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바야흐로 캠핑의 계절이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캠핑을 떠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캠핑장에서 즐기는 음식 중 빠질 수 없는 게 있다. 바비큐다.
차영기 대한아웃도어바비큐협회 회장은 바비큐가 미국에서 온 음식이라는 편견을 버리라고 강조한다.
“삼국지 위지동이전을 보면 ‘동이족은 장양(발효요리)과 고기요리를 잘한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고기요리를 맛있게 즐겼다는 얘기죠. 바비큐를 어느 지역에서부터 먹기 시작했다고 규정하는 것은 우스운 일입니다. 자연발화로 구워진 식물이나 동물을 맛본 인류가 동시다발적으로 먹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다소 낯선 ‘프로바비큐대회’ 개최를 앞둔 그의 얼굴에서 ‘한국식’ 바비큐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는 집념이 느껴진다.
차영기 회장을 만나 한참을 얘기하다 보니 아직 캠핑을 떠나지도 않았는데 어디선가 불 위에 올려둔 고기 익는 냄새가 솔솔 나는 듯 하다.
◆ 국내 최초 프로바비큐 대회 개최
Q. 다니던 직장을 박차고 나와 대한아웃도어바비큐협회를 만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삼성생명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15년간 일했습니다. 2001년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는데 ‘마침 잘됐다’는 심정으로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그동안 취미로만 해왔던 요리나 바비큐를 본격적으로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바비큐에 있어서는 최고가 돼 보자는 마음으로 혼자 자료를 찾아가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2만1000여명의 동호회를 기반으로 2009년에는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협회 인가를 받았습니다. 아웃도어 바비큐를 통해 국내 축산물의 우수성을 대내외에 알리고 관련 축제나 프로대회를 유치해 지역경제, 나아가 국가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Q.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천안에서 국내 최초의 프로바비큐 대회인 ‘2013 코리아오픈 한돈컵 바비큐 챔피언쉽’이 열립니다. 프로바비큐라는 말이 생소하게 느껴집니다.
== 말 그대로 프로 바비큐인들이 참가해 실력을 겨루는 자리입니다. 일반 소비자들은 선수들이 어떤 도구로 어떻게 고기를 굽는지 지켜보며 따라 해볼 수도 있습니다. 주최는 협회가 하고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한국관광공사∙농림축산식품부가 후원하는 행사입니다. 한돈의 우수성을 홍보하면서 다양한 바비큐 요리방법을 소개해 새로운 바비큐문화와 건전한 아웃도어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취지입니다. 가족들과(팸 Fam) 숲속에서(포레스트 Forest) 휴식(레스트 Rest)을 취하며 축제(페스티벌Festival)를 즐기자는 콘셉트로 ‘2013 바비큐 팸 아웃도어 포레스티벌’을 개최하는데 메인행사가 바비큐 프로대회입니다. 이번 대회에는 바비큐 요리에 자신 있는 내‧외국인 등 마니아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선수와 일반 참가자로 구분됩니다. 규칙이 있고, 선수들이 경쟁을 하고 관중인 ‘캠러리’가 경기를 지켜본다는 측면에서 레저 스포츠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대회 심사규정을 보니 흥미로운 항목들이 눈에 띕니다. 대회 중에 술을 마실 수 있다는 점은 다소 놀랍습니다.
== 국가별로 대회 심사규정은 다릅니다. 미국 같은 경우에는 맛, 향, 질감, 색깔 등을 평가합니다. 국내에서는 이를 포함해서 20여가지 정도를 심사합니다. 일단 고기가 타면 안됩니다. 기름을 태워서도 안되죠. 경우에 따라 실격이나 감점처리 됩니다. 고기가 타면 벤조피렌이라는 물질이 생성됩니다. 발암물질입니다. 고기를 제대로 굽는 선수들은 직화방식 보다 주로 간접구이 방식으로 시합합니다. 불을 양쪽에서 피우고 가운데서 고기를 굽는 식입니다. 순도 높은 활엽수 나무 속살을 물에 불린 뒤 불을 붙여 연기를 피웁니다. ‘훈연’을 하는 과정이죠. 직화로 구울 때보다 시간은 훨씬 오래 걸리지만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 훨씬 부드럽고 맛있는 고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야외에서 치러지는 경기인 만큼 소화기 비치 등 안전사고에는 어떻게 대비하는지도 봅니다. 요리를 하면서 술을 마실 수는 있습니다. 간접구이를 하다 보면 고기를 굽는데 몇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2일이 걸리는 요리도 있습니다. 다른 프로선수들과 경쟁도 하지만 선수 스스로 즐기면서 대회에 참가한다고 보면 됩니다. 대신 술을 마시더라도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정상적인 경기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이 마시면 바로 퇴장시킵니다.
Q. 국내에 비해 해외에서는 바비큐 문화가 훨씬 대중화 돼 있다면서요.
== 미국에서는 바비큐 프로대회가 열리기 시작한지 40~50년이 됐습니다. 상금은 12만불(약 1억3000만원)에 달합니다. 미국 렉싱턴 지역 사람들은 렉싱턴을 ‘바비큐 왕국’이라고 부를 정도로 자존심이 강합니다. 텍사스 스타일 등 지역마다 독특한 바비큐가 있습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에서는 바비큐 프로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국가적으로 대회를 진행합니다. ‘미식의 나라’라고 불리는 프랑스에서도 프로대회가 열릴 정도로 해외에서는 아웃도어 바비큐 대회가 활성화 돼있습니다. 외국의 경우 대회에서 입상한 선수가 사용한 식재료, 각종 도구 등이 상품이 돼 새로운 시장을 만들면서 수요를 창출해 나가고 있습니다.
◆ “프로바비큐 대회, 정부가 말하는 ‘창조경제’와도 일맥상통”
Q. 프로바비큐 대회를 통한 경제적인 효과가 어느정돈가요?
== 지역에서 바비큐대회를 할 때는 그 지역의 특산물을 필수 재료로 사용하게 합니다. 예를 들어 포도로 유명한 영동에서 대회가 열리면 바비큐를 만들 때 반드시 포도를 쓰는 식이죠. 포도에 고기를 재기도 하고 소스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남원에서는 허브와 포도를 필수 재료로 제시했습니다. 고기 요리를 할 때 스피아민트를 쓰는 경우는 드문데 이 대회 때는 쓰게 했습니다. 고기를 훈연할 때는 남원 포도나무를 활용했습니다. 지역의 틍산물을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죠. 스피아민트와 남원 포도나무를 활용해 만든 바비큐는 ‘남원 바비큐’ 이런 식으로 지역 브랜드를 살릴 수 있습니다. 축제 현장 같은 대회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지역 경제를 활성화 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삼겹살 외에 수요가 많지 않은 비인기 돼지고기 부위를 활용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하기도 합니다. 닭, 오리도 바비큐를 통해 상품화 한다든지 관련 협회 등과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Q. 현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와도 맥이 통하는 것 같습니다.
== 그렇습니다. 정부가 말하는 창조경제와 일맥상통합니다. 우선 ‘바비큐 프로선수’라는 직업이 생기겠죠. 특정 선수가 시합에 나가 우승한다면 사용한 양념, 도구들이 잘 팔리게 됩니다.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선수가 입은 골프웨어가 불티나게 팔리는 것과 같은 현상이죠. 기존의 인프라로 새로운 소비시장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선수가 본인의 이름을 걸고 브랜드를 론칭 할 수도 있습니다. 외국 프로선수들처럼방송 출연, 강연, 책을 통해 돈을 벌기도 합니다.
아웃도어 바비큐 자체가 하나의 문화가 되면 관련 제품이나 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입니다.
Q. 프로바비큐대회 유치 외에도 대한아웃도어바비큐협회가 구상하고 있는 사업들이 더 있죠.
==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아웃도어 바비큐 문화가 만들어 졌으면 좋겠습니다. 바비큐를 할 때 혼자 먹기 위해 100g, 200g을 굽지 않습니다. 5kg, 혹은 더 많은 양을 굽기도 하죠. 함께 나눠먹습니다. 자연스럽게 주위 사람들과 교감하게 되고 즐거운 자리가 만들어집니다. 음식을 통한 공동운명체가 되는 것입니다. 단순히 고기를 먹고 즐기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자연을 아끼는 올바른 아웃도어 문화,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 같은 캠핑문화를 만드는 일에 전념하고 싶습니다.
협회 차원에서 국내에서는 보편화되지 않은 아웃도어 스포츠들을 확산시키고 싶습니다. 디스크골프 같은 것들이 있겠죠. 골프공 대신 플라스틱 원반을 던지는 골프입니다. 골프장을 새로 만들려면 산을 깎아야 하지만 디스크골프는 공원에서도 쉽게 즐길 수 있습니다. 또 전통 아웃도어 문화가 사라지기 전에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구슬치기, 사방치기, 비석치기, 제기차기 등 이런 것들이 전통 아웃도어 놀이 문화죠. 요즘 아이들이 몰라서 못하는 놀이들입니다. 전통놀이 10종 경기 전국대회를 개최할 수도 있겠죠.
◆ 차영기 회장은?
1986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15년간 마케팅 매니저로 근무, 2001년 퇴사하고 본격적으로 바비큐 공부에 뛰어들었다. 한국호텔관광전문학교에서 6개월 과정을 수료, 이후 한식∙중식∙일식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경인방송, 시사 창, 복지 TV 등 언론사에 몸담기도 했던 차영기 회장은 2009년 대한아웃도어바비큐협회 설립 허가를 받고 협회를 창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