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박찬주 예비역 육군대장의 ‘공관병 갑질’ 문제가 다시 거론되면서 자유한국당과 언론에서 논란이 뜨겁습니다.
우선 ‘공관병 갑질’이란 말이 성립되는지부터 따져봅시다. 미군을 흔히 GI(지아이)라고 부릅니다. GI는 Government Issue의 약자입니다. 원래 뜻은 국가에 맡겨진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군인이 된 이상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지 부모가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전쟁이 나면 부모가 자기 아들을 빼고 싶어도 뺄 수가 없는 것이죠. 따라서 군인을 공무원이라고 부르면서도 특수 공무원으로 칭하는 것이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군인의 경우, 갑은 국가이고 군(軍)은 을입니다. 그런데 을 내에서 또 갑과 을을 따진다는 것 자체가 원칙적으로 모순이죠. 군은 지휘계통과 명령계통에 의하여 움직이는 조직이지 갑과 을의 관계로 움직이는 조직이 아닙니다. 비록 사회의 갑과 을의 경우를 적용한다 해도 공관병은 '을'에 속하지 않습니다.
육군대장 공관병의 경우 수많은 병사 중 가장 우수한 병사를 뽑습니다. 당번병으로 선발된 것만으로도 본인에게는 행운이고 영광이고 수많은 병사의 선망의 대상입니다. 공관병은 사복으로 근무하고, 아침저녁으로 점호도 안 받고, 내무사열도 안 받는 등 병사의 세계에서는 특과 중의 특과이죠. 이러한 위치에 있는 공관병을 '을'로 설정하는 것 자체가 불합리합니다. 병사들의 선망의 대상인 공관병에 대한 갑질은 문제 삼을 성질이 아닙니다. 설령 갑질이 있다 해도 그것은 부모가 자식이 잘되라고 나무라거나 스승이 제자를 위해 지적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므로 이를 공관병 갑질로 보는 것은 무리입니다.
문제는 청와대가 나섰다는 것입니다. 작전사령관인 육군대장을, 쿠데타 등 국가 반란을 일으키지도 않았는데 공개적으로 군복에 수갑을 채우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국군통수권자가 육군대장에게 이렇게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었습니다. 이는 군 전체에 대한 모독이며 군의 사기를 꺾는 처사이지요. 그를 하늘처럼 존경했던 많은 부하들의 크나큰 실망과 낙담을 생각해 보았습니까? 이는 막대한 전투력의 손실입니다. 대장이 국가전복을 기도했다면 역적이니까 일벌백계로 그럴 수도 있지만 이 경우는 구두 경고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성격의 사건이었습니다. 마치 임진왜란을 막지 못한 못난 선조가 민족의 성웅 이순신 장군을 파직하고 압송하는 장면과 중첩되어서 씁쓸함을 금치 못했습니다.
대장 직위에서 보직 해임되면 자동 전역인데 군인사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대장 계급장을 달고 헌병대 영창에 감금하였습니다. 남쪽 대통령의 정권은 초법적 정권의 역할을 하였죠. 법치주의는 실종되었습니다. 당시 박찬주 대장이 마치 적국에 포로로 잡혀 온 심정이라고 피력했을 때 이 나라가 인권을 중시하는 인권변호사 출신의 대통령인 대한민국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최근 박찬주 장군을 자유한국당이 영입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앞으로 집권하면 국가안보는 이상 없겠다’고 쾌재를 불렀었는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서 마음이 편치 못합니다. 자유한국당의 고질적인 웰빙 정당의 유전자가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아서죠. 자유한국당은 정권을 되찾아 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 좌익정권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전사(warrior)와 투사 (fighter)를 중용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옛날 방식대로 접근한다면 필패입니다.
다행히 육사 37기 중에 걸출한 전사와 투사 3명이 있어서 기대가 큽니다. 그들은 바로 박찬주 예비역 대장과 합참작전본부장 출신 신원식 예비역 육군중장입니다. 이상 두 명의 장군은 향후 국방부 장관과 국가안보실장 감이죠. 한편 세월호 정보수집건으로 자결한 기무사령관 출신 고(故) 이재수 예비역육군 중장 또한 우리 군의 보배입니다. 그는 문 정권에 항거의 뜻으로 자결하였습니다.
문재인 정권은 지난번 기무사 계엄문건 처리 때처럼 육군 차별, 특히 육사 배제 등 계급투쟁(class struggle)의 접근법을 지양하고 앞으로 공정하며 정의롭게 국정을 수행해주기 바랍니다.
2019. 11.6.
예비역 육군소장 한철용 배상
첫댓글 전적으로 동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