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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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관련 역사
기원전 350년경 : 아리스토텔레스는 “상상이란 어떤 심상이 떠오르는 과정이다"라고 말한다. 또한 "정신은 심상 없이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말한다.
서기 1641년 : 르네 데카르트의 주장에.따르면, 철학자는 지식을 얻으려면 상상력을 훈련해야 한다.
이후의 관련 역사
서기 1740년 : 『인성론』에서 데이비드 흄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중 아예 불가능한 일은 없다"라고 주장한다.
서기 1787년 : 이마누엘 칸트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는 감각에서 받은 비논리적 메시지를 상상력으로 짜 맞춰 심상과 개념을 만들어낸다.
본문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의 대표작 [팡세』는 근본적으로 철학책이 아니다. 그것은 기독교 신학서를 내려고 써둔 단편을 엮은 유고집이다. 책 내용은 그가 자유사상가'라고 일컫는 사람들을 주로 겨냥
했다. 자유사상가란 몽테뉴 같은 회의적 저술가들에게 고무되어 자유사상을 좇은 결과 종교를 버린 전 가톨릭교도들이다. 그중 비교적 긴 한 단편에서 파스칼은 상상력을 논한다. 하지만 그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는 거의 혹은 전혀 제시하지 않고, 그 문
제에 대한 자기 생각을 적어두려고만 했다.
파스칼의 요점은 상상력이 인간의 가장 강력한 힘이자 실수의 주된 원천이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상상력 때문에 우리는 이성적 판단을 무시하고 사람들을 신뢰하게 된다. 예컨대 판사와 의사가 고유의 복
장을 갖추고 있다는 이유로 우리는 그들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역으로 허름하거나 이상해 보이는 사람이 이치에 맞게 말하더라도 우리는 그에게 그다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상상력은 보통 거짓으로 이어지지만 가끔 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결과가 항상 거짓이라면 우리는 단순히 상상의 정반대를 받아들임으로써 그것을 확실성의 원천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상상력 반대론을 다소 자세히 제시한 후 파스칼은 뜬금없이 그 논의를 이렇게 끝맺어버린다. "상상력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 그것은 아름다움, 정의, 행복 등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것을 낳는다." 여기서 그는 맥락에서 벗어나 상상력을 칭찬하는 듯하
기도 하다. 하지만 이 구절 앞의 내용에 비추어보면 우리는 그의 의도가 사뭇 달랐음을 알 수 있다. 상상력은 보통 실수를 유발하므로, 그것이 낳은 아름다움, 정의, 행복은 보통 거짓일 것이다. 기독교 신학서라는 넓은 맥락을 고려해볼 때, 아울러 사람들을
신앙으로 이끄는 이성의 역할을 파스칼이 특히 중시한다는 점으로 미루어볼 때, 그의 목적은 자유사상가들이 선택한 행복한 삶이 그들의 생각대로가 아님을 그들에게 보여주는 일이다. 즉 파스칼이 보기에, 그들은 이성이라는 길을 선택했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상 상상력의 힘에 현혹되었다.
파스칼의 내기
이런 관점은 『팡세』에 실린 완성도 높은 한 단편과 밀접히 관련되어있다. 이 유명한 논증은 <파스칼의 내기>로 알려져있다.
<파스칼의 내기>는 '자유사상가'에게 기독교에 귀의할 만한 이유를 제시할 목적으로 쓰인 글로, 믿음을 결심의 문제로 보는 '주의주의'의 좋은 예다. 파스칼은 신앙의 합리적 이유를 제시하는 일이 불가능함을 인들정하지만, 사람들이 그런 신앙을 갖고 싶어 할 만한 합리적 이유를 제시해보려 한다. 이것은 신의 존재 여부에 내기를 걸고, 각 경우를 선택했을 때 따름직한 득실을 따져보는 일로 구성된다. 파스칼의 주장에 따르면,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쪽을 선택할 경우 엄청난 손해(천국에서의 무한한 행복)
를 무릅써야 하는 반면 사소한 이득(이승에서의 유한한 자유)만 보게 된다. 그러나 신이 존재한다는 쪽을 선택할 경우 무릅써야 할 손해는 미미한 반면 앞으로 얻을 이익은 엄청나다. 이를 고려하면 신을 믿는 편이 더 합리적이다.
블레즈 파스칼
블레즈 파스칼은 프랑스 클레르몽페랑(Clermont-Ferrand)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과학과 수학에 대단히 관심이 많은 공무원으로, 파스칼과 두 딸을 교육했다. 파스칼은 16살에 첫 수학 논문을 발표했고, 18살 무렵에 최초의 디지털계산기를 발명해냈다. 또 그는 이름난 수학자 피에르 드 페르마(Pierrede Fermat)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확률론의 기초를 세우기도 했다.
파스칼은 두 번 개종했는데, 처음에는 얀센파(Jansenism, 훗날 이단으로 공표된 기독교 종파)를, 그 다음에는 정통 기독교를 믿었다. 이런 개종 때문에 그는 수학·과학 연구를 그만두고 '팡세'를 비롯한 종교서적 집필에 매진하게 되었다. 서기 1660~1662년에 그는 세계 최초의 대중교통 운수업을 시작했고 그 이윤을 모두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하지만 1650년대부터 극심한 병고에
시달리던 그는 1662년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주요 저서
1657년 시골 친구에게 부치는 편지(프로뱅시알)Les Provinciale』
1670년 『팡세Pensées』
*철학의 책(지식갤러리) p124-125
첫댓글 내 상상력의 한 복판에 감자가 떠올랐다/장석주
나는 눈을 다쳤다 눈의
흰자위에 구멍이 뚫려 붉은 피가
흐른다 다친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왜 그렇게 다친 곳이 많은지
다친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왜 이렇게 어두운지 나는
눈을 다치기 전까지는 몰랐다
나는 몰랐다 세상에
왜 그렇게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는지를
내가 심은 감자의 눈에서
싹이 트고 제 살의 자양분으로
뿌리를 더욱 깊이 박고 푸른 줄기를 키워가는 동안
나는
감자꽃이 피길 기다리며
뿌리마다 감자알들이 둥글게 열리기를 기다리며
긍정하기로 한다, 내가 눈을 다치기 전까지는
몰랐던 사실들의 무게와 중요성을
병든 자에게 필요한 것은 의원이다
나는 눈을 다쳤다 하얗게 끓어오르는
여름 햇빛 속을 뚫고 병원으로 가면서
나는 생각한다 이 세상에 참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감자가 갑자기 떠올랐던 것은 웬일일까
그것들 모두에 까닭이 있는 것이다
오늘 우는 자들이여, 감자를 상상하자
나는 눈을 다쳤다, 그러나 눈을 다치지 않았다면
몰랐을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기쁘다, 내 상상력의 복판에 감자가 떠올랐다
*사고처리과정이나 시를 창작하는 과정이나 동일하다는 유비. 메타시
문학과 상상력 2
이현승
경찰서에 갔다.
사고 사실 확인서를 작성하고
최종적으로 cctv 사고 영상을 본다.
느리고 천천히
교차로로 진입하는 차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충돌을 향해 움직이고
그걸 몇 번이고 돌려보는 동안
나는 운전석 쪽 어두운 창문만 뚫어지게 보았다.
사진 속 멀리
운전대를 잡은 몸이 앞으로 쏠린 채
바로 옆에서 다가오는 차를 모르고
전방주시 중인 어머니의 실루엣만 희미하다.
우리는 담당 경찰관에게
크게 다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는 말을 들었고
크게 다치지 않은 것만도 천운이라는 말을 주고받았지만
사고처리를 위해서 경찰서에 다녀오는 길
어머니는 많이 다치지 않았지만
나는 어머니를 따라나섰다가
어머니를 잃고 미아가 된 소년처럼
밥풀의 상상력 / 김륭
밥도 풀이라고 생각할래요
질경이나 패랭이, 원추리 씀바귀 노루귀 같은
예쁜 풀이라고 친구들에게 말해 줄래요
주렁주렁 쌀을 매단 벼처럼 착하게 살래요
밥그릇 싸움 같은 어른들의 말은
배우지 않을래요
말도 풀이라고 생각할래요
며느리배꼽이나 노루귀 같은 예쁜 말만 키워
입 밖으로 내보낼래요
온갖 벌레 울음소리 업어 주는 풀처럼 살래요
어른들이 밥 먹듯이 하는 욕은
배우지 않을래요
치매 걸린 외할머니 밥상에 흘린
밥알도 콕콕 뱁새처럼 쪼지 않을래요
풀씨처럼 보이겠죠
잔소리 많은 엄마는 잎이 많은 풀이겠죠
저기, 앞집 할머니도 호리낭창
예쁜 풀이에요
동시집 <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 2009.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