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재주와 능력으로 브라운관에서 확고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만능엔터테이너. 그러나 1995년 걸걸한 목소리로 여기저기 조금씩 얼굴을 드러낼 때만 해도 그의 성공을 점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목소리가 왜 그래?’ ‘저렇게 평범한 얼굴로 될까?’ 등 폄하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그런 수군거림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각종 프로그램에서 감초 구실을 훌륭히 수행해내며 점점 실력을 발휘하더니 곧 이어 메인MC로 멋지게 자리잡았다. 이후엔 시트콤 배우, 드라마 연기자, 가수 등 무엇이든 해내는 멀티플레이어로 일어섰다.
그러나 내년에는 아쉽지만 그를 볼 수 없을 것 같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과감히 활동을 중단하고 유학을 떠나기로 했다. 젊은 날의 중대한 터닝포인트를 앞두고 있는 박경림과 나눈 쾌도난담을 공개한다.
―미국에 유학간다면서요.
넵! 정말 가요, 내년에. 일단 2년 예정이고, 뉴욕쪽의 대학을 생각하고 있어요. 가서 매체 커뮤니케이션쪽을 공부하려고 합니다. 현재는 열심히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에요.
―연예가에서 성격 좋고 친구 많기로 유명한데 비결이 따로 있나요.
하하하. 비결은요,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려고 노력하는 거죠. 내가 가식적이면 상대방도 마음을 털어놓지 않아요.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요? 곤란하면 요즘 유행하는 이니셜로.
당연하죠. 요즘 인기 있는 여자 연기자 A. 브라운관에서는 청순하기 이를 데 없지만 실제론 성격 좋은 저도 감당 못할 만큼 특이하죠.
―운전은 잘해요?
저 베스트 드라이버예요. 대학 입학과 동시에 운전면허를 땄죠. 차는 레간자예요. 주변에선 좀더 좋은 차를 사라지만 저에겐 지금 자동차도 훌륭해요. 그리고 지난해 할부금을 다 갚았는데 벌써 차를 바꾸면 아까워서 안되죠 .
―데뷔 이후 가장 힘들었을 때는.
모델활동을 했던 화장품 회사에 대해 농담으로 ‘망했다’는 표현을 써서 설화파문을 일으켰을 때죠. 정말 1주일 동안 사람들을 피해 집에서 울기만 했을 정도로 괴로웠어요. 그런데 그때 정말 깨달은 바가 많아요. 매사에 다른 이들을 더욱 배려하고, 나 자신을 낮춰야 한다는 것을 알았죠.
―유학간 동안 대중에게 잊혀지는 것이 두렵지 않아요?
아니오. 인기란 정말 한순간이고 덧없는 것이라는 걸 잘 알아요. 제가 없어도 누군가가 제 자리를 대신하며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겠죠. 그동안 전 내실을 다져서 더 멋진 박경림으로 여러분 앞에 서고 싶어요.
―한번쯤 만나보고 싶은 유명인은.
서태지와 심은하.
―최근에 만난 멋진 사람은.
우연히 고현정씨를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여전히 아름다운 외모에 소탈하면서도 좌중을 압도하는 모습이 역시 한 시대를 풍미한 배우답다 싶었죠.
―정말 고수라고 평가하는 MC는.
신동엽 이경규 박수홍. 인간적으로나 일에서나 배울 점이 정말 많은 선배들이에요. 자신을 낮춰 남을 빛내는 특유의 화법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진짜 프로페셔널이죠.
맛있는 점심을 산다고 하자 자기 몸집만한 꽃다발을 한아름 가져와 사람들을 흐뭇하게 만드는 센스 있는 여자 박경림. 한낮에 나눈 그와의 수다는 정말 즐거웠다. 잠깐만 얘기해도 우울한 사람들의 마음을 풀어주는 타고난 분위기 메이커이지만 정작 자신은 군중 속의 외로움을 느끼는 여린 사람. 모두들 단점이라고 말하는 자신의 면모를 장점으로 바꿀 만큼 영리하지만 항상 자신은 부족한 것이 많다고 생각하고 남의 장점을 벤치마킹하는 노력파 박경림. 더 큰 도약을 위해 정상의 위치에서 과감히 유학을 결심한 그의 앞날에 행운이 함께하길!
★★★박경림의 시시콜콜
●몇살? 1978년생. 말띠.(주민등록엔 79년생. 딸이라서 실망한 아버지가 출생신고를 늦게 해서)
●학교는? 2002년 동덕여대 방송연예과 졸업
●가족은? 부모와 언니 둘, 그리고 오빠 하나.
●사는 곳? 경기도 일산의 32평형 아파트. 결혼한 언니 한명만 빼고 온 가족이 함께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