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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서 최강 중국 꺾은 것도 29년 만의 일
8강부터 결승까지 한 경기도 안 내주는 '완승' 우승
2018년 이후 세대 교체, 이번 대회서 빛을 발해
남자 대표팀도 앞선 단체전서 고른 기량으로 동메달
1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김가은, 안세영, 김가람이 시상대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배드민턴이 세대 교체라는 승부수를 통해 암흑기를 뚫고 다시 날아올랐다. 한국 배드민턴은 1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에서 29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앞서 남자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수확한 데 이어 겹경사다.
1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체 결승에서 한국 김가은이 중국 허빙자오를 상대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여자 대표팀은 1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 결승에 출격, 홈팀 중국에 한 세트도 내주지 않은 채 3대0으로 완승했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에서 중국을 꺾은 것도 29년 만의 일이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때 준결승에서 중국을 누른 이후 연거푸 중국에 밀려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1998년 방콕 대회, 2002년 부산 대회, 2014년 인천 대회 모두 결승전에서 만리장성을 넘지 못했다. 2006년 도하 대회와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선 준결승에서 중국에 밀려났다.
번번히 한국을 가로막은 중국은 최강으로 군림해왔다. 1998년 방콕 대회 때부터 여자 단체전 5연패를 달성했다.
하지만 지난 대회 결승에서 일본에 패한 데 이어 이번에 한국에 막혀 두 대회 연속 준우승에 머물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1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체 결승에서 중국에 승리하며 금메달을 딴 한국 선수들과 코치진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 한국은 남녀 모두 8강에서 탈락했다. 당시 이용대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은퇴하면서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 하지만 세대 교체에 성공하면서 이번 대회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특히 여자 대표팀의 전력은 탄탄해졌다. 단식 세계 1위 안세영(21), 복식 세계 2위인 이소희(29)와 백하나(23), 3위인 김소영(31)과 공희용(26)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8강(몰디브전), 4강(태국전)과 결승 경기까지 한 경기도 내주지 않았다.
1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체 결승에서 한국 안세영이 중국 천위페이를 상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세영은 도쿄 올림픽에서 패했던 천위페이를 제압했다. 이소희-백하나 조는 세계랭킹 1위 천칭핀-자이판 조를 꺾었다. 김가은(35)은 결승 마지막 단식 경기에서 세계랭킹 5위 허빙자오를 완파했다.
남자 대표팀의 활약도 눈에 띈다. 세계선수권자 서승재(26)와 강민혁(24), 올해 한 조를 이룬 김원호(24)와 나성승(24)이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단식의 이윤규(25), 전혁진(28)도 약세란 평가를 뒤엎고 좋은 승부를 펼쳤다.
30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남자 단체 4강 대한민국과 인도의 경기. 서승재-강민혁 조가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직 배드민턴은 개인전 5개 종목이 남았다. 남녀 단식과 남녀 복식, 혼합 복식이 그것이다. 단체전에서 상승세를 탄 한국이 개인전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7개 전 종목 입상이라는 목표를 이룰 가능성도 높아졌다.
김학균 대표팀 감독은 여자 단체 결승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너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잘하니 자부심을 가져라"고 했다.
한국이 금메달을 거머쥔 뒤 김 감독은 "한 세트도 내주지 않은 건 아마 한국과 중국 배드민턴 역사상 처음일 것 같다. 이런 압승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선수들이 이 행복을 즐기도록 할 것이다. 개인전도 기대할 만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