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릴수록 강해지는 안티프래질(Antifrag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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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할수록 취약해지는
것들
아이들 키울 때 얘기다.
자녀 교육 책이 이상이라면,
현실은 극성 엄마들이 주도하는 판이었다. 최신 정보와 나름의 성공 논리로 무장하고, 실행력까지 갖춘 그들은 사교육계의 트렌드 세터이자
얼리어답터요, 업계의 리더였다. 학원들의 장단점은 물론, 학교 선생님들 정보, 과목별 시험 경향까지 파악하고선 학업성적을 관리했다. 문제는 그런
집 아이들일수록 이상하게 취약하게 느껴졌다. 현실은 그런 계산과 의도보다 훨씬 복잡하고 때로 모순되며 가변적이다. 엄마 시키는 대로만 하다 보면
이런 현실에 결정적으로 필요한 자기 생각과 자립심이 약해지는 탓이다.
자녀 교육만 그러겠는가?
세심하게 관리할수록 더 취약해지는 것이 많다. 우울하다고 항우울제를 먹으며 감정의 가변성을 제거하다 보면, 항우울제가 없을 때 더 큰 감정
기복을 겪게 된다고 한다. 모든 증상에 개입하여 잠재적 부작용이 있는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몸은 자연치유력을 잃고 나약해진다.
깨질수록 강해지는 안티프래질
‘프래질(fragile)’은
깨지기 쉽다는 뜻이다.
그래서 ‘취급 주의’를 요하는
물건에 ‘프래질’ 표시를 한다. 프래질의 반대는 무엇일까? 안티프래질이다. 이건 튼튼하다는 뜻이 아니라, 흔들고 깨뜨리고 상처를 줄수록 더
강해지는 속성을 말한다. 달구어진 쇠를 급랭으로 담금질을 하면 더 강한 쇠가 되는 것이 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하여
주목을 받았던 월스트리트의 이단아, '블랙 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는 경제 시스템이 안티프래질해야 한다고 말한다. 개별 식당이 망하는 게 식당
주인에겐 나쁜 일이지만 그 결과 업계의 경쟁력은 강화되는 것처럼, 작은 경기 침체는 부실기업을 정리하고 경제를 튼튼히 한다는 것이다. 산불은
재앙이지만 자연계 전체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메커니즘이다. 불이 나지 않으면 산 밑에 인화성 물질이 계속 쌓이기 때문이다. 작은 실패와
리스크를 감당해야지, 인위적 지원으로 자꾸 구제하다 보면 전체를 위협하는 리스크가 눈에 보이지 않게 점점 쌓여간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는 고장
난 세탁기가 아니라고 일갈한다. 경제 시스템은 복잡계로 이루어진 유기체라서 부분적인 고장을 고치려고 들수록 전체는 더 큰 리스크를 안게 된다는
것이다.
삶이 불안하고 흔들리는
중이라면
절대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산업도 있다. 은행이나 증권시스템 같은 곳이 그렇다. 프래질 체질이라, 역설적으로 조그만 실수도 전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안티프래질은 실수와 실패를 거듭하면서 번성하는 실리콘 밸리 같은 것이다. 조직에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스스로 판단해서 처리하고
결과를 보는 체험 속에서 직원들은 성장한다. 언제 성장했는지를 물어보면 나오는 대답 중 하나가 ‘상사 부재로 역할 대신했을 때’라는 거다.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분명히 정의된 일만 하던 사람들은 불분명하고 유동적인 일을 하는 데 스트레스를 받는다. ‘실수하면 어떡하나……’ ‘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닐까’ 하고. 하지만 바로 그걸 극복하며 성장하는 거다.
만약 지금 삶이 뭔가 불안정하고
흔들리며,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면, 인생의 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지점을 통과하고 있는 것이다. 온실 속 화초에서 튼튼한 야생의
잡초로 전환하는 중인지도 모른다. 온실의 관점에서야 야생이 두렵지만, 야생의 찬바람은 우리가 진전하고 있다는 부정할 수 없는 증거다. 모든
흔들리는 삶에 파이팅! /고현숙(코칭경영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