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커크 커코리언"의 한 장면 ㅡ
라스베이거스를 산 남자, 그리고 그가 지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감옥
여러분은 얼마큼의 돈이 있어야 "진짜 부자"라고 생각하시나요?
오늘 제가 들려드릴 이야기는, 그 어떤 영화보다도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았던 한 남자의 실화입니다.
우리는 그를 **‘H씨’**라고 부릅니다.
그가 돈을 쓰는 방식은 인간의 상상력을 초월했습니다.
어느 날, 단지 공항이 너무 붐비고 복잡하다는 이유로 그는 자신만의 ‘개인 공항’을 덜컥 지어버렸습니다. 이 남자의
상상을 초월하는 플렉스(Flex)는 향후 ‘라스베이거스’라는 도시의 운명을 완전히 바꾸어 놓게 됩니다.
하루는 H씨가 비즈니스 차 ‘샌즈 호텔(Sands Hotel)’을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입구에 있던 보안요원의 태도가 몹시
마음에 들지 않았죠. 그는 곧장 호텔 지배인을 불러 당당하게 요구했습니다.
"저 보안요원 눈에 거슬리는군. 당장 해고하게."
하지만 호텔 측도 완강했습니다. 아무리 유명한 H씨라도 정당한 사유 없이 직원을 자를 수는 없다며 거절한 것입니다.
그러자 H씨는 유유히 이 한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떴습니다.
"그래? 그럼 내가 이 호텔을 사서 직접 잘라야겠군."
놀랍게도, 그는 고작 보안요원 한 명을 해고하기 위해 그 거대한 호텔과 카지노 전체를 통째로 인수해 버렸습니다.
그의 기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는 ‘데저트 인(Desert Inn)’ 호텔의 최고층 펜트하우스 전 층을 대여해 일 년 내내 머물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호텔 경영진이 찾아와 정중히 양해를 구했습니다. 카지노 VIP 고객들이 몰려 객실이 부족하니, 미안하지만 방을 좀 비워줄 수
있겠냐는 요청이었죠.
짐을 싸서 옮기기가 너무나도 귀찮았던 그는 어떻게 했을까요? 네, 예상하신 대로입니다. 그는 그냥 데저트 인 호텔을 통째로
사버렸습니다.
호텔의 새 주인이 되어 방에 머물던 어느 날 밤, 그는 창밖을 내다보다가 건너편 ‘실버 슬리퍼(Silver Slipper)’ 카지노의 거대한
네온사인이 눈에 밟혔습니다. 여성의 하이힐 모양을 한 그 거대하고 번쩍이는 간판 때문에 잠을 설친다며, 그는 건너편
카지노까지 사버렸습니다. 오직 그 네온사인 불을 끄기 위해서 말이죠.
그저 돈 많은 재벌의 황당한 쇼핑 중독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 남자의 거침없는 행보는 라스베이거스의 역사를 완전히
새로 쓰는 최고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습니다.
1960~70년대까지만 해도 라스베이거스는 어둠의 지배자들, 즉 마피아들의 소굴이었습니다. 세금을 포탈하기 위해 장부에
적지 않고 돈을 빼돌리는 ‘스키밍(Skimming)’이 판치는 어두운 도박판이었죠.
하지만 미국 최고의 부호였던 H씨가 막대한 자본력으로 카지노들을 집어삼키기 시작하자 판도가 뒤집혔습니다. FBI와 정부
당국은 이를 마피아를 합법적으로 쫓아낼 완벽한 기회로 보고, 그의 인수를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그 결과, 라스베이거스는 음침한 마피아의 도박 도시에서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합법적이고 화려한 ‘메가 리조트’의 도시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스티브 윈(Steve Wynn), 커크 커코리언(Kirk Kerkorian), 그리고 MGM 같은 미래의 거물들이 발을
들일 수 있도록, 진정한 리조트 시대의 문을 활짝 연 주인공이 바로 H씨였던 것입니다.
그는 손가락 하나로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거대 제국의 왕이었습니다.
하지만 H씨의 진짜 삶은 어땠을까요?
놀랍게도 그는 자신이 소유한 그 화려한 카지노 객장에 단 한 번도 발을 들여놓지 않았습니다. 심각한 결벽증과 정신 질환에
시달리던 그는 펜트하우스의 좁은 방 안에서 모든 창문을 칠흑 같은 어둠으로 가린 채 자신을 고립시켰습니다.
머리카락과 손톱도 깎지 않은 채, 세균으로 가득한 세상과 완전히 단절되어 심지어 우유 팩에 소변을 보며 지냈습니다.
세상의 모든 돈을 가졌고, 도시의 밤불을 마음대로 켜고 끌 수 있는 절대 권력자였지만, 결국 그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만든 가장 좁고 어두운 감옥에 갇혀 무너져 내린 비극적인 영혼이었습니다.
저는 45년 동안 카지노 테이블 앞을 지키며 라스베이거스의 빛과 그림자를 그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본 현직 카지노 딜러입니다.
카지노 칩이 오가는 눈부신 불빛 속에서,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어쩌면 제가 오늘날까지 이곳에 서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건, 수십 년 전 그 외로운 억만장자가 남긴 유산 덕분일지도
모른다고 말이죠.
그는 우리에게 라스베이거스라는 거대한 축제를 선물했지만, 정작 자신에게는 단 한 조각의 평화도 허락하지 못했습니다.
그가 가졌던 무한한 부, 그리고 그가 마주해야 했던 무한한 고독. 돈이 세상을 바꿀 수는 있어도 인간의 영혼은 결코 구원할 수
없다는 잔인하고도 슬픈 진실을... 어쩌면 H씨는 자신의 부서진 삶을 통해 우리에게 웅변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 여러분이 손에 그토록 꽉 쥐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것은 여러분을 자유롭게 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가두고 있습니까?
H씨가 진짜 누구였는지 알아차리셨나요? 댓글로 정답을 남겨주시면 맞았는지 틀렸는지 답글을 달아드리겠습니다!
커크 커코리언(Kirk Kerkor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