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식 대학 개혁에 화답?" "대학 구조 개혁의 신호탄 아니냐"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지난 25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방문한 대학은 중앙대였습니다. 교육부장관이 취임 이후 국립대가 아닌 사립대를 방문하고, 그것도 연세대·고려대 등 전통의 명문 사립대가 아닌 중앙대를 찾은 것 모두 이례적인 일입니다. 황 장관은 28일 서울대를 방문했습니다.
중앙대는 반색하는 분위기입니다. 대학가에선 “교육부가 ‘사립대 대표주자’로 중앙대를, 국립대 중에서는 서울대를 골랐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반면 서울 지역 일부 사립대들은 교육 수장(首長)의 행보가 마음에 걸리는 눈치입니다. 서울 지역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서울대 방문이야 ‘제1국립대’를 찾은 것이니 그렇다 쳐도 중앙대 방문은 적잖이 신경이 쓰였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부 사립대들이 황 장관의 중앙대 방문에 신경을 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학령기 인구 감소, 대학 진학률 하락 등으로 인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앞둔 대학가는 현재 ‘격변기’입니다. 세칭 ‘대학 서열’ 역시 흔들리고 있습니다. 중앙대는 2008년 두산그룹에 인수된 이후 “2018년 국내 5대, 세계 100대 대학으로 도양하겠다” “성균관대·한양대를 제치고 연세대·고려대 턱밑까지 추격하겠다”는 목표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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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왼쪽).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
이 목표는 곧 강도 높은 대학 구조 개혁으로 이어졌습니다. 2008년 중앙대 이사장에 취임한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의 이름을 따 ‘박용성표 대학 개혁’으로 불릴 정도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황 장관이 첫 방문 대학으로 중앙대를 택한 것은 중앙대의 대학 구조 개혁에 힘을 실어주면서 강도 높은 대학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 아니냐는 겁니다. 실제로 황 장관은 앞으로 대학 정원 축소 등 강도 높은 대학 구조 개혁 추진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의 대학 개혁은 이미 유명합니다. 두산 인수 이전 18개 단과대학, 77개 학과 체제를 10개 대학 47개 학과로 통·폐합했습니다. 교수들의 ‘철밥통’도 깨버렸습니다. 국내 대학 최초로 연봉제를 도입하는가 하면, 평가 등급을 4단계(S·A·B·C)로 세분화해 연봉 인상률을 차별화하고, 연구 실적이 미흡한 교수는 정년 보장을 유보하거나 아예 교수 연구실을 빼버리는 등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실시했습니다.
교수뿐 아니라 학생 관리도 엄격해졌습니다. 2009년 전면적인 상대평가제를 실시했고, 학점 평균이 2.0이 넘어야 졸업이 가능한 ‘졸업 학점 하한제’를 실시했습니다. F학점을 지운 ‘취업용 성적증명서’ 발급을 폐지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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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중앙대 박용성 이사장이 중앙대 흑석캠퍼스에서 열린 취업 박람회를 찾아 졸업준비생과 채용상담사를 격려하고 있다. /이찬 인턴기자 (광주대 사진영상학과 4년)
중앙대의 이런 전방위적 대학 구조 개혁에 “사립대는 이제 모두 중앙대 눈치만 보고 있다”는 말까지 대학가에 나돕니다. 중앙대 관계자는 “황 장관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중앙대를 찾은 것은 중앙대가 대학 구조 개혁의 ‘모범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중앙대식 구조 개혁에 대해 일각에선 “대학을 너무 기업식으로 운영한다” “중앙대가 아니라 두산대가 됐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앙대는 “결과로 말한다”는 입장입니다.
두산 인수 만 6년 만에 중앙대의 대학 평가 실적은 확연히 좋아졌습니다. 조선일보·QS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 2009년 114위였던 중앙대는 2011년 93위, 2013년엔 71위를 기록했습니다. 한 일간지의 국내 대학 평가에서도 2008년 14위였던 중앙대는 지난해 8위로 껑충 뛰었습니다.
중앙대는 ‘대학 시장 격변기’인 지금이 순위 상승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보고 있습니다. 중앙대 관계자는 “휴대폰·전자 업계의 절대 강자였던 노키아와 소니가 몰락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누가 있었느냐”며 “중앙대는 ‘혁신 브랜드’를 앞세워 한국 전통의 ‘대학 서열’을 깨뜨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앙대의 도전에 다른 사립대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또 앞으로 중앙대식 구조 개혁이 다른 사립대로 번질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