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씨 이사가는 날
보도블럭 작은 틈
우리 집에
노란 봄이 찾아왔어
저기 바람이 오고 있어
후우, 후우~ 심장이 터질지도 몰라
하얀 우산 털 낙하산처럼 쫙 펴고
하나 둘 셋!
바람 등에 올라탔어
꼭 만나겠지, 나를 키워 줄
한줌 흙
최성자 시 <참 달콤한 고녀석> 청개구리(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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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면 사방에서 노랗게 피었다가 하얗게 날아오르는 민들레 씨앗을 본다. 저 민들레 씨앗이 어디에 가서 뿌리를 내리고,
또 노란꽃을 피워 지친 사람들에게 한 모금의 휴식을 줄지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냥 민들레는 내 주변 어디에나 노랗게
피었다 질 뿐이었다.
몇 년 전 정말 '재밌겠다'는 마음 하나로 들어선 길. 민들레 씨앗이 날아가다 멈춘 곳처럼 인생길을 걷다가 들어서 멈춘 곳.
아동문학. 익숙하면서 낯선 곳이었다. 문우의 등에 올라타 가슴 터질것 같은 창작의 밤들을 보내기도 하는 곳.
나를 키워 줄 한줌의 흙이다.
민들레 씨앗도 바람등에 올라타 날아갈 때는 꿈을 꾸겠지. 푸른 초원 발끝에 채이지 않는 기름진 땅에 닿기를.
하지만 보도블럭 틈새나 기왓장 틈에 내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민들레 씨앗은 실망하거나 절망하지 않는다.
자신의 뿌리에 닿은 먼지 같은 한 줌의 흙, 딱딱하고 모진 흙도 소중하게 꼭 안고, 기어코 싹을 틔워 노란꽃을 피운다.
그래서 사람들은 시로 민들레를 기록하나보다.
첫댓글 바람의 등에 타고 새로운 세상으로 이사를 가는 민들레 씨앗처럼 문우라는 이름으로 서로 격려하며 걸어가는 창작의 길에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동시도 감상글도 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