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문을 지나 동·서양의 정원을 거닐다
6월 와이드기획 가보고싶은 수목원 ① 벽초지문화수목원
손바닥만한 그늘마저 허락지 않는 뜨거운 아스팔트. 이제 여름의 입구에 섰을 뿐인데 작열하는 태양이 원망스럽다. 나무가 만들어주는 시원한 그늘이 한없이 그리워지는 요즘, 수목원으로 가보는 것은 어떨까. 시원함은 물론 풀벌레 소리, 새소리 들으며 걷다 보면 더위는 물론 근심, 걱정도 어느새 저만치 물러서 있다. 6월 와이드기획은 그늘과 녹음 그리고 명상이 있는 공간, 수목원 탐방이다. 첫 번째로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에있는 벽초지문화수목원을 소개한다.
유럽스타일의 로맨틱한 정원 퀸스가든&천국의 광장
용인 한택식물원이 산과 들에 아무렇게나 자라 있는 그대로의 들꽃과 나무를 구경할 수 있다면 벽초지문화수목원은 조경의 힘을 빌려 깔끔하게 단장한 꽃과 나무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자연미는 떨어지지만 계획성 있게 꾸며놓은 덕에 보기 좋고 관람하기 편하다. 들어서는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다. 동화 속 성벽을 연상케 하는 문 안으로 들어오면 제일 먼저 빛솔원이 관람객을 맞는다. 빛솔원은 이름처럼 소나무가 있는 공간. 직원은“노을 질 녘이면 소나무 사이로 빛이 파고드는데 그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고 설명한다.
빛솔원 맞은편에는‘벽초지문화수목원’이라고 쓰여진 포토존이 있다. 관람객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기념사진 한 장 찍고 관람을 시작한다. 입구 주변은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하다. 서양식 가든 형태로 꾸며놓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공간이 퀸스가든. 중앙엔 시원한 분수가 하늘 위로 솟구친다. 이따금 바람이 불면 분수대 바깥으로 물이 흩뿌려지면서 주변 관람객들은 때아닌 물세례를 받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즐겁다는 반응이다.
퀸스가든 주변엔 알리섬을 비롯해 베고니아, 해당화 등 80여 종의 형형색색 초화가 화려함을 뽐낸다. 쪼르르 키를 맞춰 핀 꽃밭 가운데 서면 유럽의 어느 정원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다.‘ 천국의 문’, 해븐스게이트(Heaven’s Gate)를 열고 들어서면 7000여 평의 드넓은 잔디광장이 펼쳐진다. 이름하여 해븐스스퀘어(Heaven’sSquare). 초록광장은 아이들의 차지다. 잔디광장 끄트머리엔 나무 그늘 아래 벤치가 마련돼 있다.
‘여백의 미’간직한 벽초지
퀸스가든, 해븐스스퀘어가 동적이고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풍기는 곳이라면 벽초지는 지극히 정적이며 동양적인 공간이다. 벽초지문화수목원 산책의 백미로 꼽히는‘벽초지’는 수목원 한가운데 있는 3000여 평의 연못을 가리킨다. 검은 현무암으로 둘러싸여 있고 약 100여 종이 넘는 수생식물과 소나무, 주목, 수양버들 등이 자라고 있다. 연못 주변엔 폭포와 정자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느릿한 걸음으로 걷기 좋은 유유자적 공간은 한 폭의 동양화가 따로 없다. 2m 깊이의 연못 위로는 연잎이 바람결 따라 유유히 떠다닌다.“ 7월이면 벽초지는 어른의 키를 넘는 연꽃들이 만발해 더 아름답다”는 게 직원의 설명. 연못 한가운데에는 역‘ㄱ’자 모양의 나무 데크가 놓여있다. 이곳이 바로‘수련길’이다.
수련길은 연못 물과 맞닿아 있어 멀리 보고 걸으면 마치 물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수련길 코너엔 앉아 있는 자체가 ‘그림이 돼’수목원 내 포토존 중 가장 인기 있는 나무 벤치가 있다. 단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는 벤치는 사방이 연못으로 둘러싸여 있어 혼자 앉아 사색하기 좋다. 이름하여‘사색의 의자’.
다만 그늘이 없어 뙤약볕 내리쬐는 한여름엔‘고행의 의자’가 될 수 있으니 참고할 것. 벽초지와 함께 어우러져 풍경이 되고 싶다면 수련길이 좋지만 벽초지를 한눈에 내려다보고 싶다면 파련정으로 가보자. 파련정은 벽초지 위에 새처럼 내려앉은 정자를 가리킨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 풍경 감상을 겸해 쉬었다 갈 수 있다. 버드나무가 보내주는 시원한 바람 맞으며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으면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Plus Info
푸를 벽(碧), 풀 초(草), 연못 지(池).‘ 푸른 풀이 자라는 연못’이라는 뜻의 벽초지문화수목원은 사립수목원으로 개장한 지 2년도 채 안된 곳. 하지만 주말 하루 평균 2000~3000명, 2006년 한 해만 18만 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인기 수목원 중 하나다. 4만여 평 공간에선 전국 각지에서 수집해온 소나무를 비롯해, 관목, 교목, 야생화 및 초화류 등 1500여 종의 식물을 만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동양식 정원을 서양식 가든이 감싸고 있는 형태로 꾸며져 있어 동·서양의 정원을 맘껏 오갈 수 있다.
수목원치곤 아담한 규모라 전체를 둘러보는 데는 1시간30분 정도면 된다. 동선도 비교적 잘 짜여 있는 편. 산책로 곳곳엔 관람객을 위한 포토존(photo zone)과 벤치, 오두막이 기다린다.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면 어느 곳에서나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사진 동호인들의 방문이 줄을 잇는다. 벽초지문화수목원 내엔 상설홍보관으로 아트갤러리도 따로 마련돼 있다. 현재 수목원 내 공연장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단순한 유원지 개념의 수목원이 아니라 문화수목원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산을 끼고 있지 않아 수목원이라는 느낌보다 정원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사립수목원인 까닭에 이정표에선 찾아볼 수 없어 가는 길 험난하다는 점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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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터널길 VS. 주목터널길 VS. 나래길
벽초지 주변은 산책로도 잘 꾸며놓았다. 파련정으로 가는 단풍터널길은 다정한 사람들 천지다. 손잡지 않고는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길처럼, 모두들 두 손 꼭 잡고 걷는다. 벽초지와 가장 가까이 있는 산책로이기 때문에 하늘을 가린 단풍터널 사이로 물 비린내가 솔솔 올라온다. 영화나 CF의 단골 배경으로 등장하는 길이기도 하다. 단풍터널길은 지금도 좋지만 단풍이 질 즈음이 더 좋다.
좁다란 산책로에 낙엽이 빼곡히 들어차 비단길을 만든다. 단풍길 끝자락 즈음엔 두 그루인지 한 그루인지 구분이 안 가는 모과나무가 서 있다. 바로‘연리지’다. 최지우·조한선 주연의 영화 이름으로 알려진 연리지는 뿌리가 다른 두그루의 나무가 서로 가지가 엉겨 붙으면서 마치 한 그루처럼 자란 나무를 말한다. 원래는 효성이 지극함을 뜻했으나 점차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적인 사랑을 의미하는‘사랑의 나무’로 알려지면서 연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나무 아래는 연리지 나무에 대한 하트 모양 안내판이 서 있다. 수목원 측에서“공을 많이 들였다”는 주목터널길은 주목이 하늘을 완전히 덮어 그늘지다 못해 어두컴컴해 오히려 은밀한 공간처럼 느껴진다. 분위기 잡기엔 인근 도로의 소음이 너무 가까이에서 들린다는 게 흠. 아이들과 걷기엔 나래길이 좋다. 빛을 받으면 반짝반짝 빛나는 파주석을 깔아놓아 아이들이 걷기에 무리 없다.
수목원 관람 재미 더하는 그린하우스&체험교육장그늘 하나 없는 150m 무늬원을 지나면 그린하우스가 기다린다. 그린하우스는 250여 평규모의 허브 온실 하우스로 중앙에 커다란 분수가 있다. 허브를 비롯해 극락초, 금전수 등이 전시돼 있다. 특히 동전 모양처럼 생겨‘돈을 부른다’는 금전수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현장 판매 1순위를 자랑하는 효자 화분. 각종 관상용 화분을 1500~5만원에 시중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체험교육장에선 허브 토분 만들기(어린이 5000원, 어른 1만원)를 비롯해 천연비누 만들기(5000원), 허브 샴푸 만들기(1만5000원) 등 어린이 체험행사를 연다. 계절에 따라 고구마 캐기, 감자 캐기, 오이 따기, 밤 줍기 등 농경체험도 실시한다. 평일은 단체만 참여가능. 토·일요일은 상설 운영해 가족단위 체험이 가능하다. 농경체험은 예약 필수.
수목원 속 문화공간,‘ BCJ Place’내 아트갤러리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현대적 감각의 건물‘BCJ Place’는 벽초지문화수목원이 야심차게 준비한 공간. 수목원 상설홍보관인 아트갤러리와 함께 카페 그린비, 레스토랑나무 등이 들어서 있다. 아트갤러리에는 벽초지문화수목원의 사계를 담은 사진작품 상설전시와 함께 도자기 전시 등 기획 전시가 열린다.
Data
입장료: 평일 어른 6000원, 중고생 5000원, 36개월 이상 어린이 4000원/주
말 및 공휴일 어른 8000원, 중고생 및 어린이 요금은 평일과 동일
(4월 1일~11월 11일 성수기 요금 기준).
이용시간: 오전 9시~해질녘
찾아가는 길: 자유로 문발 IC 이용, 광탄 방면으로 계속 직진하다 등원교차
로 지나 광탄삼거리에서 좌회전 후 방축삼거리에서 우회전.
주차: 동시주차 500대 가능, 수목원 이용시 주차 무료.
문의: (031)957-2004
www.bc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