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니를 맞춰야 하는 어머니를 모시고 일주일에 한 번 치과에 간다. 치료가 끝나길 기다리는 동안 대기실 소파에 앉아 있으려면 정면에 걸려 있는 TV에 저절로 눈이 간다. 하루는 사람이 많아 입구 쪽에 앉았다. 맞은편 넓은 창문과 그 너머로 펼쳐진 하늘과 구름, 저 멀리 울창한 벚나무 숲이 보였다. 그 뒤로는 대기자가 없어도 창을 마주보고 앉는다.
한 번은 늦은 밤, 어머니를 모시고 응급실에 간 적 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을까, 걱정이 한 가득이어서 대기실에 크게 틀어놓은 텔레비전 소리를 견디기 힘들었다. 언제 호출이 올지 모르니 밖에 나갈 수도, 이어폰을 꽂고 다른 걸 들을 수도 없었다. 다른 보호자라고 달랐을까. 담당자에게 소리를 줄여 달라 부탁했는데 별 이상한 요구를 한다는 듯, 안 된다고 했다.
미용실, 식당, 병원, 공항, 은행 등 어디에나 TV를 틀어놓는다. 보기 싫으면 고개를 돌리거나 눈감을 수 있지만 소음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 텔레비전이 귀한 시절엔 공공장소 TV 시청이 서비스였겠지만, 지금은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것을 보고 듣는다. 조용한 음악과 달리 공간 소유주의 결정으로 틀어놓은 TV는 폭력에 가깝다. 아무도 안 본다면 전력낭비다.
아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맥베스는 ‘인생은 그림자, 잠시 무대 위에 선 배우일 뿐’이라는 유명한 대사를 읊조린다. 공공장소에서 리모컨을 쥔 사람은 무엇을 보거나 보지 않을 자유, 무엇을 듣거나 듣지 않을 자유를 빼앗는다. 서툰 배우처럼 살다 가는 그림자 같은 인생인데도 현대인은 그 짧은 무대 위에 펼쳐진 더 작은 무대, 더 서툰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소음과 분노’에 눈과 귀, 생각과 마음을 빼앗기며 살아간다.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09회) 전문
p.s. 이 글은 좀 많이 공유해주셔서 공공장소 등등 서비스 아닌 서비스를 stop 시켜주세요.
첫댓글 ★목요일..!! 몸도 마음도 피곤을 느낄 때입니다.♥
★하지만 달콤한 주말이 오고있으니기지개 한번 켜시고
힘차게 보내세요~!^^
★일주일의 고개를 넘어 이제 목요일이네요♥
★하시던 일을 잘 마무리하시고 행복한 주말을 맞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