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명랑소녀’ 장나라가 모교인 중앙대에 발전기금 기부, 어려운 팬들을 위한 장학기금 조성, 수재의연금 기탁 등 잇따른 선행으로 연예계 안팎에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듣고 있다.
그 속내를 알고보면 장나라라는 스타 뒤에는 연기선배이자 아버지인 주호성이 정신적 지주이자 후원자로 든든하게 버티고 있고, 이들 부녀는 함께 심사숙고한 끝에 이 같은 선행들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장나라는 5년간 전속계약을 한 소속 매니지먼트사(퓨어)가 엄연히 있는 연예인이지만 아버지 주호성이 매니저 아닌 매니저 구실을 도맡아 하고 있다. 딸의 홈페이지를 관리하고, 출연 작품 선정과 연기 지도 등 매니지먼트사에서 좀처럼 챙기기 힘든 세세한 일들까지 해내고 있다. 최근 신세대 스타로 떠오른 김재원의 아버지도 아들 뒤에서 묵묵히 그러나 적극적으로 매니저 일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복고풍이 유행하는 시대라지만 연예계에도 ‘가족 매니저 시대’가 다시 찾아온 것일까. 장나라 부녀, 김재원 부자를 지켜보면서 과거 80~90년대를 빛낸 스타들의 가족 매니저가 떠오른다. 스타들 뒤에는 항상 훌륭한 가족의 헌신적인 노력이 숨어 있었다.
연예계에서 영화배우 장미희의 어머니 최숙희씨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다. 최씨야말로 ‘어머니 매니저 시대’를 연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딸 장미희의 인터뷰를 비롯해 작품 섭외, 배역 결정 등 모든 일은 일단 최씨와 협의를 거쳐야 했다. 장미희 외에 80년대 스타 중 영화배우 이영하의 어머니도 훌륭한 매니저 구실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80년대 중반부터 시작해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 ‘어머니 매니저 전성시대’가 열렸다. 대표적인 스타로는 김희애 하희라 김혜수 채시라 이미연 이상아 강문영 고현정 오연수 장서희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림자처럼 딸과 붙어다니며 연예활동 뒷바라지에 관한 한 누구보다 적극적인 어머니들이었다. 출연 여부 결정부터 스케줄 관리, 의상 구입, 건강 관리, 때론 운전기사 노릇까지 자질구레한 일을 도맡아 빈틈없이 처리해낸 존경스러운 슈퍼우먼(?)들이다. 이들 외에 한때 장동건과 오대규의 아버지 등도 아들의 연예활동을 뒷바라지한 적이 있었다.
이는 물론 90년대 중순 이후 방송·영화가에 본격 연예 매니지먼트 시대가 열리기 전의 얘기다. 불과 몇 해 전 이야기임에도 아주 오래 전 일처럼 느껴진다. ‘스타 메이커’라 불리는 매니저. 이미 전문 매니지먼트 시대에 돌입한 요즘, 상업적인 매니지먼트사의 관리 시스템에 ‘가족 매니저 시대’ 때처럼 부모의 심정이 절반이라도 실린다면 한결 인간적이고 효율적인 ‘스타 관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