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 이어 이번엔 삼성, KIA, 한화, 롯데 순으로 1차 지명 후보군을 살펴보고자 한다.
최근 고교야구는 서울 및 수도권 팀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반면 지방 팀은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늘면서 학교 지원이나 동문의 후원도 점점 줄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 야구 명문으로 손꼽히던 팀들이 창단 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팀에게 패하는 일도 흔한 일이 됐다. 좋게 말하면 전력 평준화라고 볼 수 있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고교야구의 전체의 하향세의 전조현상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 나온다.
경북고 박세진 - 최충연
지금의 현실이 고스란히 1차 지명에도 영향을 안겨 주고 있다. 봉황대기 우승기를 들어 올린 경북고의 최충연-박세진 두 투수를 후보로 둔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팀들이 1차 지명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후보로 이름을 올려놓긴 했지만 딱히 확신을 주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 대구권삼성 (경북고, 대구고, 상원고, 경주고, 포철고, 강릉고, 설악고, 선진학교 총 8개 학교) 최충연(경북고. 우완)
박세진(경북고. 좌완)
김승현(강릉고 - 건국대.우완)
삼성의 후보 3명은 모두가 1차 지명감이다. 이 가운데 딱 한 명만 데려가야 한다는 건 고문이라면 고문이 아닐까? 양손 아니 한 손을 더 보태 먹음직스러운 떡을 쥐고 있는 삼성의 최선의 선택에 관심이 쏠려 있다. 일각에선 최충연으로 가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김승현에 대한 미련을 두는 모습도 보이는 등 헷갈리게 하고 있다.
최근 2년 간 삼성은 1차 지명 선수로 고졸투수를 데려갔다. 이수민(상원고출신. 좌완)은 입단 하자마자 잠깐 1군에 모습을 보였으나 작년 가을 상무 입대를 했고 김영한(설악고.우완)은 팔꿈치 수술 뒤 재활을 거쳐 지금은 타자 전향을 준비하고 있다.
일단 삼성의 1차 지명 및 2차 지명회의의 성향을 보면 지금보다 향후 미래를 준비하는 일관된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시전력감에 대한 욕심이 왜 없으랴 하지만 분명한 건 현재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장래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신체 조건이 출중한 최충연 쪽에 무게감이 실린다.
189cm 83kg의 이상적인 체격조건의 최충연은 대구중학교 시절 포수로 뛰다 고교 진학 후 투수로 전업했다. 그 시기가 2학년 때였으니 싱싱한 어깨를 갖고 있다고 봐도 큰 무리는 아니다. 최고구속 148km/h 평균 구속도 140대 중반 이상이다. 봉황대기 우승까지 6승을 챙기는 과정에서 박세진과 나란히 철벽 마운드를 선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5경기 21이닝을 던져 허용한 점수는 석 점. 평균자책점 1.29을 기록했다. 빠른 볼과 적절하게 변화구로 완급조절을 하는 모습은 투수 경험이 많지 않다는 걸 무색하게 했다. 큰 키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타자를 돌려세우는 모습은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그러나 황금사자기 대회에선 주춤했다. 첫경기 청주고전에선 제구가 흔들리며 볼넷이 많았고 선린인터넷고와의 16강전에서는 선발 등판 4⅓ 동안 6피안타 4사사구 4실점(3자책)으로 부진했다. 이 날 경기를 보면 자신의 주무기 패스트볼로 승부하기 보단 슬라이더 의존도가 높았다. 한창 물오른 선린 타자들은 그의 볼을 가볍게 받아쳤다. 그렇다고 이 한 게임이 대세에 영향을 주진 않을 전망이다. 최충연은 빠른 볼을 던질 줄 알고 부드러운 스윙폼 ,거기에 부상 전력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변화구는 단조로운 편. 슬라이더만으로는 절대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향후 변화구 개발과 습득이 요구된다.
최충연에 비하면 박세진은 베테랑이다.1학년 때부터 이미 팀의 주축 투수로 항시 대기했고 실제로 위기상황에 직면하면 어김없이 박상길(경북고)감독은 그를 찾는다.
179cm 87kg의 체격조건의 좌완. 고교에서는 작은 키가 아니지만 프로선수들과 비교하면 다소 왜소하다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박세진은 형(박세웅)만큼이나 타고난 투수라 할 수 있다. 경기 운영, 상황에 따른 완급조절, 고교 수준을 넘어서는 컨트롤까지 완벽에 가깝다.
실제로 최충연-박세진를 상대해 본 타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박세진의 볼이 훨씬 더 까다롭고 타이밍 잡기 힘들었다고 말한다. 1학년 때부터 현재까지의 39경기(121⅓이닝) 12승 6패 평균자책점 2.64 1학년 때부터 3년간의 꾸준했다는 점도 높이 살 만 하다. 봉황대기 전경기 출전 23⅔을 던져 1완봉승 포함 2승 방어율 0을 기록 했다. 삼진도 41개나 뽑아냈다.
최충연 - 박세진 두 선수를 비교해 박세진을 더 높게 평가 하는 이들도 많다. 평균 140대 초중반의 스피드를 갖춘 왼손투수의 희소성이 그 이유다. 그러나 정작 스카우트의 시선은 다르다. 피칭 매카니즘에 입각해 보면 박세진의 더 추가 성장할 가능성이 적다고 말한다. 자신의 몸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상태라는 뜻이다. 그에 비해 최충연은 타고난 신체조건과 뒤늦게 투수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본다.
여기에 또 한명의 만만치 않은 후보, 김승현에 대해서도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강릉고-건국대 출신의 우완 김승현은 183c 93kg의 체격에서 뿜어내는 강속구를 자랑한다. 하지만 대학 진학 후 대학 1~2학년 때에 비해 현재 상태는 실망 그 자체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어딘가가 좋지 않은 건 확실하다. 그로 인해 제구는 더 오락가락하고 있다. 삼성은 오승환의 뒤를 이를 세이브요원으로 주목해 왔다. 자주 등판해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줘야 할 시기 메르스 등 피치 못할 상황에 마운드에 서지 못하고 있다. 즉시전력감으로 활용 가능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사라지면서 고졸 후보에 비해 나이가 많아 곧 군 입대도 고려 해야 한다는 점도 불리하게 돌아가는 이유가 되고 있다. .
삼성의 1차 지명은 누구를 선택하던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 광주권KIA (광주일고, 진흥고, 동성고, 효천고, 화순고, 인상고 총 6개 학교) 김현준(광주일고. 우완)
이성규(동성고 - 인하대. 유격수)
김기연(진흥고. 포수)
과거 광주권은 전국을 강타하는 초특급 유망주이 매년 나왔고 대부분이 빠른 적응력으로 프로 무대를 장악해 왔다. 그런데 근래 들어 그 수가 현저하게 줄었다. 전국구는 고사하고 마땅한 1차 지명 후보가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그렇다고 지명을 포기할 수 도 없는 상황. 6개 고교 팀을 뒤져 찾은 선수로는 김현준(광주일고.우완), 이성규(동성고-인하대.유격수),김기연(진흥고.포수) 정도다. 물론 프로행은 확실한 선수들이다. 그러나 서울권이나 대구 쪽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김현준은 1학년 때부터 전국대회에 나서며 가능성을 보인 오른손 투수다. 182cm 76kg으로 평균 140대 초반의 구속의 빠른 볼을 던지며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스플리트 등 구사하는 변화구가 다양하다. 그 중 체인지업이 주무기다. 컨디션이 좋을 때 그의 체인지업은 타자들이 건드리지 못할 정도로 예리하다. 몸의 탄력도 좋아 성장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최고구속 147km/h 평균 구속은 140대로 준수하다. 그런데 문제는 들쭉날쭉한 제구. 지난해 4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더니 올해는 9경기(42이닝)에서 5점대로 높아졌다. 기록만 놓고 보면 평범하다. 1.2학년 때까지만 해도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부진의 원인은 무엇일까? 일단 심리적인 부담감이다. 에이스로서 가급적 많은 이닝을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 1차 지명에 대한 욕심 등이 밸런스가 무너지는 결과가 됐다. 거의 7.8회 이상을 던져야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 강약조절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이 오히려 페이스를 잃는 이유가 되고 있는 듯 하다.
이번 황금사자기에 참가하지 못해 최근 근황을 자세히 확인 할 순 없지만 지난주 대통령배 지역 예선 동성고,진흥고전에서 인상적인 피칭을 펼치며 과거 좋았을 때의 감을 찾았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KIA 1차지명 후보 김현준 - 이성규
탄탄한 수비력을 갖춘 이성규도 시즌 전부터 후보로 분류됐다. 177cm 80kg 우투우타로 동성고 시절과 비교하면 대학에서 급성장한 케이스로 꼽힌다. 대학 4년간 성실하게 유격수의 몫을 해줬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지난해 KIA는 2차 지명회의 1라운드에서 원광대 출신 유격수 강한울을 지명했다. 그런데 다시 대졸 유격수를 선택 할 필요가 있느냐다. 과연 강한울만큼 아니 그 이상을 해 줄 수 있을지 여부에 의문을 던진다. 내야 즉시전력감도 욕심을 낼 만 하지만 투수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야수 선택은 무리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KIA는 지난 2년간 1차 지명선수로 차명진,이민우를 뽑았다. 그런데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수술대 올라 실망감을 안겨준 터. 마운드의 젊은 피 수혈이 시급하다. 투수냐 야수냐를 놓고 지금껏 고민해 왔지만 분위기는 투수로 흘러갈 공산이 높다.
김기연(진흥고.포수)도 물망에 올라 있다. 180cm 83kg의 우투우타로 주효상에 이어 고교 포수 2위로 평가 받고 있다. 다만 현재 팔꿈치 부상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기록만 놓고 보면 크게 어필하지 못하는 상황. 그러나 타고난 어깨와 정확한 송구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발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만 하다. 1차 지명까지는 아니지만 2차 지명회에서는 최소 3라운드 이내 진입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 대전권한화 (북일고, 대전고, 공주고, 청주고, 강원고, 원주고, 세광고 총 7개 학교) 김주현(북일고 - 경희대. 1루수)
이민준(세광고 - 경남대. 사이드암)
김찬균(북일고 - 연세대. 우완)
강상원(북일고. 중견수)
김남길(북일고. 좌완)
몇 년 사이 한화는 본의 아니게 프로야구 발전에 일조를 했다. 신생팀에게 2년 연속 연고 유망주를 내준 것이다. NC 에겐 유희운 윤형배, kt에겐 주권이 이에 해당된다. 한화는 지금도 아쉬운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신생팀에게 부여하는 혜택이 사라진 올 시즌 눈에 띄는 선수를 찾지 못해 탄식을 쏟아내고 있다.
북일고 시절부터 거포의 본능을 보여준 김주현(경희대.1루수)을 일찌감치 눈도장을 찍어 놓고 그 사이 저울질 할 선수가 나오길 원했지만 여의치 못한 상황이다.
경희대 김주현
188cm 98kg 좌투좌타 김주현은 외야와 1루를 병행하고 있으며 체격에 걸맞게 장타력을 보유한 거포로 통한다. 대학 진학하자마자 주전으로 자릴 잡아 해가 거듭될수록 타율도 높아졌다. 4년 간 평균 타율 3할4푼2리 장타율은 5할2푼2리 홈런 5개. OPS 0.929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체전 예선에서는 3연타석 홈런이라는 진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보완할 부분도 있다. 유연성이 부족하고 기복이 심한 편. 그래도 한화가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성실함과 우직함 그리고 거포로서의 자질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김주현은 태극마크를 달았다. 광주에서 열리는 유니버시아드 대회 참가를 위해 현재 대표팀 강화훈련에 참가 중이다. 국제대회라는 큰 무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발휘해 준다면 한화 스카우트의 시름과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지 않을까?
김주현 이외 대학선수로는 북일-연세대 출신 우완 김찬균, 세광고-경남대 출신 사이드암 이민준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1차 지명 급까지는 아니다. 그래도 2차 4~5라운드 정도는 기대 해 볼 만 하다. 김찬균은 181cm 74kg으로 최고구속 143km/h 까지 찍었다. 184cm 86kg의 체격조건을 지닌 사이등암 이민준 역시 볼이 빠른 편이 아니다. 최고 140까지 찍었지만 평균은 130대 초반 정도다.
경남대 이민준 - 연세대 김찬균
고교선수로는 김남길(좌완) 강상원(중견수) 북일고 출신 2명이 언급되고 있다. 김남길은 189cm 92kg 왼손투수로 욕심 낼 만 한 하드웨어를 지녔으나 제구가 좋지 않다. 구속은 140대 초반까지 나왔다. 강상원은 172cm 64kg의 우투좌타로 빠른 발과 야구센스를 지닌 중견수. 그러나 본인은 좀 더 몸을 키우고 경험을 쌓기를 원한다며 대학진학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화에게 선택의 폭은 좁다. 투수를 뽑아 2~3년 뒤를 바라보기엔 대졸이라는 치명적인 한계가 걱정이고 누구나 예상하는 김주현으로 가자니 뭔가 손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 한화 스카우트가 처한 현실이다.
# 부산권롯데 (개성고, 경남고, 부산공고, 부경고, 부산고, 부산정보고 총 6개 학교) 박종무(부산고. 우완)
김찬형(경남고. 유격수)
신민준(경남고. 우완)
도태훈(부산고 - 동의대. 3루수)
김도영(개성고 - 동아대. 우완)
롯데도 마음이 그리 편치 않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1차 지명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 후보로는 투수 셋, 타자 둘. 그런데 특출난 이가 없어 고민에 휩싸여 있다.
작년엔 부경고 포수 강동관을 지목했다. 올해는 투수로 가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성에 차는 이가 없다. 그나마 근접해 있는 선수로는 박종무다.
프로필에는 188cm 80kg 으로 기입되어 있지만 직접 보면 그보다 덜 나갈 것 같은 느낌이다. 구속은 최고 137km/h 이지만 평소 게임을 보면 130대를 넘지 않는다. 롯데는 체중과 구속 증가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이다. 프로에 오면 너나 할 것 없이 대개 체중도 늘고 프로선수의 몸이 된다. 하지만 타고난 체질에 따라 다르다. 박종무는 잘 찌지 않는 체질. 최대 10kg의 체중 증가의 목표 아래 식이요법과 웨이트 등으로 근육량을 늘리고 체력을 키운다고 해도 그것을 달성해 낼지 미지수다. 만약 체중을 불렸을 때 구속이 덩달아 끌어 올라갈지 여부도 알 수 없다. 스피드 증가는 최대 5~6 km 정도 그렇게 된다고 해도 퓨처스에 있는 투수들과 비교하면 굳이 1차에서 뽑을 이유가 없다.
경남고 김찬형
이런 흐름 속에 등장한 선수가 김찬형이다. 경남고 진학 후 1학년 때부터 내야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게임에 나선 김찬영은 올해 부터는 유격수로 자릴 잡았다. 182cm 80kg 우투우타로 수비 범위가 넓고 송구의 정확성도 높다. 어깨는 그리 강한 편은 아니지만 타구 방향에 대한 센스와 게임의 흐름을 읽는 능력 등 화려하진 않지만 고교 최고의 유격수로 서울권의 최원준,김주성, 박준영 에 비해 수비 기본기는 절대 뒤지지 않는다. 내야수인 만큼 방망이 보다는 수비가 우선 잡혀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롯데가 김찬형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 볼 수 있다.
이 밖에 경남고 우완 김민준, 동의대-부산고 3루수 도태훈, 개성고-동아대 우완 김도영도 후보 명단에 있긴 하지만 그저 형식적으로 올려놓은 것 일 뿐 지명 가능성은 낮다.
NC와 kt를 제외한 8개 구단은 오는 29일 (월)요일 ‘2016년 KBO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 일제히 발표한다. 아직 이틀의 시간이 남아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라는 말도 있듯이 지금 이 순간 극적인 반전 상황이 연출 될 수 있다. 예상은 예상일 뿐 결과는 나와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