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다음 아고라 교육토론방에서 퍼온 글)울 못난이 딸도 행복할 권리가 있겠죠?[190]

우리 딸아이는 그리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고 미모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공부를 썩 잘하는 것도 아니고 뭐 어디 하나 뚜렷하게 내세울 것이 없는 아이랍니다. <DIV id=R_Content> <DIV id=content_area style="OVERFLOW: hidden"> 그래도 마음 하나는 끝내주게 밝고 유하답니다.   그리고 이왕 태어났으니 행복하게 살아야 하겠죠? 아무리 못났어도 행복할 권리가 당연히 있겠죠?   울 아이의 최고 장점은 일단 착하고 명랑하다는 것입니다. 다른 아이가 때려도 아플까봐 같이 때리지 못하고, 누가 자기 거 가져가도 야무지게 대드는 법도 없고, (걔가 필요하니까 가져갔을거야 하면서...) 요리를 하면서 콧노래도 부를 줄 알고 설겆이도 잘하고, 수학은 골치 아프고 영어단어는 죽어라 못외워도 좋아하는 연예인 이름은 단번에 외울 줄 아는 기막힌 기억력도 있지요. 어제는 하루종일 명랑하게 잘 놀다가 다 늦게 들어와서는 중학교 예비소집일날 받아온 과제물을 한다고 설쳐대다가 영어일기를 써가야 한다며 끙끙거리며 인터넷 들어가 번역기 돌려대더니 자기 머리로는 한계가 있던지 오빠나 아빠나 이모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밥도 먹어야하고 개콘도 봐야하고 신문도 봐야하고 좀있으면 씻고 자야할 시간인데 졸라대는 딸아이가 귀찮은 지 다들 외면하거나 구박을 하니 급기야 닭똥같은 눈물 흘리며 자기 방으로 겨들어가는데... 그 뒷모습이 짠~하더군요.   솔직히 공부와는 영 거리가 먼 데... 영어일기라니... 울 딸아이는 거울을 보며 머리 빗는 걸 좋아하고, 일등하지 않고도 행복하게 살 자신이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며, 그래도 자기는 피아노 하나는 다른 친구들이나 오빠보다 잘 친다고 큰소리도 칠 줄 아는 아주 명랑한 아이입니다. 그냥 제가 봐도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만 주지 않고 대학은 꼭 가야한다는 턱도 없는 짐만 어깨에 지우지 않는다면 나름 즐겁고 명랑한 삶을 꾸려나갈 여지가 충분한 아이랍니다. 그런 우리 딸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 요즘 많이 불행합니다. 공부를 잘해야만 미래가 아름답게 펼쳐질 것이고 영어, 수학을 잘해야만 선생님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고 힘에 부쳐도 숙제를 잘해가야 매를 안맞을 수 있는 현실이 싫으니까요. (초등 때는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는 문제였는데...) 우리 딸 아이같은 평범한 아이를 위한 교육은 이 나라에서는 정말 어려운 일인가요? 오늘 처음 교복을 입고 중학교 입학식에 간 딸아이는 입학식이 끝나면 곧바로 친구들이랑 초등학교로 갈거랍니다. 교복입은 예쁜 모습을 사랑하는 옛선생님에게 보여주고싶다고요. 이만하면 이쁘지 않나요? 이만하면 울 못난이 딸도 행복할 권리가 있는 거 맞죠? 저는 우리 딸아이가 진짜 행복하길 바라는 엄마입니다.</DIV></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