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K : 별에서온 얼간이
코미디, 드라마, 판타지 | 인도 | 129 분 |
1970년대 유행처럼 命題에 올려졌던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는
우리나라 문화계 전반에 걸쳐 오랫동안 통용돼 왔다.
외래의 문물에 맞서 고유 문화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세계와 적극적으로 교감하겠다는 당당함을 담고 있었다.
이는 오히려 '발리우드'(봄베이와 할리우드의 합성어) 인도 영화에서
더욱 극적으로 확인된다.
영화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
신(神)의 나라 인도에서 종교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하지만, '피케이'는 신성(神性)의 문제와 함께 외면하고 싶은 인도의 현실을
외계인의 시선을 빌려 때로는 조롱하고, 때로는 진지하게 비판한다.
비합리적이거나 비인간적인 인도 사회의 여러 모순들을
128분 시간 내내 유쾌하기 그지없는 방식으로 다룬다.
외계인 피케이 (아미르 칸 扮)는 인도 땅에 착륙하자마자
우주선과 교신할 수 있는 리모컨을 눈앞에서 날치기 당한다.
도둑맞은 물건을 수소문하니 들리는 대답은 한결같이
"신에게 물어보라"는 것이다.
대체 어떤 신을 말하는지 그는 알 수가 없다.
힌두교, 기독교, 가톨릭, 불교, 시크교, 이슬람교 등을 오가며
좌충우돌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인도사회에 만연한 종교 차별, 인간이 배제된 종교,
獻金에만 집착하는 위선적 종교 지도자 등 아픈 지점을 콕콕 찔러댄다.
또 간디의 얼굴이 그려진 그림은 지폐가 아니면 쓰레기 취급하는
인도 사람들의 모습도 넌지시 꼬집는다.
막바지에는 코미디영화답지 않게 종교의 기능과 신의 존재 자체에 대한
도발적이고도 위험한 질문까지 던진다.
"신에게 기도하라"는 종교 지도자의 말 앞에 피케이는 이렇게 답한다.
"나도 기도하고 싶다. 그런데 누구에게 해야 하나.
인간을 만든 신에게 말인가,
아니면 인간이 만든 신에게 말인가?"
영화는 지금 인도가 품고 있는 가장 인도적인 문제와 고민, 현실을
담아 내고 있으면서도 바깥 문화권의 사람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문제의식을 서로 맞닿게 하고있다.
영화 외적인 부분이지만 인도의 시(詩)에 대한 열정도 엿볼 수 있다.
젊은이들이 일상적으로 시를 읽고 낭송하는 것은 물론
시 낭송회 티켓이 매진되고 암표가 돌 정도로 인기가 있다는 사실에서
발리우드 영화 특유의 리듬감 넘치는 흥과 낭만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짐작해 볼 수 있게한다.
<세 얼간이(2009)>의 라지쿠마르 히라니 감독이 아미르 칸과
다시 한번 감독과 주연배우로 호흡을 맞췄다.
단순함의 가치를 설파하던 감독의 관심사는 여전하다.
<세 얼간이>에서 학계와 학문 전반에 대한 비판을 가한 감독은
이번에는 종교에 대한 비판을 시도한다.
종교에 대한 문제를 부각하는 동시에 한편의 영화, 나아가 예술에 대한
믿음의 문제를 조용히 제기한다.
한줄 評 : 기술적인 부문, 편집, 전개의 느슨함, 등등 영화 완성도 만으로만 본다면
결코 명화라 할 수 없다.
그러나 영화가 추구하는 한 부분, 啓導 측면에서는
인생의 문제를 쉽게 접근하여 관객에게 스스로 답을 구하게 하는
훌륭한 영화라 하겠다.
다만 유럽의 難解한 영화보다 관객의 호응이 적다는 게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