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배웅하는 너무 맛깔난, 초가을김밥입니다.
초가을은 여름과 가을이 한자리에 있는 기간입니다. 그래서 더운듯 선선한듯한 날이 가득찬 시기이고, 여름을 차근히 갈무리하면서 보내주고 가을을 조근조근 만나는 시간입니다. 이런탓에 초가을은 더위를 잘 이기게해주었던 여름식재료들을 하나씩 챙겨먹는 식단을 짜는 것이 좋습니다. 또, 여름식재료들은 대부분은 상반기 키워낸 작물들의 결실이라서 초가을에서 가을중턱까지 수확하기때문에 초가을까지 알뜰하게 잘 챙겨먹는 습관을 가지면 좋습니다.
더불어, 최근 지구온난화로 예측할수 없는 날씨가 너무 많아져 4계절의 간극이 점점 요동치고 있는터라 두계절이 공존하는시기에 먹거리생산에 우여곡절이 많아 그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필요해졌습니다.
이런저런 고민으로 올 늦여름부터 여름식재료를 말리기 시작했고, 초가을부터는 말린 여름식재료들로 채워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불볕더위동안 한껀 채워주었던 여름식재료들 마무리식단을 짜고 있습니다.
제철에만 제철식재료를 먹으려하고 있기때문에 내년에 다시만난다는 애틋한 시간은 각별합니다. 그토록 고약스러웠던 여름이지만, 이 여름의 끄트머리에서 여름을 그리워하고 있기때문입니다.
어쨌든, 초가을이 지나면 내년에나 만날수 있는 여름식재료들을 챙겨 만만한 김밥에 넣었습니다. 어찌나 맛있던지.
꿀맛이 따로 없습니다. 여름내내 시원함 한가득 안겨주었던 '오이'를 한아름 넣었더니 아작아작 시원한소리에 더 맛있어졌습니다. 거기다가, 한창 말리기에 빠져 그 말린맛에 늦여름초가을시기 즐거운밥상을 선사하고 있는 '가지말랭이'조림이 아주 기가막한 식감을 주어 더더더 맛있어졌습니다. 여기에, 향긋함이 절정에 이르는 여름노지깻잎에 둘둘말아 주었습니다.
묵은지볶은것과 도톰하게 부드러운 달걀지단도 들어가 거의 환상적인 맛을 내어놓습니다.
동부콩, 햇기장, 풋콩이 담뿍 들어간 잡스러운 밥이 어울어져서 한입만 먹어도 든든해집니다.
또, 얼마전에 담근 '초롱무김치'까지 곁들여서 초가을밥상으로는 최고가 아닐까싶습니다.
김밥에 제철식재료들을 철마다 담아내면 기가막힌 제철음식이 됩니다. 그건, 밥이 주는 어울어짐이 상당히 넓기때문입니다. 김밥속재료와 밥구성을 고정틀에 가두지만 않으면, 수천, 수만가지의 김밥은 만들어질수 있습니다. 그힘은 오로지 우리들 '상상력'에 달려있습니다. 그 상상력이 '계절'마다 꽃피운다면, 얼마나 많은 제철음식들이 나올까요?
생각만해도 배가 불러옵니다. 그 상상력은 그 누구의 특수한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제철'을 사랑하고 아끼고, 그리워하고 애타게 기다리는 습관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라납니다.
우여곡절이 남달라 우리모두에게 '지구온난화'가 삶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걸 온몸으로 체감했던 여름을 보내주는 초가을, 불볕더위에도 우리에게 든든하게 채워주었던 여름식재료들과 애틋한 작별시간을 가지는 건 어떨런지요?
그런차원에서, 초가을김밥은 여름배웅김밥이라 할수 있겠습니다.
소박한 김밥이지만, 내년여름까지 잘 기다리기위해, 초가을 한껏 먹으려는 제 욕심이 과하게 들어간 김밥이여요.
그래서 그런지 더 맛있고 더 사랑스럽습니다.
초가을에는 그 누구의 집에서도 여름을 보내주는 애틋한 음식들이 소박하게 한가득 차려졌으면 좋겠네요.
그 무더웠던 여름날들을 채워주었던 여름식재료들을 하나씩 떠올려보면서 말이죠.
초가을김밥
재료: 오이2개(작은것), 달걀4개, 가지말랭이조림 적당량, 묵은지볶음 적당량, 노지깻잎8장, 밥3공기
밥밑간: 소금약간, 참기름약간, 통깨약간
달걀말이: 소금1/2작은술, 우유반컵
가지말랭이: 양조간장1+조청1+ 들기름1큰술씩 밑간해 양조간장1큰술과 조청1큰술, 물1/4컵으로 조려냄
오이절이기: 소금1/2작은술
초가을김밥은요,
여름식재료들 마무리김밥입니다 .여름식재료들로 구성해 짜면 됩니다.
밥이 가진 어울어짐이 상당히 넓기때문에 그 어떤 여름식재료재료로도 어울림이 괜찮으니 맘껏! 상상해 만드시길.
김밥은 기본적으로 밥밑간이 가장 중요합니다. 슴슴하지않게, 그렇다고 짜지않게. 밥은 살짝 차진밥이 좋습니다. 차진잡곡들을 넣은 밥이 어울어짐이 더 좋습니다. 참조
그 어떤 것을 넣어도 어울어짐이 좋으려면, 달걀말이를 조금 도톰하고 부드럽게 만들어 크게썰어 넣어주면 좋습니다.
달걀이 가진 포용성도 상당하기때문에 밥과 함께 김밥을 아주 맛깔나게 만들어줍니다. 촉촉하고 결이많은 달걀말이를 만드는것을 신경쓰면 좋습니다.
새코롬한 맛은 시판 단무지보다는 묵은지볶음등 김치류를 활용하는 것이 더 낫구요. 장아찌종류를 선택해도 좋습니다. 취향껏!
또, 잎채소(상추, 곤달비, 곰취, 깻잎등 )가 들어가는 김밥은 잎채소에 속재료를 다 담고 먼저 말아놓은후 밥과함께 말면 아주 간단하게 말아낼수 있습니다.
김밥재료를 준비합니다.
초가을 너무나 애탓하게 먹고 있는 오이. 조선오이는 이제 장터에서 안보여서 직거래장터에서 작으마한 오이를 사왔습니다. 작고 아담한것으로 구입하면 여린것들이라 아삭함이 여전히 좋습니다.
달걀4개 준비합니다. (김밥1줄에 달걀1개정도분량이 들어갑니다. 달걀말이를 해서 4등분 할거거든요.)
밥은 초가을에 수확하는 곡물들을 차곡차곡 넣어먹고 있습니다. (햇기장, 풋콩, 동부콩, 여기에, 여름곡물인 우리밀, 완두콩도 들어갔어요!)
가지말랭이는 늦여름 불볕더위에서부터 말리기를 시작해 지금 한창 맛보기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쓰임새가 너무 좋고 맛과 식감도 좋아서 신나게 여기죠기에 넣어먹으면 좋아라하고 있습니다.
노지깻잎은 끝물이라 어떻게든 초가을음식에 껴넣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묵은지볶음은 환절기에 만만하게 만들어 먹곤해서 꺼내놨습니다.
가지말랭이부터 준비합니다. 우선, 불리기를 해주어야 하는데요.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하루전날 불려두기를 해서 준비하면 더 좋구요. 안되었다면, 팔팔 끓는물에 데쳐삶아주면 됩니다. 부드럽게 잘 불려졌으면, 양조간장과 조청, 들기름1큰술씩 넣어 조물조물 버무려준후 팬에 담고 양조간장과 조청 1큰술씩에 물1/4컵울 붓고 바특하게 조려내면 됩니다.
오이는 반갈라 씨빼내고 세로로 길쭉하게 썰어냅니다. 그리고 소금약간(1/2작은술)을 넣고 절여줍니다.
밥은 소금약간, 참기름약간, 통깨약간 넣고 잘 섞어놓습니다.
달걀말이는 조금 번거롭더라도 도톰하게 얇은 결이 있는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주 맛있는 김밥이 되게해주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달걀4개를 잘 풀어준후, 우유반컵을 붓고 잘 섞어줍니다. 우유가 없다면 다시마우린물, 생수 아무거나 좋습니다.
뻑뻑하지않고 부드러운식감을 주기위해 넣는 것이라 상관없습니다. 소금 1/2작은술도 넣어 간을 해줍니다.
우유나 물이 반컵정도 들어갔기에, 말기가 수월치않을 것입니다. 상당히 부들부들하거든요.
근데, 너무 이쁘게 만들어낼필요는 없으니 최선을 다해 여러번 작은양을 부어 둘둘 말아 한쪽으로 밀어놓기를 반복해 주어 만들어냅니다. 이때! 주의할건, 새로부운 달걀물과 만들어진달걀말이 사이가 종종 떨어지는 것때문에 신경이 곤두서는데요. 그 부분을 시작할때 한번에 팍 뒤집지말고 잠깐 세워두었다가 (달걀말이 옆면에 착 들러 붙을수 있게) 뒤집으면 됩니다. 그리고 뒤집개로 꾹꾹 눌러주는 거 신경쓰면 되구요. 마지막에는 달걀말이 단면 모두를 돌려가면서 꾹꾹 눌러주기를 해주고 잠깐 (30초정도) 약불에 두었다가 불끄고 여열로 익을수 있게 뜨거운 팬에 그대로 놔둡니다.
한김 식으면 도마에 놓고 세로로 4등분을 해줍니다. 곱디 고운 결 보이죠? 요거 하나씩 김밥에 들어갑니다.
재료준비가 끝나으면, 김발위에 김 올리고, 밥 적당히 펴주고 깻잎 올려줍니다.
그리고 속을 넣어줍니다. 깻잎으로 먼저 감싸준후 아래쪽으로 끌고 내려와 돌돌 말아줍니다.
요즘 김들이 작년김이라서 묵은내가 나요.(시판김들 모두 그래요.) 말고난후 참기름약간을 발라주세요!
먹기좋은 크기로 퉁퉁퉁 썰어 그릇에 담습니다.
자~~ 한판 벌려봅니다.
아오~~ 엄쩜 이리 맛있는겝니까! 한입에 반해버렸습니다. 정말 기막히게 맛있습니다.
여름배웅하면서 먹는 초가을김밥! 강추합니다.
쫀득쫀득 달콤짭조롬한 가지, 아작아작 시원 맛깔한 소리가 한가득 넘치는 오이, 새코롬한 묵은지볶음, 부드럽게 감싸주는 달걀말이 그 끝에 짙은 깻잎향이 팡팡 퍼집니다. 너무 맛있네요. 꼭 챙겨보시라고 강력하게 권합니다!!!
아마, 여름배웅하는 초가을을 엄청 사랑하게되지않을까싶습니다.
소박한 제철식재료를 사랑하다보면, 그계절의 끄트머리에는 마치 애틋한 연인과 헤어지는 그런 심정이 된다고나 할까요? 제가 지금 딱 그모냥이랍니다. 초가을시기가 지나면 내년에나 만나야 한다는 그 애절함이 철철철 흐릅니다.
뒤죽박죽 되어버린 초가을날씨지만, 배웅이라는 가슴앓이와 마중이라는 설렘이 자리잡길 바랍니다.
사실, 얼마나 고약했던 여름입니까! 그리고 앞으로 지구온난화로 더더 고약해질 여름일테지만, 잘 살아내야하는 우리로써는 그불볕더위에도 거뜬하게 우리밥상을 채워준 여름식재료들은 너무나 기특하고 고마운 식재료였습니다.
언론과 방송미디어에서 연일 떠드는 '폭염에 생산차질'에는 대부분이 철모르는 식재료들과 양식장이였습니다.
여름대표식재료들은 끄떡없이 우리앞에 왔습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제철을 지키며 키워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수 있습니다. 물론, 여름식재료들도 어려움이 있기는 했지만 무난하게 잘 커서 우리밥상을 채워주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여름제철식재료들은 더더욱 귀한대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고약한 여름철 이들이 우리를 버티게 지켜줄테니깐요.
초가을은 어찌보면, 가을맞이보다 여름배웅이 더 중요한거 같습니다.
여름배웅 잘하는 초가을이 되게하는 것이 진정한 가을맞이가 아닐까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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