로 하는 42.8km(램블러), 14시간 38분의 무박 지리산 성중중주보다[산행기] 더 힘들었다. 그 이유에 관해 곰곰이 생각해 보니, 기복의 차이는 지리산이 더 크지만, 기복의 숫자는 기맥을 따를 수 없고, 지리산은 종주 전 구간이 법정 탐방로지만, 한강기맥은 정상석이 있는 오대산 비로봉 직후부터 계방산 직전까지 전체 코스의 1/2 정도가 비법정 구역이라, 그 구간에는 공식 등산로가 없다. 다만, 한강기맥을 종주한 산꾼들이 다닌 인적을 등산로로 여기고 따라갈 뿐이다. 해서 낙엽 쌓인 급경사와 울창한 잡목을 뚫고 가야 하는 코스가 대부분이라, 체력 소모가 심했다.
비법정 구간 대부분이 뒤는 오대산, 앞은 기맥에서 넘어야 할 기복, 오른쪽은 계방산, 왼쪽은 황병지맥만 보이는 조망이라, 그저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렸다.
애초 호령봉에서 동피골로 하산하는 몇 년을 벼려온 오대산 종주만 할 생각이었으나, 호령봉에서 동피골로 내려가는 하산로를 찾지 못해 계방산까지 달렸다. 그 덕에 위에서 언급한 모든 악조건 속에서도, 오대산(五臺山? 五大山?)의 다섯 대/봉우리 종주에 더해, 오대산과 계방산을 하나로 이어 단히 만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