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를 찾는 여름수련대회가 전국 각 사찰에서 열리고 있다. 여름수련대회를 개최하는 사찰이 대폭 늘었지만 희망자도 갈수록 늘고 있어 미리 예약하지 못한 불자들이 못내 아쉬워하고 있다. 산사의 여름수련대회 참가를 내년으로 미뤄야 하는 불자들을 위해 가 볼만한 곳 10곳을 선정, 주변의 사찰과 성보박물관, 폐사지를 모았다. 또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불자들을 위해 불서, 영화 등 문화정보를 실었으며, 교계 복지시설이 운영하는 각종 봉사활동과 체험프로그램도 담아, 여름휴가 특집면을 마련했다.
오대산권의 월정사 계곡 /전나무숲 … 계곡 절경
월정사는 전나무 숲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사찰이다. 사람이 가장 살기 좋다는 해발 700m의 고장을 자랑하는 평창에 있는 오대산 월정사. 월정사는 상원사와 함께 오대산을 지키는 대표적인 절 중의 하나이다. 월정계곡을 따라 일주문에서 대웅전까지 1km 넘게 펼쳐진 전나무 숲은 계곡과 함께 많은 여행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월정사 경내에는 국보와 보물 등 다양한 유물을 소장한 성보박물관이 있다. 불·법·승 삼보를 주제로 전시된 박물관에는 팔각구층석탑이 해체시 나온 사리구 등 유물과 상원사문수동자상의 복장 유물을 비롯 한암스님과 탄허스님의 유품들이 함께 전시돼 월정사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등산객들이나 탐방객들은 월정사를 둘러보고 포장된 산길을 따라 상원사까지 올라가는 것이 좋다. 가다가 힘들면 계곡에 발을 담그고 땀을 말리면 더 없는 평화로움에 취할 수 있다.
경남권의 양산 통도사/ 깊은 계류에 번뇌 씻어
<통도사 계곡>
통도사는 우리나라의 많은 사찰들처럼 임진왜란 때 불에 타서 선조 36년(1603년)에 사명대사가 재건했으며 인조 19년(1641년) 우운대사가 크게 중건하여 오늘에 이른다.
영취산문을 지나 통도사까지 약 2㎞에 이르는 오솔길은 수백년생 고목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어 장관이다. 숲길을 따라 왼쪽으로는 거울처럼 맑은 계곡이 따라온다. 폭이 넓어서 시냇물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싶다. 바위에 앉아 시원한 계류에 맨발을 담그면 심신의 피로와 번뇌가 깨끗이 씻긴다.
도량입구에 위치한 성보박물관은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많은 불화를 전시하고 있는 불화전문박물관이다. 대형 괘불을 전시할 수 있는 유일한 박물관으로 지금은 예천 용문사 괘불을 전시하고 있으며, 각종 불화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불화전시실도 별도로 있다. 각 전시실에는 통도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공간과 함께 기증유물실이 있다.
금사담 등 수려한 9곡/ 보은권의 법주사와 화양계곡
금강산 남쪽에서 으뜸가는 산수라 불리는 화양동 계곡. 청천면 화양리에 위치한 계곡으로 청천면 소재지로부터 송면리 방향 9km 지점에서 3km에 걸쳐 화양천을 거슬러 올라가며 좌우에 산재해 있는 명승지이다.
넓게 펼쳐진 반석 위로 맑은 물이 흐르고, 주변의 울창한 숲이 장관을 이룬다. 인조~숙종 때 좌의정을 지낸 대학자 우암 송시열이 산수를 사랑하여 은거한 곳으로 그와 관련된 유적이 많으며, 경천벽, 운영담, 읍궁암, 금사담, 첨성대, 능운대, 와룡암, 학소대, 파천의 산자수려한 구곡이 훼손되지 않은 채 잘 보존돼 있다.
법주사에서 상판삼거리로 나와 오른쪽으로 괴산으로 난 37번 도로를 따라간다. 화양계곡의 물놀이와 함께 623m의 도명산 등산도 즐길 수 있다. 법주사에서 서쪽으로 수창봉 뒤쪽을 돌아 골짜기로 약 4km을 올라가면 소나무 숲속에 옛 절터가 나온다. 바로 여적사지(汝寂寺址)다. 지금은 축대석만 정연히 있고 잡목으로 덮혀 있으나 지난날에 규모가 컸던 암자임을 알 수 있다.
경북권의 청량사 계곡/ 감로수 원효샘 “철철철”
청량산은 우선 산 곳곳에 깎아지른 듯한 층암절벽이 괴상한 모양의 암봉들과 어우러진 모습이 절경이다.둥글둥글하게 생긴 암봉들이 여덟개나 되고 그 암봉들이 품고 있는 동굴만도 열두개에 이른다. 또 동굴 속에는 총명수 감로수 원효샘 같은 샘들이 솟아나고 있다.산행의 백미는 의상봉 정상에 올라 낙동강 줄기를 감싸안은 청량산 줄기가 치맛자락처럼 펼쳐져 있는 모습을 조망하는 것. 정상 남쪽의 축융봉(845m)에서 바라보는 청량산의 전경 또한 일품이다. 청량산 속에는 한때 30개의 사암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내청량사, 외청량사 두 곳이 남아있을 뿐이다. 응진전은 원효대사가 머물렀던 청량사의 암자로 663년에 세워진 청량산에서 가장 경관이 뛰어나다. 이밖에 공민왕이 피란와서 쌓았다는 청량산성, 최치원과 김생이 바둑두던 난가대 등도 더듬어볼 만한 발자취다. 청량산 도립공원 내에 자리한 청량사는 신라 문무왕 3년(663년)에 원효대사가 세운 절로 지방유형문회재 47호인 청량사 유리보전이 보존되어 있다. 유리보전에는 공민왕의 친필이 새겨진 현판이 보존되어 있다. 청량사 주변을 청량산 12봉우리가 에워싸고 있으며 청량산에는 김생 선생이 공부하던 김생굴, 공민왕당, 퇴계 이황 선생이 공부하던 청량정사 등 많은 관광자원이 있다.
청량산은 12개의 기암봉으로 형성되어 있고, 그 암봉마다에는 하나씩의 대가 자리잡고 있다. 청량산을 들어서면서 그들의 행적을 차례대로 접해보는 것도 재미거리 중 하나. 입석에서 산을 오르면 작은 오솔길과 낙동강의 지류가 그림같다. 바위길을 지나면 작은 삼거리. 이정표에는 바로 가면 청량사.오른쪽 언덕길을 오르면 응진전이라고 되어있다. 응진전 이정표를 따라 오르막을 힘들여 오르면 눈앞에 펼쳐지는 그림같은 풍광이 펼쳐진다. 멀리로 9개의 탑을 쌓아놓은 것처럼 보이는 금 탑봉아래 막 날아 오르려는 기러기 마냥 응진전이 앉아있다.
강화권의 보문사 전등사/ 낙가산 눈썹바위 마애불
강화도의 끝 외포리 항구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부속 섬인 석모도는 서해의 낙조가 특히 압권이다.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독특한 풍광으로 조용히 소문난 섬이다. 보문사의 볼거리는 보문사 뒤 낙가산 중턱에 높다랗게 자리잡고 있는 눈썹바위와 바위벽에 10미터의 높이로 조각되어 있는 마애불상.
여기까지 갈려면 보문사 대웅전 옆으로 400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데, 올라가고 나면 마애불상이 특유의 미소를 머금고 힘들게 찾아온 향배객들을 위로해주고 아래로 굽어보이는 서해의 모습이 다도해국립공원중의 어느 한 곳인양 절경을 자랑한다.
보문사 탐방을 마치고선 바로 앞에 펼쳐진 갯벌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유룰 가져보는 것도 여행의 재미를 더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조문사에서 석모리족으로 차로 5분거리에 있는 토담마을 까페가 있다. 길가 나지막한 언덕위에 초가지붕을 이고 있는 그림같은 카페다. 강화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전등사다. 보물로 지정된 대웅전, 약사전, 범종 등 많은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으며, 산속의 각 전각들과 어루러진 고풍스런 산사는 머무는 자체가 깨달음의 발걸음이다.
선원면 지산리에 가면 팔만대장경 판각성지로 유명한 선원사지가 있다. 최우가 몽골에 항쟁하면서 부처님의 힘을 빌어 나라를 구하고자 지은 절로 강화도 피난시 가장 큰 규모의 절이다.
양양 속초권의 선림원 미천골/ 1500명 스님 주석…선림원지
양양읍 양양우체국 44번 국도를 따라 한계령쪽으로 미천골 자연휴양림방향. 갖가지 나무와 층암절벽이 좌우를 가로막고 그 밑으로 맑은 물이 흐르는 미천골을 따라 올라가면 응복산 만월봉. 미천골은 1000m급 고산이 둘러쌓여 있는 강원도의 전형적인 심산유곡. 흑회석의 암석을 따라 맑은 옥수가 흐르고 작으면서도 개성있는 폭포와 소가 40리 계곡에 널려 있다.
고려 때 창건된 선림원터엔 삼층석탑. 홍각선사 탑비및 부도 등 4점의 보물이 남아있다. 선림원은 한때 약 1500명의 스님이 기거했을 정도로, 이들의 공양을 짓기 위해 쌀을 씻으면 쌀뜨물이 10리밖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선림원지와 함께 양양에는 조계종의 종조인 도의국사의 수행이 깃든 진전사지가 있다.
도의국사의 부도로 보물 제439호로 지정돼 있다. 이밖에도 국보 122호로 지정된 통일신라 시대의 3층석탑이 있다. 지붕돌 네 귀퉁이의 치켜올림이 경쾌한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탑은 통일신라시대의 대표적인 석탑 가운데 하나이다. 기단에 새겨진 아름다운 조각과 1층 몸돌의 세련된 불상 조각은 진전사의 화려했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경북권의 경주 남산일대/ 고대 신라인의 불국토
<경주 남산 관세음보살 입상 마애불>
한국 고고미술학의 선구자 우현 고유섭 선생은 “신라를 알고 싶으면 경주에 가 살아라. 겨레의 혼을 알고 싶으면 서라벌의 흙 냄새를 맡아라. 그리고 한국 불교의 원류를 찾고자 한다면 경주 남산에 가 보아라”고 했다.
이는 경주 남산이 신라인들의 체취를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으며, 동시에 고대인들의 정신세계에서 헤아리기 힘든 비중을 차지한다는 뜻이리라. 남산 골짜기마다 깃든 무수한 역사의 흔적을 돌아보면 금세 수긍이 간다. 남산은 북쪽의 금오봉과 남쪽의 고위봉(수리봉), 두 봉우리에서 흘러내리는 40여 개의 계곡과 산줄기를 일컫는다. 해발 500m 좀 못되는, 남북으로 10여㎞, 동서로 4㎞ 정도의 이 지역에는 참으로 무수한 불교유적들이 산재해 있다.
그래서 신라불교의 성지(聖地)라고도 불린다. 신라인들은 남산을 천상의 부처님들이 내려와 머무는 도솔천으로 여겨 절을 짓고 탑과 불상을 만들어 숭앙했다. 현재까지 절터를 포함해 건물터 122곳, 석불 53구, 석탑 64기, 석등 16기가 발견됐는데,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독립된 지역에 불상과 탑이 집중된 경우는 이곳이 유일하다.
지금도 부처골, 탑골, 미륵골 등 골짜기 곳곳에 흩어진 축대와 석불, 석탑은 당시 웅장했던 남산의 모습을 상상케 한다. 자연과 신앙이 일체가 돼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남산과 불교유적은 고대 신라인이 꿈꾸던 이상적인 불국토의 모습이다.
경남권의 남해 금산/ 보리암 거쳐 망월대 올라
해발 701m의 남해 금산은 한려해상 국립공원중에 유일한 산악공원이다. 기암괴석들의 파노라마가 절경을 연출하는데다 남해를 한눈에 굽어보고 있어 전망도 장쾌하다. 등산로 입구에서 약수로 목을 축이고 매표소를 지나 2.25km의 산길을 1시간쯤 오르면 쌍홍문, 보리암을 거쳐 정상인 망대(망월대)에 이른다.
정상에서 조망하는 남해 풍광이 수를 놓은 듯 아름답다. 남해섬에는 무려 38경을 자랑하는 금산이 있고 그 아래 해변에 방풍림이 둘러져 있는 백사장 길이 2km의 아름답고 조용한 상주 해수욕장이 있다.
경치가 뛰어나 소금강이라 일컬어 오기도 한 금산은 산라때 원효대사가 이산에 보광사란 절을 창건하면서 산이름도 보광산 이라고 불리어 오다가 조선 이태조가 백일기도의 효험으로 온산을 비단으로 두르게 하라해서 오늘의 금산이란 이름으로 바꿔 부르게 되었다는 전설이다. 매표소에서 정상까지 2.2km의 짧은 거리이기는 하지만, 산길이 일직선으로 곧게 닦여 있어 비교적 가파른 편이나 울창한 숲속을 뚫고 등산로가 트여 있으며 정상에서의 조망은 전국 제 1 의 해양 경치라 할만하다.
전남권의 보림사와 탐진강계곡/ 보림사약수 국내 10대 名水
‘탐진’이라는 강 이름은 탐라국의 배가 신라에 조공하러 강진 구강포로 드나들었다고 해서 탐라의 ‘탐’과 강진의 ‘진’을 합쳐 붙였다고 한다. 수몰 예정지인 유치면 일대는 이미 충분히 으깨져 예전의 풍경을 보기 어렵다. 염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던 정겨운 강마을은 곳곳이 파헤쳐져 뒤숭숭하다. 사람들은 보상금 받아들고 하나둘씩 고향을 떠나고 있다. 상류쪽 탐진강변에는 신라때 창건된 고찰 보림사가 있다.
가지산 남쪽 기슭의 이 사찰은 댐 건설과 상관없이 온전하다. 인도 가지산 보림사, 중국 가지산 보림사와 함께 세계 3대 보림으로 불린다. 신라 구산선문 가운데 가장 먼저 개산했다. 비자나무숲에 에워싸인 경내 약수는 한국의 10대 명수로 꼽힌다. 장흥의 폐사지는 다른 곳과 달리 아직도 성보문화재를 많이 간직하고 있는 곳이 많다. 유형문화재 161호로 지정된 석불입상이 있는 장평면의 고산사지를 비롯 관산읍의 옥룡사지에는 고려초의 석불이 있다.
옥룡사지에서는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금동약사불입상이 있었다.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관중이지만 각종 석탑들의 부재와 유물들의 잔재들이 놓여져 있다. 이밖에도 유치면에는 송대암지가 있으며, 보림사에서 북서쪽으로 20여분 걸으면 좌측에 마을이 보이고 우측으로 가지산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의 오른편에 있는 가지산내 사지에는 석축과 기와들이 산재해 있다.
전북권의 변산반도와 내소사/ 산봉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내소사는 역사가 오래고 규모가 큰절이다. 절이 처음 세워진 것은 서기 633년 백제 때라고 한다. 지금 있는 건물은 절이 처음 세워진 뒤 1천년이 지난 1633년, 조선 중기에 중건된 것들이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동종(보물 제277호)과 웅장한 대웅전(보물 제291호)이 볼 만하고, 그 외에도 오래된 건물들이 경내에 가득해 고찰의 무게가 느껴진다.
절의 뒤에는 내변산의 웅장한 산봉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절 주변은 아름드리 전나무와 잎이 고운 활엽수가 가득하여 경치가 아주 포근하다. 몇 아름이나 되는 침엽수가 길게 늘어선 사이로 폭신한 흙을 밟으면서 걷는 숲길은 빨리 걷기가 아까울 만큼 걷는 기분이 좋다.
부안의 폐사지로는 조선후기까지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상서면의 개암사 옥천암지와 구청림사지, 신청림사지가 있으며 하서면에는 문수사지가 있다. 성계사지는 이성계가 왕위에 오르기 이전에 문무의 도량을 넓혔다고 붙여진 이름으로 성계골이라 부른다. 이밖에도 기념물 77호로 지정된 변산면의 실상사지와 부안읍의 서외리사지가 유명하다. 서외리사지에는 유형문화재 제59호로 지정된 당간지주가 있어 사찰의 흔적을 보여준다.
<불교신문, 박기련,하정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