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이 게시판뿐 아니라 여러 언론사에서 띄워주고 있는 "Again 1995" OB 연고전 혹은 고연전이 끝난 다음 날부터
잠실학생체육관에서는 서울시장기 초,중,고 대회가 열렸습니다.
이 대회는 전국체전 서울시 남고, 여고 대표를 선발하는 대회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남고부의 경우 지난 서울시 협회장기에서 용산이 우승했기 때문에, 만약 이번에 용산이 우승하면 확실하게 서울시 대표로 나가는 것이고, 만약 오늘 결승 상대인 홍대가 29일 경기에서 이긴다면 30일날 한 번 더 겨뤄서 서울시 대표를 가릴 겁니다.
늘 그렇듯이 체육관은 텅텅 비고, 평일에다가 OB 연고전 혹은 고연전에 비해 반의 반의 반도 안되는 관중이었고, 언론사에서도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경기였지만 경기는 늘 그렇듯이 '학생다운' 풋풋함과 열정이 나오면서 재미있더군요(전 근 거의 몇 년간은 아마 농구때문에 KBL을 끊다시피했습니다. 솔직히 KBL 용병 제도 자체가 저한테는 체질에 전혀 맞지 않아서요--;;).
중학교 경기도 나름 재미있게 보면서 말이지요.
여고 경기였던 선일과 숙명 경기는 거의 15점까지 숙명이 앞서나갔으나, 선수 풀이 부족한 선일이 그 점수차를 다 따라잡는 괴력을 보여줬습니다. 그렇지만 숙명의 진땀 승으로 끝이 났고. 개인적으로 작년 아주 몇 안되는 중학교 경기를 봤지만 선일여중에서 눈에 띄던 아이들인 신지현-이민지(광신정산고 이동엽의 여동생이자 이호근 감독의 딸이죠.)이 두 원-투펀치를 선일(선지현)과 숙명(이민지) 소속으로 따로 갈려져서 경기에 출전하는 모습이 흥미로웠습니다.
어제 남고 경기는 양정-용산, 그리고 홍대부고-경복고 경기가 있었는데, 양정과 용산은 60-49, 용산의 11점차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그 다음 경기가 홍대부고-경복고였는데,
경기 결과는 경기 종료 3초전에 이호영의 골밑슛으로 68-66. 홍대부고의 2점차 승리였습니다.
홍대부고는 그저께 경기에서 서울 대진고를 이기고 올라왔고, 경복은 이동엽, 김형준이 빠진 광신정산고를 이기고 올라왔구요.
경복에서 3학년들(문성곤은 세계 U-19 대회 참가)을 다 빼고 내년 시즌을 준비해서인지 1,2학년 위주로 나왔고, 홍대부고도 이호영 외에는 거의 대부분 선수가 2학년들이었습니다.
역시 이 두 팀간 매치업에서 제가 가장 집중해서 본 매치업은 요새 고2 포워드들 중에서 '장신 포워드' 로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홍대부고 강상재와 경복고 최준용이었습니다.
두 선수는 어쩌면 2012년 아시아 U-18 대표팀에서 만날지도 모르겠고, 라이벌같은 느낌이 확 드는 선수들이라 더욱 더 관심을 갖고 경기를 봤습니다(여담이지만, 2012 아시아 U-18 대표팀은 협회에서 제대로만 뽑고, 이 때 대상자 선수들이 제대로 성장만 해준다면 아마 청대 역사상 평균 높이에서만큼은 최강이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동엽이 빠른 94년생이라 U-18 대회에 나올 수 있고 지금 소개할 강상재나 최준용 그리고 이종현 대진의 떠오르는 1학년인 김진용, 마지막으로 아직 청대감이라고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고 있지만 1년 꿇고 동아중 2학년으로 맨발 2m에 조금씩 실력이 늘고 있는 이윤수까지.).
일단 홍대가 승리하기는 했지만, 두 선수 다 장점과 단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경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두 선수는 아직 대학이 어느 곳으로 갈 지는 모르겠으나 같이 갈 것 같지는 않겠다라는 느낌이 팍팍 들었습니다.
먼저 강상재.
강상재는 고등학교에서 신장은 거의 4~5번(점프볼 게시판에 의하면 맨발 198에 이르고 아직 더 클 수 있다고 하네요. 전 맨발 196~7로 봤는데.)에 가까운 선수지만, 실상 플레이는 올-어라운더 3번(2번은 아니고, 그냥 3번에서 올-어라운더같은 스타일)입니다. 정영삼처럼 오른손잡이인데도 왼손 드리블을 치는데 더 능하고,
홍대에서 탑이 불안할 경우 강상재가 가끔 탑에서 볼운반을 하면서 공격, 수비 리바운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특히 이 친구는 리바운드 뜰 때 포착능력이 꽤 뛰어난 선수인 것 같습니다. 늘 리바운드된 볼이 있는 곳에는 강상재가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시야도 괜찮습니다. 센터인 이호영에게 엔트리 패스를 넣어주거나 2대2도 상당히 잘하구요. 헬프 디펜스에도 강점을 가진 선수입니다.
그리고 슛 거리가 길어서 3점을 쏠 때 손목을 보면 제대로 꺾이는(소위 이걸 오리목이라고 하죠?)느낌이 들어서 굉장히 포물선 자체가 안정적이라고 할까요? 아무튼 그런 느낌입니다. 뿐만 아니라 페이스-업 능력과 신장 대비 좋은 스피드, 괜찮은 기본기에 의한 드리블링으로 좌,우를 가리지 않고 모두 돌파해서 상대의 파울을 이끌어내고 혹은 드라이브-인을 상당히 깔끔하게 메이드시키기도 하지요. 속공수 역할도 꽤 좋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스피드가 그 신장치고 대단히 빠르기 때문에.
그러나 어제 경기에서는 약점도 나왔습니다.
특히 어제 경기만큼은 3점을 난사한다는 느낌이 너무 강했습니다. 들어가기도 꽤 들어갔고, 물론 강상재를 앞선에서 좀 안일하게 경복에서 놔두는 모습도 보였지만, 그렇다고 해도 뜬금없이 3점을 안던져도 될 상황에서 던지는 슛 셀렉션은 좀 지적을 받아야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난사하다보니 3점 에어볼도 나왔구요.
돌파도 자신있게 할 수 있고 1대1 능력도 상당히 뛰어나며 팀원들을 잘 이용하는 능력이 있는 선수가 어제 경기에서만큼은 왜 쓸데없이 외곽 일변도의 공격을 지향하는가?에 대한 제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또 한가지 문제는 포스트-업 스킬(물론 어제 홍대가 강상재를 이용할 시 아쉬웠던 점은 있었습니다. 경복에서 빠른 선수로 강상재를 상대하고자 180의 고행석을 4쿼터에 타이트한 맨-투-맨 수비로 붙였는데, 홍대에서 계속 강상재가 포스트업 자세로 볼을 달라고 했는데 잘 이용못했다는 게 아쉬웠다는.)을 좀 더 과감하게 해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약간 몸이 호리호리한 편이라 힘들겠지만 말이죠.
그리고 경기력 자체를 Dirty(여기서 이야기하는 그런 더러운 느낌이 아니라는 걸 아실 겁니다. 좀 더 몸싸움을 즐기는 그런 의미입니다.)하면서 Taugh하게 이끌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지금도 과감하고 승부욕강한 건 좋지만 말이죠.
그리고 최준용.
참고로 최준용의 신장은 지금 프로필로 나오는 197보다 훨씬 큰 것 같습니다. 거의 맨발로 2m 수준인 거 같아요. 아니면 신발신고 2m2 정도? 어쨌든 마르고 팔 다리 길어서 단순히 커보이는 게 아니고, 경복 1학년 센터인 김민기보다 분명 같이 대비로 봤을 때 커보이는 느낌입니다.
최준용은 일단 '그 키에 그 슛터치' 만으로도 가치있는 선수입니다. 확실히 슛 하나만큼은 그정도 신장에서 그만큼 하는 선수가 대한민국에서 KBL이나 대학까지 통틀어서 정말 드문 것 같습니다. 일단 타점이 워낙 높다보니 상대 선수가 막기 정말 힘들고, 1대1 돌파할 때도 워낙 신장이 크다보니까 웬만해서는 상대가 블록 시도하기가 힘들어서 파울로 많이 끊거나 바스켓-카운트를 많이 줍니다.
그리고 자유투에 있어서도 거의 '칼' 수준이더군요. 제가 본 바로는 거의 자유투를 놓치지 않고 웬만한 건 다 넣어줬습니다. 이 친구도 터치나 슛 던질 때 자세가 상당히 안정적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여태 춘계 대회때부터 잘 보여주지는 않는 모습이었던 노-룩 패스도 제대로 구사하면서 생각보다 괜찮은 시야(?)도 보여줬습니다. 사실 운동능력이야 뭐 점프력이나 스피드는 워낙 정평이 나 있는 친구라 여러번 좋다고 크게 놀랍지는 않았습니다. 선수들 몸풀 때도 최준용의 덩크는 대단히 죽이는(?)편이죠.
다만 잔기술(?)면에서 과거에 비해 좀 더 발전이 있었다고 생각하는게, 광신전에서는 두 번이나 플로터를 사용하더군요(모두 메이드를 시키구요.). KBL이나 아마농구에서 플로터를 2번 성공시키는 건 좀처럼 보기 힘든데 꽤 놀라웠습니다.
다만 이 친구의 현재 가장 큰 약점은 드리블 자세가 너무 높고, 수비가 너무 약하다는 겁니다. 드리블 자세가 높다보니 빠른 상대 마크맨들이 이 친구의 볼을 스틸하기 쉽고, 그리고 몸싸움이 그렇게 강한 편도 아니라서 드리블을 칠 때 몸으로 공간을 확보하고 드리블을 치기보다는 오히려 상대를 마주보고 드리블을 치는 걸 더 즐겨하고, 완벽하게 등을 지면서 드리블을 치기보다는 어느정도 상대가 스틸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면서 등을 지고 드리블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수비는 엄청난 공격 능력에 비해 너무도 약해보였습니다. 순발력과 사이드 스텝 모두 느린 느낌이었고, 맨-투-맨이나 존 디펜스 모두 올해 동계훈련이나 남은 고교농구 시즌동안 단내나게 연습을 하면서 평균 이상은 만들어놓아야 될 듯 싶습니다.
수비에서 상하 수비는 그래도 되는 편인데, 그 외의 수비는 정말 개선이 시급해보입니다.
하여튼 두 선수 다 분명 지켜볼 선수들임에는 틀림없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 고 1중에서 눈에 띄는 선수들 중에 전주고 가드 이우정이나 허재 감독의 아들로 명성이 높은 용산고 허훈보다 포지션은 틀리지만 서울 대진고 김진용(201cm)이 더 눈에 들어왔고, 실력도 좋아보였습니다.
포워드 느낌이 물씬 풍기는 5번인데, 스피드가 빠른데다가 경기를 풀어가는 게 1학년답지 않게 과감해보이고, BQ도 꽤나 높아보였습니다. 홍대부고와의 경기에서도 지능적인 플레이에 능한 모습도 팍팍 보여줬는데,
앞으로 어떻게 커나갈지 저 개인적으로는 대단히 궁금한 선수입니다.
첫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최준용만 열심히 지켜봤었는데 앞으론 강상재, 김진용도 유심히 봐야겠네요. 최준용, 강상재 선수가 잘 커서 국대 2-3번이 되는 날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정말 안좋은 타이밍이네요^^ 국내선수의 기량을 얘기하려면 고교, 대학농구를 봐야 합니다. 재능 있는 선수들이 kbl이 요구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망가지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강상재, 최준용 잘 성장했으면 좋겠네요 김진용은 개인적으로 5cm 큰 윤호영이 되었으면 합니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어제 경기 보고 오늘 결승전도 보고 왔는데 강상재는 왼쪽 돌파를 할 때 원드리블 치고 투드리블 들어갈 때 드리블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오늘 경기에서 2차례 스틸을 당했죠. 슛할 때 하체를 이용하기 보다 손목 스냅을 이용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슛에 기복이 있는 것 같습니다. 손목 스냅은 끝내주더군요. 어제 경기는 홍대부고 포가 신준섭이 잘했죠. 강상재는 2학년인데도 홍대부고 에이스고요. 경복고 1학년 안영준(194)이 눈에 띄었고 송제문(190)은 테크니션 삘이 났습니다. 오늘 결승전 경기는 용산고 선수들의 수비가 좋았네요.
아 오늘 결승 경기 보셨군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체육관에 못갔는데.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안영준은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용산중 시절이 더 충격적으로 보여지기에 사실 이번 서울시장기에서 보여준 안영준의 플레이는 그다지 놀랍지는 않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작년에 용산중 허훈을 이야기하지만 솔직히 전 용산중에서 더 충격적으로 봤던 게 안영준이었거든요.지금은 근데 뭐랄까. 고교농구 적응문제나 포지션의 이동, 1학년이라는 것을 다 제쳐두고도 이번에 보여준 모습이 정말 작년의 반의 반도 못 보여준다라는 느낌입니다. 퇴보된 느낌도 나구요.그정도로 저에게 작년 안영준은 충격적인 선수였습니다.
중학교 포워드 랭킹1,2위를 다투는 안영준 얘기만 들었는데 실제 경기를 보니 잘하더라고요. 신체도 밸런스가 잘 잡힌 것 같고요. 여튼 어제 경기는 정말 재밌게 봤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