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의 저항에 대하여(1)

[카페지기]

이 백성을 망하게 하는 것, 구원하는 것(1)

-浦和집회월보 '파라클레이토스' 310호-

세키네요시오(関根義夫）

이미 여러분은 지금이 어떤 때인지를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자고 있는 동안 깨어날 때가 오고 있습니다. 지금은 여러분이 신앙에 들어왔을 때보다  구원은 가까워져 있습니다. 밤이 지나고 아침이 가까웠습니다. 그러니 어두운 행동을 벗어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으십시오.(로마서 13:11-12)

* 다음의 글은 지난 11월 27일, 2016년 우라와 크리스마스강연회에서 위의 제목으로 말씀한 것을 요약한 것으로, 두 번에 걸쳐 게재합니다.

  1.

오키나와현 우루마시에 사시는 이시하라(石原昌武, 艶子) 부부가 보내온 '유이의 바람 편지'에는 오키나와의 긴박한 상황이 절절한 단어로 가득차 있습니다. 저의 오늘 이야기는 그  14호(2016,8 발행)의 소리에 감동받은 것을 말하려 합니다. 부부는 진심을 담아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권력은 오키나와 주민의 뜻을 완전히 무시하고, 기동대라는 경찰력을 사용하여 비폭력으로 항의하는 우리를 탄압, 신기지 건설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미일안보조약을 근거로 오키나와 기지 설치를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패전후 총칼과 블도저로 주민의 생활공간을 빼앗아 만든 미군기지가 7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존치되고 있습니다. 후텐마(普天間)로의 이전을 빌미로, 기능이 확대강화된 기지를 위해 바다를 막으면서까지 여전히 오키나와에 남으려는 것이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는 아무리봐도 오키나와 차별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조용하고 점잖은 오키나와 주민은 기지때문에 성폭행이나 부녀자 폭행살해사건(2016년 4월 발생) 등 사건사고, 환경오염 피해, 교육환경의 악화(음주, 마약) 등을 참아 왔지만, 이제 잠잠하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연대해 주시는 본토의 사람들과 함께 비폭력 민중의 힘을 결집하여 저항하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나 지배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결집된 민중의 힘입니다. 우리는 매우 무력해보이지만, 사실 죽이려해도 절대 죽을 수 없는 혼을 가진 참 인간으로서 여기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참의원선거(2016.7.10)에서 우리는 10만 6천표의 큰 차이로 이나미(伊波洋一)씨를 당선시켜 민의를 보여주었는데, 다음날 아침 다카에(高江)에 500여명의 기동대가 본토로부터 투입되어 헬기장 건설이 강행되었습니다. 권력은 참담하게도 비폭력 주민을 덮쳐 부상자 속출, 몇 사람은 죽은 것 같이 되어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되었습니다. 단지 숲을 지키며 조용한 생활을 하기 바라는 우리의 어디가 악하다는 것입니까?"

"지금도 후텐마에서는 군용기와 정찰기가 저공비행으로 주택 옥상위를 아슬아슬하게 날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가 이런 일을 묵인할까요? 카데나(嘉手納) 기지에서의 전투기 발착 폭음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겪지 않은 분은 절대로 모릅니다. 산에서 행해지는 실탄 훈련 소리, 폐탄처리의 폭음, 아름다웠던 산록은 황폐해지고 인명살상의 훈련으로 상처입어 눈물을 흘립니다. 바다도 하늘도 군사지배로 둘러싸여 있습2니다."

"원자력발전의 재가동과 군수산업, 죽음의 길로 나아가는 이 나라는 멸망을 향해 돌진하고 있습니다. 이미 그 목전에 와있건만 어째서 또 아베정권입니까? 군수산업은 전쟁의 길입니다. 오키나와에서의 소리를 듣고 눈을 뜨십시오. 오키나와인들은 분명히 민심을 보여주며 싸우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 나라 어디에서 희망을 찾을까요? 이미 성장은 필요치 않습니다. 최신 신칸센도, 원자력발전도, 기지도, 올림픽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있는 것에 족하는 걸 배우며, 함께 살아갑시다. 지금 회개하고, 근본부터 방향전환을 한다면 좋아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실은 절망적이지만, 지금이야말로 위기감을 공유하고, 함께 생각하고 기도합시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한 사람 한 사람이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유이의 바람 편지 14호, 2016.8 인용)

이 이시하라 부부의 절실하고 비장한 외침을 본토의 우리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지금 묻고 있습니다. 본토의 우리들은 오키나와의 현실과 이면을 구분하지 못하고, 일견 평온한 일상과 신문과 TV에서 소개되는 기술적 진보나 경제의 풍요에 눈을 빼앗겨, 그 안에 있는, 이나라의 파국적 준엄한 현실을 잘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2.

원래 우리 정부는 오키나와에 대해 매우 강경했습니다. 오키나와가 일본국 오키나와현인 한 일본정부는 오키나와 사람들의 생명과 생존권을 지켜야할 의무가 있음에도 하는 일마다 오키나와 주민의 의지에 역행하고 있으니 어찌된 일입니까?

그 전형이 전(前)지사의 '해변매립 승인'을 현지사가 취소한 것에 대해, 국가가 현지사의 취소처분을 철회하도록 소송을 한 것입니다. 지난 9월 16일, 후쿠오카 고등법원 나하지부에서 그 판결이 나왔는데, 오키나와의 민심을 저버리고, "후텐마 기지의 위험성을 억제하려면, 해변 매립의 필요성이 크다." 그리고 "국방과 외교는 국가의 임무이며 존중받아야 한다"는 국가의 입장을 그대로 따르고 말았습니다. 이 판결을 받고, 관방장관은 "국가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을 환영한다"고 말하였습니다.

도대체 국가의 주장이란 무엇입니까? 미군을 위해 아름다운 오키나와의 바다를 매립하여 희귀동물 듀공(인어의 한 종류)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거기에 후텐마의 몇 배나 되는 신기지를 건설한다는 것입니다. 외국 군대인 미군을 위해 일본정부가 재판까지 일으켜 신기지를 만들려 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자국의 국민을 보호하지 않고, 그 국민에게 기지문제와 전투기와 군용 헬리콥터의 심한 소음공해, 추락사고, 부녀자폭행사건 등으로 고통을 주는 미국을 위해 재판을 열고는 이겼다고 기뻐하는 것이 참으로 이상하지 않습니까? 독립국인 일본, 평화헌법을 가진 이 나라에 미국군대가 상시주둔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오늘은 이 질문에 대해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3

저는 인류의 평화를 바라는 생각은 가졌지만, 원래 정치와 멀고 관심이 희박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멍하니 바라만 보아서는 안 되는 상황에 와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시점을 변하게 한 것이 2년 전 2014년 6월 19일의 '법의 어둠을 방치하지 말라. 최고재판과 미국'이라 제목한 아사히 조간의 사설이었습니다. 이 사설이 6월 19일임을 기억하는 것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이기 때문이었습니다.

56년전 1960년 6월 19일, 당시 19세였던 저는 이날 미일안보조약에 반대하여 국회주변에 운집한 민중의 한 사람으로 그 정문앞에 앉아 밤을 세웠던 것입니다. 왜 그런 장소에 갔었던가. 그 4일전 국회주변을 가득 메운 안보개정반대 시위로 전학련(全學聯)의 시위대가 의사당 서쪽 문을 돌파하여 국회 구내로 들어가려고 기동대와 격렬한 마찰을 벌였습니다. 이 와중에 동경대 여학생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시위 참가를 계속 주저하던 나는 그날 밤, 집에서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나는 지금도 그때 실황을 방송하던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기억합니다.

"지금 전학련 학생들은 국회 서문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을 저지하려는 기동대와 격돌하고 있습니다. ....... 지금, 새로운 뉴스가 들어왔습니다. 전학련의 시위대와 기동대 사이에서 사상자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 여학생인 것 같습니다."

그 뉴스를 듣고 안절부절 하다가 다음날부터 매일, 시위에 참가하여 그날(19일)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사설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57년 전 미군기지의 확장에 반대하던 시위대 중, 학생들이 기지내로 들어갔다. 미일 안보조약에 따라 형사특별법 위반으로 7명이 기소되었다. 1957년의 사건이다. 동경지방법원은 원래 미군의 주둔이 헌법9조에 위반하므로 무죄를 선언했다. 그러나 고등법원을 거쳐 심리한 대법원은 그 판결을 파기하고,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그때 다음과 같은 판단을 내린 것이다. 미일안보조약처럼 고도의 정치적 문제에 관해서는 사법부가 판단하지 않는다. 이는 통치행위론이라 불리며 지금도 중요한 판례로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실은 그 마지막 부분이 지금까지 국가의 방향을 정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었음을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주목해야할 것이 다음 문장입니다.

"최근 이 판결에 큰 의문이 생겨났다. 당시 다나카게이타로(田中耕太郞)라는 대법원장이 판결에 앞서, 미국대사를 만나 재판 정보를 미리 알려주었다는 점이다. 대사가 본국으로 보낸 여러개의 공전(公電)이 미국 공문서관에서 공개되었는데, 거기에 기록된 것을 찾아낸 것이다.

당시는 미일 안보조약의 개정교섭이 막힌 시점이었다. 미군주둔이 위헌이라는 1심판결의 취소를 양국 정부가 매우 원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대법원장의 행위는 상식을 벗어난 것이었다. 공판 전 면담으로 미국 측에 심리 시기를 누설하고, 1심판결은 잘못되었다고 말하였다. 이는 사법의 정의가 근본부터 훼손되었다는 증거이다. 이 판결은 지금까지도 재일 미군 문제와 관련하여 판결을 파기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 사설이 6월 19일에 게재되었던 건 54년전 1960년의 안보개정이 가진 결정적 중요성을 국민에게 상기시키기 위해서가 틀림없습니다.

이번 후쿠오카 고등법원 오키나와 지부의 판결도, 이 판결에 따른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국방, 외교는 국가의 임무이며, 존중받아야 한다.' 결국 사법부는 이 문제에 판단을 내리지 않겠다, 정부에 일임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기되었던 문제점은 모두 논외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전후 재발견된 책, '검증;법치국가의 붕괴-미일밀약교섭'에서도 저자는 이 판결의 의미를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주권재민에 기초한 독립국가의 근간인 헌법의 법체계보다 군사동맹인 안보조약의 법체계를 상위에 두었습니다. 이 판결로 일본에서는 오늘날까지 미군의 프리핸드(free-hand)의 특권이 인정되고 미군의 군사활동은 사실상 치외법권 상태에 있습니다.

그 결과, 예를 들면 미군기가 소음공해인 폭음을 일으키며 위험한 저공비행을 계속해도 일본 정부는 그것을 금지시키지 않습니다. 기지주변의 주민이 적어도 야간만이라도 비행을 중지시켰으면 한다고 '비행 선별금지 소송'을 했지만, 재판소는 '일본정부에는 미군 비행장관리 운영의 권한을 제한할 수 없다'고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저는 이에 대한 아사히 기사를 오려서 갖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미군 주둔에 관한 것이지만, 무엇보다 '다나카게이타로(田中耕太郞 1890-1974) 라는 인물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알고 계십니까? 이 사람은 청년기에 우찌무라간조 곁에서, 일시 영향을 받았던 인물입니다. '영향 아래 있었다'고 과거형으로 말한 것은, 그가 우찌무라를 떠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후 동대교수, 참의원의원, 문부대신, 대법원 판사, 대법원장을 역임, 문화훈장을 받는 등 더 이상 없을 정도로 세상적 영광에 빛나는 사람입니다.

그는 미국의 전면적 후원으로 10년간 국제사법재판소 판사로 근무했습니다. 이런 사람이 국민 편에 서기 보다는 당시의 정부와 미국에 유리한 판단을 내렸다는 사실이, 국민을 얼마나 배신한 것인지 자각하지 못했을까요? 그는 법의 최고책임자로서 양심을 어디에 두고 행동했을까요?

4.

후텐마 기지의 이전에 관한 재판과 50년전의 대법원 판결을 생각해 보았는데, 공통되는 문제는 둘다 그 배후에 독립국인 일본에 외국 군대인 미군이 주둔한다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우리 나라 정부는 일관하여 어떤 재판에서도 국민 편에 서지 않고 언제나 재일미군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현실입니다. 독립국 일본에 국가가 손 댈 수 없는 치외법권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것이 문제입니다.

그런데 재일미군이 일본에 주둔하는 일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미일안전보장조약'이며, 거기에 근거하여 제정된 '일미 지위협정'입니다. 최근 이 일에 대해서 오키나와 국제대학 교수가 쓴 '일미지위협정 입문'을 읽고 정말로 놀랐습니다. 이책 처음에 '전후 국가의 근간이 된 가장 중요한 법은 안타깝게도 헌법도, 미일안보조약도,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도 아니다. '일미 지위 협정이다." 라고 씌어 있었던 것입니다.

'일미지위협정'이 1952년 시행되었던 때는 '일미행정협정'으로 불렀는데, 그때는 전후 7년이 지난 무렵이었다. 미국이 이 협정을 중시한 목적이, 일본이 독립한 후에도 점령시와 똑같이 일본전토의 기지와, 재일미군의 기지 자유사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실상은  '일본에서 미군은 점령시기와 동일하게 일본의 법률에 구속받지 않고, 일본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 물론 '미군'은 미군관계자 및 그 가족도 포함하고 있다.

이것으로 알게된 것이 있습니다. 자위대주둔기지(木更津)에 사고다발의 위험한 정찰기가 배치되었다는 최근의 보도입니다. 이가 국회에서 심의되었다는 건 들은 일이 없습니다. 게다가 최근 긴급사태로 대두된 오키나와 다카에에 헬기장이 증설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국회에서 심의된 적이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공사는 일본정부 주도로 행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공사강행에 반대한 현지 주민들에 대한 대응이 본토에서 보낸 기동대였으며, 기자재 반입에는 자위대의 대형 헬리콥터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결국 이 나라에서는 미국이 이렇게 하고 싶다 하면, 정부가 '노!"라는 말을 못하고, 국민 반대에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의 요구대로만 움직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미군에 의한 부녀자폭행사건이나 성폭행이 일어나도 그들이 미군기지내로 들어가버리면 일본경찰의 손에서 떠나고, 피해자는 그저 울며 잠드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 것입니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났을까요?

5.

이야기가 바뀝니다만, 우리 나라는 패전 시에 포츠담 선언을 받아들였는데 거기에 이런 게 있습니다.

"이상 열거한 점령의 목적(군국주의 완전 파괴, 소멸. 군대의 완전한 무장해제,  전쟁범죄인의 엄중한 처형, 재군비 가능한 산업의 금지 등)이 달성되고 일본국민의 자유 표명 의지에 따라 평화적 책임의지가 있는 정부가 수립되면 연합국 점령군은 즉시 일본에서 철수한다."

1946년 11월 3일, 일본국 헌법이 공포되고, 다음해 5월 3일 시행되었습니다. 즉 '주권재민, 전쟁포기, 육해공군 미보유, 기본적 인권 존중'을 갖추었던 우리들의 현재 헌법, 평화헌법입니다. 그리고 그 헌법에 근거하여 국회가 세워졌고, 가타야마(片山)내각이 성립되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국가체제가 하나씩 세워져 가면서,  포츠담선언의 조항들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평화적 책임의지가 있는 정부가 수립되면, 연합국 점령군은 즉시 철수한다."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헌법이 제정되고 안정된 정부가 탄생했음에도 포츠담선언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실제로는 점령종결 후에도 미군 기지는 모두 그대로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GHQ는 해산되고 점령군은 재일미군이 되었으며, 26만의 미군은 그대로 주둔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결국 실질적으로는 군사점령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오키나와에 있던 미군 기지도 모두 그대로 남았습니다. 점령군 최고사령관 맥아더 원수조차 "군사점령 기간은 짧을수록 좋다, 주둔군은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철수하고, 일본은 새로운 헌법 아래 비무장 중립의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였음에도 말입니다.(이하 다음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