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대한불교진흥원이 제13대 이사장으로 김규칠 상임이사를 선출했다. 더불어 이사 4명을 교체했다. 지난 14일 제142차 이사회에서의 일이다.
김규칠 이사장은 고 민병천 전이사장의 잔여임기를 맡는다. 민 전이사장은 지난 8월 13일 이사회에서 이사장에 재임했으나 숙환으로 10월 4일 타계했다. 김규칠 이사장의 임기는 2014년 8월 14일까지이며, 진흥원 정관 상 재임만 가능하다.
진흥원은 이사장 선출 등을 위한 이사회 개최와 시기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사장 선출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이사장 선출을 “변화하는 시대에 부응하여, ‘불교의 현대화’와 ‘사회에 공헌하는 불교’를 실천해 나가는 진흥원이 되도록 하자는 주문을 담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사장 선출은 세대교체·진취적 개척 의미”
아울러 “이사장 및 이사 선출은 세대교체의 뜻이 담겨 있고, 시대의 진운과 변화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부응하겠다는 것이며, 보다 개혁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로 앞날을 개척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함으로써 그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민병천 전 이사장의 타계로 직무대행을 맡은 최고령 이사인 배명인 이사가 진흥원의 공로자로서 이사장직을 맡도록 모든 임원진들이 강력하게 요청해 추대의 의사를 전달했지만 극구 사양하며 세대교체 및 변화와 개혁을 앞장서 주장하면서 진흥원의 면모 일신을 요망했다는 게 진흥원의 설명이다.
진흥원은 그동안 ‘고령 이사’들이 종신토록 자리를 보전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를 의식한 듯 진흥원은 지난 14일 이사회서 장상건(동국산업), 송석구(가천의과대학교총장), 이용부(전 문광부 종무관) 이사 3인이 사퇴하고, 장세주(동국제강 회장)·김윤수(전 판사)·이각범(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장)·구상진(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장) 등 새로운 이사로 선임해 ‘젊은 피’를 수혈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불교계 일각에서는 진흥원이 이사장 선출과정에서 조차 ‘폐쇄적인 면모’를 그대로 드러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아울러 이사장 선출 시기가 조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49재도 끝나지 않은 상태서 이사장 선출이 이루어진 것은 도리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김규칠 신임 이사장은 10월 25일 오후 2시 마포 다보빌딩 3층 대법당에서 취임식을 갖고 정식 업무에 들어간다. 이에 앞서 김 이사장은 20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이사장 선출 소회와 대한불교진흥원의 개혁과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영광스럽기 보다 무거운 책임감 느낀다”
김규칠 신임 이사장은 ‘책임’과 ‘사명’ ‘미래’란 단어를 차례로 언급하며 이사장 선출 소회를 드러냈다.
그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이사장 자리는 영광된 자리라기보다 무거운 업무를 수행해야할 자리인 것 같다.”는 말로 소회를 밝혔다.
이어 “진흥원은 이제 불교만이 아니라 사회와 국가, 민족과 불교를 위해 노력해야하는 시대적 사명을 안게 됐다. 힘들겠지만 당당하게 사회와 더불어 생각하며 진흥원의 밝은 미래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이사진의 대폭 개편을 진흥원 변화의 시작으로 보아달라고 했다. 자신을 포함해 새롭게 개편된 이사진이 이전보다 젊어졌고, 김 이사장 선출이 개혁과 변화를 주문하는 이사들의 뜻이 담긴 것이라고 했다.
“젊어진 이사진 개혁과 변화 주문 뜻 담긴 것”
김 이사장은 “과거 선배들이 진흥원을 통해 그 시대 여건에 맞는 한국불교의 초석의 하나로 진흥원을 설립운영에 책임을 다하며 한국불교 발전을 도모했지만, 급변하는 시대에 부흥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사진이 10살이상 젊어졌다. 단순한 세대교체에 만족하지 않고젊고 진취적인 발상으로 시대의 변화에 부흥하는 진흥원이 될 수 있도록 하라는 주문으로 생각한다. 젊은 세대에 다가가 마음을 기울이는 자세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김 이사장은 불교와 문화의 통섭과 융화를 통해 한국불교 포교의 새로운 면모를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아울러 진흥원 핵심사업인 지원사업에 대한 개선방안도 모색하겠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우선 진흥원 계속사업의 계승과 발전을 강조했다. 불교상담심리 교육 등 불교문화대학 운영과 인문학 세니마 특강 강좌 등을 유지·발전하고,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위한 영문안내서 발간, 세계 저명인사 초청 특강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통섭과 융화, 불교문화 창달 기여할 것”
아울러 김 이 사장은 ‘통섭’과 ‘융화’를 강조했다. 불교를 통한 문화 창달과 문화를 통한 불교포교를 위해서는 통섭과 융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생활불교, 불교현대화, 재가불교라는 기존 활동에 심리·생태·인문학 등을 불교사상에 접목하는 문화사업을 강화할 것”이라며 “통섭과 융화의 시대에 걸맞는 사상이 불교사상이다. 분야와 분야, 학문과 학문, 인물과 인물이 서로 함께하는 불교문화를 만들기 위해 신경쓰겠다”고 했다.
진흥원의 주요사업인 지원사업에 대해서는 “교계 일각에서 지원 단체 선정과 지원 후 실천에 투명성을 담보하라는 요구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지원단체들이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 해도 단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 지원단체 지원과 함께 대원상 등 각종 시상 과정도 공개해 불교계는 물론 사회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사장 선출 정상운영 위한 불가피한 조치”
이사회 개최 등 진흥원 내부 운영에 대한 폐쇄성에 대해서는 개선할 것은 하겠다고 했다. 더불어 민병천 전이사장 타계 후 이사장 선출이 너무 조급했다는 여론에 대해서는 정관에 의한 선출로 진흥원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각 기관마다 고유한 전통이 있게 마련”이라며 “진흥원은 기복 불교에서 탈피, 생활불교, 불교현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사진 선출과 운영 등이 완벽할 수는 없다. 문제점이 있다면 개선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사장 선출은 진흥원 정관에 따라 이사회를 개최해 한 것”이라며 “이사장 선출은 공적인 일이다. 동방예의지국이이라는 예의적 차원에서 문제제기를 할 수 있지만 이사장 선출은 지체없이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또 “민 전 이사장 타계로 직무대행을 맡은 연장자인 배명인 이사가 정관을 보고 지체없이 이사회를 소집해야 한다고 하셨다. 민 이사장님은 타계 전 건강 문제로 자리를 비우는 일이 많았다. 이사회에서 이에 대한 고심했던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영담 스님과 관계 회복, 경영문제는 고민할 것”
김 이사장은 상임이사 시절 불교방송과 진흥원의 매끄럽지 않은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기억을 갖고 있다. 또 불교방송 사장 시절에도 불교방송 현 이사장 영담 스님과의 관계가 원만치는 않았다. 진흥원의 지원사업 중 가장 큰 부문이 불교방송 지원이다. 이에 따라 불교방송 경영문제와 관련 진흥원의 입장에 대한 질문이 빠질 수 없었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불교방송 발전을 위한 진흥원 역할은 고민거리라고 했다. 하지만 불교방송 이사장과의 관계는 이전과 달리 ’회복‘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록 진흥원 이사진 5명이 불교방송 이사로 참여하고, 사장 추천권이 있지만 불교방송 문제는 불교방송 시스템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과거 진흥원에서는 불교방송 경영악화와 관련 경영진단 및 특별감사 등을 요구한 적이 있었다. 불교방송 정상화를 위해 진흥원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어떻게 도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불교방송과 다시 불편한 관계에 놓이는 것은 경계했다.
그는 “가능한 사부대중의 갈등이 적게 일을 도모하려다 오해와 갈등으로 번지는 등 역효과도 있었다. 나름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어려움도 겪었다. 오해와 갈등도 있고 수월하지 않았다.”면서 “불교방송 경영 문제는 당면한 과제를 하나하나 실무적 검토를 통해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신임 사장과 충분히 구체적으로 협의해 가겠다.”고 밝혔다.
불교방송 이사장 영담 스님과 불편한 관계였던 김 이사장은 “한때 조금 불편하기도 했지만 이사장 스님과 관계가 회복됐다”며 “우리가 추천한 사장후보가 사장이 됐다. 이제는 합리적, 이성적으로 현안을 함께 의논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있다. 불교방송 사장 취임식에서 이사장 스님이 사장이 소신껏 경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씀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소통도 강조했다. 그는 “도반이자 법우로 생각해 달라. 한국불교와 진흥원 발전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교환해달라. 우리가 접하지 못하는 정보도 교환해 달라. 함께 희망을 키워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규칠 이사장(68)은? 서울대 법과대학 졸업하고, 동대학 신문대학원 석사를 거쳐 오스트리아 비엔나대학교와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연수했다.
대학 재학시절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초기 멤버로 구도부에서 활동했다. 또 봉은사 명성암 대학생수도원 운영위원장으로 3년간 수련한 이력도 있다. 현재는 대불련총동문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법명은 덕원(德圓).
외무고시 합격 후 외교관 및 외교안보연구원 등에서 근무했다. KBS-TV ‘심야토론’ 및 ‘정책진단’ 사회자, 한국방송공사(KBS) 이사 및 객원해설위원, EBS(教育放送) 환경프로 ‘하나뿐인 지구’ 진행자, 불교방송(BBS) 사장 등을 역임했다. 행정쇄신위원회 위원과 산업기술정보원(KINITI) 원장을 거쳐 국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객원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현재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과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도 맡고 있다.
주요저서로는 <지식정보 경제시대의 기술정보정책>, <탈(脫)정치시대의 새로운 항로>,<개혁과제(改革課題 )20>(공저) 등이 있으며, ‘전환기 한국외교의 기조’, ‘유럽공영방송의 현황과 한국 공영방송의 발전방향’ 등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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