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고향으로 향하는 추석 연휴의 서울역. 하지만 역사 곳곳에서는 여느 때처럼 악취를 풍기며 잠든 노숙자들이 보인다. 명절에도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한 채 술기운으로 하루를 보내는 서울역 노숙자들의 생활을 2박3일 동안 조선닷컴의 인턴 기자가 직접 체험했다. /편집자 주
추석 연휴 첫날, 노숙자 행색을 한 채 서울역 주변의 한 음식점에 들어가 돈을 보여주며 식사를 주문했다. 주인은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단체 주문이 밀렸다”며 판매를 거부했다.며칠 후 양복을 입고 찾아가서 “그때 왜 음식을 내주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주인은 “냄새 때문에 손님들이 밥 먹다가 나간다”며 “처음엔 동정심에 노숙자들 밥도 많이 해줬지만 이젠 진저리가 난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어 “세상에 노숙자 없는 나라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무법천지를 방관해서야 되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노숙자에 대한 주변 상인들의 원성은 폭발적이었다. 즉석에서 ‘성토대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부에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아침부터 가게 앞에서 술판을 벌이고 있어요. 문을 열려고 비키라고 하면 안 비켜요.” “매일 아침 술 취한 노숙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오줌을 치우며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을 이명박 대통령은 아실까요? 여기는 서울 한복판이잖아요.”
- ▲ 술에 취해 경찰에게 행패를 부리고 있는 노숙자의 모습
서울역 주변이나 안팎에서 운영되고 있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은 대부분 20세를 전후한 여성. 이들에게 노숙자는 공포로 다가온다. 점원 김모(21)씨는 “손님이 주문하실 때 지켜보고 있다가 노숙자들이 돈 꺼낼 때 달려들어요. ‘이러시면 안 된다’고 말리면 ‘며칠 굶었으니 조심하라’면서 위협해요. 집에 갈 때 무섭죠.”
놀라는 것은 손님들도 마찬가지. 대학생 오혜림(23)씨는 “햄버거를 먹다가 쟁반에 잠시 내려놓았는데 한 노숙자가 갑자기 집어먹었다”며 “새 햄버거를 받긴 했지만 너무 놀라 서울역 패스트푸드점에 가기 꺼려진다”고 말했다.
- ▲ 아침부터 만취해 서울역 광장에 누워있는 노숙자들의 모습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는 물건을 훔치는 노숙자들이 종업원들을 당혹케 한다. 점원 정모(28)씨는 분노를 나타냈다. “차비 달라, 담배 달라, 술 달라…. 안주면 시비를 걸어와요. 한번 혼내줬더니 오히려 합의금만 물어줬습니다. 물건을 훔쳐도 ‘생계형 범죄’라고 금방 풀려납니다. 대체 어쩌란 말입니까.”
휴대폰 가게에서는 “휴대폰을 공짜로 달라”며 행패를 부린다. 한 점원은 “가입조회도 안하고 쫓아내려하면 ‘무시했다’면서 시비를 건다”고 말했다.
노숙자로 인해 매출에 가장 타격을 입는 곳은 음식점. 기자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인근 음식점 주인 몇 명이 모였다. 20년 이상 A음식점을 운영해온 주인 황모(58)씨는 쌓인 게 많은 듯 했다. “이곳 상인들치고 ‘전두환 대통령이 그립다’는 말을 안 하는 이가 없어요. 오죽했으면 이러겠어요. 집사람 혼자 가게를 볼 수 없어 내가 꼭 있어야 돼요.” 곁에 있던 A씨의 아내가 “그 사람들 떼로 몰려다녀 무섭다”며 “그만하라”고 남편을 말렸다.
이웃 B음식점 주인 성모(52)씨는 “경찰도 우습게 아는 그들에게 우린 안중에도 없다”면서 “(정부는) ‘G20’이 문제가 아니라 법치국가부터 만드는 게 우선”이라며 거들었다. C음식점 주인 박모(38)씨는 “노숙자 인권은 존중하고 우리 같은 서민들의 권리는 이렇게 무시해도 되느냐”면서 “방관하는 정부는 물론이고 밥 퍼주는 종교단체도 원망스럽다”고 비판했다.
- ▲ 서울역 본 역사(驛舍)와 서부역사를 잇는 육교 입구.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은 통행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 대낮의 무법지대, 서울역 육교
서울역 광장에서 지린내가 나는 쪽을 찾아 걷다보면 서울역 본 역사(驛舍)와 서부역 건물을 잇는 육교에 이르게 된다. 터널처럼 만들어진 입구에는 노상방뇨로 인한 소변으로 흥건하다. 시민들은 코를 막거나 인상을 찡그리며 입구를 지났다.
지린내만이 아니다. 200m에 이르는 육교를 건너는 동안 노숙자들의 구걸도 피해야한다. 백주대낮이라도 젊은 여성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다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이곳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노숙자 중 일부는 여성 행인들의 특정 신체 부위에 대한 성희롱을 쏟아냈다.
이곳을 처음 지나봤다는 대학생 임희민(22)씨는 “음침한 입구에서 노숙자 1명이 갑자기 튀어나와 돈을 요구했다”면서 “보통 육교보다 훨씬 길어 무서웠다”고 했고, 직장인 오은미(31)씨도 “대낮 서울 한복판에 이렇게 무서운 곳이 있는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중림동 주민 박상철(39)씨는 “집에 가기위해 이곳을 어쩔 수 없이 지나야한다”면서 “주민들이 마음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노숙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것은 상인들과 시민뿐만이 아니다. 역사 내에서는 서울역 역무원들과 철도공안들이 승객들의 피해가 없도록 순찰활동을 펴고 있다. 구청에서는 서울역 광장에 물청소를 한다. 보건소에서는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역 앞에는 경찰 병력이 상주하며 질서유지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서울역의 한 관계자는 “제복을 입어도 돈 내놓으라고 협박을 한다”면서 “여성 직원들은 더욱 무서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근본적인 대책은 아직 없다”며 “서울역 구(舊)역사 복원공사가 끝나고 남산쪽이 재개발되면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추석 연휴 때 광장에서 청소를 하고 있던 직원은 “고향에도 못가고 이들이 더럽힌 광장을 청소해야 한다니 정말 화가 난다”면서 “종교단체에서 무료급식을 재고(再考)했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 털어놨다.
서울역을 관할하고 있는 경찰 실무자 역시 한숨을 쉬기는 마찬가지였다. “빵을 입에 넣어줘야 간신히 먹을 정도로 자활의지가 부족한 사람이 많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는 만큼 정부의 ‘큰 그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첫댓글 노숙자를 위한 무료 급식소에서 몇 번 설거지 해보기도 했는데요. 거기에서는 그렇게 악한 사람이라 여기지 못했는데... 아닌 경우도 꽤 있나 봅니다. 그쪽 동네 갈 때에는 무장을 단단히 해야겠네요. 그래봤자 떼로 덤비면 대책 없습니다만...
그러게 말입니다. 잃을 게 없는 자가 가장 무섭지요. 그것도 떼로 덤빈다면..... 저들은 죽인다고 협박해도 기가 안 죽을 것 같습니다. 저들을 보통 사람으로 만들 길은 없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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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부활의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겁니다. 그런데 서울역 앞에 있는 사람들 중 갱생의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 기회를 줘야겠지요. 아닌 사람은 놔두고....
저는 서울에 살진 않지만 어느지역이든 저런 노숙자들이 많은곳은 있지요. 터미널쪽이나 역부근에 많습니다. 중무장해야하지요.
참...문제네요...
서울역사 앞에 가면 노숙자들 세상 입니다, 대한민국 서울의 관문인데 정부는 왜 저렇게 방관만 하는지 알수가 없어요, 내국인들도 불쾌하게 생각하고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고 외국인들도 많이 드나드는곳 인데 ............무슨 종교인들이 확성기를 틀고 전도를 하고 서울역 너무 난잡해요....
노숙자들 범죄도 생각보다 많습니다.저런 노숙자가 어떤일자리라도 줄수 있어서 다시 사회구성원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네요..개인이 그럴의지가 없다면 그사람은 예외겠지만요..노숙자나 외국인 불법체류자의 범죄는 꼭 우리가 시급히 해결해야할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