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자 하는 제 글에 적합한 제목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 전 누군가의 행태를 꼬집으면서 흉을 좀 보려고 하는 거거든요.
제가 태생이 머리가 반 곱슬입니다. 고교 시절 앞머리 단속 규정이 5센티였는데, 전 많이 깍였습니다.
가위로 바리캉(이발기)으로 말이지요. 체육선생님한테 깍이고 교련선생님한테 깍이고.., 깍인데 또 깍이고.
특히 여름 방학을 앞둔 학기말 시험기간이 혹독한 장발 단속 기간이었지요. 악독했습니다.
교실 앞 뒷문으로 동시에 쳐들어오는 이른바 체육과 교련과 합동 단속이지요.
선생님들은 웃으면서 깍아요. "섀끼들 방학 때 딸리는 과목 보충할 생각들을 해야지." 참 고마운 얄미운 말씀이시죠.
다행하게 한 쪽만 깍이면 반대편으로 살짝 비벼서 가르마 돌리면 그런대로 봐 줄만 했어요.
그게 반 곱슬의 장점입니다.
대학 시절엔 장발단속 두려워하면서 조신하게? 등하교를 했습니다.
추운 날 제대로 머리를 못 말리고 밖에 나가면 그야말로 산발로 얼어서 사자갈기가 됩니다.
아마 그 땐 헤어로숀 같은 트리트먼트가 일상적이진 않았던 듯 싶습니다.
씩씩한 대통령님의 취임 그리고 각종 규제와 단속의 해제 덕분에 장발을 휘날리면서 야통없는 거리를 잠시 활보할 수 있었는데요.
직장 생활이 시작되면서 장발은 깨몽이 되었습니다
현대그룹의 '두발 클린 컷' 정책은 유명했습니다.
출근 길에 정문에서 머리 깍임을 당하거나 출입증을 뺏기고는 머리를 깍고서야 늦출근이라도 할 수 있는 그런 엄격한 두발단속을 했으니까요. 그러려니 하는 세월을 33년 보내고,
다시 5년여 회사에서 베푼 출향제도의 수혜기기간 동안 무려 38년의 세월.
장발은 꿈도 못꿨고. 그냥 그래야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러다가 그게 버릇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변했을 겁니다.
근데 본능? 그거 무시 못하나봐요.
은퇴 후 머리를 길러보기로 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펌도 해 봤어요.
의외로 잘 어울립니다. 옆으로 뻗치면서 웨이브 진 머리가 베토벤 같은지 그렇게 불러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냥 저냥 장발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젠 다시 직장 시절 깔끔한 머리 스타일로 돌아가야 할까 봐요.
어느 날 무지하게 멋진 장발 신사가 등장했습니다.
사실 등장했다기 보단 오랫동안 교회를 떠나 있다가 다시 출석을 하게 된 건데요. 그들 부부랑 같은 찬양대 소속이었습니다.
그 분은 테너, 저는 베이스. 파트는 달랐지요만 키도 훤칠하고 몸매도 멋지다 보니까 허연 장발 펄럭거리는 것도 폼나고요.
뒤로 질끈 묶어서 쪽을 지고 나와도 멋져요. 남자가 봐도 잘 났어요. 비교가 안 됩니다.
정말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던 여자 후배의 수십년 만의 첫 인사가 그랬어요.
"와 그 때 배구하고 그럴 땐 엄청 큰 줄 알았는데, 키가 별로 크질 않네요."
뭐 사실을 말해도 믿을바는 아니지만 키가 좀 줄긴 했어요. 나이드니까 3~4센티는 줄지 않았나 싶습니다.
암만 허리를 펴고 키를 재 봐도 꼴랑 고기서 고깁니다. 이젠 그려련하고 살아요.
어쨋든 저 장발신사는 훤칠하다니까요. 한 마디로 어울림이 짱입니다.
이제부턴 흉타임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분이 다시 찬양대에 복귀하고 나서 기 현상이 발생했어요.
신장 조건은 그 분과 비슷하고요 나이는 장발신사 보다 많아서 우리보다 한 두 살 어린 또랜데,
몸매도 헬스로 다져져서 근육질이고 십계의 주인공으로 나왔던 찰톤헤스톤과 팔 근육이 닮아있어요.
얼굴은 아니고요.
하여튼 어느 날 찬양대석에 검정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찬양대원이 발견됩니다.
취재기자가 물었어요(그게 접니다.) "어째 찬양대 석에서 마스크를 하셨답니까?"
그랬더니 마스크를 슬그머니 내려서 보여주는데요. 깜짝 놀랐습니다.
허옇고 거먼 수염이 수북하게 자란겁니다. 이 친구가 말이죠. 앞에 소개한 그 장발신사랑 친하거든요.
신체 조건도 비슷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나도 수염기르고 머리도 길러볼까?" 라고 물어봤던 것 같아요.
보통의 경우 "잘 어울릴 겁니다." 그렇게 대답하지, " 그 얼굴에 어울리겠습니까?' 그렇게 대답하겠어요?
아직 머리까지 장발이 되려면 시일이 좀 걸리지 않겠나 싶은데..., 솔직히 기대가 되진 않네요.
사실 장발신사의 정체는 젊은 시절 모델로 활약도 했었고, 지금도 그 뭐래요? 워킹앨리라고하나요?
거기도 서고 그러나 봐요.
요 몇 주 따라가는 장발 예비신사의 모습을 못 봤는데, 놀라운 변신으로 나타날 날을 기다려 봅니다.
기대가 없다곤 했지만 전혀 다른 매력으로 나타날 수도 있지 않겠어요?
이쯤 제 장난스런 글 정리를 하자면, "닮고 싶다"는 것과 "다움"은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진짜 바라는 건.
우리가 비록 "~~ 답다" 는 아닐지라도 "~~ 같다." 는 수준까지는 가능할 수도 있겠다 싶다는 말씀이지요.
믿는 우리 모두가 '예수님 바라기' 를 하다보면 조금씩 다워지는 수준으로 가게되지 않을까요?
전 나름 내 멋을 살려서 계속 머리를 길러볼라고 그래요.
요즘 정수리께가 좀 훤해지는 모습이 보이거든요. 그걸 가리기도 해야겠고...,
비가 한 차례 쏟아붓고 간 화요일입니다.
첫댓글 우리 친구도 빡빡이 일땐 몰랐는데
완전 꼽슬이 있었던 생각이 납니다
쿤타킨테가 생각나는ㅎ
맛깔나는 나루님글에
솜씨 좋은 아드님이 삽화 그려서
예쁜책을 엮으면 좋겠다 생각해봅니다
어린왕자처럼 글도 기억나고
그림도 기억나는...
멋진 제안이시네요.
아직 살아있을 동안에 시도해 볼만한...,
이제부터 글제를 열심히 찾고 모으고 해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