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세상엔 최고 신'리젠'에게 선택받은 13명의 인간이있었다.
그들은 신의 대리인으로써 맡은 바 책임을 다했으며,
그들의 힘은 신과 대등할 정도로 강했다. 하지만 그들의 정신은
그 오랜 세월동안 감당해 낼 정도로 강하지 못했고 그들 중 5명은
자신의 동료의 손에 스스로 죽음을 맞게되었다. ]
- 천상록(天上錄) 제 1장 중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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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개의 대륙중 가장 번성한 국가라면 '축복의 나라'라 불리며 한편으론 최강국이란 이름을 가진 에스토
피아였다. 사시사철 웃음이 넘쳤으며 부족한게 없는 풍족하고 풍요로운 나라였다. 물론, '아스타일리시
아 에스토피아'의 전성기때였지만 말이다. '현 14대 국왕 리토벤 에스토피아'의 시대가 오면서 왕의 폭
정(暴政)으로 축복의나라란 이름대신 저주의나라란 이름이 따라붙었으며, 최강국이란 이름대신 패망국
이란 불명예스런 명칭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귀족들은 부정부패(不淨腐敗)하였으며, 죽어가는 백성들
의 수는 그 수를 헤아릴 수가 없었고, 백성들의 피가 강이 되어 흐르고 충신들의 한맺힌 탄성과 백성들
의 원성이 하늘을 찔렀다.
그런 지옥같은 에스토피아의 작은 평원인 '라피네평원'에 한눈에 봐도 아름답다고 명언(明言)할 수 있
을 정도로 눈부신 여인이 쓰러져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주위에는 끔찍할정도로 붉은 피가 흩뿌려져 있
었다. 그렇게 온몸에 피를 뒤집어 쓴 채 쓰러져 있던 여인의 곁으로 푸른빛 머리칼을 휘날리며 걸어오는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젊은남자와 그의 곁에 붙어 전체적으로 귀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어린 소년
이 갈색 곱슬거리는 머리칼을 손으로 비비적거리며 걸어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쓰러져 있는 금발의 여인에게 다가가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다. 나쁘지 않다는 것을 확인
한 그들은 동시에 한숨을 폭 내쉬었다.
" 루시안누님 일어나십시오. "
날카로운 인상에 맞게 왠지모를 차가움이 깃들어있는 목소리였다. 말투 또한 무뚝뚝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쓰러져있는 그녀를 대하는 태도에는 부드러움이 넘쳤다. 그는 익숙하게 허리를 살짝 숙여 그녀
의 머리칼을 살짝 쓰다듬었다.
" 루시안누님 일어나십시오. "
그가 다시 한번 말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녀는 조금의 뒤척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 옆에 있던 작은
소년은 그녀를 보고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끄럼히 쳐다보았다.
" 에르헨 형 이분이 2번째 신의대행자가 맞긴 맞는거야? "
왠지 모르게 투덜대는 그 소년의 말에 에르헨이라 불리는 그는 작은 소년을 바라보며 살짝 미소지어주
었다.
" 그래. 이분이 '심판자'라 불리는 루시안 안드레이아가 맞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거라 유엘… 언
제나 말하기를 사람의 겉을 보지말고 내면을 보라고 말하지 않았더냐 "
" 칫! 하지만 이런 사람이 검이나 제대로 쥘 수 있겠어? 에에- 말도 안돼! 들리는 소문도 그렇고 형보다
강하다고 와서 따라왔는데 이게 뭐야! 괜히 왔잖아 "
유엘의 투덜대는 목소리에 에르헨은 이 녀석이 아직 철이 덜 들었다며 한탄했다. 그토록 가르치고 가르
쳤건만… 결과는 항상 이런식이니 암담할 뿐이였다. 에르헨이 유엘모르게 좌절하고 있는 사이 카랑카랑
한 곱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시안이였다. 그녀는 어느샌가 일어나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
다.
" 오랜만이군요. 에르헨 "
" 제 4번째 신의 대행자' 에르헨 '제 2번째 신의 대행자' 루시안 안드레이아 님께 인사드립니다. "
에르헨은 그녀의 앞에서 살짝 무릎을 꿇으며 머리를 숙였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곤 루시안은 인상
을 쓰며 일어나라는 손짓을 보냈다.
" 여전하시군요 에르헨 "
" 후훗… 누님이야 말로 "
서로 장난끼 어린 말을 주고 받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던 유엘은 왠지 소외감이 느껴져 뾰루퉁 해져있
었다. 괜히 애꿎은 돌만 퍽퍽 차대는 그 소년의 모습은 애처롭기 짝이없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 소
년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 이네스 형님의 일은 들었습니다. "
" 역시 정보가 빠르군요 "
그녀는 조용히 입가에 미소를 띄었다. 가슴 저리게 슬픈 미소는 에르헨에게 슬픔을 안겨 주었다. 하지만
임무를 받은 에르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입을 힘겹게 열었다.
" …이번이 5번째군요. 좋으신 분이셨는데 안타깝습니다. "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음 속에 담아둔 말은 그보다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소리를 통해 전해들은 그의
죽음보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그의 목을 친 그녀가 더 슬플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의례적인 말로 대신했
다. 묻고 싶은거야 나중에라도 물어보면 되는 것이다.
" 누님... 임무가 내려왔습니다. "
" 후우… 좋습니다. 임무의 내용은 뭐죠? "
" 신께서 말씀하시길 ' 이종족의 피가 세상위로 떨어졌을 때 다섯사람은 해를 입을 것이며, 열사람은 죽
음을 면치 못하리라. 세개로 나뉘었던 심장이 다시 뭉치게 되리니 흘린 피로 바다를 이루리라 ' 하셨습
니다 "
" 그렇군요. 일단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으윽 "
루시안은 갑자기 극도로 몰려오는 피로감에 눈을 뜰 수 없었지만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곧 흐릿해지는 시야와 멍해지는 정신사이로 자신의 몸을 지탱할 수가 없었다. 그리곤 점점 눈이 감겨오
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의 외침이 들렸지만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 누님!! "
쓰러지는 루시안을 보면서 에르헨은 단숨에 그녀의 몸을 받쳐들었다. 그리곤 그녀를 안아 올렸다. 유엘
은 애꿎은 돌만 차고 있다가 자신도 모르게 갑작스레 일어난 일에 깜짝 놀라며 시선을 돌려 그들을 쳐다
봤다. 무슨일인지 궁금해 하는 유엘의 눈빛을 본 에르헨은 한숨을 내쉬며 유엘에게 말했다.
" 기억해 두거라 유엘… 자신이 죽인 사람들의 공포감과 자신이 죽인 생명의 무게를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
" 너는 자신의 생명마저 잊어버리게 될꺼야 "
지금 벌어진 상황과 연관이 안되는 말에 갸우뚱해진 유엘은 반문하기 위해서 목소리를 높이려는 순간
소름끼치게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우리들은 절대로 그 사실을 잊어선 안돼 "
" 죽지 않고 끝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
" 절대로… "
그리고 그 목소리에는 자신에게 말하는 듯이 날카롭고 끝없이 되풀이 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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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힛,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비평 부탁드립니다 [웃음]
첫댓글 건필하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