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체제 및 고교학점제 연속토론회 3차]
"고교교육 혁신방안인 고교학점제의 필요성을 모색한다"
고교학점제는 시범운영을 거쳐 2025학년도 모든 고등학교에 전면 시행될 예정이에요. 연구·선도학교가 올해 600개가 넘는 등 교육부가 공들이는 것에 비해, 일반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 사이에 고교학점제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공감대는 높지 않은 상황이에요.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발표한 교육여론조사 결과 ‘고교학점제’ 찬성 응답비율 35.6%, 2020.1.19)
우리 단체에서는 고교학점제가 왜 필요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미를 되짚어보는 토론회가 지난 1월 8일 열렸어요. 이날 토론회는 4명의 고교학점제를 직접 시행하고 연구하는 시도교육청의 연구자들과 교육학자가 모여 다양한 의견을 펼쳤는데, 간단히 살펴볼게요.
안상진 발제자(서울시교육청 정책보좌관)는 고교학점제를 통해 3가지 중요한 기대효과를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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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고등학교 교육 개선’,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한 만큼 수업시간에 자는 아이들이 줄어들고, 한 줄로 세우는 평가방식을 혁신할 수 있다고 본 거죠.
둘째, 교육의 ‘다양성’ 욕구가 기존에는 학교를 선택하는 방식을 취해 서열화를 불러일으켰다면, 이제는 학교 내 학습자별 개별화된 교육과정을 통해 이뤄질 거라 봤어요.
셋째, ‘대입제도 개선 효과’, 상대평가는 학생들이 이수하는 과목이 거의 유사할 때 가능해요. 교과목 선택이 다양해지면 학생별로 질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하고 내신으로 줄세우기는 대폭 축소될 거예요. 이런 기대효과가 충족된다면야 고교학점제, 당연히 시행해야죠!
하지만, 이런 기대효과를 가져오려면 선결조건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어요.(세상에 거저 되는 게 있을리가;;) 첫째, 고교 내신에 절대평가가 도입돼야 해요. 절대평가를 위해선 교사별 평가 역량도 끌어올려야 하고요. 둘째, 특목자사고가 존재하는 한 우수학생을 독점할 테니, 일반고로 전면 전환해야 해요. 작년 말 교육부는 외고자사고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전환시점이 2025년이라 법적 분쟁을 거치고 무사히 전환될지 아직 안심할 수 없어요. 수능의 영향력도 지금보다 약화되어야 고교학점제가 본래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어요. 제아무리 좋은 교육제도를 가져와도 입시에 유리한 형태로 변질되잖아요.
최소한으로 이수해야 할 필수과목에 대한 문제, 이수/미이수를 가르는 유급제도, 학년제와 학급제도 폐지 등의 쟁점도 있지만, 이것까지 따지려면 너무 복잡하니까 일단 패스. 안상진 선생님은 우리 고등학교 교육을 변화시킬 수만 있다면 고교학점제가 아닌 어떤 제도라도 도입해서 잠 자는 아이들을 깨우자고 호소했어요.
반면!
고교학점제가 가지고 있는 속성상 조기 진로 준비와 학생의 생존력을 촉구하는 방향으로 흐를 거라는 비판이 이어졌어요. 조상식 발제자(동국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노동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학생들은 전공과 진로를 빨리 설계하라는 압박을 받게 되고, 그마저도 개인의 소질과 흥미보다 노동시장의 흐름에 의존하게 될 거라고 지적했어요. 진로 설계에는 전문가의 컨설팅이 필요한데, 학생들이 처한 환경에 따라 사교육이 개입할 여지가 높고 결국 교육 불평등을 고착시킬 거라는 진단이에요.
전혀 다른 방향의 의견도 있습니다.
경기도 용인교육지원청의 주주자 장학사는 학점제가 도입되면 대학 진학이 아닌 다른 진로를 희망하거나 학업성취가 낮은 학생들의 수요도 존중할 수 있다고 말해요. 이들의 선택을 보장해줌으로써 우리 교육 현장에서 ‘평등’을 구현할 수 있을 거라 보는 거죠. (같은 제도를 두고도 이렇게 관점이 다를 수 있다니!) 진정한 학습 선택권이란 선택하지 않을 권리, 중도에 변경할 권리, 영어수학 같은 주요 과목도 최소 단위만 이수하면 다른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돼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때 교사는 인권친화적인 조력자가 되어야 하고요
전북교육청 장학사, 최지윤 발제자는 한 공업고등학교를 예로 들었어요. 이 학교가 3년간 혁신학교로 운영되면서 가장 달라진 점은 축구를 하자고 해도 자던 아이들이 ‘학교에 가방을 가지고 온다’라는 거래요.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에서 열심히 운영하시겠지만, 연구학교의 우수 사례를 일반화하는 것보다 10년 전부터 노력해온 혁신학교의 토대 위에 연계해서 고교학점제를 운영하자고 제안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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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에는 세미나실을 꽉 채울만큼 많은 청중들이 모여서 3시간 가까이 발제를 경청하고 질의응답이 이어졌어요. 기억에 남는 것은 우리가 아무리 교육의 본질, 학생의 ‘성장’을 주장해도 지금 세대의 눈높이에 맞는 방법이어야 한다라는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학생들은 학교를 빠져나가 사교육으로 들어가고 교육은 점점 개인화될 거라는 지적이었어요. 우리 교육 현실을 심층적으로 고민하면서 제도가 설계돼야 한다는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죠.
고교학점제와 관련해서 국회토론회 ‘고교학점제 추진과정 진단 및 보완책 모색’ 요약 글도 참고해주세요. 관련 토론회가 아직 두 번 더 남았는데, 현재 코로나19 때문에 잠정 연기된 상황입니다. 이어지는대로 또 소식 전해드릴게요.
![](https://t1.daumcdn.net/cfile/cafe/998B6F415E4F4F2427)
이상 정책언니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