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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의 가을 햇살이 움츠러든 가슴을 따뜻하게 보듬던 지난 가을 어느 날, 나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친구의 결정에 따라 몬로(Monroa)로 단풍 구경을 떠나게 되었다. 그런데 오늘 단풍구경을 나온 사람들의 옷 매무새는 대부분 울긋불긋한 옷차림으로 가을 단풍을 닮은 듯한 모습이었다. 앞이 탁 트인 몬로 대로! 길 양 옆에 서 있는 가로수로부터 시작하여 길 양쪽에 있는 산의 단풍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았다.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그야말로 환상적이라고나 할까. 우리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구동성으로 아유! 저기 좀 봐요! 너무 아름답지요? 하며 서로 한동안 탄성을 질렀다.
만추로 접어 들면서 일교차가 더욱 커지면서 단풍색깔이 점점 알록달록 흐드러진 꽃 물결처럼 물들어 가고 있다. 가을은 높은 산 정상으로부터 울긋불긋 물감을 들인 듯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원색의 향연을 펼친다. 이른바 만산홍엽滿山紅葉의 계절이다. 만추晩秋의 산은 결실과 소멸의 빛깔로 화려찬란하고 별리의 몸짓으로 바쁜 철새들의 울음소리와 낙엽 바스락 거리는 소리로 소란하다. 산은 언제 가도 운치가 있다. 언뜻언뜻 구름 사이로 해가 비치며 가물가물 해넘이가 시작되면 주위에 왁자지껄하던 소리도 차츰 잦아들게 마련이다. 해질녘 산정은 멋진 장관을 연출한다. 서녘하늘이 불을 놓은 듯 타오르고 하늘의 붉은 물감에 주위의 단풍들은 더욱 붉은 물감에 물들어 간다. 드디어 산 그림자 속으로 노을이 스러진다. 모두들 숨을 고르며 주위 풍경에 빠져 든다. 시간이 좀 넉넉한 사람들은 가을 산의 정취도 감상할 겸 등산을 하며 세파에 시달린 심신을 단련 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더 없이 청명한 하늘! 한층 깊어진 가을! 만추晩秋의 그윽함을 쫓아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며 정다운 사람들끼리 산행을 즐기는 것도 삶에 쌓인 스트레스를 벗어 던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사려 된다. 하산할 때 나는 떠나기 싫은 듯 아쉬움에 뒤 돌아 보며 한숨을 쉰다.
오늘 나는 독일마을(Leavenworth)을 우리 교회의 집사님과 그의 남편과 함께 새벽 기도 후에 간단한 음료수와 과일과 빵을 준비하여 서둘러 떠났다. 우리가 줄을 서서 아이스 크림을 사서 먹고 나와서 독일마을 옷 가게를 비롯하여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구경하러 다니던 도중에 길거리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목사님 내외분을 만났다. 이런 곳에서 뵙게 되니 좀 쑥스럽긴 해도 더욱 기뻤다. 목사님 내외분은 조카를 태우러 가야하므로 시간이 없어 우리와 곧 헤어졌다. 거리에 화가들의 그림과 악사들의 노래와 춤, 자유자재로 악기다루는 솜씨 또한 일품이었으며, 댄스는 신나는 구경거리였다. 독일인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자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독일마을에는 각종 먹거리와 매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상품이 다 독일인들이 만든 것이라고 한다. 다양한 옷, 액세서리(accessory), 그림, 서적, 수공예품, 등 그들의 음식문화를 대강 둘러 보았지만 내가 느낀 것은 우리 한국인도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민족으로써 그 어디에 내 놓아도 부족함이 없는 문화를 자랑 할 수 있는 “한국인의 마을”(Korean Town)같은 것이 어서 속히 생겼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독일마을 나들이는 번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행복한 일탈을 경험한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사려 된다. 화려한 기억 저편에 영원히 기억 될만한 나들이였다. 보잘것없는 나의 시상을 떠 올려 주기 위해 나에게 베풀어 준 친구 내외의 사랑과 지혜와 경험이 알알이 열매를 맺힌 나들이였다. 그들의 남은 삶에 또 다른 화려하고 행복한 날이 무한하게 펼쳐지기를 기원하는 마음 간절하다.
바람에 흩날려 떨어지는 낙엽들을 보노라면 때론 마음까지 흩어지는 쓸쓸한 느낌이 들곤 한다. 늦가을 숲은 황홀할 만큼 아름답다. 나무 한 그루 한그루가 제 각각 색깔을 달리하여 빨갛고 노랗게 물들어 그 나무에 매달린 잎새 하나하나가 때론 처연하리만큼 아름답기도 한 단풍! 마지막 시들어가는 영혼의 불꽃을 조금이라도 더 지탱하려는 듯, 더욱 붉게 물드는 안타까운 몸부림을 바라본다. 마음 같아서는 가을의 풍성한 열매들을 내 마음의 창고에 잘 갈무리 해서 풍요로운 가을을 오랫동안 간직하고픈데 세월이 어찌나 빠른지, 때로는 고단한 삶에 지쳐 아름다운 것에 대한 설레임이나 별다른 감정조차 느낄 새도 없이 벌써 가을인가 싶더니 어느새 쌀쌀한 날씨에 낙엽을 감상할 여유도 없이 초 겨울로 달음박질 치려는 듯 싶어 왼지 초초하고 원인조차 모를 걱정이 앞선다.
창문 밖 키 큰 미루나무 잎은 노란 빛으로 물들고, 저기 저 단풍나무는 저리도 진한 선홍색으로 물들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릿하다 못해 서글프게 만드는지ㅡ 그 처연한 아름다움 앞에서 숙연한 느낌마저 든다. 마치 해가 질 때 서녘하늘을 아름답게 수 놓고 석양夕陽으로 사라지듯이 이제 낙엽은 긴 여름 내내 나무를 초록으로 풍성히 옷 입히고 어이하여 떠나기 전에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고 떠나가는 것일까? 하지만, 온 세상을 화려하게 물들였던 단풍이 퇴색 해 낙엽이 한 잎 두 잎 질 때, 세인들은 서글픈 감정에 휩싸이지만 그 낙엽진 자리엔 반드시 새 봄을 준비하는 새싹의 눈들이 남겨져서, 침울한 겨울을 이겨내고 부활의 봄이 오면 다시 소생의 기쁨을 맛보게 되는 것이 세상 이치가 아닌가 싶다.
우리 인생도 잠시 후면 낙엽처럼 떠나야 할 존재이기에 마치 태양이 질 때 파란 하늘을 붉은 빛으로 도색하여 화려 찬란한 노을 빛으로 아름답게 장식하고 사라지듯이 우리 인생도 살아 있을 때 가치 있는 아름다운 삶을 살아야만, 죽을 때 남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고 떠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시인, 수필가, 소설가.
* 한맥문학 시부문 당선 등단. [2001년]
* 제14회 월간 한맥문학상 수상. [2008년]
* 해외문학 신인상 수필당선수상. [2008년]
* 한국문인협회 워싱턴 주 지부 창설자[김성령, 김학인, 이춘혜] 2007년 2월 창설.
* 한국문협 워싱턴 주지부 초대 [시분과회장] 역임. * 1918년 본협 감사.
* 해외문학 18대 [시부문] 대상수상. *해외문학 작품상 수상 [매미]
* 제1회 북한 인권문학상 단편소설 부문 장려상 수상 [2014년 11월 ].
* 2010년 미주 재림문학 단편소설 당선. [치한과의 조우]
* 한맥 문학 북미주지회 이사.
* 한국문협 본국회원. * 전 미주시인 회원.
* 미주 재림문협회원 미주 재림문학에 [제 1집부터 14집까지] 시 게재
* 전 서북미 문협 회원. 뿌리 동인.
* 해외문협 워싱턴 주 편집위원.
* 전 문예운동 [공동발행인] 탈퇴
* 시애틀 문학인협회 회원
* 시집 ㅡ 시애틀의 단풍 [2009년10월]
* 제3회 워싱턴주한인의날 축시 당선 [영원한 한인의 날] 낭송
* 시애틀 한국일보 신년시. 미디어한국 .
* 시애틀 중앙일보 신년시. [2006ㅡ2012년까지]
* https://WWW.seattlen.com/hot/18319 이춘혜시인의 신앙시 [2014 년부터~2023]
* 시애틀 라디오한국 창사 기념 축시와 신년시 20년 연속 게재.
* 라디오한국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음. [2020년 10월 1일]
* E- mail : choonlee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