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잘못된 건강 상식에 속지 마라[PART4]- 32.염분이 고혈압에 나쁘다는 것은 거짓이다
염분이 부족하면
병에 걸리기 쉽다
염분은 적게 섭취할수록 좋다는 인식이 정착한 탓에, 이제 라면 국물 같은 음식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마시면 몰상식한 사람 취급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
세계 각국의 연구 조사 데이터를 살펴보면, 오히려 염분이 부족한 사람 쪽이 병에 더 잘 걸리고 일찍 죽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일본에서는 “국민 대부분이 소금을 지나치게 섭취하고 있으므로, 염분을 줄이면 모든 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말들이 반세기가 지나도록 상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일본 고혈압학회도 2012년에 다음과 같은 권고문을 발표했다. “고혈압 예방을 위해 혈압이 정상인 사람에게도 식염 제한(하루 6그램 미만)을 권장한다. 특히 당뇨병이나 만성 신장병이 있는 사람의 경우, 순환기 질환이나 신부전 예방을 위해서 하루 6그램 미만으로 염분을 줄이는 것이 좋다. 또한 성인이 된 후 고혈압이나 순환기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식염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본인 대부분은 필요량을 훨씬 초과하는 염분을 섭취하고 있다.” 어떻게든 국민의 염분 섭취량을 낮춰보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글이다.
그러나 이와 정반대되는 데이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988년에 발표된 국제 공동 조사 ‘인터네셔널 스터디’에서는 32개국 52개 지역에서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식염 섭취량과 혈압의 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문화 수준이 낮은 지역을 제외한 48개 지역에서 식염의 섭취량과 고혈압증 사이의 관계를 입증할 만한 명확한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미국 뉴욕에 위치한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의 마이클 올더먼(Michael Alderman) 박사가 25~75세의 20만 7,729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염분섭취가 가장 적은 그룹은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이 쉽게 발생하고 빨리 죽는다. 염분 섭취가 가장 많은 그룹이 가장 오래 살고 고혈압, 심근경색도 적었다…… 경제 선진국 중에서 염분 섭취량이 가장 많은 일본은 세계 최고의 장수 국가이다”
미국 심장학회로부터 고혈압학회의 최고상이라 불리는 ‘지바상’을 수상한 아오키 규조(靑木久三) 박사는 “비타민C의 결핍은 특정 질환을 일으킬 뿐이지만, 염분의 결핍은 생명을 위협한다. 일본인의 고혈압증은 98퍼센트 이상이 소금과는 관계가 없다. 신장이나 호르몬, 혈관이나 혈액의 문제이다. 대다수 일본인에게 염분을 감량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오히려 염분 감량은 건강에 큰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경고했다. 소금의 성분인 나트륨은 뇌가 보내는 명령을 신경세포에 전달하는 등 생명 유지와 깊은 관련이 있다. 혈중 나트륨 농도가 지나치게 떨어지면 의식 혼탁, 구토, 혈압 강하, 실신 등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오며 최악의 경우 생명을 잃는다.
천일염은 과연 정제염보다
건강에 좋을까?
일반적으로 정제염은 “미네랄을 함유하지 않은 소금이므로 소금이라고 할 수 없다”라거나, “몸에 나쁘다”며 무조건 깎아내리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에 천일염은 덮어놓고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에서는 1971년에 이온 교환막법(交換膜法)이라는 기술이 보급되면서 전국에서 전통적인 염전이 사라졌다. 그리고 바닷물로 소금을 만들 때, 바닷물 속의 PCB(폴리염화바이페닐)나 다이옥신 같은 위험한 물질을 완전히 제거한 소금을 국민에게 공급하게 되었다. 이 소금이 바로 염화나트륨 99.5퍼센트 이상의 아주 순도 높은 정제염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천일염은 오히려 ‘불순 물질이 잔뜩 섞여 있는 소금’이라고 할 수 있다.
설탕, 쌀, 빵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하얗게 정제한 식품을 마치 독이라도 되는 양 혐오스러워하고 반면에 흑설탕, 현미, 검은 빵은 무조건 치켜세우는 것도 비과학적인 태도이다. 양쪽 모두 장단점이 있으므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균형 있게 먹으면 된다.
*위 글은 곤도 마코토(近藤誠)의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더난출판, 이근아 옮김) 중 일부를 옮겨본 것입니다. 곤도 마코토는 1973년 게이오대학교 의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 가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립 도쿄 제2병원(현 국립병원 도쿄 의료센터) 방사선의학센터를 거쳐, 1983년 임상 동기들 중에서 가장 빨리 게이오 의과대학 방사선과 전임강사가 되었다. 유방온존요법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으나 암은 무조건 수술이나 항암데 위주로 치료하는 기존 의학계 입장에서는 눈엣가시라 전임강사에서 출세길이 막혀버렸다. 정년을 1년 앞둔 2013년에 곤도 마코토 암 연구소(www.kondo-makoto.com)를 개설하여 세컨드 오피니언 외래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항암제는 효과가 없다’, ‘건강검진은 백해무익하다’, ‘암은 원칙적으로 방치하는 편이 좋다’는 등의 위험한 고백으로 의학계에서는 눈 밖에 났지만 환자 중심의 치료를 실현하기 위해 의료정보 공개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항암제의 독성돠 확대 수술을 위험성 등 암 치료에 관한 정보를 일반인들도 알기 쉽게 소개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제60회 기쿠치간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환자를 상품으로 취급하는 현실에서 자신보다 환자를 더 사랑한 의사의 진심 어린 고백을 담고 있다. 과잉 진료로 이어지는 조기 암 진단이나 건강검진에 현혹되지 않도록 의학 상식을 넓혀줄 뿐만 아니라 병원과 약을 멀리함으로써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