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룡도(黃龍圖)와
청룡도(靑龍圖)
황룡도(黃龍圖) (1)
용은 신비의 구슬 여의주(如意珠)를 가지고 있어서 천변만화(千變萬化)의 능력으로 몸의 크기와 형태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고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으며 날씨와 물, 구름을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상상의 동물이며 이러한 다양한 능력 때문인지 용은 인간 생활의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의미와 모습을 가진 존재로 반영되었다.

우선, 언어에 사용된 용을 살펴보면 용은 전통적으로 고귀하고 신비로운 존재로 비유되어 왕의 얼굴을 용안(龍顔), 왕이 앉는 의자를 용상(龍床), 왕의 옷을 용포(龍袍)라고 하는데 왕을 용에 비유하는 이유는 용에게 인간과 국가를 보호하고 다스리는 신비한 능력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세종 때 조선 왕조의 뿌리와 정당성을 밝히고 역대 군주를 칭송한 한글 서사시에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도 용이 가진 이 같은 고귀함 때문이다.
또한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중국 양나라에 장승요라는 유명한 화백이 안락사라는 절의 벽에 그려진 용에 눈동자를 그려 넣자 즉시 그림 속 화룡(畵龍)이 실제 용이 되어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된 표현으로, 일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을 마무리 지어 완성시키는 것을 의미할 때 쓰인다.
용이 부정적인 언어에 사용되기도 하는데 용 잡는 기술이라는 뜻의 도룡술(屠龍術)이 그러하다. 도룡술은 옛날 주평만이라는 사람이 용 잡는 기술을 배웠으나 세상에서 써먹을 일이 없었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 표현으로 배우는 것은 좋으나 무조건 배우는 것 보다는 쓸모나 가치가 있을 때 배워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따라서 쓸모가 없는 기술을 말할 때 도룡술(屠龍術)이라는 표현이 쓰인다.
용은 상징적인 의미뿐 아니라 그 외형에 있어서도 다양한데 청룡, 흑룡, 황룡, 백룡 등이 그것이며 용을 그릴 때도 격식이 있어서 왕과 왕비의 예장에는 발톱이 다섯 개인 오조룡(五爪龍)을, 왕세자와 세자빈은 사조룡(四爪龍)을, 왕세손은 삼조룡(三爪龍)을 수놓은 보를 착용해서 발톱의 수로 위계를 표현하기도 하였다.
청룡(靑龍)이 사악한 잡귀를 내 쫓는 벽사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흑룡이 가뭄이 들 때 기우제를 올려 비를 구했던 대상이라면, 황룡(黃龍)은 백룡과 함께 임금, 황제를 상징하였고 민간에서는 용륜오복(龍輪五福)의 의미를 담아 복을 불러들이기 위해서 발톱의 수를 네 개나 세 개인 황룡도(黃龍圖)를 그려 새해에 까치호랑이 그림 등과 함께 길상적 의미로 사용하였다.
청룡도(靑龍圖) (2)
인간은 완전한 존재가 아니기에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문제의 해결과 보다 행복한 삶을 위해 종교나 신에 의지하기도 하며 상서로운 상상의 동물을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옛날부터 전해오는 신화, 전설에 나오는 수호신적인 상상의 동물을 영수(靈獸)라 하여 길상적 수호신(守護神)인 서수(瑞獸)로 여겨왔는데 그 대표적인 동물로 용(龍)을 들 수 있다.

용은 상상의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생김새가 전하는데 낙타의 얼굴에 사슴의 뿔, 소의 귀, 토끼의 눈을 가지고 있으며 몸은 뱀을 닮았는데 여든 한 개의 비늘이 있고 네 개의 발에는 매의 발톱과 호랑이의 발바닥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상상의 동물인 용(龍)은 그 종류가 많아 쓰임새도 다양하다. 건축이나 공예와 관련하여 그 예를 살펴보면 명나라 진인석의 잠확류서(潛確類書)에 나오는 용생구자설(龍生九子說)에 의한 각기 역할이 다른 아홉 마리의 용을 들 수 있다.
그 중 관운장의 언월도에 새겨진 용은 애자라는 용으로 죽이기를 좋아하는 용이고 종에 새기는 용은 포뢰라는 용으로 울기를 좋아 한다하여 타종할 때 종소리가 멀리 울려 퍼지라고 새겨 넣었던 용이며 사자 모양을 한 산예라는 용은 연기를 좋아한다 하여 향로에 새겼고 소라 모양을 한 초도라는 용은 닫기를 좋아 한다하여 문고리에 새겨 사용하였다.
그리고 회화로 많이 그려진 용으로는 청룡(靑龍)과 황룡(黃龍)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번에는 그 중 청룡도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청룡도는 동양의 전통 철학인 음양오행설에서 비롯된 사신도(四神圖) 곧, 무덤의 현실(玄室)에 죽은 자의 영혼을 잡귀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그려진 좌 청룡 우 백호 남 주작 북 현무에 등장하는 그림으로서 동쪽에서 오는 모든 잡귀를 물리치기 위한 염원을 담고 있다.
따라서 민화에서 청룡도(靑龍圖)는 사악한 귀신을 내쫒는 벽사(辟邪)의 의미를 담고 있는 그림으로 볼 수 있다.
오석환 조선민화박물관장