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0 집을 나서다.
36번을 타고 낯설어진 문화전당역 정류장에서
사평가는 151번 버스를 기다린다.
모니터에서는 버스 도착시간을 시시각각 알려준다.
시골가는 사람들이 많은 차에 서서 흔들린다.
선교정류장에는 16:05에 내린다.
더운 도로를 걷는다.
공사중이다.
52번 버스가 와 탈까 하다가 그냥 걷는데
그 차도 금방 돌아나온다.
선동(仙洞)마을 정자에 앉아있는 주민들이
날 희한하다는 듯 쳐다본다.
도로공사를 하는 인부들도 나를 쳐다본다.
손수건으로 목을 두르고 검은 안경을 낀다.
용연마을인가 갈림길을 올라가는데 차가 따라와 타라한다.
잠깐 탄다.
등이 굽은 노인 운전자는 계곡에 가겠단다.
난 맨발 샌달에 반바지 반팔이다.
철조망 뒤로 길을 들어서는데
사방에서 가시가 공격한다.
부러진 가지 사이로 늘어진 덩굴들이 길을 막는다.
종아리도 긇힌다.
모기는 윙윙대며 포기않고 따라온다.
모자르 벗어 휘둘러도 손뼉을 마주쳐 잡아도 못이기겠다.
물길로 접어든다.
뱀이 무섭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바위 사이에 웅크리고 나를 쳐다보는 뱀에 소름이 끼쳐 그 후로 보이지 않은 바위는 무서웠다.
풀숲 길을 가로질러 가는 가는 뱀을 본다.
겁이 덜컥 난다.
물속에서는 내가 더 느릴 것이다.
하얀 바위 위를 건너 뛴다.
작은 소(沼)에서는 빠진다.
반바지 넘어 속옷까지 물이 차다.
숲 속에 소는 깊이를 가늠하기 더 어렵다.
폭포 이름을 지어주고 싶은데 나의 능력으로는
오늘 상황으로는 적당치 않다고 사과한다.
나의 선남탕에서 옷을 벗는다.
퉁소를 불어야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리코더도 없다.
회남자 몇 쪽을 읽는다.
벗은 채 술을 마신다.
물은 차갑지 않다.
이름있는 용추폭포조차 지난 1주일 전보다
물이 줄었다.
중머리재에는 한 사나이가 산을 쳐다보고 있다.
서인봉 지나 새인봉에서
유월 보름 유둣날의 달을 본다.
아직 지지 않은 해는 짙은 개스 속으로
허무하게 사라지고 만다.
새인봉 내려오는데 야간 산행하는 키 큰 사나이들이 올라간다.
난 불을 켜지 않는다.
달은 아직 산을 넘지 못했고
나의 안력은 아직 거리를 가늠하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증심사 주차장에는 차가 없다.
절로 오르는 길 양쪽에는 하얀 불이 가득하다.
대지식당 쯤에 가서 돼지고기와 동동주와 보리밥을 먹고 싶으나 오르기 싫다.
정류장에는 차가 몇 대 남아있지 않다.
불이 켜진 식당에 들러 된장찌게에 소주 한 병을 시킨다.
주인남자는 이상한 놈도 다 있다는 듯 마지 못해 주문을
받는다.
옆 자리에는 한 여자를 두고 나이 먹은 남자들이 아부를 하며
술을 마신다. 서로 솔직하자고 한다. 솔직이라!!!
나도 저 모습에서 벗어나지 않으리.
소주를 남겼다.
7천원을 계산하고 나오니 차 한대가 나온다.
나 혼자 올라 탄다.
증심사 학동 삼거리역 주잧장에서 내려 지하철 역사로
들어간다.
술집의 여성들이 쳐다본다.
딱 맥주 한 잔 더 마시고 싶은 마음을 이기고
열차에 앉는다.
내 옆에는 앉지마시라.
땀내 술내 절은 내 몸이다.
출처: 홍식이 사랑방-물처럼 나무처럼 원문보기 글쓴이: 범고개
첫댓글 원시의 모습 그대로인 용추물길이 시원합니다..마지막 사진속 햇님의 얼굴에는 무등산이 들어 있네요..즐감 했습니다.
용현마을쪽으로 올라가다보면 가끔 시체들이 많이 발견되기도 합니다...음지라 그런지 정신이상자나 치매노인들이 밤낮으로 그쪽 부근 산을 헤메다가 지쳐 죽기도 합니다...일년에 한두번정도...낮에 가도 음침해서 별로던데...용감하시군요...ㅋㅋㅋ
보기만 해도 시원합니다. 요즘은 많이 안가는 곳인데 오랜만에 보니 좋군요.
온몸이 물속으로 들어 가면 벌금이 많은데요. ㅋㅋㅋ 아주 시원한 계곡산행을 즐기셨군요. 미끄럽지 않던가요?
첫댓글 원시의 모습 그대로인 용추물길이 시원합니다..마지막 사진속 햇님의 얼굴에는 무등산이 들어 있네요..즐감 했습니다.
용현마을쪽으로 올라가다보면 가끔 시체들이 많이 발견되기도 합니다...음지라 그런지 정신이상자나 치매노인들이 밤낮으로 그쪽 부근 산을 헤메다가 지쳐 죽기도 합니다...일년에 한두번정도...낮에 가도 음침해서 별로던데...용감하시군요...ㅋㅋㅋ
보기만 해도 시원합니다. 요즘은 많이 안가는 곳인데 오랜만에 보니 좋군요.
온몸이 물속으로 들어 가면 벌금이 많은데요. ㅋㅋㅋ 아주 시원한 계곡산행을 즐기셨군요. 미끄럽지 않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