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축하드립니다^^
익숙해지시면 괜찮아지겠죠..
생활에 대대적인 변화를 주는 방법으로 이사도 괜찮은데..
전 한 곳에 오래 살아서인지 종종 이사가고 싶어질 때가 있거든요;;
그리고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잖아요..
청소하다 장롱 밑에서 나온 쵸코볼 하나에도 어린 사촌동생들과 함께 놀던 추억이 생각나고,
책상 맨 아래 서랍에서 나온 서툰 솜씨의 초상화에선 중학교 때 친구의 예쁜 마음이 보이고..
추억이 깃든 물건은 정말 버리기 힘들어요..(쵸코볼은 버렸어요^^;)
물건을 버리면 나중에 추억이 희미해졌을 때,
다시 떠올리게 해줄 매개체가 사라지는 것 같아서요
그래도 너무 많다면 정리할 필요는 있겠죠..
저 역시 대청소할 때 못버리고 벌벌 떤 물건들이 많지만요;;
전 노후대책의 일환으로 일부러 추억할 자료를 많이 만들어두는 편인데..
가끔 그 자료들을 보면서 떠나는 추억여행은
현실로 다시 돌아왔을 때 그 현실을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해주는 것 같아요..
가끔 자신의 존재의미에 의문부호가 떠오를 때도 좋은 대답이 돼주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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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이사를 했습니다.
뭐 전에 살던 집보다 엄청 나은 집으로 간 건 아니지만,
교통도 쓸 만하고, 집 자체에도 그다지 문제가 없고 해서
그럭저럭 만족하고 있지요.
물론 아직도 정리가 어영부영인 상태로 좀 어수선하긴 하지만요.
이제 어지간히 세간들도 자리를 잡은 상태랍니다.
그런데...
왜 이리 안정이 안 되는지...
내 집, 내 방이 아니라 누군가의 낯선 집에 잠시 들어와 있는 느낌이 자꾸만 듭니다.
이사를 하면서
대대적으로 짐 정리를 했답니다.
이사 가기 전에, 또 후에 버릴 물건들이 산더미처럼 나오더군요...
(이렇게 작은 집에서 이렇게 많은 물건이 나오다니...정말...놀랄 정도였답니다...-_-)
참 인간이란 왜 별로 쓰지도 않을 물건을 왜 끌어안고 놓지 못하는 건지...
1년이 지나야 쓰지 않을 물건은 과감히 버리자 결심하고 물건을 정리했건만...
또 못 버리고 끌어안은 물건이 남았답니다.
예전에 받은 편지며 사용하던 수첩, 녹음한 테이프며 듣지도 않는 LP판이며, 또 기타 자질구레한 물건들...
버릴려고 했는데,
다시 본 편지는 왜 그리 가슴 찡하게 옛 생각이 나게 하며,
다시 들은 음악은 어찌 그리 마음을 편하게 하는지요.
도저히 버릴 수가 없더군요.
바로 몇 년 전만 해도 새로 나온 음악 듣느라 예전 음악은 가사도 까맣게 잊던 저였는데 말이죠.
이젠 예전 음악 가사는 한 소절만 들어도 기억이 나는데
새로 나온 음악은 아무리 들어도 머리에 남질 않습니다.
새로운 집에 이사하면
기분 좋게 들떠서 이리저리 배치하는 즐거움에 정신없던 저였는데
이젠 친숙한 위치가 바뀐다는 자체로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이거...
아무래도 제가 나이 들어간다는 증거죠?
아무래도 경계 경보를 내려야 할까 봅니다...
이 밤, 변화에 적응 못하는 듯한 제가 괜히 서글퍼 이렇게 주절주절거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