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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1.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2003)
주요 키워드: 청춘, 감각의 낯섦, 분열된 육성, 감정의 미로
특징
철학과 시적 감각이 초심자의 열정으로 밀착
“쏟아지는 별에 맞아 죽을 수 있는 행복” 같은 격렬한 감정적 문장
일상에서 벗어난 감각적 전복, 서정의 재구성
주요 시: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물속에서」
2. 『우리는 매일매일』 (2008)
주요 키워드: 감각의 정치성, 청춘의 해체, 감정의 파편화
특징
단정하면서도 낯선 은유를 통한 공감각적 시도
“분열된 육성”과 감각/육체의 떨림
일상을 감각적으로 해체하여 미적 경험으로 전환
시와 비평이 만나는 메타적 실험성
주요 시: 「우리는 매일매일」, 「Summer Snow」, 「어떤 노래의 시작」
3. 『훔쳐가는 노래』 (2012)
주요 키워드: 감각과 정치, 저항, 공감, 아름다움과 폭력의 교차
특징
랑시에르적 ‘감각의 분배’ 이론 적극 수용
참여시 논의를 넘는 문학적 정치성 실천
“혁명과 철학이 좋았다 / 더 멀리 있으니까” — 거리두기를 통한 성찰
“내 죄를 대신 저지르는 사람들에 대해” — 공감과 대리감정의 시
주요 시: 「그 머나먼」, 「고백」, 「기적」, 「세상의 절반」
4.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2022)
주요 키워드: 사랑, 저항, 치유, 세월호, 영혼의 언어
특징
10년의 침묵 이후 도달한 사랑의 시학
‘한 아이에게’ 연작을 통해 세월호 희생자들과의 공감적 연대
언어와 감각의 치유적 힘에 대한 믿음
“시인은 침묵함으로써 대화하는 사람” — 소외된 자를 위한 목소리
주요 시: 「사랑의 전문가」, 「아빠」, 「올랜도」, 「사실」
총체적 해석: 진은영 시의 핵심 철학
감각은 정치이다: 시는 감각의 재분배이며, 억압된 감각을 해방시키는 문학적 실천이다.
https://m.cafe.daum.net/somdaripoem/synx/310?svc=cafeapp 랑시에르: 문학은 정치다
사랑은 혁명이다: 개인의 사랑은 구조에 대한 저항이며, 치유의 감각이다.
시인은 듣는 사람: 말하지 않는 자의 소리를 듣고 기록하는 자, 곧 침묵하는 대화자다.
정체성과 윤리: ‘감정의 진실’, ‘감각의 진실’, ‘사회적 위치의 진실’을 끝까지 고민하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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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시집 - 일곱개의 단어로 된 사전
출판 문학과지성사
발행 2003.07.24.
책 소개
진은영의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은 문학적 상상력에 목마른 현대인들을 위한 시집이다.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짧은 글귀 안에 담긴 작가의 심오한 뜻을 파악하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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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뒷표지글]
언제부터인가 내 삶이 엉터리라는 것뿐만 아니라,
너의 삶이 엉터리라는 것도 나를 고통스럽게 한다.
너라도 이 경계를 넘어가주었으면.
그래서 적어도 도달해야 할 무엇이 있다는, 혹은 누군가 거기에 도달할 수 있다는, 그 어떤 존재 증명과 같은 것이 이루어지길…… 사람들은 왜 내겐 들을 수 있는 귀만을 허락했냐고 신에게 한바탕 퍼붓는 살리에르의 한탄과 비애를 전하지만,사실 얼마나 배부른 소린가? 모차르트와 동시대인이라는 거, 그거 축복 아닐까?
돌이 아니라, 쏟아지는 별들에 맞아 죽을 수 있는 행복. 그건 그냥 전설일 뿐인가?
친구, 정말 끝까지 가보자. 우리가 비록 서로를 의심하고 때로는 죽음에 이르도록 증오할지라도.
목차
시인의 말 1.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모두 사라졌다 교실에서 고흐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가족 ... 2. 청춘 첫사랑 청춘 1 청춘 2 봄이 왔단 달팽이 그림 일기 ... 3. 바깥 풍경 대학 시절 어느 눈 오는 날 나의 일 벌레가 되었습니다 나무가 되어 기다렸어요 달팽이 대장 ... 해설ㆍ내게서 먼 긴 손가락/ 이광호
두번째 시집 - 우리는 매일매일
저자 진은영 출판 문학과지성사
발행 2008.08.22.
책 소개
낯선 방식의 감각화를 꿈꾸는 시인, 진은영!
진은영 시집『우리는 매일매일』. 첫 시집을 통해 익숙한 일상을 새롭게 하는 감각을 보여준 진은영 시인이 5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시집이다. 오랜 사유 끝에 얻을 수 있는 낯선 은유들로 가득한 총 49편의 시를 3부에 나누어 담았다. 치열한 의식과 환하게 빛나는 시어의 간극, 차가움과 달콤함의 이율배반적 공존에서 재조합된 시적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이번 시집에서는 습관화된 감각들을 배반하는 구절들이 곳곳에서 반짝인다. 메시지의 전달에 급급하지 않고, 최소의 어휘와 간명한 표현으로 감각의 사유를 증폭시키고 있다. 또한 타자와 내가 만나는 시간에 대한 사유, 언어를 비롯한 여러 기호들에 대한 감수성, 장르에 대한 메타적 인식, 규정되지 않은 것에 대한 고찰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또한 시인은 정리되지 않은 낯선 은유를 통해 역사의 시간과 시대의 풍경을 무거운 진실로 환기시키고 있다. 그리고 시적 창조의 의미 있는 체험을 시로 형상화하면서 시의 존재론적 가치를 긍정하고 시적 진실을 촉구한다.
〈우리는 매일매일〉
흰 셔츠 윗주머니에
버찌를 가득 넣고
우리는 매일 넘어졌지
높이 던진 푸른 토마토
오후 다섯 시의 공중에서 붉게 익어
흘러내린다
우리는 너무 오래 생각했다
틀린 것을 말하기 위해
열쇠 잃은 흑단상자 속 어둠을 흔든다
우리의 사계절
시큼하게 잘린 네 조각 오렌지
터지는 향기의 파이프 길게 빨며 우리는 매일매일
출판사 서평
끝없는 발산의 사유, 꿈꾸는 기호, 변모하는 일상
회귀하는 주제들에 대한 낯선 방식의 감각화를 꿈꾸다
첫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문학과지성사, 2003)을 내놓고 익숙한 일상을 새롭게 하는 새로운 감각의 발견, 피 흘리는 고단한 현실과 예술가와 철학자의 밤과 별들로 가득한 초현실을 오가며 신열을 앓는 언어의 파문 등으로 평단과 독자 모두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던 시인 진은영이 5년 만에 두번째 시집 『우리는 매일매일』(문학과지성사, 2008)을 펴냈다.
과작의 시인이지만 이렇다 할 타작이 없는 시인으로도 익숙한 진은영이다. 총 49편의 시를 3부로 나누어 싣고 있는 두번째 시집 역시, 깊이 앓고 오랜 시간 사유하고서야 비로소 얻어지는, 우리의 가슴과 머리를 동시에 치고 가는 낯선 은유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그 은유들은 지극히 단정하고 또 아름답기까지 하다. 하여 많은 이들이 진은영 시에서 시인 최승자의 그늘을 읽으면서도, 치열한 의식과 환하게 빛나는 시어의 간극, 차가움과 달콤함의 이율배반적 공존에서 재조합된 진은영 특유의 청신한 시적 세계에 눈을 밝히고 입을 모은다.
단정하다는 형용사는, 대학에서 니체를 전공해서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하는 시인의 이력을 한번쯤 환기하게 만든다. 니체와 들뢰즈, 칸트의 철학, 노동과 자본론 등 대학 입학 후 지금껏 그녀의 사유를 붙들고 있는 그 묵직한 이름들은 그녀의 눈과 기다란 손가락의 감각을 얇은 감상에서 되도록 멀리, 수다스럽지 않게 그리고 차갑게 재련했을 만도 하다. 하지만 그녀는 단호하게 말한다. 그러니 염두에 두자:
불타는 지느러미
나는 시인입니다
다른 이름으로 부르지 마세요
듣기 싫어요 -「Summer Snow」 부분
동시에 아름답다는 형용사는 어둡고 불안하고 소외되고 억눌린 현실의 풍경을 흰 종이나 빈 유리창에 옮겨와서 가만히 응시하다가, 습관과 통념이란 보통명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낯선 풍경을 그려 보이는 시인의 깊이 있는 시선에 화답하는 독자의 정직한 탄성이다.
메시지의 전달에 급급하지 않고, 최소의 어휘와 간명한 표현으로 커다랗게 증폭하는 감각의 사유, 감각/육체의 연동/떨림이 시인이 지향하는 지점이라면 이번 시집은 그 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간 여러 평자들이 그녀의 시를 곱씹어 읽고 애정을 기울여 분석해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령,
“(진은영의 시는) 90년대 시의 서정적 동일성을 거부하면서, 아직 제도화되지 않은 시적 발화의 숨죽인 목소리와 분열된 육성을 드러낸다.”(이광호) 여기서 ‘분열된 육성’에 밑줄 그어본다. 이것이 분열된 의식의 다른 호명이자, 세상의 분열을 엿본 자의 목소리를 가리키는 것이라면 동년배 다른 시인-김행숙, 이장욱, 장석원-들과 함께 묶일 수도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진은영의 시에는 분열이란 단어가 환기하는 것 이상의 무엇이 있다. 습관화된, 타성에 젖은 눈과 귀, 후각과 미각 그리고 촉각을 보기 좋게 배반하는 구절들이 곳곳에서 반짝이고 있어서다. 이번 시집의 맨 마지막에 실린 다음의 시는 진은영의 시세계를 처음 대하는 독자들이 가질 법한 낯선 감각의 모음집과도 같다:
너는 추위를 주었다
나의 언 손가락은 네 연둣빛 목폴라 속에
버들강아지처럼
너는 어둠을 주었다
나의 눈은 처음 불 켜진 지하실의 눈부심 속에
입술이 나에게로 열렸다
향나무 불타는 난로의 숨결에 이어진
연통의 어리둥절한 뜨거움
[……]
그리고 야릇한 것이 시작되었다 -「어떤 노래의 시작」 부분
시인의 관심은 이 ‘야릇한 것’이 무엇인가를 밝히는 일보다 야릇한 감흥을 느끼는 공감각적 찰나의 경험에 기울어 있다. 고착화된 사전적 의미와 낡은 비유, 정답을 요구하는 질문지로 나와 타인, 세계를 바라보고 계몽하는 일은 이미 세계의 중심(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평론가 권혁웅은 “언어와 대상이 일치하는, 대상을 가리키는 손가락이자 대상 자체인 그런 은유는 없다. 그런 일치는 지배 이데올로기와 다르지 않은 것이다. 시인이 제시하는 은유는 그 모든 모순들, 그 모든 간격들을 수용하는 은유”라고 말한다.
다채롭게 몸을 갈아입는 기호들은, “손쉽게 자신의 목소리를 절대화하거나 그것과 타협하지 않는”(허윤진) 시인에게만 허락된 것이다. 이를 두고 평자와 독자들은 아이의 장난기 가득한 천진함, 경계 없는 상상력, 물렁물렁 유연한 사고의 힘 같은 것들을 불러다 그녀의 시 앞에 놓아본다. 시를 짓는다,가 아니라 시를 쓴다,라고 해야 더 어울릴 법한 진은영 시가 갖고 있는 매혹의 요소들이다:
가만히 어둠 속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
내가 모르는 일이 흘러와서 내가 아는 일들로 흘러갈 때까지
잠시 떨고 있는 일
나는 잠시 떨고 있을 뿐
물살의 흐름은 바뀌지 않는 일
물속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
푸르던 것이 흘러와서 다시 푸르른 것으로 흘러갈 때까지
잠시 투명해져 나를 비출 뿐
물의 색은 바뀌지 않는 일
(그런 일이 너무 춥고 지루할 때
내 몸에 구멍이 났다고 상상해볼까?)
모르는 일들이 흘러와서 조금씩 젖어드는 일
내 안의 딱딱한 활자들이 젖어가며 점점 부드러워지게
점점 부풀어오르게
잠이 잠처럼 풀리고
집이 집만큼 커지고 바다가 바다처럼 깊어지는 일
내가 모르는 일들이 흘러와서
내 안의 붉은 물감 풀어놓고 흘러가는 일
그 물빛에 나도 잠시 따스해지는
그런 상상 속에서 물속에 있는 걸 잠시 잊어버리는 일 -「물속에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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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시인의 말
1.멜랑콜리아
아름답다
눈의 여왕
멜랑콜리아
점
집시의 시간
거기,
어쩌자고
무질서한 이야기들
라,라,라푼젤
푸른 셔츠의 남자
연애의 법칙
방랑자
바람의 노래
네가 소년이었을 때
신발장수의 노래
소멸
우리는 매일매일
2.미친 사랑의 노래
메피스토 왈츠
Modification
한밤중에
청춘 3
앤솔러지
나는
그날
인공호수
Summer Snow
물속에서
어느 날
비평가에게
나에게
닭이 울기 전에
혼자 아픈 날
블라디미르라는 이름의 목도리
미친 사랑의 노래
3.문학적인 삶
5월의 첫 시집
가득한 마음
친애하는 미트겐슈타인 선생께
그림
70년대産
나의 친구
달로 가는 비행기
문학적인 삶
유년 시절
Quo Vadis?
러브 어페어
나의 할머니
노란 뚜껑의 작은 유리병 속에
주여
어떤 노래의 시작
해설|멜랑콜리 팬타곤 Melancholy Pentagon/권혁웅
세번째 시집 - 훔쳐가는 노래
훔쳐가는 노래진은영 시집
저자 진은영 출판 창비
발행 2012.08.17.
책 소개
우리의 마음에 강렬한 인상을 새기는 시를 만나다!
진은영 시인의 세 번째 시집『훔쳐가는 노래』. 2000년 계간 《문학과사회》에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김달진문학상 젊은시인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하며 낯선 화법에 실린 선명하고 감각적인 이미지와 독창적인 은유로 자신만의 시세계를 펼쳐온 저자의 이번 시집은 현실세계에 대한 치열한 문제의식 속에 사회학적 상상력과 시적 정치성이 어우러진 새로운 감각의 세계를 그린 50편의 시들로 구성되어 있다. 2011년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그 머나먼’ 외 5편을 비롯해 ‘오필리아’, ‘쓸모없는 이야기’, ‘불안의 형태’, ‘지도를 찾아서’, ‘단식하는 광대’, ‘몽유의 방문객’ 등 철학적 사유와 성찰이 깃든 매혹적이고 환성적인 언어와 감각적이면서 군더더기 없는 간명한 표현들로 이루어진 시편들을 3부로 나누어 수록하였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특별한 사랑의 감각, 고요하게 떨리는 시
2000년 『문학과사회』로 등단한 이후 두권의 시집을 통해 낯선 화법에 실린 선명하고 감각적인 이미지와 독창적인 은유의 세계를 펼쳐 보이며 최근 우리 시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시인으로 떠오른 진은영 시인의 세번째 시집 『훔쳐가는 노래』가 출간되었다. 4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현실세계에 대한 치열한 문제의식 속에 사회학적 상상력과 시적 정치성이 어우러진 새로운 감각의 세계를 선보인다. 2011년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그 머나먼」 외 5편(「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훔쳐가는 노래」 「망각은 없다」 「아름답게 시작되는 시」 「오래된 이야기」)을 비롯하여, 철학적 사유와 성찰이 깃든 매혹적이고 환상적인 언어와 감각적이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간명한 표현들로 정제된 총 50편의 시편이 저마다 강렬한 인상을 새긴다.
세상의 절반은 붉은 모래/나머지는 물//세상의 절반은 사랑/나머지는 슬픔//붉은 물이 스민다/모래 속으로, 너의 속으로//세상의 절반은 삶/나머지는 노래//세상의 절반은 죽은 은빛 갈대/나머지는 웃자라는 은빛 갈대//세상의 절반은 노래/나머지는 안 들리는 노래(「세상의 절반」 전문)
‘사회참여와 참여시 사이에서의 분열’을 창작과정의 문제로 고민해온 진은영 시인은 “아름답고 동시에 정치적인 시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는 몇 안되는 시인”(신형철)으로 꼽힌다. 2000년 이후 등단한 많은 젊은 시인들이 그렇듯이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에 관심을 보여온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무엇’과 ‘어떻게’를 적절하게 결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문학적 글쓰기와 현실정치의 간극 속에서 문학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을 어떻게 만나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여실히 보여준다.
홍대 앞보다 마레 지구가 좋았다/내 동생 희영이보다 앨리스가 좋았다/철수보다 폴이 좋았다/국어사전보다 세계대백과가 좋다/아가씨들의 향수보다 당나라 벼루에 갈린 먹 냄새가 좋다/과학자의 천왕성보다 시인들의 달이 좋다//멀리 있으니까 여기에서//(…)//엘뤼아르보다 박노해가 좋았다/더 멀리 있으니까/나의 상처들에서//연필보다 망치가 좋다, 지우개보다 십자나사못/성경보다 불경이 좋다/소녀들이 노인보다 좋다//더 멀리 있으니까//(…)//혁명이, 철학이 좋았다/멀리 있으니까(「그 머나먼」 부분)
삶의 한 지점에 발을 딛고 선 시인은 타성의 울타리 안에 갇힌 관습적이고 지루한 일상에 고착된 시선을 거두고 진실에 가까운 삶의 실체를 보고자 한다. 가까이 있는 상처를 들여다보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더 멀리 있는 낯선 삶을 들여다보는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상처가 치유될 수 있다고 보는 시인은 “어떤 이야기가,/어떤 인생이,/어떤 시작이/아름답게 시작된다는 것은 무엇일까”(「아름답게 시작되는 시」)를 생각하며, “가장 낡은 변두리에서 흘러나오는 더운 하수 같은 노래”가 흐르고 “미로처럼 생긴 거리들에서 일제히 떠오르는 빨간 풍선 같은 소망”(「Bucket List」)이 이루어지는 ‘혁명’과 ‘철학’의 세계로 시야를 넓혀간다.
옛날에는 사람이 사람을 죽였대/살인자는 아홉개의 산을 넘고 아홉개의 강을 건너/달아났지 살인자는 달아나며/원한도 떨어뜨리고/사연도 떨어뜨렸지/아홉개의 달이 뜰 때마다 쫓던 이들은/푸른 허리를 구부려 그가 떨어뜨린 조각들을 주웠다지//(…)//그건 오래된 이야기/옛날에 살인자는 용감한 병정들로 살인의 장소를 지키게 하지 않았다//그건 오래된 이야기/옛날에 살인자는 아홉개의 산, 들, 강을 지나/달아났다/흰 밥알처럼 흩어지며 달아났다//그건 정말 오래된 이야기/달빛 아래 가슴처럼 부풀어오르며 이어지는 환한 언덕 위로/나라도,/법도, 무너진 집들도 씌어진 적 없었던 옛적에(「오래된 이야기」 부분)
사회참여와 감각 사이의 갈등 속에서 새로운 시적 화법에 “시의 정치성에 대한 자신만의 오랜 고민”(함돈균)을 담아온 시인은 동화적인 상상력과 알레고리를 접합하여 국가폭력이 합법적으로 자행되고 ‘살인자’가 오히려 당당하게도 버젓이 “살인의 장소”를 점령하는 오늘의 현실을 환기한다. “나라도,/법도, 무너진 집들도” 제대로 씌어지지 못하는 시대, “내가 보았던 모든 것이 거짓말인 것 같”(「이 모든 것」)고, “모두가 공범자, 맛의 죄인들”(「아주 커다란 호박에 바치는 송가」)인 이 비루한 시대의 상처를 선연하게 드러내며 시인은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기적이 일어”(「기적」)나기를 바란다.
내 죄를 대신 저지르는 사람들에 대해/내 병을 대신 앓고 있는 병자들에 대해/한없이 맑은 날 나 대신 창문에서 뛰어내리거나/알약 한 통을 모두 삼켜버린 이들에 대해//(…)//불어가는 핏빛 바람에 대해/할 말이 있다//나 대신 이 세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희망하는 이들과/나 대신 어두워지려는 저녁 하늘/들판에 우두커니 서 있는 검은 묘비들/나 대신 울고 있는 한 여자에 대하여(「고백」 부분)
‘삶과 정치의 실험이 문학적 실험에 선행되어야 한다’고 믿는 시인은 통제와 억압의 질서를 해체하고 모순투성이의 이 세계에 간섭하고자 한다. “문학과 정치, 영혼과 노동, 해방에 대하여”(「멸치의 아이러니」) 끊임없이 고민해온 시인은 결연한 의지로 “신문이 시처럼 읽히는 둥근 십자로”와 “망루에서 죽은 자에게/빌딩처럼 멋진 묘비를 세워주는 도시”(「지도를 찾아서」)를 찾아서 “신비한 질병과 미지의 악취”가 풍기는 “텅 빈 광장”(「망각은 없다」)으로 나선다. 그것은 곧 ‘다른 이름’이 아닌 ‘시인’으로서 자신의 “얼룩”과 “천부적인 더러움”(「나의 아름다운 세탁소」)을 기꺼이 내보이며 ‘진실된 감정과 자신만의 독특한 음조로 새로운 노래를 찾아’가는 노정에 다름아닐 것이다.
우리의 갈비뼈 하나를 뽑아/진실을 만드세요, 하느님/그녀와 손잡고 나가겠습니다(「거리로」 전문)
인생을 시로 잘게 분할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다란 선분을 무수한 작은 점들로 나눈 것처럼 될까? 그 점들을 다시 합치면 원래의 선분이 될까? 그렇게 산술적으로 딱 떨어질까? 진은영의 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인생을 시로 분할하면 감각의 무한소수로 이루어진 이야기들이 탄생한다. 한편의 시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하나의 삶이 드러난다. 긴 선분을 나누면 더 기나긴 선분이 나타난다. 이것이 시의 수학이요 마술임을 진은영의 시는 증언한다. 이때 진은영의 시가 시작하는 삶이란 내게 주어진 삶으로부터 너무나 머나먼 동시에, 더 가까이 두고, 더욱 간절히 사랑하고 싶어지는 그런 삶이다. 이 세계에 속하지 않는 것으로 기어이 이 세계에 속해 있는 삶이다.
나는 몇년 전 진은영에게서 단어들을 선물로 받은 적이 있다. 그녀는 자신의 시에서 단어들을 골라 나에게 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 낯선 단어들을 사용하여 시를 썼다. 카이로에서 팔레스타인으로 가는 열차 안에서 생을 마감한, 가난한 시민이자 슬픈 시인인 어떤 사람에 대한 시였다. 만약 가난한 시민들과 슬픈 시인들로 이루어진 공동체가 있다면, 그들이 진은영의 단어들을 작은 돌처럼 주머니 안에 넣고 다닌다면, 가끔 그것들을 꺼내 양식으로 삼을 수 있다면, 장담컨대 그들은 행복할 것이다. 말하는 돌들을 교환하기, 단어와 단어로 맺은 우정, 이것이 이 비참한 세계에서 내가 진은영과 나눈 기쁜 협약이다. 그녀의 시를 통해 독자들 또한 그녀와 우정을 나누기를, 부디 행복해지기를. _심보선 시인
수수께끼란 그쪽으로 끌린다는 것 이외에는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우리가 아무것도 아니기를 요구한다
ㅡ모리스 블랑쇼 "문학의 공간
이내 나는 모든 것으로부터 멀어진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알리바이를 성립시키기 위해 남게 되니까.
-세사르 바예호 1936년 시월, 파리
당신의 심장 위로 나를 우표처럼 올려놓으시오
당신의 팔 위로 표시처럼
사랑이 강하기 때문이오, 죽음처럼
질투가 강하기 때문이오, 무덤처럼
숯불들. 새빨갛게 달귀진 숯불들. 강렬한 불꽃들
많은 물도 사랑을 끌 수는 없고, 강물도 사랑을 덮을 수는 없소
안토니오 무뇨스 몰리나 <폴란드 기병>
시인의 말
서른살 무렵,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때 카프카가
죽은 나이까지는 살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런데 하느님은
내 소원을 잘못 알아들으신 것 같다. 카프카가 쓴 것처럼
쓸 수 있을 때까지 살게 해달라는 이야기로. 그리하여 나는 그 누구보다 오래 살고, 어쩌면 영원히 살게 될지도 모른다. 이 불미스러운 장수와 질 나쁜 불멸에 나는 곧 무갑해질 테지. 문학은 나에게 친구와 연인과 동지 몇몇을 홈쳐다주었고 이내 빼앗아버렸다. 훔쳐온 물건으로 베푸는 향응이란 본래 그런 것이지, 지혜로운 스승은 말씀하실 테지만 나는 듣는 둥 마는 둥. 소중한 것을 전부 팔아서 하찮은 것을 마련하는 어리석은 습관을 여전히 버리지 못했다.
2012년8월
진은영
목차
제1부 이 모든 것
있다
오필리아
아케이드
이 모든 것
청춘 4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쓸모없는 이야기
영화처럼
훔쳐가는 노래
망각은 없다
음악
예언자
토끼를 조심하라구?
그 머나먼
아름답게 시작되는 시
제2부 공정한 물물교환
인식론
후크
공정한 물물교환
방법적 회의
오월의 별
그런 날에는
노을
전생
어떤 보병
불안의 형태
갇힌 사람
시인의 사랑
N개의 기억이 고요해진다
파리에서의 한달
지도를 찾아서
슬픔의 작은 섬
세상의 절반
제3부 지난해의 비밀
그냥, 판도라 상자
기적
오래된 이야기
단식하는 광대
우리에게 일용할 코를 주시옵고
지난해의 비밀
고백
빌뇌브의 피에타
죽은 이의 평화
거리로
몽유의 방문객
돈 후안
Bucket List
아주 커다란 호박에 바치는 송가
멸치의 아이러니
밤
그리하여, 어느날
자스민
시인의 말
네번쩨 시집 -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저자 진은영 출판 문학과지성사
발행 2022.08.31.
책 소개
“한 사람을 조금 덜 외롭게 해보려고 애쓰던 시간들이 흘러갔다.”
우리 삶 속에 상실과 슬픔을 끌어안는 사랑의 공통감각
십 년을 기다려온 단 하나의 온전한 고백
누추한 현실에서 불현듯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시인 진은영 10년 만의 신작 시집
2000년 『문학과사회』로 등단한 이후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2003), 『우리는 매일매일』(2008), 『훔쳐가는 노래』(2012)를 차례로 선보이며, 감각적인 은유와 선명한 이미지로 낡고 익숙한 일상을 재배치하는 한편 동시대의 현실에 밀착한 문제의식을 철학적 사유와 시적 정치성으로 풀어내온 진은영 시인이 10년 만에 신작 시집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문학과지성사, 2022)를 펴냈다.
시(인)의 사회적 위치와 기능을 묻는 한 강연에서 “시인은 침묵함으로써 대화하는 사람”이라고 진은영은 말한 바 있다. 공동체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목소리와 다양한 삶의 문제들에 귀를 기울여 그들의 삶을 문학적으로 가시화하는 일, 그 어렵고 힘든 일을 이번 시집에 묶인 42편의 강렬하고 감각적인 시들이 저마다 아름답게 해내고 있다. 결핍으로 가득 찬 과거와 불안하고 비탄스러운 현실 속의 우리는 진은영의 시와 함께 “손을 잡고 어둠을 헤엄치고 빛 속을”(「어울린다」) 걸어 미래로 나아간다. 고통의 쓴잔을 나눠 마시며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는 사랑의 힘으로.
“사랑과 저항은 하나이고 사랑과 치유도 하나라고 이 시집 전체가 작게 말하고 있을 뿐, 어떤 시도 직접적으로 크게 말하고 있진 않다. 진은영의 정련된 이미지들 뒤에는 얼마나 많은 사유와 감정이 들끓고 있는가. 더 중요한 것은 사유와 감정이 하나의 언어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아름다움(예술)은 인간을 ‘해결’하는 사랑의 작업이 되고, 그렇게 치유되면서 우리는 ‘해결되지 않는 분쟁’과 다시 맞설 힘을 얻게 된다.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아름다움, 진은영은 그런 것을 가졌다.” -신형철, 해설 「사랑과 하나인 것들: 저항, 치유, 예술」에서
출판사 서평
낡고 익숙한 단어와 감각의 재배치로
새롭게 태어나는 일상들-인식들
그러니까 시는
제법 볼륨이 있는 분노, 그게 나다! 수백 겹의 종이 호랑이가
레몬 한 조각에 젖는다
-「그러니까 시는」 부분
흔히 좋은 기사의 기본을 왜곡 없이 명징한 사실 보도에 두듯, 좋은 문학의 가능성을 상황과 관계를 단순화하지 않고 읽는 이에 따라 다양한 이해를 허락하는 데서 찾곤 한다. 그리고 그 좋은 예를 우리는 진은영의 시와 더불어 경험해왔다. 일찍이 낯선 은유와 아포리즘, 철학적 알레고리가 가득한 시들로(“혁명/눈 감을 때만 보이는 별들의 회오리/가로등 밑에서는 투명하게 보이는 잎맥의 길//시, 일부러 뜯어본 주소 불명의 아름다운 편지”-「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편협한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모르는 일들이 흘러와서 조금씩 젖어드는 일/내 안의 딱딱한 활자들이 젖어가며 점점 부드러워지게/점점 부풀어오르게/잠이 잠처럼 풀리고/집이 집만큼 커지고 바다가 바다처럼 깊어지는 일/내가 모르는 일들이 흘러와서/내 안의 붉은 물감 풀어놓고 흘러가는 일”(「물속에서」, 『우리는 매일매일』)의 복판에서 우리 마음의 무늬를 읽게 하는 순간이 그의 시집 어디를 펼쳐도 가능했다. 길지 않은 시에 “긴 손가락”의 이야기를 몇 겹의 의미로 감추는 데 여전히 능한 그 덕분에(「아르스 포에티카」) 우리는 이번 시집 곳곳에서 풍부하고 아름다운 ‘생의 시간’을 속도감 있게 마주한다.(“어린 시절이 숨어 있던 은유의 커다란 옷장에서/나를 꺼내 데려가주세요/얇은 잠옷 차림으로 창문 너머 별을 타고 야반도주하는 연인들처럼 가볍게/들판의 귀리 싹이 몇 인치의 초록으로 땅을 들어 올리듯/차력사인 봄을 불러다 주세요/붉은 담쟁이 잎이 잔 속에서 피어나고 흰 양털 장화 속이 축축해지도록 눈 내립니다/별과 알코올을 태운 젖은 재들 휘날립니다//내가 고백할 수 있도록”-「당신의 고향집에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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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기거나 부서지고, 헝클어지고 녹아내리는
마음 너머의 사실들
낯선 폐품 더미 속에서 잠시 혼이 나간 아이처럼,
도무지 쓰임을 알 수 없는 이상하고 망가진 물건들 사이에서,
또한 모든 이가 어느 다락방에 쌓인 낡은 몰락의 일종이었음이
문득 자연스러워지는 오후 한때
-「일대기」 부분
진은영의 시가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몇 겹’의 사실/이야기를 품으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얼마나 많은 것이 내 단순함의 칼날에 잘려 나갔을까?”(뒤표지 시인의 글) 하는 시인 자신을 향한 경계와 반성이 수시로 작동하는 탓이다. 진은영 시에서 익숙한 시(인)에 대한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다수의 명명들은 대개 미적인 것과 논리적인 것 사이에 발생하는 “구조적 긴장”과 “팽팽한 경쟁의 감미로움”(신형철 해설)을 단단히 붙들고 있다(“별들이 움직이지 않는 물 위를 고요가 흘러간다는 사실/물에 빠진 아이가 있었다는 사실/오늘 밤에도 그 애가 친지들의 심장을 징검다리처럼 밟고/물을 무사히 건넌다는 사실”-「사실」). 삶-일상에 문학을, 철학을, 그리고 정치(적 용어)를 들이고 콜라주하는 일에 오래 골몰해온 그의 시들을(“자면서 벌어진 입술로 새어 나오는 잠꼬대 같은 진실들/그런 걸, 믿으라는 말인가/나는 오랫동안 묻곤 했습니다//믿음으로/ 믿음을 지우면서/ 당신은 스스로 답했습니다:/나는 세상의 빛이다/[그러나 욕심을 부리지는 않았죠/ 한낮이 아니라/별들이 아니라/용접기 불꽃이 만든/한 개의 반짝이는 구리 반지를/벽보 속에, 슬픔 속에, 한 노동자의 얼굴 속에 넣어뒀을 뿐]”-「아뉴스데이, 새뮤얼 바버-한 노동자에게」) 변함없이 두터운 신뢰와 감탄으로 읽어온 우리가 이번 시집을 펼쳐 들었을 때 더욱 곡진한 마음이 되는 이유 또한 여럿인데, 그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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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2014년 봄으로 가 부르는 진실들
땀의 완두콩, 그거 부드럽지만 헛된 슬픔의 총알
참새와 애벌레들의 후원금
먼저 죽은 친구 얼굴이 자색 양파처럼 굴러 나오고
그리고 약속의 절벽
그에게 들려줘야 할 깎이지 않는 한마디
-내가 계속할게
-「모자」 부분
시집의 제목을 포함해 ‘사랑’은 진은영 시 특유의 탁월하고 섬세한 은유를 거쳐 때로는 저항/혁명의 이름으로(“과거에게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을게”-「청혼」) 때로는 변신과 불멸을 꾀하는 마법의 주문으로(“너는 사랑의 마법사, 그 방면의 전문가. 나는 기름의 일종이었는데, 오 나의 불타오를 준비. 너는 나를 사랑했었다, 폐유로 가득 찬 유조선이 부서지며 침몰할 때, 나는 슬픔과 망각을 섞지 못한다. 푸른 물과 기름처럼. 물 위를 떠돌며 영원히”-「사랑의 전문가」) 이번 시집 여기저기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하나 더, 아주 “조심스럽고 어려운” 작업으로서, “상처 입은 이들에 대한 사랑은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치밀하게 헤아리는 기민한 정신의 결과물”(정혜신·진은영,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로 위대한 ‘치유’의 다른 이름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바로, 4.16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과 여전히 밝혀야 할 진실을 위해 함께 쓰고 부른 시들이 뜨거운 숨과 고백, 슬픔과 바람이 “빈틈없이 정교하게” 결합된 형태로 시집 2부(‘한 아이에게’)에 한데 묶였다. 모두 진실을 쫓는 거듭된 물음을 전제로, 그 물음 속에서 사랑은 저항의 표현이 되기도 하고, 치유의 과정으로 변화되기도 한다는 것.
거듭 진은영의 시(인)론을 옮겨 적어본다. “시인은 아무도 듣지 않는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소리를 마지막까지 잘 경청함으로써 그 누군가의 존재를 드러나게 하고 그 드러나 존재가 주는 울림을 통해서 시를 쓴다.”(2018 네이버 열린연단 중에서) 어쩌면 “갈비뼈를 부수고 튀어나온 심장처럼//너울거리는 은유의 옷이 아니라/은유의 살갗을//벗기면 영혼이 찢어지는 그런”(「아빠」) “진실과 영혼의 무게”를 온전히 느낄 수 있을 때까지, 우리 시대 가장 필요한 목소리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진은영의 시들이 아닐는지. 그가 믿는 “사랑의 윤회”는 “모든 상실”을 목도한 후에도 “모든 슬픔보다 더 오래 살아남”(「올랜도」)는 삶/죽음의 오랜 비밀, 다름 아닌 “희망”과 함께 날아오르는 영원한 다짐이겠다.
“진은영이 추구하는 시는 무의식적 차원의 ‘감각의 재분배’(자크 랑시에르)를 통해 세계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려는 미학적이며 정치적인 운동이다. ‘사랑’과 ‘혁명’의 동의어인 이 운동은 세계가 그대로여도 주체가 위치와 행위를 바꿈으로써 진전된다. 진은영의 말처럼, 같은 장소도 다른 문으로 들어가면 다른 세계가 열린다.” 문학평론가 김수이
목차
시인의 말
Ⅰ. 사랑의 전문가
청혼
그러니까 시는
당신의 고향집에 와서
어울린다
사랑합니다
봄에 죽은 아이
모자
카살스
사랑의 전문가
조직생활자
파울 클레의 관찰 일기
생일
남아 있는 것들
종이
봄의 노란 유리 도미노를
Ⅱ. 한 아이에게
우주의 옷장 속에서
올랜도
그날 이후
뱀 이야기
단조로운 시
천칭자리 위에서 스무 살이 된 예은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빨간 풍선
나는 도망 중
아빠
언제나
봄여름가을겨울의 모놀로그
시인 만세
한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Ⅲ. 사실
봄여름가을겨울
월요일에 만나요
사실
스타바트 마테르
아뉴스데이, 새뮤얼 바버
일대기
죽은 마술사
라푼젤, K를 기다리다
방을 위한 엘레지
죽은 엄마가 아이에게
아르스 포에티카
쓰지 않은 것들
빨간 네잎클로버 들판
시를 쓰며 참고한 것들
해설
사랑과 하나인 것들: 저항, 치유, 예술 · 신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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