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옥탑방 ⃰ 외 1편
송소영
나만의 옥탑방이 있었지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평화로운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자유로운
그런, 방이었지
하지만
그 속에서 난 늘 혼자였어
아스팔트 저편 전봇대 전선 위로 불타듯 깔린
주홍빛 해넘이도
혼자 봤지
여름내
귀가 따갑도록 요란스레 울어대는 매미 소리도
종일 혼자 들었고
눈이 펑펑 내려 새하얘진 고갯길도
혼자 지켜보았지
바람이 몹시 불던 어느 겨울날
남루한 행색의 네가
다리를 절며 옥탑방 아래 골목길을 지나갔어
난 저 건너 노을 보듯 물끄러미 지켜봤는데
넌 멈춰 서더니
전봇대 앞에서 한동안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그만, 눈물을 떨구는 거야
가슴이 아픈 나는
차 한 잔을 대접하고 싶어졌지
그렇게 옥탑방 문을 열었어
한 계절이 지나고, 이제
혼자만의 평화와 자유가 사라진 옥탑방에서
야멸차게 널 내치지 못하는 난
늘 소리죽여 울고 있어
⃰ 박상우가 지은 소설 제목
에티오피아의 바람
커피 전문점 바리스타가 건네준
커피콩 한 줌이 우리 집에 와 세 개가 발아했다
그 중, 한 그루는
거실 오른쪽 구석에서 푸르른 잎을 무성히 달고
보란 듯이 서있다
귀를 기울이면 목동 ‘칼디’가 듣던
에티오피아 고원의 바람소리
6·25 참전했던 에티오피아 병사들
체리커피 향내 진한 고향으로 달려가지 않았을까
7년의 가뭄으로 아내의 젖가슴에선 궁핍이 발화했지만
그래도 격정의 시큼한 바람은 불었었다
찻잔을 받쳐 든 발효된 내 기억 속으로
아직 설볶아진 육십여 년을 핸드드립 한다
시간이 스쳐가는 사악한 검은 향내 속으로
오늘도
메마른 에티오피아의 바람이 분다
*칼디 : 커피 열매의 효능을 이슬람교도들에게 알린 전설의 에티오피아 목동 소년
송소영
1955년 대전 출생, 공주교대 졸업.
2009년 문학·선으로 등단, 시집 사랑의 존재.
오지 여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