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花鬪
여주인공 나신의 뒤태가 유난히 아름다웠던 영화 한 편을 기억한다. 그 영화는 ‘타짜’들의 인생을 다룬 작품으로 출연자들의 개성을 유감없이 발휘한 내용으로 보는 동안 어릴 적 기억으로 흥미의 극치를 더해주었다. 영화를 보면서 스멀스멀 꿈틀거리는 소중한 추억이 하나씩 생각이 날 때의 그 느낌이란….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여러 가지 잡기, 에 몰두했던 적이 있다.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밤을 새며 ‘민화투’ 와 ‘육백 六白’을 치고 부모님이 남겨놓은 막걸리를 친구 집에서 양푼을 돌리며 마셨던 경험이 있다. 그냥 정신이 혼미해지는 느낌! 그런 느낌을 어린 나이에 즐겼다고나 할까. 그날 이후 우리들은 돈을 모아 직접 막걸리 한 되를 사는 과감한 행동까지 하였다.
“ 저, 아버지께서 막걸리 한 되만 사오라고 했어요?…. 친구와 나는 아주 영악한 아이가 되어있었다. 그 천연덕스러움이란. 산 막걸리를 친구의 집으로 한달음에 달려가 주전자에 설탕을 넣고 휘휘 저어 마신 후 우리는 곯아떨어졌다.
그날 이후 집에 손님이 오셔서 아버지께서 술을 받아 오라 할 때면, 먼 길을 오면서 조금씩 조금씩 막걸리를 마시며 집에 왔던 기억이 난다. 공교롭게도 친할머니께서는 귀엽다 하시며 종지 그릇에 막걸리를 딸아 자꾸 먹이셨다. 그길로 밖에 나간 나는 걸을 때마다 땅바닥이 푹 꺼지고 벌떡 일어서는 기이한 경험을 했다.
어릴 적 가을에 추수하고 쌓아 놓은 높은 낟가리 속에 숨어 술래잡기를, 하고 삔치기를, 하고 팔방을 하고 고무줄도 즐겼다. 하지만 나의 호기심은 항상 그 뿌리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사촌 여동생 집에 놀다가 둘째 오빠가 피우고 버리라는 담배꽁초를 아궁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한 살 아래 여동생과 슬쩍 맛을 보다가 혼찌검이 나기도 했다. 그리고 명절에 친척분들이 주시는 돈을 모아 두 개짜리 값싼 영화관을 들락거렸다. 초등학교 내내.
동생은 훗날 전도사가 되었다. 목사님을 만나 결혼했지만 아프게도 10여 년 전 백혈병으로 하늘나라에 있다. 국방색 담요를 덮고 앉아 1원짜리 민화투를 밤새워 치면서 토끼 눈이 되는 줄도 모르고 낄낄대던 어린 시절 이 모든 잡기를 초등학교 때 끝냈다. 크면서 솔직히 흥미를 잃었다고 해야 하나. 그 흔한 고스톱도 머리 쓰는 것을 유난히 싫어하는 나는 전혀 할 수가 없었다.
오늘은 유난히 추운 구정 날이다, 옛날 생각을 하니 마음이 따뜻해 온다. 온 국민의 대이동과 유년의 추억들이 만나는 날. 아이가 자라 소녀가 되고 꽃띠를 거쳐 엄마가 되었어도 여전히 가슴이 뛸 정도로 행복한 기억들. 세월을 머리에 이고 만나도 허물이 살가운 마음으로 돌아가는 날. 저 깊숙한 곳의 숨겨놓은 부끄러운 마음을 열어보았다.
인연들을 나이만큼 만나고 살면서, 하늘을 닮은 동심의 마음들을 떠올리면 위로가 되는 나이가 되었다. 시간이 자꾸 비어져 가는 것을 섧게 생각되는 마음을 지금은 채워 가는 마음으로 차분히 관조하며 사는 것은 어떨까 하는 담담한 마음이 되어.
가끔 길 곁에 사는 촌노의 모습으로 한세월 잘 살아낸 뒤, 햇볕 드는 마루에 앉아 소주 석 잔 기울이며 마른 된장에 풋고추를 찍어 먹고 입가를 쓱쓱 닦아내는 상상을 했던 때가 있었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바라보는 순한 삶이 되어서. 이제는 모든 것을 잡는 것에서 놓아주고 버리는 본능으로, 사는 삶이 되었다.
지난 추억이 힘이 되는 요즘, 화투花鬪에 시큼한 막걸리는 지난 유년의 기억 속에서만 가능한 재밌는 놀이가 되었다. 기도하는 삶이 되었고 하나님 마음으로 살고자 다짐했다. 물은 길을 따라 흐르고 돌에 걸렸다 쉬어가는 물과 같이 한 박자 쉬어가는 삶으로 채워가고 있다. 올 구정은 다행히 눈이 많이 오지 않아 길이 그다지 미끄럽지 않다. 초연初演한 마음으로 세상을 보니 모든 게 감사할 거리다. 행복하다. 모든 사람이 살가운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하는 마음이었으면 참,~ 좋겠다. 나는 오늘 아주 삼삼한 추억을 하나 건졌다.
첫댓글 보통사람의 평범하지만 진솔한 이야기....우리들의 담묵화 아닐런지요.
가슴 뭉쿨거리는 시선으로 지긋이 떠 올려봅니다.
추억의 글입니다
네
감사히
읽었네요
알고보니 민화투에
대한 내용이네요
화투를 잘 치는
사람은 언제나
마음이 즐겁지만
민화투를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는 마음은
날이 새어도 시간
가는 줄은 모르지요
민화투를 즐기는 마음은
상대방의 머리 싸움이지요
언제나 민화투는 재미로
하지만 고스톱일 경우에는
딴 사람은 기분이 좋을 터이지만
고스톱에서 이는 사람은 마음이
안 좋지요 그래서 고스톱은
금물이랍니다,
잘못하면 노름으로
전략하지요
언제나 재미있는 수필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