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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시여 부산외고 20838 조서경
타지로 떠나는 여행에, 한-껏 부풀은 소녀의 마음을 저 하늘은 그렇게도 몰라 주더랬다. 아침부터 내리던 비는, 다행히도 출발 전에는 멎었지만 그 짙은 먹구름만은 가시질 않았다. 한발 한발 기대를 가득안고 도착한 <국제 여객터미널>은, 마치 작은 공항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같이 갈 일행들을 기다리며, 출발할 순간만을 손꼽던 그 순간, 시간은 왜 그리도 느리게 가던지. 동행이 모두 모이고, 우리는 드디어 <카멜리아 호>에 몸을 실었다. 솔직히 배를 타러가던 길에 있던, 불이 환-한 여객선이 더 마음에 들었긴 했지만, ‘카멜리아 호’도 결코 뒤지진 않았다, 아마도.
배에 타자마자 기대했던 ‘일본식 자판기’ 구경을 좀 하고, 갑판위에서 처연히 내리는 비 사이를 걸어도 보았다. 사실 밖에서 창문을 통해 다른 방을 구경해 보려는 의도도 있었다. 특별히 볼 건 없었지만 말이다.
출발한 배위에서의 휘청대는 몸부림. 좋은 친구들과 함께 라서 그런지 멀미날만한 그 출렁임도 참 잘 견뎌낸 듯하다. 돌이켜보면 어지러워 고통스러웠음직한 그 순간이, 그때는 그렇게도 재밌다고 깔깔댔으니 말이다. 원효대사의 해골물설화가 괜히 생각나는 순간이다. 무지 엉뚱하긴 하지만 말이다. 마침 공교롭게도 다음날이 생일 이었던 친구의 생일을, 조촐한 자판기 음식으로 축하하며, 후쿠오카로 향하는 배는 늦은 밤에도 계속해서 나아갔다.
이튿날 아침, 촉촉이 대기를 적시는 빗방울의 마중을 맞으며 우린 <하카타 항>에 도착했다. 그 곳에서 처음으로, 남은 3일 동안 우리와 함께 해주실 ‘가이드 상’을 만났다. 살짝 무뚝뚝해 보이기도 했으나 나긋나긋한 말투로 인해 더없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분이었다. 이윽고 그 이름도 친숙한, ‘관광버스’에 몸을 싣고 제일 처음 간 곳은 <고쿠라성>. 1시간 반 정도만 고속도로로 가면 될 것을, 궂은 비 때문에 그 도로가 막혀 3시간 넘게 둘러올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번 여행의 첫 단추는 여기서부터 잘못 끼워진 거라고나 할까. (이 말괄량이 같은 날씨는 여행이 끝날 무렵까지도, 짓궂게 우릴 계속 괴롭혀 온다.) 간간히 창밖으로 보였던 한적한 동네의 풍경들이 나의 아쉬운 마음을 잠시나마 위로해 주었다. 버스에서 내린 뒤, 우리 일행의 눈앞에 펼쳐진 ‘고쿠라성’은 깨끗하고 고고한 모습이 마치 한 마리의 학과도 같아 보였다. 궂은 날씨 덕에 하루 일정이 밀려버려, 부근의 해자(성곽시설중 하나)와 정원을 다 돌아볼 수는 없었지만, 내부의 전시관과 꼭대기의 전망대를 통해 간략하게나마 성의 문화와 역사를 알 수 있었다. 예전에 읽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생을 기린 책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아, 그리고 더욱 인상 깊었던 것은 고쿠라성 전시관 내부의 ‘장애인 관련 시설’들 이다. 특히 휠체어를 위한 경사길이나 에스컬레이터가 눈에 띄었다. ‘준비된 태도를 가졌다’랄까?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 후 우린 <야사카 신사>를 ‘통과하여’, <무라사키 강>을 건너는 다리 위에서 사진을 찍고, 엄청난 속도로 <물 환경관>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그 와중에 선생님들께 한바탕 훈계를 듣기도 했다. 솔직히 이번 체험여행은 기존의 봉사활동을 하던 친구들 외에도 많은 인원이 참가했기 때문에 무질서할 것을 예상 못했던 바는 아니다. 하지만 내가 얼핏 보기에도 모두들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시끄럽게 떠들어 댔기 때문에 , 한번 쯤 훈계 받을만 하다고 느꼈다. 물론 나라고 떠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워낙 조용하고 차분한 일본인들의 정서에 우리의 이런 행동들은 아마도 꽤 신경이 쓰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린 학생들이 많았던 탓도 있고, 이국의 새로운 풍경에 눈이 멀었던 탓도 있었다. 그렇지만 서도, ‘학생들 통제하랴, 일정 다시 맞추랴’, 이래저래 바쁘신 선생님들을 보고 나도 이래저래 마냥 죄송한 기분이 들었다.
이윽고 도착한 <물 환경관>은, 앞서 말한 고놈의 ‘비’덕분에 대표 볼거리인 ‘하천 관찰장’의 칸막이를 닫은 후였다. 무라사키강 바로 옆 지하에 위치하여 유리벽을 통해 강의 수면 층을 볼 수 있는 것이 큰 특징이라는데. 유리벽 너머로 보인 것은 미처 빠져 나가지 못한 게와 물고기 몇 마리뿐 이었다. 첫 날부터 날씨 때문에 두 번째 지장을 받게 되자, 애꿎은 하늘만 원망하게 되었다, 사실 누구도 원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하천 관찰장’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본격적으로 둘러본 물 환경관은 민간에서 위탁하여 학생들이 직접 참여한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두고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더러웠던 강, 소위 말하는 ‘똥강’을 깨끗하게 정화한 역사가 몇 개 있다. 대표적인 게 가까운 ‘온천천’이라고 할 수 있는데, 후쿠오카 보다 크면 컸지 작은 도시는 아닌 부산(그 나라 안에서의 비중)이 관련 환경관하나 없다는 것이 참으로 애석하다. 물론 찾아보면, 비슷한 예로 서울 청계천의 ‘청계천 문화관’이 있겠지만, 그 곳은 ‘수도’고 민간위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환경관련 시설의 부족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재고하게 되었다. 그 후 원래 가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고쿠라 리버 워크>는 고쿠라성 전망대에서 본 그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노랗고 빨갛던, 고쿠라성의 멋을 살짝 가리려 하던 그 건물...., 과연 뭐가 들어있었을까.
다시 버스에 올라 향한 곳은 <자연사 박물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가이드상의 말씀에 따라 점심을 먼저 먹기로 했다. 일본 도착 후 대망의 첫 번째 음식은 일본의 3대음식이라는 돈가스, 카레, 크로켓 중 카레! 왠지 널찍한 쟁반에 밥공기를 엎어 놓은 듯한 봉긋한 밥, 그 위에 부어진 카레와 가에 장식된 샐러드나 곁 반찬이 예상되었지만, 나온 것은 플라스틱 용기에 밥과 멀건 카레 뿐 이었다. 대실망!!!! 물론 맛은 좋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일본음식은 눈으로 먹는 음식이라 하지 않았던가! 주위 친구들도 일본여행 갈 때 기대를 너무 많이 하지 말라고 했건만, 친구들 말을 들을 걸 그랬다. 아, 그리고 이곳에서 점심을 먹던 중 나의 룸메이트, 일행 중 유일한 일본인 ‘치하루 상’을 만났다. 놀랍도록 한국어를 잘하시는 치하루 상은 말 걸기도 편하고 친근해서 참 좋았다. 느낌이 좋은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같이 보낼 이틀 밤이 순탄할 듯해서 기분이 좋았다. 그럭저럭 점심을 끝내고 그 다음으로 구경한 <자연사 박물관>. ‘생명의 여행’이라는 부재에 걸맞게 지구상 역대 생물들의 모습을 요목조목 전시해 놓은 듯했다. 거의 실제 규모와 같은 모형들, 뼈대들은 특히나 인상 깊었다. 게다가 자동 번역기를 통해 설명을 들을 수 있게 해놓아서 매우 편리했다. 어딜 가던지 관광관련 서비스는 참 철저한 일본이라고 느꼈다. 자, 이윽고 또 달려간 곳은 모든 학생들이 그렇게 기다리던 <스페이스 월드>! 약방의 감초라고, 비록 ‘일본 환경체험’의 타이틀을 달고 왔긴 하지만, 여행 중에 가끔씩 이런 재미도 있는 게 또 묘미 아니겠는가. 추적추적 내리다 말다 하던 비도 살짝 그쳐, 적당히 구름 낀 날씨. 놀이동산을 즐기기엔 충분했다. ‘후룸라이드’를 타며 습기 찬 일본의 더위를 날리고, ‘회전컵’을 타며 생각 없이 웃어젖히고, ‘89.9도 짜리 롤러코스터’를 타며 극한의 용기를 내보이곤 했다. 제일 높은 정점에서 ‘수능1등급-!!!! 수능대박-!!!!’이라고 악에 받쳐 소리치던 내 목소리를 누가 들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놀이동산의 필수품! 회전목마로 동심을 느껴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오락실에서 스티커 사진을 찍으며 이 날을 추억하고, 떠날 때쯤에는 우릴 배웅해주는 거친 소나기를 맞으며 버스로 또 신나게 뛰어갔다. 이래저래 기억에 남는 추억을 만들은 듯 했다. 시간이 늦어 <모지>와 <래트로 지구>는 관람치 못한 채 우리는 우리의 일본 첫 숙소로 이동했다. 저녁을 호텔에서 해결하고, 부근의 마트로 다시 견학을 나갔다. 거기서 여행기분으로 이것저것 사며 또 하루가 저물었다.
셋째 날, 일본식 된장국으로 아침을 깨우며 이른 길을 나섰다. 출발은 좋았다, 흐리긴 해도 비도 별로 안오고, 일찍 나섰기 때문에 일정이 잘못될 일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이번 여행은 과연 액이 끼었던 걸까. 가이드상과 운전기사 아저씨와의 의사가 잘못 전달이 되어, 원래 가기로 예정된 <에코넷>이 아닌 다른 에코넷으로 도착해버렸다. 때문에, 예상 도착시간의 몇 배나 들어서야 예정된 장소로 갈 수 있었고, 이번여행의 ‘핵심 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프리마케토’도, 별안간 다시 굵어진 빗줄기 탓에 손님이 적어 지장을 받게 되었다. 어제 숙소에서 치하루상이 말해준 뉴스 내용에 의하면 이 근처 지방에선 거의 홍수 비슷하게 비가 왔다고 하니, 그냥 때를 잘못 만난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이 착잡하긴 했으나, 별 수 없어서 일단 내부로 들어가 <소각장> 견학부터 했다. 소각장이라 해서 매캐한 공기와 쓰레기 더미가 쌓인 곳으로 갈 거라고 예상했지만, 소각장은 아예 에코넷 내부에 있었고, 튼튼한 유리벽으로 ‘전시관’처럼 깔끔하게 포장이 끝나 있었다. 물 환경관 이후로 다시금 신선한 충격이었다. 어쩔 수 없이 설치해야하는 ‘소각소’조차 깨끗하게 관리하여, 관광자원, 환경모범사례로 선보이는 모습을 보니, 정말 본받을 점이 많다고 느꼈다. 또한 건물 실내 내부는 에어컨이 나오지 않아, 정말 ‘환경 친화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명 시스템도 잘 구비되어 있어, 건물 내부 하나하나 인력을 낭비할 필요도 없었으며, 중앙에서 감시 카메라 체제로 통제를 하였기 때문에 아주 효율적이었다.
의외로 느긋하게 소각장 관람을 끝낸 후 아까 도착하자마자 물품을 냈던 실내 프리마케토 장으로 가보았다. 실내용이 따로 있던 것은 아니고, <리사이클프라자> 구석에 작은 돗자리를 펴고 물건을 펼쳐 놓은 정도였다. 비록 예전 ‘청맥’활동 내에서 해왔던 ‘알뜰시장’처럼, 직접 팔고 흥정까진 할 수 없었지만, 외국인들에게 우리가 가져온 물건이 팔리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게다가 그 중에 거의 반 넘게는 이 곳 에코넷 직원분들이 사주셔서 굉장히 감사했다. 사실 어제 또, 치하루 상이 일본 아주머니들께서 사주실 거라고 귀띔해주시긴 했지만, 정말 그래주실 줄이야! 새삼 그 인정에 감동하게 되었다. 프리마케토 체험 후 리사이클 프라자의 물건들을 둘러보고, 체험 한 것은 에코넷의 두 번째 중요 이벤트인 ‘되살림 체험!’. 외고2학년 여자팀은 다행히 행운이 따라서 ‘엽서만들기’와 ‘컵받침만들기’ 두 체험을 다 할 수 있었다. 먼저 체험해본 것은 엽서 만들기. ‘종이 만들기가 이렇게도 쉬운 건가.’ 싶을 정도로 과정은 굉장히 간단했다. 물론 내가 우쭐해할 게 아니라, 도와주신 아주머니들의 덕분이지만 말이다. 어쭙잖은 바디랭귀지로 엽서 테두리를 반듯이 자를 가위를 달라고 했더니, 원래 그렇게 두는 거라고 말하시는 ‘듯’한 아주머니의 말씀이 인상 깊었다.(그냥 언어를 떠난 직감이다.)흠...,그래, 역시 자연스러운 게 좋은 거겠지? 이윽고 두 번째로 체험한 ‘컵 받침 만들기’는 ‘엽서 만들기’보다 더욱 재미있었다. 기모노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을 직조해서, 만드는 것인데 평소 만들기를 무척이나 좋아하기 때문에, 이것 또한 환장하며 재밌게 했다. 시간이 없어 만들지 못한 친구들의 부러운 눈길을 느끼며 ‘촥-촥’ 한 줄 한 줄 완성해나갈 때 뿌듯함이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아, 그 때 있었던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마무리 작업 후 내 컵받침이 완성되자, 근처의 아주머니께서 “수고하셨스므니다.”라고 하시면서 웃음을 터트리셨는데 별안간 날더러 ‘센세’라고 하셨다. 내 짧은 일본어로는 센세란, 선생님인데..., 나를 센세라 거듭 칭하시며 아주머니 세분께서 웃어대시는 탓에, 의미도 모르면서 그저 나도 웃어댔다. 세계 만국 공통으로 웃음은 호감을 주니깐. 웃으면서도, 일본어 공부 해갈 걸 그랬다는 생각이 하염없이 새나왔다. 그리곤 그 곳에서 점심으로 1000엔짜리 비싼 도시락을 먹고, 아주머니들의 정성과 애정이 담뿍 담긴 책갈피로 배웅을 받으며 에코넷을 떠났다. 수수하고 사근사근한 일본 아주머니들의 친절이 가슴 속 깊이 스며드는 듯 했다.
대망의 에코넷을 떠나 향한 두 번 째 코스는 ‘학문의 신’을 모신 <테자부>. 일정표에 없었던 곳이긴 하나, 수능을 일 년 몇 개월 앞둔 수험생으로써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는 곳이었다. 또 다시 쏟아지는 소나기를 맞으며 소머리와 내 머리를 번갈아 열심히 문질러 대고, 그 와중에 ‘신종플루’가 두려워 ‘데톨’도 뻔질나게 발라댔다. 비가 와서 정원의 연못이 중국의 황하마냥 뿌-옜었고 게다가, 나무들은 무슨 고기만 먹고 자랐는지, 녹색 털이 무성하게 나있었다. 짝퉁황하와, 털 난 나무 덕에, 아름다운 빨간 다리와 전통 가옥의 빛이 바래보이기까지 했다. 아, 돈이 없어서 운세를 뽑아보지 않았다고 하면 비겁한 변명이라고 할까? 사실 ‘대흉’ 같은 게 나올까봐 겁나서 뽑아보지 못했다. 높-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해도, 이 꼴인 것을 보면 아직 마냥 겁쟁이인가 보다. 다시 버스로 돌아가는 길. 버스로 모이는 시간까지 남은 시간이 부족해, 오면서 지나쳤던 시장거리를 그대로 지나쳐야만 했다. 더 빠르게 달려가면서 말이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1000엔이나 남겨오고야 만 그 사태가 이 가게들을 못 들렸기 때문이라고 확신하는 바이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버스에 오르고, 이후 일정이 변경되어 텐진 사내의 <중앙공원>이나 <아크로스 후쿠오카>는 가보지 못하였다. 도심 속의 정원이라는 명성의 ‘중앙정원’을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이만 저만한 게 아니다. 이를 대신하여 다음 장소로 이동한 곳은 저녁을 먹을 뷔페식당! 주로 인스턴트식품을 조리한 것이 많이 보였지만, 고기도 있었고, 혈기왕성한 젊은 친구들이 해치우기에는 더없이 빵빵한 저녁식사라, 즐겁게 먹었다. 고기를 구워먹는 뷔페는 처음 와보았기 때문에 더 흥미로웠는지도 모른다. 제일 인상 깊었던 메뉴는, ‘청록색 크레페’라고나 할까. 고무찰흙 맛이 나는 듯해 아무도 먹지 못했던 그 메뉴를, 현지 일본인들은 잘만 먹었다. 역시 식습관이 다르긴 다른가 보다. 아, 그리고 이곳에서도 낯부끄럽게 느껴졌던 것은, 거의 우리 일행들만 떠든다는 것이었다. 딱 봐도 튀어 보이는 복장의 일본 젊은이들조차, 식당에선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며 먹었다. 퍽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뷔페로 배를 빵빵하게 채우고, 다시 향한 곳은 <다이에 백화점>의 <100엔샵>. 우리나라 ‘1000원 마트’, ‘다이소’와 비슷한 곳으로, 가끔 가다 보이는 물건 외엔 거의 중국제 물건이 전부인 곳이다. 하지만, 기념품을 사기위해서라도 꼭 가고 싶어 한 우리였기에, 기왕 온 만큼 열심히 구경해댔다. 하루 일정이 끝나고 새로운 숙소로 다시 도착했고, 짐을 풀고 근처 <캐널시티>로 구경을 나갔다. 늦은 시각이라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았지만, ‘분수 쇼’만큼은 조금이나마 볼 수 있어 위안이 되었다. 하루 종일 쏟아진 빗줄기처럼 분수의 물줄기가 대기위로 쏟아지고, 셋째날도 그렇게 흘러갔다.
마지막 날 아침, 오늘도 된장국을 메인테마로 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오호리 공원으로 <전철>을 타고 갔다. 첫날 저녁에 타기로 했던 전철을 마지막 날 아침에 타게 되는 아이러니, 내가 첫날 비 올 때부터 알아봤다. 그래도 결국 탄다 싶어서 기뻐했더니, 기념으로 챙길 ‘전철표’도 개인적으로 가질 수 없게 되었다. 이유인 즉, 아침의 그 시간대가 바로 그 바쁘다는 ‘출근시간대’였던 것이다. 행운은 정녕 우릴 비켜가는 것인가? 단체로 돈만주고 입장한 채 우리나라 지하철과 다름없는 지하철을 타고 <오호리 공원>으로 향했다. 뭐랄까, 무척 억울한 느낌이었다. 어쩔 수 있겠는가, 다시 또 하늘만 원망할 수밖에. 도착한 오호리 공원은 한적하고 고요한 공원이었다. 수상 공원이라는 말처럼, 넓게 펼쳐진 호수가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걸으며 운동을 하는, ‘시민공원’같은 모습이라고나 할까? 무척이나 푸근하고 따뜻한 느낌의 공원이었다. 자전거가 있다면 타고서 마냥 끝에서 끝까지 달려보고 싶은..., 그런 느낌.
근처에 대기해있던 버스를 타고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시사이드 모모치 해변공원>. <후쿠오카 타워>와 <후쿠오카 돔>은 스치듯이 지나쳐 주고, 본격적으로 구경한 이 ‘인공해변’은 뭔가, 버려진 놀이동산의 느낌을 들게 했다. 마치 부산 광안리의 폐장한 놀이동산 근처에 온 느낌? 그곳에 비하면 이곳이 한없이 깨끗하긴 했지만, 일본치고는 해변에 밀려온 쓰레기들이 꽤나 많았다. 이것도 얼마 전 크게 쏟아진 강수 탓이라고 하니, 이놈의 비가 정말 한몫 톡톡히 한다고 할 수 있겠다. 할 일이 없어서 근처 벤치에서 수다나 떨며 시간을 보냈다. 이 시간을 어제 테자부 앞 가게들 앞에서 보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푸념을 해가며 말이다. 그러자, 부산으로 떠나는 출항시간은 어느덧 가까워 졌다.
첫날 출발을 늦게 하고, 배를 하루 종일 타고 와서 그런지, 실제 일본에서 보낸 기간은 거의 이틀이라고 볼 수 있다. 짧고도 짧았던 여행이 이렇게 끝자락에 오자, 이곳에서 겪었던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이틀, 정말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책상머리에 앉아서는 볼 수 없었던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했던 시간이었다. 서로 잘 알지 못했던 몇 ‘청맥’ 친구들과 돈독해질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고, 이 주일에 한번쯤이나 볼까 말까 하던 ‘창조어머니회’ 어머님들을 선생님으로 한 움큼 가까이 지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리고 나에게는, 음...,친구라기 보다 일본인 왕언니, 치하루상을 사귈 수 있는 기회였다. 헤어지는 날 선물로 드린 한국산 컵라면 두 개를 잘 드셨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이번 <일본 환경체험>. 아쉬웠던 점이 없었다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아쉬움이 있기에 다음이 있는 게 아닐까? 이번 여행 중 그 누구보다 우리를 이끄시느라 고생이 많으셨던 선생님들께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할지 모르겠다. 선생님들께서 애초에 이런 체험활동을 계획하지 않으셨더라면 꿈도 못 꿨을 일본에서의 경험. 정말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 같다. 단순한 여행이 아닌 ‘환경관련 체험’, 훗날 다시 되새겨도 뿌듯한 경험일 것이다. 문득 이런 말도 생각난다. ‘딸기케이크의 딸기를 마지막까지 먹지 않는 것은, 나중을 위한 것이지 먹지 않기 위함이 아니다.’ 살짝 지어낸 어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어쨌든 그 딸기를 다음 일본 여행 땐 꼭 먹으러 올 것이다. 꼭! 물론 그때는 날씨가 좋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