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속을 파내어 수납 공간 만드는 것은 책장이나 일반 선반보다 훨씬 모던하고 세련된 느낌이다. 과연 일반 아파트에서도 따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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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트리』를 비롯한 『우먼센스』, 『리빙센스』 등의 잡지에서 인테리어 코디네이터로 활약 중인 안은영 씨. 그녀의 청담동 스튜디오에는 벽 안으로 책 수납이 가능한 매몰식 책장이 있다. 밋밋한 벽에 시멘트를 덧대어 벽 속 수납이 가능한 책장을 만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원래 있던 책장을 활용해 감쪽같이 공사한 것이라고. 그녀는 청담동으로 이사 오면서 사무실 일부분의 벽을 터서 공간 확장 공사를 했는데, 공사를 하고 나니 원래 벽이 있던 부분에 툭 튀어나온 기둥과 확장한 벽 사이에 공간이 애매하게 남더라는 것. 그 공간이 내내 눈에 거슬려서 그 공간에 거의 꼭 맞는 책장을 짜넣었다. 책장 프레임까지 시멘트로 깨끗하게 바르고 그 위에 흰색 페인트로 덧칠했다.
베란다를 확장한 집이나 베란다 안쪽, 다용도실 벽에 마땅한 수납 창고가 없는 집이라면 안은영 씨 같은 방법을 시도해볼 만하다. 베란다 폭과 가장 비슷한 크기의 오래된 책장을 핸디코트를 덧칠하면 쉽다. 틈새가 너무 크게 남은 경우는 틈새를 따라 벽돌을 집어넣어 공간을 메운 후 핸디코트를 바르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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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숙 씨 댁의 거실 화장실은 평수를 고려할 때 다른 공간보다 비교적 좁은 편이다. 이사 오면서 집 전체를 레노베이션할 때도 화장실만은 ‘좁지만 콤팩트한 공간’이 콘셉트였다. 일단 문 옆의 벽을 뚫어 여닫이문을 미닫이문으로 교체해 문 때문에 막히는 공간이 없도록 했다. 열선을 깔고, 샤워부스를 만들고, 큰 거울과 두 명이 동시에 쓸 수 있는 가로로 긴 세면대를 놓기로 했다. 문제는 비누나 클렌징 용품 같은 잡동사니 수납이었다. 고민하다 결국 시공업체의 권유에 따라 세면대 옆 벽을 3칸으로 나눠 뚫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욕실 벽을 파내고 수납 공간을 만들 때는 기존 타일을 먼저 뜯어내고 벽을 일정 크기로 부순 다음 테두리를 정리하고 다시 타일을 붙이는 순서로 진행된다. 벽 속 수납만을 위해 공사하기에는 타일 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에 주로 욕실 전체 레노베이션을 할 때 이뤄진다고.
아파트나 주택 내부의 벽은 내력벽과 비내력벽으로 나뉜다. 내력벽은 말 그대로 건물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 벽이라 벽을 파내거나 일부를 무너뜨리는 게 불법으로 정해져 있는 벽이다. 비내력벽은 건물 지지와는 별 상관이 없어 개조 공사가 가능한 벽으로 압구정동이나 분당의 옛날 아파트들은 비내력벽이 하나씩은 있게 마련이다(단 약 7년 전부터 지어진 아파트는 모든 벽이 내력벽이다). 욕실 벽 또한 비내력벽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일부분을 파내는 공사가 가능한 것. 단 비내력벽이라 해도 그 뒤를 지나가는 전선이나 수도관 등을 고려해 약 15cm 정도만 파내는 것이 원칙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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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년 전, 집 전체를 레노베이션한 김지연 씨. 오래된 구조의 아파트라 요즘 집처럼 냉장고 놓을 자리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탓에 덩치 큰 양문형 냉장고 위치를 정하느라 고민이 많았다고. 베란다까지 터버린 탓에 베란다에 내놓을 수도 없고, 방에 들일 자리도 없고, 거실에 두자니 그 모양새가 웃기고. 그런데 요즘처럼 뒷베란다가 없던 시절에 지어진 아파트이다 보니 현관과 거실 사이에 여닫이문이 달린 창고가 있었다. 폭도 꽤 넓고 사람이 쏙 들어갈 만큼 깊어서 냉장고 수납 공간으로도 손색이 없었던 것. 그래서 문짝과 경첩을 떼어내고 창고 밑바닥만 20cm 정도 돋우는 공사를 했다. 냉장고를 넣었더니 창고 윗공간이 꽤 많이 남았기 때문. 그러고 나서 창고 프레임을 따라 흰색 페인트를 깨끗하게 발라주었다. 얼핏 보면 기존 창고 같지 않고 마치 냉장고를 넣기 위해 벽을 파낸 듯한 느낌마저 든다.
김지연 씨 댁처럼 폭이 넓고 깊은 창고는 흔치 않다. 오히려 잡동사니를 보관하고 청소기를 넣어둘 만한 크기의 창고가 더 흔하다. 주로 현관 옆에 자리하는 이런 창고는 문짝과 경첩을 떼어내고 선반도 다 떼어버린 다음 문틀을 따라 깨끗이 페인트를 덧칠한다. 그리고 윗부분에 봉(마트에서 구입 가능)을 달아 고정해 매립식 옷장으로 쓸 것. 입던 옷이나 방문한 손님의 옷을 걸어놓기에 제격이다. 폭이 좁고 수납 공간 프레임 자체가 깔끔하기 때문에 지저분하기보다 오히려 모던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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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과 벽 사이의 공간도 없고, 창고형 공간도 없고, 비내력벽조차 없는 집이라면 ‘벽 속 수납을 위한 가벽’을 세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 집은 거실과 방 사이의 벽을 완전히 허물고 집주인이 원하는 수납 공간의 위치와 크기를 완벽하게 반영해 가벽을 세웠다. 주거 공간이 아닌 일반 가정집, 특히 아파트에서는 시멘트 벽을 만들지 않고 주로 목공 공사로 원하는 크기에 맞게 짠 가벽을 세운다. 그래서 가벽 안쪽은 비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 ‘수납을 위해 벽까지 무너뜨리다니’ 싶겠지만 원래 벽 속 수납 겸용 가벽은 세련된 인테리어는 물론 공간 절약을 위한 훌륭한 수단이기도 하다. 이 집은 20평. 가벽을 세우지 않았다면 벽을 중심으로 거실 쪽에는 장식장 위에 TV를 두고, 안쪽 방 벽에는 책장을 세워뒀을 것이다. 그러면 기존 벽을 제외하고 최소한 70cm의 두께만큼 벽이 더 두꺼워지는 셈이 된다. 하지만 양면 벽 속 수납이 다 되는 두께 40cm짜리 가벽을 하나 세웠더니 거실도, 방도 훨씬 널찍하고 깔끔한 공간으로 변신했다.
가벽을 반드시 천장까지 꽉 차게 세울 필요는 없다. 현관과 거실 사이에 사람 키높이 정도의 가벽을 세우고 거실 쪽은 간이 책상으로, 현관 쪽은 아래 부분에 홈을 넣어 자주 신는 신발을 수납한다.
아들방 쪽 벽면 수납 방 안쪽에서 아들이 책상 위 책장처럼 쓸 수 있게끔 위에서부터 반 정도 내려오는 위치까지 벽 속 수납 공간을 만들었다. 정사각형 크기 정도로 수납 공간을 만든 다음 가로세로 3칸씩 9칸이 되도록 선반을 끼워 맞췄다. 단 컴퓨터 수납 공간을 고려해 아래의 4칸은 아예 통째로 뚫었다(참고로 방바닥 반은 60cm 높이로 목공 공사를 통해 바닥을 돋웠다. 그 위에 매트리스만 놓고 침대로 사용하고, 60cm 공간에는 여닫이 서랍을 넣어 또 다른 수납 공간으로 만든 것).
거실 쪽 벽면 수납 같은 벽의 거실 쪽 전경. 아들방과는 반대로 아랫부분을 안으로 파서 TV를 수납했다. 소파 맞은편 벽면에 단지 TV밖에 두지 않았는데도 벽 속 수납 공간 때문에 심심하지 않다. 아무리 낮은 장식장 주변에 전화기나 메모지를 너저분하게 늘어놓아도 벽 속에 있기 때문에 겉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것도 장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