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과 선비의 고장 운주를 가다.
김민술
오전 10시 율산한테 전화 왔다. 반가운 마음으로 받는다. 내가 늙었나, 딸 전화 받고 어찌할 바 몰라 호들갑 떨게, 신분증 가지고 엄마랑 내려오시란다. 엄마하고 교감이 됐는지 아내는 신분증 주머니 채웠다.. 관광지 입장하려면 노인네들 무료입장하기 위해 그랬나 싶었다. 지갑 챙겨 내려갔더니 벌서 혼자와 손을 흔들고 있다. 하지만 아내 손잡고 천천히 걸어간다. 뜀박질은 옛날이야기, 뒤 자석에 아내 앉히고 난 조수석 안전벨트 메고 않는다. 관행처럼 지금까지 해온 터라 손색이 없다.
차가 스르르 미끄러져 나간다. 애들처럼 고소하다. 차는 엉뚱하게 휴대전화가게 앞에 주차한다. 가게는 문 열기 전이다. 율산이 어데 론가 전화하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차를 다시 운행이다. 아내가 내 것 기기 바꿔주려고 신분증 챙기라고 그랬나 보다. 우아동 지나 용진읍 지나는데 향기로움이 차창을 간질거린다. 산천은 녹음으로 가득히 푸르다. 여름도 깊숙이 들어와 햇빛도 쨍쨍거리고 아름다운 풍광, 훤히 터진 도로는 대둔산 연결도로다.
운주에 있는 도립 대둔산 넉넉한 가슴으로 우리 승용차를 품어줄 신선과 선비의 고장 안전운전으로 운주를 가다. 대둔산 大芚山(878)은 전라북도 완주군 운주면과 충청남도 논산산시와 금산군에 걸쳐 있는 산이다. 노령산맥 줄기에 운주계곡의 명소 114 펜션 수영장에서 여름나기 좋으며 휴게소와 민박으로 주말 1박2일 관광 즐기는 안성맞춤이다. 금남정맥 줄기가 만경평야를 굽어보면서 솟구쳐 절경을 이룬 곳, 겨울에 선녀가 내려와 노닐 것만 같은 풍경을 감상 할 수 있는 대둔산, 떡 하니 서있는 대둔산 절벽 절경을 작은 설악 부르는 이유를 오늘 감지했다.
한 시간 남짓 달려왔다. 대둔산 초입 운주 면 소재지 턱 앞 수청 횟집에 차를 세운다. 주인이 반가이 우릴 맞아 드리고 차림표에 율산이 손가락 몇 번 짚으니 조용히 음식이 나온다. 사계절 내내 신선하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산천어 송어회가 네모진 나무판에 3인분이 푸짐하다. 금방 건져낸 송어라 힘차게 펄떡 뛰어 계곡으로 도망칠 것 같다. 나무젓가락으로 계자 찍어 입에 너도 주둥이 살아 뻐금거리는 것 같아 씹기도 얄궂다. 율산은 내가 회를 좋아하니 가급적 음식을 대할 때 군산이나 전주에서도 횟집 방문이 많았다. 보통 일이 아니다. 오늘도 장어튀김 탕수육이랑 10만 원이 훌쩍 넘었다.
요즘 외식비가 제일 많이 든다. 정말 무섭다. 모든 것이 고고 행진 그중에서 외식비가 단연 엄지다. 3년하고 몇 개월 코로나19로 문 닫고 대출받아 집세내고 빚더미 앉아 시작해서 모든 재료값, 인건비 터무니없이 올라 자장면이 8천 원 하니 손쉽게 점심도 포기하고 편의점 들랑구가 바빠졌다.
율산이 근무하는 면사무소가 2년 전 신축해서 4층 단아한 모습으로 잘 정비됐다. 율산 근무처 2층으로 잠깐 구경하면서 축하와 모두에 건강을 기원하며 눈속임 없는 대둔산 관광으로 마침표 찍고 전주로 온다.
휴대전화 KT대리점에서 삼성으로 아내와 나도 기기를 바꿨다. 율산한테 한 짐 지어줬는데도 율산은 좋아한다. 부녀간 모녀간 정인가보다. 내 운명 노을이 대둔산에 거의 다 내러 온 것 같은데 오늘 새로 만든 휴대전화 정갈하게 잘 써야겠다. 사방이 깊은 계곡 푸른 산이다.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어 파도를 일으킨다. 여름이 깊어가는 발 넓은 바람소리다.
(2023.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