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실 무렵, 나자렛 회당에서 있었던 일을 전합니다. 활동을 시작하는 시점이어서 그랬을까요? 그 어떤 이야기보다 예수님의 사명을 다음과 같이 함축적으로 정리하여 줍니다.
첫째로, 그분께서는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십니다.’ 공동체가 하느님을 만나는 자리야말로 그분의 가장 중요한 일터였습니다. 복음서에서 말하는 ‘안식일’ 과 ‘회당’ 에 상응하는 그리스도교적 요소는 ‘주일’ 과 ‘성당’ 입니다. 과연 우리의 주일과 본당 공동체는 하느님께서 일하시는 자리가 되고 있는지요?
둘째로, “성경을 봉독” 하십니다. 성경은 예수님의 가르침과 행적의 지표였고, 말씀에 대한 사랑이야말로 예수님께서 하신 모든 일의 핵심이었습니다. 특별히 오늘 복음이 전하는 공생활의 첫 번째 가르침을 사적인 이야기로 시작하지 않으시고 ‘하느님의 말씀’ 을 인용하시면서 시작하신 부분을 눈여겨보아야 합니다.
셋째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기름부음’ 이라는 축성을 통하여 성령께서 내리시고, 그 뒤에 사명과 임무가 수행됩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싸매어 주며,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갇힌 이들에게 석방을 선포하게 하셨다.” 절망과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이 그분의 사명이었습니다.
넷째로, “모든 사람의 눈이 예수님을 주시” 합니다. 어떤 시선이었을까요? 호기심, 궁금함, 자랑스러움, 우려 등이 뒤섞여 있었겠지만 분명한 것은 예수님께서 사람들의 시선과 기대를 받는 존재시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오늘 독서는 매우 분명하게 이러한 일을 하는 “너희는 ‘주님의 사제들’ 이라 불리고, 우리 ‘하느님의 시종들’ 이라 일컬어지리라.” 하고 선언합니다. 위에서 열거된 예수님의 일은 곧 사제들의 임무이며 사명인 것입니다.
오늘은 예수님께서 하시던 일을 지속하는 사제들과 부제들을 축하하는 날입니다. 이들의 헌신에 깊이 감사하며, 그 거룩한 임무를 한결같고 성실한 자세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기도로 함께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