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군 해제면과 염산면을 연결하는 칠산대교를 바라보며 걷는 바다에 쥐 섬이 그림처럼 보이고. 신도 젓갈타운을 지나자 영광군 염산면 봉남리의 눈섬이라고 부르는 설도雪島항에 이른다. 한발 한발 걸어서 도착한 설도는 동촌 동남쪽에 있는 섬인 눈 섬에서 따온 이름이다. 설도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항구에서 천 삼백여 년 전에 당나라에서 살았던 설도(薛濤)라는 여인을 회상한다.
꽃 피어도 함께 즐길 이 없고(花開不同賞 ,화개불동상) 꽃 져도 함께 슬퍼할 이 없네 (花落不同悲 화락불동비) 묻노니 그대는 어디에 계신고(欲問想思處 욕문상사처) 때맞쳐 꽃들만 피고 지네 (花開花落時 화개화락시) (二) 풀을 따서 한마음으로 맺어(攬草結同心 람초결동심) 지음의 님에게 보내려 하는데 (將以遣知音 장이유지음) 봄 시름 정녕 끊으려 해도(春愁正斷絶 춘수정단절) 새들은 다시 와 애달피 우네 (春鳥復哀吟 춘조복애음) (三)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風花日將老 풍화일장로)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佳期猶渺渺 가기유묘묘)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不結同心人 불결동심인)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랴는고 (空結同心草 공결동심초) (四) 어찌 견디리 가지 가득 핀 저 꽃 (那堪花滿枝 나감화만지) 괴로워라 사모하는 마음이여 (煩作兩相思 번작양상사) 눈물이 주루룩 아침 거울에 떨어지네 (玉箸垂朝鏡 옥저수조경) 봄바람은 아는지 모르는지 春風知不知 (춘풍지불지)
당나라 때 이름을 날린 설도(薛濤)란 여류 시인(기생이었다고 함)의 <봄을 바라보며(춘망사春望詞)> 라는 시 4수를 김소월이 스승인 김억金億이 번역하여 <동심초>라는 이름으로 김성태가 부른 노래다.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바람에 꽃이 지니 세월 덧없어 만날 길은 뜬구름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애달프고 아름다운 노래 동심초를 강혜정의 노래로 다시 들으며 걷는 서해랑 길의 설도항의 아침. 밤새워 잡아 온 멸치와 새우를 선별하는 사람들의 손놀림이 부산하다. 갈매기들은 끼륵끼륵 날아오르고, 잠시 머물다가 떠나는 설도에 다시 와서 동심초를 부를 날이 언제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