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그리웁고 가슴 아픈 것 20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난 해순이는 곤히 자는 동생의 잠을 깨울까 봐 조심조심 아침을 준비한다 오래간만에 편히 자는 동생의 모습이 안스러워 가만가만 발소리를 죽이고 냉장고를 연다, 채소를 다듬는다 분주히 식탁을 마련하느라 바쁘다 준비가 거의 다 되었고, 찌개만 끓으면 될즈음 일어난 연순이는 미안한지 자기를 안 깨웠다고 화 아닌 화를 살짝 낸다 아침을 먹고난 후 해순이는 연순이가 잘 가는 헤어샾에 머리 손질을 하러 가고 연순이는 그동안 못했던 집안 정리를 한다 “연순아 니가 잘가는 미장원 있어? 여기 온 김에 머리 좀 손질할려고“ “응 있어 그런데 언니 머린 아직은 괜찮은 것 같은데 무얼 할려고 그래“ “뒷머리 좀 카트하고 파마 할려고 오후에 정란이를 만나려고 해 어제 연락했더니 그냥 내려가면 단교라 하잖아 오랜만인데 깔끔하게 해서 나가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파트 입구에서 30M 정도 오른쪽으로 가면 해원 뷰티샆이 있어 원장이 남잔데 원장한테 머리를 해달라고 해 얼굴형과 분위기에 어울리도록 잘 하더라“ 예쁘장하게 머리를 한 해순이는 수수하지만 깔끔하게 옷을 입고 H와 정한 약속장소로 향한다 동생한테는 거짓말 한 것이 미안했지만 어려운 사정에 처한 동생에게 말 할 용기도 없었고 알리기도 싫었다 버스를 타고 오다 신림역에서 내려 전철로 갈아타고 사당역으로 간다 사당역 13번 출구로 나와 시계를 보니 아직은 약속시간 30분 전이다 10월말이라 그런지 날씨가 제법 쌀쌀하고 거리에는 떨어진 낙엽들이 바람에 채여 이리저리 몰려다닌다 옷깃을 여미고 출입구안에 들어서서 바람을 피해본다 토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관악산 등산을 하는 등산객들과 바쁜 몇 사람들, 적은 교통량이다 근처 주변을 둘러보니 참 많은 간판들이 걸려 있다 한 건물에 대략 잡아도 5-6개 정도는 되고 주로 음식점 간판들이다 저렇게 많은 음식점들이 모여 있는데도 과연 장사가 잘 되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답이 안 나온다 해남에서 보았던 뉴스에서는 식당일을 하던 가장이 사업을 비관해 자살했다던데 횟집, 보쌉집, 고기집, 호프집들 어려운 세상 모두 기죽지 아니하고 상부상조 잘 살아갔으면 좋으련만. 이런저런 생각으로 정신을 놓고 있는 사이에 크락숀이 ‘빵빵’ 울리고 차가 선다 지나가는 차일러니 생각했는데 운전석 창문을 열고 H가 손짓을 보내며 타라고 한다 오랜만에 보는 반가움과 미처 알아보지 못한 미안함으로 약간 얼굴을 붉힌 해순이는 조수석에 타고 차는 이수역 방향으로 달려간다 H의 차에 타서 운전하는 H의 얼굴을 보니 이젠 낯설지가 않다 만나기전에는 무척 어색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음이 편해지고 반갑기만 한 것이다 참 감정이란 이렇게도 세월을 무시하고 자신을 배반하는구나 하면서 해순이는 의자뒤로 머리를 눕힌다 “점심식사는 아직이지요” “예, 아침도 설쳤는걸요” “그러세요 그럼 아주 좋은 곳으로 모셔야 할텐데 어디로 갈까요 제가 잘 아는 음식점이 있긴한데“ “전에 말씀하셨잖아요 평소 잘 다니던 단골집 우리 거기로 가요 H의 취향이 어떤지 저도 알고 싶으니“ “하하하하 취향은 무슨 취향 그저 짬이 나면 남한강이 좋고 한적한 곳이어 혼자 즐겨 찾는 곳이랍니다 큰일 났네 어떻하면 좋지“ H는 해순이 말이 짐이 되는지 걱정스럽게 말을 받고 그 모습이 우섭던지 해순이는 ‘깔깔’ 소녀처럼 웃는다 “그래 동생일은 잘 되었습니까? 무슨 일인지 제가 알면 안되는 일이라도...“ “뭐 알아도 괜찮아요 처음에는 상황이 부정적이라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뇌출혈 수술도 잘 됐고 회복도 빨라 이젠 재활중이에요“ “ 천만 다행입니다 환절기에는 그런 일이 많이 일어난다고 하던데 속히 쾌차되시길 진심으로 빌께요“ “고마워요 이렇게 위로가 되는 H가 있어서요“ 해순이는 멀리만 느껴지고 타인이라 생각되던 H가 듬직해져 온다 차는 동작대교를 타고 강북도로에 접어들고 차라디오에는 이용의 노래가 구슬프게 울려 나온다 오랜 옛날 시월에 떠난 옛애인을 그리워하는 노래 ‘10월의 마지막밤’ 나에게도 저 노래같이 멋진 10월의 추억이 있었을까 여고 3학년 가을에 만났던 K대 미대생이 많이 그리워지고 나이든 자신이 서럽다 길게 난 강북도로 위를 달리는 차에서 해순이는 젊은 가을날의 사랑을 보고 있다 멀리 보이는 아차산성 온달장군과 평강공주의 애달픈 사연이 잠자는 곳 건너편 한강변 88도로옆에는 길게 늘어선 아파트들이 성냥갑처럼 일렬로 행군하는 것 같다 흡사 대대단위의 군졸들이 사열대를 중심으로 열병식을 하고 이어 사열식을 하느라 몸을 똑바로 하고 팔을 뻗어 긴 대열을 이루며 씩씩하게 걸어가는 것 같다 H를 만날때는 몇 대 보이지 않던 차들이 큰 자용차 전용도로에 들어서자 엄청 많아진다 참 많기도 많구나 모든 차들이 서울에만 모여 있는 것 같다 좁은 해남에서는 석유 사용량이 세계 3위라 해서 설마 했는데 여기에 와보니 실감이 난다 “서울의 가을은 쓸쓸하답니다 온통 보여지는 것은 인공적인 건물과 조형물들 도시 한가운데 서 있어보면 실감이 난답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회색빛 직선상의 건물만 보이고 높은 건물 틈사이로 하늘이 보이고 떨어진 낙엽들은 도시 미관을 헤친다며 환경미화원 아저씨들이 새벽부터 쓸어 치운답니다“ “그런 것 같네요 서울올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지만 자연은 도시 외곽에만 존재하고 시내는 바쁜 사람들이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는 것 같아요 걷는 사람들은 별로 보이지 않고 시내버스 정류장 주변, 찾은 목적지 주변만 모여 있는 같아요“ 차는 강북도로를 벗어나 양평길로 접어들고 남한강주변에는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무슨 원조들이 그렇게 많은지 여기도 XXX원조 저기도 XXX원조 그것도 모자라 아주 원조중의 원조란 간판과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인다 음식점을 빠르게 차가 지나가는데도 H는 차를 멈추지 않고 간다 해순이는 조바심이 절로 난다 이 많은 음식점들을 지나치면 다음에 음식점들이 없으면 어찌할까 H에게 말하고파 입술이 달락거린다 해순이는 결혼해 살아가면서 늘 내일을 믿지 않았다 시집살이나 이웃들간에 만남에도 처음에는 좀 억울하고 속상하더라도 참고 말을 아꼈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좋게 느껴졌는지 시집이나 이웃들은 참하다며 치켜세워주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의 의사는 무시되고 행여 말할려면 말도 막고 지네들끼리 결정을 하고 따르라 하였다 그러다보니 늘 돌아오는 건 힘든 일 어려운 일이 다반사였고 참고 해주어도 고마움은 커녕 마땅한 일이 되었다 그래서 성격도 서서히 변하게 되었다 무슨 일이든 먼저 말을 하게 되고 어떤 일이든 자신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으면 하지 않았다 다툼도 생기고 오해도 생겼지만 세월이 약이라고 만만히 보던 이웃들. 시집식구들은 해순이의 눈치를 어느 정도 보게 되었고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차는 남한강이 거의 끝나갈 즈음 1층 한옥으로 된 한식 전문점으로 들어간다 자갈이 깔려진 마당겸 주차장에는 벌써 이미 온 5대의 차가 주차되어 있었고 주변 가로수와 정원에는 떨어진 낙엽들이 수북히 쌓여 있다 야외에 차려진 식탁위에는 낙엽과 개미들이 기어다니고 있었고, 남한강의 찬 가을바람만 머물다 지나간다 “여깁니다 한식전문이라 제가 잘 오는 곳입니다 간판은 그리 화려하지는 않아도 음식이 정갈하며 시골맛이 납니다“ H의 취향이 느껴지는 날이다 남한강가 한옥집 한식전문집 무언가 부족해보이지만 뭐라고 꼭 집어 낼만한 것도 없는 곳 남한강위에는 모래채취 바지선이 지나가고 바지선이 지나간 자리에는 물이랑이 파여 갈매기가 끼룩대며 따라간다 길게 이어진 물이랑 타고 가을이 다가오는 것만 같다 그리고 그 가을따라 사랑이 오는 것도 같고 바지선이 내는 물자국들은 새로 그어지고 멀리 있는 물자국들은 강물에 휩싸여 사라진다 해순이가 살아온 인생처럼..........
첫댓글 내가 지금 그길을 가고 있는 느낌이네요. 감사해요 ^^
고맙습니다시내는 온통 낙엽니다쌀쌀해지고요감기조심하시고요
가을이 되면 어딘가엔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줄것만 같아요~바람이 마니 부는 날엔 더욱 그런거 같아 마음이 바빠지네요~서정적이고 낭만이 서려있는 음악이 넘 조아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가을은 잊었던 추억을그리운 사람들을기억하게 하나 봅니다포도위에는떨어진 낙엽들이 뒹글고가을바람만부는 월요일 입니다
가끔! 그사람이랑 이렇게 계절을 함께 느낄때가 있어는데~~~~~
고맙습니다쌀쌀한 날씨에 몸조심하고요
위로의 시작일까요? 좋은 사람은 상처받지 않고 살았음 합니다.글속의 "해순"도 잊었던 가을을 느껴 가며 행복해지길 바랍니다.이 가을에 불행해지면 너무 막막할것 같아요~
감사합니다한층 추워진 날씨에건강에 유념하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내가 지금 그길을 가고 있는 느낌이네요. 감사해요 ^^
고맙습니다
시내는 온통 낙엽니다
쌀쌀해지고요
감기조심하시고요
가을이 되면 어딘가엔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줄것만 같아요~
바람이 마니 부는 날엔 더욱 그런거 같아 마음이 바빠지네요~
서정적이고 낭만이 서려있는 음악이 넘 조아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가을은 잊었던 추억을
그리운 사람들을
기억하게 하나 봅니다
포도위에는
떨어진 낙엽들이 뒹글고
가을바람만
부는 월요일 입니다
가끔! 그사람이랑 이렇게 계절을 함께 느낄때가 있어는데~~~~~
고맙습니다
쌀쌀한 날씨에 몸조심하고요
위로의 시작일까요? 좋은 사람은 상처받지 않고 살았음 합니다.
글속의 "해순"도 잊었던 가을을 느껴 가며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이 가을에 불행해지면 너무 막막할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한층 추워진 날씨에
건강에 유념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