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5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94년 6월 이후 단 한번도 세계 1위를 놓친 적이 없는 브라질을 제치고 당당히 1위에 올랐다. 프랑스로서는 98월드컵과 유로 2000 석권 이후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자로 인정받은 셈이 됐다.
FIFA의 세계 랭킹은 어떻게 결정되는 걸까. 과연 세계 각국의 축구 실력을 제대로 평가 하고 있을까. FIFA는 지난 93년 8월 세계랭킹을 작성하기 직전까지 객관적인 수치로 표시하기 힘든 각국의 축구 수준을 도식화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다가 다음과 같은 랭킹 산출시스템을 내놓았다.
우선 FIFA가 공인한 성인 남자대표팀(A팀)의 경기가 랭킹시스템의 기본 자료다. 23세 이하 선수와 와일드카드 3명이 참가하는 올림픽 축구경기는 그래서 FIFA 랭킹 산출에 포함되지 않는다. 각국의 성인 대표 풀멤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경기의 승-무-패에 따라 점수가 부여된다. 그런데 단순히 승부에 따른 점수만 정해놓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세계 최고실력의 프랑스가 이번 컨페더레이션컵 대회에서 호주를 이긴다면 이는 당연한 일이지만 반대로 호주가 프랑스를 꺾는다면 '사건'이기 때문이다.
FIFA는 그래서 각국별 실력차에 대한 배려를 했다. 각 경기별로 양팀이 받는 점수의 총점은 2점으로 정해놓고 경기에 따라 편차를 두는 것이다. A는 세계 정상급 팀, B와 C는 중간정도의 실력, D는 세계 하위권 팀이라고 하자. 실력이 비슷한 B와 C가 경기를 할 경우 승리한 팀에 2점, 무승부일 때 1점을 주는 것은 기본방식이다. 그러나 실력차가 큰 A와 D가 경기를 하면 이야기가 다르다. A가 D를 이기는 당연한 경우에는 A는 1점밖에 못받고 패한 D도 1점을 받는다. 거꾸로 D가 A를 꺾는 파란이 연출되면 D는 3점을 받고 패한 A는 -1점을 받는다. 이런 식으로 실력의 격차에 따라 점수를 세분해 나가는 것이다.
FIFA는 또 위와 같은 기본점수에 대회별 가산점을 곱해 준다. 월드컵 결승전에서의 승리가 친선경기에서의 승리와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밖에 골득실, 어웨이전에서의 승리, 경기를 하는 양팀의 소속 대륙별로 가산점이 모두 다르다.
FIFA는 이런 복잡한 공식으로 나온 점수를 누적해서 랭킹을 산출한다. 그렇지만 늘 정확하지는 않다. 예컨대 5월 랭킹에서 트리니다드 토바고는 35위지만 한국은 39위다. 한국으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순위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기본적으로 FIFA 랭킹에서는 경기를 해야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한창 월드컵 예선전을 치르고 있는 트리니다드 토바고는 그래서 A매치 경기를 하지 않은 한국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또 FIFA가 도입한 각국별 실력 격차와 대륙별 가산점 역시 주관적이라 모든 사람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순위를 내놓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